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왓디 무앙타이(10)
- 캄보디안 가이드 -
점심을 먹고는 숙소에 돌아와서 취침. 한낮에는 너무 더워서 구경다니기도 힘들고, 사실 오
전내내 거의 걸어다닌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암튼 불과 한나절인데도 얼마나 피곤했는
지 꿈까지 꾸며 단잠을 잤다.
2시30분에 일어나서 오후 관광 시작. 제일 먼저 간 사원은 [프레아칸]. 규모도 제법되고 나
름대로는 볼만한데, 어느 캄보디아 소년이 내게로 왔다. "제가 안내하면서 유적에 대해 설명
을 해 드릴께요. 그럼 제게 팁을 주세요." 나야 뭐 좋다고 했지. 사실은 내게 접근해 오기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녀석이 우리 부부를 안내하면서 설명을 하는데... 놀라운 것
은 녀석의 영어실력. 일단 유적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으며, 당연히 설명도 유창. 발음도
상당히 정확. 허허.. 이럴수가... 나중에 운전사 프롬에게 물어봤다. 녀석 참 대단하다고. 그런
데 이에 대한 프롬의 설명. 얘네는 영어를 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니랜다. 그럼? 친구들로부
터 하루에 하나씩 하루에 하나씩 배운거라고. 그렇기 때문에 글자는 모르고, 말만 할 수 있
다고 한다.
대단하지 않은가? 나를 안내했던 소년의 나이는 12살. 우리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 사실 얘
들은 아르바이트를 나온 것이 아니다. 대부분 부모는 아무 능력이 없어서 얘들이 가족을 부
양하는 것. 허허.. 예를 들어 내가 그 옛날 국민학생일 때 "너 오늘부터 영어 배운 다음 경
복궁같은데 가서 외국인들 안내 좀 해서 돈 좀 벌어와라" 이랬다면 할 수 있었을까?" 영어
도 내가 알아서 배우고... 난 못한다. 그럴 능력이 안되기 때문. 학교를 다녔어도 걔보다 영
어를 못하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입구에서 만난 녀석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서 설명을 들으니 오전처럼 그냥 혼자 책자를
보면서 다닐 때하고는 느낌의 정도가 달랐다. 유적에 대한 경외심이 느껴지는 한편 내 공부
가 부족하여 10배로 즐기지 못함이 안타깝다. 힌두교에 대한 최소한의 소양도 없으니 말을
해줘도 제대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당연. 이럴 줄 알았으면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오는 건
데... 때늦은 후회까지 해가며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들었다.
이제 헤어질 시간. 녀석이 "어느 쪽 문으로 나가시겠습니까? 이제 제 설명은 여기까지입니
다."라고 끝을 맺어준다. 음... 수고비를 줘야지. 난 주머니에서 1불짜리 지폐를 꺼내 녀석에
게 건네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런데... 녀석이 안 받는 것이었다. 어허? 이눔봐라? 녀석
은 1불이 너무 적다고 했다. 입구에서 여기까지 들어오면서 줄곧 설명을 해 줬으니 5불은
받아야 한다는 것! 어허... 네가 돌았구나... 이 녀석의 말이 얼마나 말같지 않은지 글을 읽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오토바이 기사를 예로 들겠다. 대체로 오토바이 기사들이 아침8시
쯤부터 손님을 태우고 하루종일 유적지를 돌아다니면 끝나는 시간은 오후 5시가 넘어서다.
이렇게 해주고 받는 돈이 5불. 기사는 이 5불 중 1불로는 기름을 넣는다. 그리고 2불은 오토
바이 주인에게 준다. 결국 자신의 몫은 2불! 하루종일 고생해서 2불 번다. 그런데 아무리 설
명을 잘해줬다고는 하지만 불과 30분 남짓한 시간에 5불을 받는다? 나로서는 도저히 받아들
일 수 없다. 또 다른 예를 들자. 내가 묵은 앙코르톰호텔에서 세탁물을 빨아달라고 맡기면
청소하는 아줌마가 해 준다. 아래-위 한벌을 깨끗하게 빨아서 다림질까지 해 주는데 0.25불.
이 녀석 말대로 5불이면 빨래를 20벌 해준 것하고 같다. 이게 말이 되는가?
속에서는 열불이 나는데, 녀석은 끝까지 안 받는다. "나 그냥 간다?"하고 돌아서서 몇 발자
국을 갔다. 이러면 지가 쫒아오겠지... 근데, 뒤가 이상해서 돌아보니 그냥 있네? 어이쿠! 이
웬수같은 XX!! 이제는 내가 애원하기로 했다. 제발 받아줘라...응? 사실 1불이 그렇게 적은
건 아닌데, 아이구... 내 팔자야... (여행자가이드에는 1,000리엘이면 족하다고 되어있다. 1000
리엘=0.25불) 녀석은 녀석대로 자기는 내년부터 학교도 다녀야 한다고 하면서 사정하는데,
마음은 점점 약해지고... 사실 그냥 줄 수도 있지만, 내가 그렇게 해서 길들여놓으면 내 다음
에 오는 사람도 똑같이 곤란해질터. 성질 같아서는 그냥 가버리고도 싶은데 그건 더욱 말이
안되고... (서비스를 받았으면 값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 마침내 녀석이 돈을 받았다. 참... 되
려 내가 고맙더라구...
- 멋진 저녁시간 -
녀석과 싸우느라 더욱 힘들었던 [프레아칸]을 본 후 [닉핀]-[따솜]-[동 메본]을 둘러본 후
[프레럽]에서 일몰 감상. 마침 오늘이 12월31일이라 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
가 있다고도 하겠으나, 사실 해는 뭐 언제 어디서나 지는 것. 원래 일몰감상으로 유명한 곳
은 프놈바켕 언덕인데, 오늘 같은 날 거기 갔다간 사람에 쩌죽을 것 같아서 그냥 여기서 봤
다. 거긴 내일가지 뭐..
어둑어둑해진 길을 내려와 주린 배를 움켜쥐고 숙소로 귀환. 아침은 눈치보며 먹은 빵조각,
점심은 속이 이글거리는 닭고기덮밥이었으니, 이렇게 살다가는 곧 죽을 것 같았다. 하하!!
사실은 그게 아니고, 여행을 시작하며 나름대로 정한 원칙이 있었다. 원칙이란 첫째로 '가급
적 한국음식 안 먹기' 이유는 집에서 실컷 먹던 음식을 여기까지 와서 먹을 이유는 없으므
로. 둘째로 '하루 한끼는 노점에서 먹기' 그래야 직접 현지인들과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삶을
곁에서 보며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녁식사는 제대로 하기'. 우리는 여행을 온 것이
지 수행을 온 것이 아니다. 이 원칙들은 여행기간 내내 잘 지키려고 노력했는데, 실제로도
그러했다.
숙소로 오는 길에 프롬에게 물었다.
가장 대표적인 캄보디아 음식이 뭐유?
"아목! 가리!"
아목은 뭘로 만들어유?
"생선! 닭고기"
음... 생선이 좋겠군... 그럼 가리는?
"닭고기"
음... 생선아목하고 가리를 시켜서 먹으면 둘다의 맛을 한번에 볼 수 있겠군...
우리가 묵은 앙코르톰호텔 바로 앞에는 바욘레스토랑이 있다. 저녁에는 이곳에서 뷔페식이
가능하고 더불어 압살라댄스 공연도 볼 수 있다기에 서둘러서 가 보았다. (서두른 이유는
공연시작시간이 7시반이므로 그 전까지 식사를 마쳐야 하는 줄 알았음) 겉에서 보아도 번듯
하고, 깨끗하게 정돈된 실내에 종업원들도 모두 산뜻하게 제복을 입은 모습이 마음에 들었
다. 우리가 입구에 들어서자 종업원이 나오는데 "압살라 공연을 보고 싶은데요."하니까 여기
가 아니란다. 그럼 어쩌나... 그러자 종업원은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다른 누군가를 데려왔
다. 이 분이 직접 오토바이로 우리를 데려다 준다고 한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타는 오토바이.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오토바이는 자동차보다 위험한
것이 사실이고, 만약에 가벼운 상처라도 입는 날엔 변변한 의료시설도 없는데다 말도 안 통
하는 이곳에선 그냥 저절로 낫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조금은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뭐
가까운 거리인데... 죽기야 하겠어? 그러나 염려와는 달리 오토바이를 타고 밤 공기를 맞으
니 참 시원하다. 길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정겹고.. 우리는 불과 5분만에 다른 레스토랑에 도
착했다. 이곳의 이름은 [자스민앙코르레스토랑]. 아까 본 바욘레스토랑하고 비교하면, 새로
지은 모습이라는 것 빼고는 거의 비슷. 우리를 태워준 분은 쇼가 끝나면 데리러 오겠다는
고마운 약속까지 하고 갔다.
뷔페식당. 대부분의 손님은 서양인을 비롯한 외국인들. 현지 손님은 없는 것 같다. 무대 앞
쪽은 예약석인 듯 했고, 우리는 종업원의 안내로 중간쯤에 앉았다. 음식종류는 많이 차렸는
데, 맛은 뭐 그저 그렇다. 어차피 한국음식이 아닌 다음에야 많이 먹어도 배만 이상할 뿐인
데... 그나마 맛있는 건 꼬치구이들. 닭꼬치, 어묵꼬치, 생선꼬치 등등인데, 장에 찍어 먹으면
맛이 참 좋다. 나머지는 거의 모두를 한 젓가락 정도씩 집어다가 맛을 연구... 어떤 건 맛있
고, 어떤 건 이상하고... 하하!! 과일을 좋아하는 아내는 여기서도 과일맛을 연구... 아내가 특
히 환상을 가졌던 과일은 파파야. 이름은 어느 가수들하고 같아서 이미 귀에 익었고, 왠지
맛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기대에 찬 얼굴로 파파야를 가져왔는데... 때깔도 주황색인지
라 먹음직... 그러나... 밍밍... 맛은 밍밍한 맛이다. 한마디로 아무 맛이 없는 거지. 난 이게
아직 덜 익어서 그런가? 아님 내 혀가 잘못됐나? 헛갈릴 정도... 그저 실망...
접시를 들고 음식들 앞에 서서 아내와 뭘 먹을지를 의논하는데, 누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귀가 번쩍 트일 우리말에 놀라 뒤돌아보니 웬 비구니 한 분이 서 있네. 아이구... 반가와라!
"어머! 스님! 안녕하세요?"
"예"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공부하러 오신거예요?"
"예. 베트남하고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은 모두 불교국가잖아요. 그래서 쭉 둘러보며 스님들
을 만나고 있어요"
좋은 여행되시라고 인사를 했는데, 스님의 인상이 참 좋다.
식사를 마치고 담배를 피우며 기다리니 압살라 공연이 시작된다.(여긴 금연의 개념이 없어
서 좋다. 그냥 아무데서나 군불을 때도 괜찮으니..) 둥둥둥둥!!!! 뭔 악기 소리가 들리더니 남
녀가 나와서 이상한 몸 동작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게 춤인 모양. 압살라는 무슨 신화를 배
경으로 한 캄보디아의 전통 춤인데, 둘 다 무식하니 눈에 들어오는게 있나? 그저 눈만 껌뻑
껌뻑... 당연히 재미가 있을 턱이 없지. 아... 외국인들에게 우리 나라의 부채춤을 보여주면
이런 기분이 되겠군... 처음엔 박수소리도 우렁차고,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쉬도 터지더니
만, 좀 있으니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접시에 음식 담아 갖고 돌아다니는 것들부터 지들끼리
잡담하는 것들, 술 먹는 것들.. 등등해서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네? 아내는 옆에서 아예 자
고 있구. "어허! 자네는 이 좋은 구경을 두고 잠이 오는가?" 흔들어 깨워서 구박을 했더니
나오는 건 게으른 하품... 이제부터는 끝날 시간이나 기다리는 수밖에... 그냥 가고 싶어도
우리를 데려갈 오토바이 아저씨가 와야 가지. 결국 한시간을 끌더니 지루했던 공연이 끝났
다. 종업원이 와서 계산서를 내미는데 24불(식비 11불*2명 물 1불*2병). 공연은 8시반에 끝
났는데, 아까 오토바이 아저씨랑 8시50분에 만나기로 했으니 다시 기다림... 그러나 목 빠지
게 기다려도 아저씨는 안 오네? 벌써 9시가 넘었는데... 이런.. 까먹었나? 아까부터 다른 오
토바이 기사들이 타라고 꼬시는데, 밤이라 좀... 그랬다. 밖에서 마냥 기다리던 우리는 좀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서 종업원에게 말을 했다. 그랬더니... 지배인쯤 되는 듯한
분이 내가 데려다 주겠다면서 오토바이를 태워 주네? 하하... 고맙기도 해라...
사족:
1) 자스민앙코르식당의 뷔페메뉴에는 아목과 가리가 없다. 먹고 싶으면 따로 돈을 내고 주
문해야 한다.
2) 이번에 올리는 사진은 프레아칸에서 나를 안내해 줬던 가이드 녀석이다.
점심을 먹고는 숙소에 돌아와서 취침. 한낮에는 너무 더워서 구경다니기도 힘들고, 사실 오
전내내 거의 걸어다닌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암튼 불과 한나절인데도 얼마나 피곤했는
지 꿈까지 꾸며 단잠을 잤다.
2시30분에 일어나서 오후 관광 시작. 제일 먼저 간 사원은 [프레아칸]. 규모도 제법되고 나
름대로는 볼만한데, 어느 캄보디아 소년이 내게로 왔다. "제가 안내하면서 유적에 대해 설명
을 해 드릴께요. 그럼 제게 팁을 주세요." 나야 뭐 좋다고 했지. 사실은 내게 접근해 오기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녀석이 우리 부부를 안내하면서 설명을 하는데... 놀라운 것
은 녀석의 영어실력. 일단 유적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으며, 당연히 설명도 유창. 발음도
상당히 정확. 허허.. 이럴수가... 나중에 운전사 프롬에게 물어봤다. 녀석 참 대단하다고. 그런
데 이에 대한 프롬의 설명. 얘네는 영어를 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니랜다. 그럼? 친구들로부
터 하루에 하나씩 하루에 하나씩 배운거라고. 그렇기 때문에 글자는 모르고, 말만 할 수 있
다고 한다.
대단하지 않은가? 나를 안내했던 소년의 나이는 12살. 우리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 사실 얘
들은 아르바이트를 나온 것이 아니다. 대부분 부모는 아무 능력이 없어서 얘들이 가족을 부
양하는 것. 허허.. 예를 들어 내가 그 옛날 국민학생일 때 "너 오늘부터 영어 배운 다음 경
복궁같은데 가서 외국인들 안내 좀 해서 돈 좀 벌어와라" 이랬다면 할 수 있었을까?" 영어
도 내가 알아서 배우고... 난 못한다. 그럴 능력이 안되기 때문. 학교를 다녔어도 걔보다 영
어를 못하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입구에서 만난 녀석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서 설명을 들으니 오전처럼 그냥 혼자 책자를
보면서 다닐 때하고는 느낌의 정도가 달랐다. 유적에 대한 경외심이 느껴지는 한편 내 공부
가 부족하여 10배로 즐기지 못함이 안타깝다. 힌두교에 대한 최소한의 소양도 없으니 말을
해줘도 제대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당연. 이럴 줄 알았으면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오는 건
데... 때늦은 후회까지 해가며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들었다.
이제 헤어질 시간. 녀석이 "어느 쪽 문으로 나가시겠습니까? 이제 제 설명은 여기까지입니
다."라고 끝을 맺어준다. 음... 수고비를 줘야지. 난 주머니에서 1불짜리 지폐를 꺼내 녀석에
게 건네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런데... 녀석이 안 받는 것이었다. 어허? 이눔봐라? 녀석
은 1불이 너무 적다고 했다. 입구에서 여기까지 들어오면서 줄곧 설명을 해 줬으니 5불은
받아야 한다는 것! 어허... 네가 돌았구나... 이 녀석의 말이 얼마나 말같지 않은지 글을 읽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오토바이 기사를 예로 들겠다. 대체로 오토바이 기사들이 아침8시
쯤부터 손님을 태우고 하루종일 유적지를 돌아다니면 끝나는 시간은 오후 5시가 넘어서다.
이렇게 해주고 받는 돈이 5불. 기사는 이 5불 중 1불로는 기름을 넣는다. 그리고 2불은 오토
바이 주인에게 준다. 결국 자신의 몫은 2불! 하루종일 고생해서 2불 번다. 그런데 아무리 설
명을 잘해줬다고는 하지만 불과 30분 남짓한 시간에 5불을 받는다? 나로서는 도저히 받아들
일 수 없다. 또 다른 예를 들자. 내가 묵은 앙코르톰호텔에서 세탁물을 빨아달라고 맡기면
청소하는 아줌마가 해 준다. 아래-위 한벌을 깨끗하게 빨아서 다림질까지 해 주는데 0.25불.
이 녀석 말대로 5불이면 빨래를 20벌 해준 것하고 같다. 이게 말이 되는가?
속에서는 열불이 나는데, 녀석은 끝까지 안 받는다. "나 그냥 간다?"하고 돌아서서 몇 발자
국을 갔다. 이러면 지가 쫒아오겠지... 근데, 뒤가 이상해서 돌아보니 그냥 있네? 어이쿠! 이
웬수같은 XX!! 이제는 내가 애원하기로 했다. 제발 받아줘라...응? 사실 1불이 그렇게 적은
건 아닌데, 아이구... 내 팔자야... (여행자가이드에는 1,000리엘이면 족하다고 되어있다. 1000
리엘=0.25불) 녀석은 녀석대로 자기는 내년부터 학교도 다녀야 한다고 하면서 사정하는데,
마음은 점점 약해지고... 사실 그냥 줄 수도 있지만, 내가 그렇게 해서 길들여놓으면 내 다음
에 오는 사람도 똑같이 곤란해질터. 성질 같아서는 그냥 가버리고도 싶은데 그건 더욱 말이
안되고... (서비스를 받았으면 값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 마침내 녀석이 돈을 받았다. 참... 되
려 내가 고맙더라구...
- 멋진 저녁시간 -
녀석과 싸우느라 더욱 힘들었던 [프레아칸]을 본 후 [닉핀]-[따솜]-[동 메본]을 둘러본 후
[프레럽]에서 일몰 감상. 마침 오늘이 12월31일이라 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
가 있다고도 하겠으나, 사실 해는 뭐 언제 어디서나 지는 것. 원래 일몰감상으로 유명한 곳
은 프놈바켕 언덕인데, 오늘 같은 날 거기 갔다간 사람에 쩌죽을 것 같아서 그냥 여기서 봤
다. 거긴 내일가지 뭐..
어둑어둑해진 길을 내려와 주린 배를 움켜쥐고 숙소로 귀환. 아침은 눈치보며 먹은 빵조각,
점심은 속이 이글거리는 닭고기덮밥이었으니, 이렇게 살다가는 곧 죽을 것 같았다. 하하!!
사실은 그게 아니고, 여행을 시작하며 나름대로 정한 원칙이 있었다. 원칙이란 첫째로 '가급
적 한국음식 안 먹기' 이유는 집에서 실컷 먹던 음식을 여기까지 와서 먹을 이유는 없으므
로. 둘째로 '하루 한끼는 노점에서 먹기' 그래야 직접 현지인들과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삶을
곁에서 보며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녁식사는 제대로 하기'. 우리는 여행을 온 것이
지 수행을 온 것이 아니다. 이 원칙들은 여행기간 내내 잘 지키려고 노력했는데, 실제로도
그러했다.
숙소로 오는 길에 프롬에게 물었다.
가장 대표적인 캄보디아 음식이 뭐유?
"아목! 가리!"
아목은 뭘로 만들어유?
"생선! 닭고기"
음... 생선이 좋겠군... 그럼 가리는?
"닭고기"
음... 생선아목하고 가리를 시켜서 먹으면 둘다의 맛을 한번에 볼 수 있겠군...
우리가 묵은 앙코르톰호텔 바로 앞에는 바욘레스토랑이 있다. 저녁에는 이곳에서 뷔페식이
가능하고 더불어 압살라댄스 공연도 볼 수 있다기에 서둘러서 가 보았다. (서두른 이유는
공연시작시간이 7시반이므로 그 전까지 식사를 마쳐야 하는 줄 알았음) 겉에서 보아도 번듯
하고, 깨끗하게 정돈된 실내에 종업원들도 모두 산뜻하게 제복을 입은 모습이 마음에 들었
다. 우리가 입구에 들어서자 종업원이 나오는데 "압살라 공연을 보고 싶은데요."하니까 여기
가 아니란다. 그럼 어쩌나... 그러자 종업원은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다른 누군가를 데려왔
다. 이 분이 직접 오토바이로 우리를 데려다 준다고 한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타는 오토바이.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오토바이는 자동차보다 위험한
것이 사실이고, 만약에 가벼운 상처라도 입는 날엔 변변한 의료시설도 없는데다 말도 안 통
하는 이곳에선 그냥 저절로 낫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조금은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뭐
가까운 거리인데... 죽기야 하겠어? 그러나 염려와는 달리 오토바이를 타고 밤 공기를 맞으
니 참 시원하다. 길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정겹고.. 우리는 불과 5분만에 다른 레스토랑에 도
착했다. 이곳의 이름은 [자스민앙코르레스토랑]. 아까 본 바욘레스토랑하고 비교하면, 새로
지은 모습이라는 것 빼고는 거의 비슷. 우리를 태워준 분은 쇼가 끝나면 데리러 오겠다는
고마운 약속까지 하고 갔다.
뷔페식당. 대부분의 손님은 서양인을 비롯한 외국인들. 현지 손님은 없는 것 같다. 무대 앞
쪽은 예약석인 듯 했고, 우리는 종업원의 안내로 중간쯤에 앉았다. 음식종류는 많이 차렸는
데, 맛은 뭐 그저 그렇다. 어차피 한국음식이 아닌 다음에야 많이 먹어도 배만 이상할 뿐인
데... 그나마 맛있는 건 꼬치구이들. 닭꼬치, 어묵꼬치, 생선꼬치 등등인데, 장에 찍어 먹으면
맛이 참 좋다. 나머지는 거의 모두를 한 젓가락 정도씩 집어다가 맛을 연구... 어떤 건 맛있
고, 어떤 건 이상하고... 하하!! 과일을 좋아하는 아내는 여기서도 과일맛을 연구... 아내가 특
히 환상을 가졌던 과일은 파파야. 이름은 어느 가수들하고 같아서 이미 귀에 익었고, 왠지
맛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기대에 찬 얼굴로 파파야를 가져왔는데... 때깔도 주황색인지
라 먹음직... 그러나... 밍밍... 맛은 밍밍한 맛이다. 한마디로 아무 맛이 없는 거지. 난 이게
아직 덜 익어서 그런가? 아님 내 혀가 잘못됐나? 헛갈릴 정도... 그저 실망...
접시를 들고 음식들 앞에 서서 아내와 뭘 먹을지를 의논하는데, 누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귀가 번쩍 트일 우리말에 놀라 뒤돌아보니 웬 비구니 한 분이 서 있네. 아이구... 반가와라!
"어머! 스님! 안녕하세요?"
"예"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공부하러 오신거예요?"
"예. 베트남하고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은 모두 불교국가잖아요. 그래서 쭉 둘러보며 스님들
을 만나고 있어요"
좋은 여행되시라고 인사를 했는데, 스님의 인상이 참 좋다.
식사를 마치고 담배를 피우며 기다리니 압살라 공연이 시작된다.(여긴 금연의 개념이 없어
서 좋다. 그냥 아무데서나 군불을 때도 괜찮으니..) 둥둥둥둥!!!! 뭔 악기 소리가 들리더니 남
녀가 나와서 이상한 몸 동작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게 춤인 모양. 압살라는 무슨 신화를 배
경으로 한 캄보디아의 전통 춤인데, 둘 다 무식하니 눈에 들어오는게 있나? 그저 눈만 껌뻑
껌뻑... 당연히 재미가 있을 턱이 없지. 아... 외국인들에게 우리 나라의 부채춤을 보여주면
이런 기분이 되겠군... 처음엔 박수소리도 우렁차고,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쉬도 터지더니
만, 좀 있으니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접시에 음식 담아 갖고 돌아다니는 것들부터 지들끼리
잡담하는 것들, 술 먹는 것들.. 등등해서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네? 아내는 옆에서 아예 자
고 있구. "어허! 자네는 이 좋은 구경을 두고 잠이 오는가?" 흔들어 깨워서 구박을 했더니
나오는 건 게으른 하품... 이제부터는 끝날 시간이나 기다리는 수밖에... 그냥 가고 싶어도
우리를 데려갈 오토바이 아저씨가 와야 가지. 결국 한시간을 끌더니 지루했던 공연이 끝났
다. 종업원이 와서 계산서를 내미는데 24불(식비 11불*2명 물 1불*2병). 공연은 8시반에 끝
났는데, 아까 오토바이 아저씨랑 8시50분에 만나기로 했으니 다시 기다림... 그러나 목 빠지
게 기다려도 아저씨는 안 오네? 벌써 9시가 넘었는데... 이런.. 까먹었나? 아까부터 다른 오
토바이 기사들이 타라고 꼬시는데, 밤이라 좀... 그랬다. 밖에서 마냥 기다리던 우리는 좀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서 종업원에게 말을 했다. 그랬더니... 지배인쯤 되는 듯한
분이 내가 데려다 주겠다면서 오토바이를 태워 주네? 하하... 고맙기도 해라...
사족:
1) 자스민앙코르식당의 뷔페메뉴에는 아목과 가리가 없다. 먹고 싶으면 따로 돈을 내고 주
문해야 한다.
2) 이번에 올리는 사진은 프레아칸에서 나를 안내해 줬던 가이드 녀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