싸왓디 무앙타이(13)
- 프놈바켕 언덕 -
앙코르와트에서 내려와 향한 곳은 [프놈바켕] 언덕. 앞서 언급했듯이 이곳은 일몰이 볼만한
곳으로 유명하다. 나지막한 언덕을 따라 오르는데, 오늘은 새해의 첫날이건만 사람은 꽤 많
다. 아마 이 시간이면 다른 곳에 있다가도 전부 이리로 몰려드는 모양. 언덕을 오르면 역시
사원이 있는데,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주변을 들러보니 시야가 탁 트인다. 주위가 완전
평지에 가까운지라 언덕의 높이래야 67M에 불과해도 전망은 황홀. 오르는 길의 곳곳에 있
는 계단들은 앙코르와트에서와 같은 70도 급경사. 하지만 높이도 얼마 안되고 무엇보다 아
까 하도 고생을 해선지 이까짓 것쯤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해가 지기를 기다리는 시간. 허허허... 새벽의 상황과 하나 다를 것 없는 모습. 이번에
도 역시 일본애들 패거리의 세상이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때가 되니 해도 알아서 떨어져
주었다. 저녁놀은 뭐... 어디서나 붉은 색.
- 저녁시간 -
프롬에게 들었던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음식. 아목과 가리를 먹으러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바
욘레스토랑에 갔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생선아목과 닭고기가리. 재미있는 것은 음식을 그릇
에 담는 것이 아니라 코코넛 열매에 담은 것. 설거지감을 줄일 수 있어서도 좋겠지만, 그런
모습이 진정 캄보디아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음식을 먹기 전에 먼저 자세히
보니 생선아목은 생선살을 파, 마늘 등과 함께 다진 것이고, 가리는 우리가 평소에 먹던 카
레. 둘 다 밥에 비벼먹는 것인데, 각각 하나씩 먹기엔 양이 좀 많은 듯했지만, 내 인생에 음
식쓰레기란 있을 수 없으니 다 먹는 수밖에... 종업원이 주걱으로 밥을 퍼주는데, 이때 많이
많이 달라고 부탁해서 밥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먹었다. 앙코르맥주까지 반주로 곁들이니
근사한 저녁식사! 맥주는 그냥 맛이나 보자고 시켜봤는데, 맛이 좀 쓴 것도 같았다. 비용은
총 8.2불(아목과 가리는 각 3불, 밥 0.2불*2개=0.4불, 캔맥주 1.8불) 다 먹고 나니 배가 터질
지경... 식사를 마치고 글로벌에 갔다. 관광 3일째인 내일은 돌덩이 쌓아 놓은 것 그만 보고
톤레삽 호수에 가서 배를 타고 싶었으니 미리 예약할 필요가 있었다. 글로벌 권사장님이 명
함에 뭐라고 써 주는 것을 받고, 비용을 지불하니 배 한 대에 6불.
- 톤레삽 호수 -
다음날 아침. 이틀간 다녔던 앙코르 유적지의 반대쪽으로 차를 몰아 호수로 향했다. 거리는
12킬로. 시내를 벗어나니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전형적인 캄보디아 농촌의 모습. 더운 나라
이다 보니 집들이 다 땅위 1.5미터 이상 되는 곳에 지어져 있는데, 참 시원해 뵈긴 해도 들
어가서 살라고 하면 참 싫을 것 같다. (아내한테 "당신 이런 데로 시집오지 그랬어?" 하니
괴로워서 죽으려고 함) 문을 열어놓고 지내기 때문에 안이 훤히 들여다뵈는데 당연히 살림
살이라고는 변변한 것이 없다. 그래도 가끔은 테레비 있는 집도 있어서 신기!
호수에 가까워지니 제일 먼저 우리를 맞는 것은 삐끼들. 차창을 두드리며 뭐라고 외치는데,
그러면 프롬은 글로벌! 하고 외쳐준다. 누구냐고 물으니 보트운전사들이란다. 창밖으로 보이
는 마을의 모습은 심각! 길가에는 '집'이란 이름이 사치스러운 오막살이들이 늘어서 있고,
아이들의 옷차림에선 웃음이 나온다. 어떤 여자아이는 파티에서나 입을 드레스를 입고 다니
기도 하고, 반바지에 마이를 입은 남자애도 있고... 한마디로 옷의 개념이 없다. 어울리고 말
고를 따질 겨를도 없이 그저 몸에 걸치고 있는 것. 차에서 내리니 생선비린내가 코를 찌르
는 가운데 국경에서처럼 원달러!를 외치는 아이들이 모여든다. 한 아이가 입은 티셔츠에 새
겨진 우리말. 옥돌유치원! 우리 나라에서 헌옷 같은 거 수집하면 이 나라로 오는 모양이다.
프롬이 안내해 주는 사람에게로 가서 글로벌에서 받은 명함을 건네줬다. 이어서 보트 탑승.
보트라고 하면 뭐 대단하고 근사한 것을 생각할지 모르나 천만에! 가운데 통로가 있고, 양
옆에 두 줄씩 의자가 있는데, 거기 엉덩이를 대고 앉는 것이 찝찝할 정도. 차라리 그냥 대나
무 의자만 있으면 낫겠는데, 의자 위에 있는 방석이 어찌나 더러운지... 운전사 말고 어떤 아
이 하나가 자기가 안내를 해 주겠다고 하기에 허락하니 함께 탑승. 어제 프레아칸에서 만났
던 가이드 녀석과 비슷한 나이로 뵈는데, 배에 시동을 걸자 녀석이 빠른 몸놀림으로 배에
묶인 줄을 풀고, 그의 작은 체구에 비하면 엄청 큰 배를 두 팔로 민다. 참으로 생활력이 강
하단 느낌... 드디어 배가 움직이다.
포구에서 본 톤레삽 호수에 대한 느낌은 실망... 호수보다는 개천에 가까울 넓이에 수초만
가득한데, 이런 것도 돈내고 보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저 나 자신이 한심할 뿐... 통통거리
며 배는 천천히 수초사이를 비집고 빠져나가기 시작. 물위에는 고기잡이배들이 주로 떠 있
는데, 물이 너무 더러워서 여기서 잡은 물고기를 먹어도 괜찮은지 모를 지경... 가끔은 아주
커다란 배도 지나가는데, 가이드녀석 말로는 프놈펜 가는 배란다. (이 호수를 건너가면 캄보
디아의 수도 프놈펜이 나온다) 재미있는 것은 수상가옥들. 육지에 집을 가질 형편이 안 되
는 이들은 배 위에 집처럼 꾸며 놓고 생활하는데, 물위에는 이들을 위한 교회와 학교, 상점
도 있다. 이런 풍경들을 내부까지 훤히 보여주며 배는 계속 앞으로 전진. 처음엔 개천처럼
보이던 호수도 점차 넓어지고, 바람도 함께 강해진다. 마침내!
눈앞에 수평선이 펼쳐졌다. 바다였다. 바다!! 처음에 가졌던 실망스러움은 이제 경외감으로
탈바꿈. 육지 속에 이렇게 넓은 호수가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내가 국민학교 다
닐 때 선생님께서 육지의 바다라고 예찬하셨던 소양호 같은 호수들은 세수대야물에나 비할
까? 톤레삽 호수의 면적은 우리 나라의 경상남도 크기. 넓이가 장난이 아닌 것이다. 본격적
으로 호수의 진면목이 나타나자 바람은 엄청 세차게 분다. 당연히 파도가 치니 내가 불안해
지는 것은 당연. (이 호수를 가로질러 프놈펜으로 가는 스피드보트가 있는데 시간 아낀다고
이것을 타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 그런데 가끔은 뒤집어져서 말썽) 다행히 보트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않고 방향을 바꾼다. 하긴 기름값도 아껴야겠지... 이어서 물위에 떠 있는 상
점으로 안내.
뭐.. 음료수와 해산물 등을 파는 가게인데, 사먹어도 그만이고 안 먹어도 그만. 나는 음료수
를 하나 먹었는데, 하필 이 곳에서 내가 정말 꼴보기 싫어하는 한국인들을 만났다. 50대는
넘어 뵈는 아저씨 두 명에 아가씨 한 명을 비롯한 수행원들이 처음엔 게를 시켜서 배터지게
먹더니, 이빨 쑤시면서 한다는 소리는 "회장님 사진 좀 찍어드려." (이들 중에 회장님이 있
는 모양) 정말 밥맛이다... 가게에는 7-8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있는데, 주인 아저씨는
손님이 올 때마다 진열장 속에서 커다란 뱀을 꺼내 얘 목에다 걸어준다. 아이구! 찝찝해...
그런데 이 아저씨는 내게도 뱀을 걸어주려는 것이 아닌가? 순간 깜짝 놀랬다. 하하!! 남이
하는 걸 봐도 징그러운데 나보고 하라니... 원...
잠깐의 휴식 후 다시 배에 오르니, 처음에 탔던 곳에 데려다 준다. 배가 뭍에 이르자 우리에
게 가이드를 해 준 녀석은 팁을 요구. 보트 운전사 몫까지 달라길래 2불 줬다. 오는 차안에
서 프롬은 이 곳 사람들이 너무너무 가난하다고 고개를 저어가며 얘기한다. 사실 우리가 보
기엔 다 똑같이 가난해 뵈는데도, 실은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이 사람들은 일정한 직업도
없이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활하며, 여기 애들은 학교도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하긴 집
이 없어서 배위에서 거지처럼 사는 이들도 있으니... 돌아오는 길에는 악어농장에 들렀는데,
그저 각각 2불씩이나 하는 입장료가 아까울 뿐이다. 볼 것 없음.
사족:
1) 공부가 부족한 상태에서 앙코르 유적을 보면 나처럼 나중엔 다 여기가 저기 같아서 다녀
와도 분간을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2) 그 동안 돈을 달라는 애들은 많이 봤어도 내게 물을 달라는 애는 톤레삽에서 처음 봤다.
마실 물도 부족한 모양... 난 그런 생각을 못했지만, 나중에 캄보디아에 가는 사람들은 사탕
한봉지 사 갖고 가면 참 좋을 듯 하다. 매번 돈을 주긴 힘들어도 얘들한테 알사탕이라도 나
눠줄 수 있다면 참 좋을 거 같다.
3) 오늘의 사진은 당연히 톤레삽 호수의 모습
앙코르와트에서 내려와 향한 곳은 [프놈바켕] 언덕. 앞서 언급했듯이 이곳은 일몰이 볼만한
곳으로 유명하다. 나지막한 언덕을 따라 오르는데, 오늘은 새해의 첫날이건만 사람은 꽤 많
다. 아마 이 시간이면 다른 곳에 있다가도 전부 이리로 몰려드는 모양. 언덕을 오르면 역시
사원이 있는데,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주변을 들러보니 시야가 탁 트인다. 주위가 완전
평지에 가까운지라 언덕의 높이래야 67M에 불과해도 전망은 황홀. 오르는 길의 곳곳에 있
는 계단들은 앙코르와트에서와 같은 70도 급경사. 하지만 높이도 얼마 안되고 무엇보다 아
까 하도 고생을 해선지 이까짓 것쯤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해가 지기를 기다리는 시간. 허허허... 새벽의 상황과 하나 다를 것 없는 모습. 이번에
도 역시 일본애들 패거리의 세상이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때가 되니 해도 알아서 떨어져
주었다. 저녁놀은 뭐... 어디서나 붉은 색.
- 저녁시간 -
프롬에게 들었던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음식. 아목과 가리를 먹으러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바
욘레스토랑에 갔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생선아목과 닭고기가리. 재미있는 것은 음식을 그릇
에 담는 것이 아니라 코코넛 열매에 담은 것. 설거지감을 줄일 수 있어서도 좋겠지만, 그런
모습이 진정 캄보디아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음식을 먹기 전에 먼저 자세히
보니 생선아목은 생선살을 파, 마늘 등과 함께 다진 것이고, 가리는 우리가 평소에 먹던 카
레. 둘 다 밥에 비벼먹는 것인데, 각각 하나씩 먹기엔 양이 좀 많은 듯했지만, 내 인생에 음
식쓰레기란 있을 수 없으니 다 먹는 수밖에... 종업원이 주걱으로 밥을 퍼주는데, 이때 많이
많이 달라고 부탁해서 밥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먹었다. 앙코르맥주까지 반주로 곁들이니
근사한 저녁식사! 맥주는 그냥 맛이나 보자고 시켜봤는데, 맛이 좀 쓴 것도 같았다. 비용은
총 8.2불(아목과 가리는 각 3불, 밥 0.2불*2개=0.4불, 캔맥주 1.8불) 다 먹고 나니 배가 터질
지경... 식사를 마치고 글로벌에 갔다. 관광 3일째인 내일은 돌덩이 쌓아 놓은 것 그만 보고
톤레삽 호수에 가서 배를 타고 싶었으니 미리 예약할 필요가 있었다. 글로벌 권사장님이 명
함에 뭐라고 써 주는 것을 받고, 비용을 지불하니 배 한 대에 6불.
- 톤레삽 호수 -
다음날 아침. 이틀간 다녔던 앙코르 유적지의 반대쪽으로 차를 몰아 호수로 향했다. 거리는
12킬로. 시내를 벗어나니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전형적인 캄보디아 농촌의 모습. 더운 나라
이다 보니 집들이 다 땅위 1.5미터 이상 되는 곳에 지어져 있는데, 참 시원해 뵈긴 해도 들
어가서 살라고 하면 참 싫을 것 같다. (아내한테 "당신 이런 데로 시집오지 그랬어?" 하니
괴로워서 죽으려고 함) 문을 열어놓고 지내기 때문에 안이 훤히 들여다뵈는데 당연히 살림
살이라고는 변변한 것이 없다. 그래도 가끔은 테레비 있는 집도 있어서 신기!
호수에 가까워지니 제일 먼저 우리를 맞는 것은 삐끼들. 차창을 두드리며 뭐라고 외치는데,
그러면 프롬은 글로벌! 하고 외쳐준다. 누구냐고 물으니 보트운전사들이란다. 창밖으로 보이
는 마을의 모습은 심각! 길가에는 '집'이란 이름이 사치스러운 오막살이들이 늘어서 있고,
아이들의 옷차림에선 웃음이 나온다. 어떤 여자아이는 파티에서나 입을 드레스를 입고 다니
기도 하고, 반바지에 마이를 입은 남자애도 있고... 한마디로 옷의 개념이 없다. 어울리고 말
고를 따질 겨를도 없이 그저 몸에 걸치고 있는 것. 차에서 내리니 생선비린내가 코를 찌르
는 가운데 국경에서처럼 원달러!를 외치는 아이들이 모여든다. 한 아이가 입은 티셔츠에 새
겨진 우리말. 옥돌유치원! 우리 나라에서 헌옷 같은 거 수집하면 이 나라로 오는 모양이다.
프롬이 안내해 주는 사람에게로 가서 글로벌에서 받은 명함을 건네줬다. 이어서 보트 탑승.
보트라고 하면 뭐 대단하고 근사한 것을 생각할지 모르나 천만에! 가운데 통로가 있고, 양
옆에 두 줄씩 의자가 있는데, 거기 엉덩이를 대고 앉는 것이 찝찝할 정도. 차라리 그냥 대나
무 의자만 있으면 낫겠는데, 의자 위에 있는 방석이 어찌나 더러운지... 운전사 말고 어떤 아
이 하나가 자기가 안내를 해 주겠다고 하기에 허락하니 함께 탑승. 어제 프레아칸에서 만났
던 가이드 녀석과 비슷한 나이로 뵈는데, 배에 시동을 걸자 녀석이 빠른 몸놀림으로 배에
묶인 줄을 풀고, 그의 작은 체구에 비하면 엄청 큰 배를 두 팔로 민다. 참으로 생활력이 강
하단 느낌... 드디어 배가 움직이다.
포구에서 본 톤레삽 호수에 대한 느낌은 실망... 호수보다는 개천에 가까울 넓이에 수초만
가득한데, 이런 것도 돈내고 보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저 나 자신이 한심할 뿐... 통통거리
며 배는 천천히 수초사이를 비집고 빠져나가기 시작. 물위에는 고기잡이배들이 주로 떠 있
는데, 물이 너무 더러워서 여기서 잡은 물고기를 먹어도 괜찮은지 모를 지경... 가끔은 아주
커다란 배도 지나가는데, 가이드녀석 말로는 프놈펜 가는 배란다. (이 호수를 건너가면 캄보
디아의 수도 프놈펜이 나온다) 재미있는 것은 수상가옥들. 육지에 집을 가질 형편이 안 되
는 이들은 배 위에 집처럼 꾸며 놓고 생활하는데, 물위에는 이들을 위한 교회와 학교, 상점
도 있다. 이런 풍경들을 내부까지 훤히 보여주며 배는 계속 앞으로 전진. 처음엔 개천처럼
보이던 호수도 점차 넓어지고, 바람도 함께 강해진다. 마침내!
눈앞에 수평선이 펼쳐졌다. 바다였다. 바다!! 처음에 가졌던 실망스러움은 이제 경외감으로
탈바꿈. 육지 속에 이렇게 넓은 호수가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내가 국민학교 다
닐 때 선생님께서 육지의 바다라고 예찬하셨던 소양호 같은 호수들은 세수대야물에나 비할
까? 톤레삽 호수의 면적은 우리 나라의 경상남도 크기. 넓이가 장난이 아닌 것이다. 본격적
으로 호수의 진면목이 나타나자 바람은 엄청 세차게 분다. 당연히 파도가 치니 내가 불안해
지는 것은 당연. (이 호수를 가로질러 프놈펜으로 가는 스피드보트가 있는데 시간 아낀다고
이것을 타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 그런데 가끔은 뒤집어져서 말썽) 다행히 보트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않고 방향을 바꾼다. 하긴 기름값도 아껴야겠지... 이어서 물위에 떠 있는 상
점으로 안내.
뭐.. 음료수와 해산물 등을 파는 가게인데, 사먹어도 그만이고 안 먹어도 그만. 나는 음료수
를 하나 먹었는데, 하필 이 곳에서 내가 정말 꼴보기 싫어하는 한국인들을 만났다. 50대는
넘어 뵈는 아저씨 두 명에 아가씨 한 명을 비롯한 수행원들이 처음엔 게를 시켜서 배터지게
먹더니, 이빨 쑤시면서 한다는 소리는 "회장님 사진 좀 찍어드려." (이들 중에 회장님이 있
는 모양) 정말 밥맛이다... 가게에는 7-8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있는데, 주인 아저씨는
손님이 올 때마다 진열장 속에서 커다란 뱀을 꺼내 얘 목에다 걸어준다. 아이구! 찝찝해...
그런데 이 아저씨는 내게도 뱀을 걸어주려는 것이 아닌가? 순간 깜짝 놀랬다. 하하!! 남이
하는 걸 봐도 징그러운데 나보고 하라니... 원...
잠깐의 휴식 후 다시 배에 오르니, 처음에 탔던 곳에 데려다 준다. 배가 뭍에 이르자 우리에
게 가이드를 해 준 녀석은 팁을 요구. 보트 운전사 몫까지 달라길래 2불 줬다. 오는 차안에
서 프롬은 이 곳 사람들이 너무너무 가난하다고 고개를 저어가며 얘기한다. 사실 우리가 보
기엔 다 똑같이 가난해 뵈는데도, 실은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이 사람들은 일정한 직업도
없이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활하며, 여기 애들은 학교도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하긴 집
이 없어서 배위에서 거지처럼 사는 이들도 있으니... 돌아오는 길에는 악어농장에 들렀는데,
그저 각각 2불씩이나 하는 입장료가 아까울 뿐이다. 볼 것 없음.
사족:
1) 공부가 부족한 상태에서 앙코르 유적을 보면 나처럼 나중엔 다 여기가 저기 같아서 다녀
와도 분간을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2) 그 동안 돈을 달라는 애들은 많이 봤어도 내게 물을 달라는 애는 톤레삽에서 처음 봤다.
마실 물도 부족한 모양... 난 그런 생각을 못했지만, 나중에 캄보디아에 가는 사람들은 사탕
한봉지 사 갖고 가면 참 좋을 듯 하다. 매번 돈을 주긴 힘들어도 얘들한테 알사탕이라도 나
눠줄 수 있다면 참 좋을 거 같다.
3) 오늘의 사진은 당연히 톤레삽 호수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