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왓디 무앙타이(9)
- 이국의 아침 -
12월31일. 문득 눈을 떴다. 아직도 사위는 어둠만이 가득한데, 어제 너무 일찍 잠자리에 들
어서였을까? 갈증도 나고, 무엇보다 담배생각이 간절하다... 어둠 속에서 주섬주섬 담배갑을
챙기고, 냉장고에선 음료수도 하나 꺼내들고 방문을 나섰다. 계단을 내려와 로비로 나오니
의자에서 새우잠을 자던 종업원이 부시시 일어난다. 아이구.. 미안해라... "그냥.. 담배 피우러
온 거예요.." 공손하게 한마디 던지고 의자에 앉았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5시30분. 밖은
어둡고 아직 동은 트지 않았다. 어제 가게에서 사온 음료수를 마셨다. 아... 시원하다... 겉에
는 SAGIKO라고 제품이름이 씌어 있는데 만든 곳은 싱가포르. 산업기반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나라이다 보니 하다못해 이런 깡통음료까지 수입품이구나...
아무리 열대지방이라 해도 새벽은 차가운 법. 추워서 몸을 잔뜩 웅크리고 담배 한모금을 쭉
들이켜 본다... 참.. 낭만적이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던 순간부터 시작해서 방콕.. 아란
야프라텟.. 포이펫.. 그리고 이곳 씨엡립까지.. 불과 이틀간의 여정이었지만 돌이켜 보니 새롭
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밖은 점점 환해졌다.
6시30분. 올라가서 아내를 깨웠다. 난 간단히 씻고 아내는 꽃단장을 하고. (여자들은 참 이
해가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왜 화장을 하는지...)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벌레한테 안 물리는
약도 바르고, 햇빛에 안 타는 로션도 바르고... 이렇게 약과 로션으로 떡칠을 한 후 아침을
먹으러 글로벌로 갔다. 글로벌에서는 투숙객들을 위해 아침을 공짜로 제공하는데, 메뉴는 바
게트 빵과 잼, 그리고 버터. 나는 여기서 자는 사람이 아니니 먹을 자격은 없지만, 그냥 신
세를 지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다. 죄송.. 하지만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고 빵을 네 개
씩이나 먹어치웠다. 이따가 혹시 배고플지 몰라서.. 하하!!
전날 부탁해 놓은 대로 승용차가 왔다. 차는 일본산. 운전사는 프롬이라는 스물한살 먹은 캄
보디아 청년. 영어도 나보다 잘 하고, 무엇보다 착하고 순수해 보이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실제로도 그러함). 사실 혼자였다면 하루에 5불하는 오토바이를 이용했을텐데, 우리는 둘이
라 20불짜리 승용차를 부른 것.
8시 정각. 드디어 우리는 씨엡립의 아침 공기를 맡으며 앙코르 유적지로 향했다. 차를 타고
가며 주위를 둘러보니 당초에 상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화려한 모습. 외국자본에 의한 것이
라고는 하나, 곳곳에 으리으리한 호텔들이 즐비했다. 차를 몰면서 프롬이 설명해 주는데, 그
랜드앙코르호텔의 경우는 하루 숙박비가 2,000불. 한국돈 270만원! 으헐헐헐... 거리에는 아
침을 맞아 어디론가로 향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역시 프롬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에 사는 캄
보디아인들의 대부분은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청소같은 허드렛일을 한다고.. 재미있는
것은 오토바이에다 돼지를 꽁꽁 묶어 싣고 장에 가는 모습. 돼지가 하늘을 보고 발랑 누웠
는데, 허허!! 저걸 어떻게 저렇게 실었는지도 궁금하거니와 돼지가 저도 불편한지 계속 버둥
거리는데, 허허!!
마침내 도착한 곳은 앙코르유적의 정문. 빨간색의 솟을대문 앞에서 하차. 입장권을 만들어야
했다. 입장료는 하루권이 20불, 3일권이 40불, 7일권이 60불. 여행자가이드에 의하면 수박 겉
핧기로 대충 보려해도 3일은 걸린다니 우리도 3일권을 끊었다. 입장권의 대리사용을 막으려
는 목적인지 암튼 사진을 붙여야 하는데, 우리도 이미 알고 준비를 했건만 결정적으로 사진
을 숙소에 두고 왔다.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직원은 우리를 친절하게 사무실로
데려갔다. 즉석사진을 찍는 것이다. 카메라는 모두 두 대였고, 사진찍으려는 외국인들이 많
아 우리는 잠시 의자에 앉아 대기. 같이 기다리던 사람은 우리 부부와 동양인 여자 하나. 우
리를 데려온 직원은 우리가 심심해할까봐 그러는지 아까부터 얘기도 재미있게 하고, 연신
웃고 그랬는데.. 나한테 어디에서 왔냐고 묻는다. 서울 코리아! 내 옆의 아가씨는? 일본 오
사카! 내가 어떻게 왔느냐고 했더니 오사카에서 씨엡립까지 직접 비행기로 왔댄다. 일본은
직항로가 있는 모양이군... 직원은 우리를 보며 한국인과 일본인은 아무리 봐도 구분이 안
된다고 했다. 당연하지. 나도 안 되는데... 하지만 같은 동양이라도 중국사람은 알 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요? 직원 왈 고개를 연신 끄덕끄덕하며 "쉬에쉬에"하면 중국인이라고. 하하!!
직접 흉내까지 내면서 설명하는데 얼마나 우습던지.. 또 직원은 나보고 일본말 할 수 있는
것 있으면 아무거나 해보라고 한다. "오하요우 고자이마쓰" 일본 아가씨한테도 똑같은 걸
요구하니 "캄사합니다" 하하!!
- 앙코르 톰 -
앙코르 유적은 우리 나라의 통일신라에서 고려시대에 해당하는 시기에 이 지역에서 융성했
던 앙코르제국의 흔적들을 말한다. 유적이 분포하는 면적은 서울시 전체의 2/3 크기. 커다란
돌로 제단을 비롯해서 건물전체를 만들었는데, 주변 수십 킬로미터내에 이런 돌들이 없다고
하니 당시의 피눈물나는 노력과 희생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 종교적으로는 힌두교,
바라문교, 불교의 영향을 받아 건축되었으므로 유적을 제대로 보려면 이들 종교에 대한 이
해가 필요하다.(특히 힌두교) 세계 7대 불가사의중 하나.
입장권을 끊고 다시 차를 타고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호수가 나오고 그 너머로 앙코르와트
가 보인다. 멀리서 보아도 그 자태는 참으로 웅장하다.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팍세
이참크롱]이란 힌두교 사원. 맨 꼭대기에 탑이 있고, 사각형으로 4개의 층을 쌓아 만들었는
데, 사방으로 중앙탑에 오르는 계단이 있다. 주변을 한바퀴 빙 돌고나니 위에 뭐가 있을지가
괜히 궁금... 계단을 오르려고 시도를 해서 조금 올라가는데... 발딛는 곳의 폭이 매우 좁을뿐
더러 경사가 장난이 아니네? 네발로 기어오르다가 잠시 뒤를 돌아보니 슬며시 겁이 난다.
덜덜덜... 여행자 가이드에 보면 계단의 길이가 27M로 나와 있다. 그럼 높이는? 대충 경사각
을 70도로 보면 27M*sin70 대충 계산해도 20M이상. 즉 아파트 7층 높이니까 내가 올라갈
엄두를 못내는 것은 당연. 내가 계속 올라야 하는지 아님 말아야 하는지 헷갈려서 낮은 포
복으로 계단에 붙어 있는데, 밑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 "자기야! 빨리 내려와! 얼른!"
어이쿠 신나라.. 괜히 아내한테 겁쟁이라고 놀림받을까봐 은근히 걱정했는데, 다행이군.. 얼
른 내려가야지. 하하!!
앙코르톰 남문을 통과하여 맞이한 곳은 [바욘]. 아내와 나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서
그만 입이 딱 벌어졌는데... 커다란 돌덩이들을 쌓아 3개의 층으로 거대하게 만들어서 일단
눈에 들어오는 장엄함이 인상적인데다가 내부 통로들은 미로처럼 얽혀있고, 벽에는 그들의
신화에 나오는 여러 장면들이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었는데, 그 정교함은 돌이 아니라 나무
에 새겼다해도 놀랄 정도였다. 허허.. 그 동안 여행자들이 쓴 글에서 말했던 것이 이런 것이
었구나... 여기가 왜 세계 7대 불가사의에 끼는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이어서 [바푸온]-[피메나가스]-[레퍼킹테라스]-[꼬끼리테라스]까지 앙코르톰 내의 사원들을
둘러보니 해는 중천에 떠서 뜨겁고 무엇보다 배가 고프다. 점심은 유적내의 노점에서 해결.
(어제 사진으로 보여준 곳) 우리가 관광을 할 때도 그랬지만, 노점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캄
보디아 꼬마들이 와서 각종 물건들을 사라고 조른다. 종류를 보면 티셔츠, 스카프, 사진첩,
가방, 모자, 악세사리 등등 별게 다 있다. 애들의 나이는 보통 10살 내외.. 근데 하나같이 얼
마나 예쁜지 모른다. 물건 사라고 조르긴 해도 그 모습은 참 앙증맞다. 학교 다니니? 하고
물으니 오후에 간다고 하는데.. 사실 여부는 모른다. 형제는 몇이냐고 물으면 둘, 셋, 넷 정
도.. 굉장히 많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다. 정말 안아주고 싶고, 뽀뽀도 해주고 싶은데,
여행자가이드에 보면 어느 분이 얘네들 예쁘다고 그렇게 했다가 벼룩이 옮아서 온몸이 30분
만에 만신창이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그저 허허.. 했을 뿐. 한참을 기다리니 주문한 닭고
기덮밥과 야채국수가 나왔다. 가격은 각각 1불. 맛이야 뭐 솔직히 좋다고 할 순 없고, 그저
이것도 다 좋은 경험이려니 하며 먹는데, 냄새만 안 나도 참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을 가져
본다.
사족:
1) 차를 대절하는 이유는 유적지의 엄청난 규모 때문. 걸어다니면서는 도저히 구경 못함
2) 흔히 이곳을 앙코르와트라고 부르는데, 사실은 잘못된 표현. Angkor Wat는 이 유적지
내에서 가장 크고 보존상태가 좋은 사원이 앙코르사원이어서 그렇게 부르는 것. 어딘가에는
Angkor Ruins라고도 표기되어 있던데, 정식명칭은 Angkor Temples
3) 오늘 팍세이참크롱에서는 중도에 포기하지만, 내일 앙코르와트에서는 끝까지 올라가는데
결국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기대하시라...
4) 오늘의 사진은 앙코르톰 남문의 모습. 정문 오른쪽의 검은반바지에 흰티
입은 사람이 선생님이다.
12월31일. 문득 눈을 떴다. 아직도 사위는 어둠만이 가득한데, 어제 너무 일찍 잠자리에 들
어서였을까? 갈증도 나고, 무엇보다 담배생각이 간절하다... 어둠 속에서 주섬주섬 담배갑을
챙기고, 냉장고에선 음료수도 하나 꺼내들고 방문을 나섰다. 계단을 내려와 로비로 나오니
의자에서 새우잠을 자던 종업원이 부시시 일어난다. 아이구.. 미안해라... "그냥.. 담배 피우러
온 거예요.." 공손하게 한마디 던지고 의자에 앉았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5시30분. 밖은
어둡고 아직 동은 트지 않았다. 어제 가게에서 사온 음료수를 마셨다. 아... 시원하다... 겉에
는 SAGIKO라고 제품이름이 씌어 있는데 만든 곳은 싱가포르. 산업기반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나라이다 보니 하다못해 이런 깡통음료까지 수입품이구나...
아무리 열대지방이라 해도 새벽은 차가운 법. 추워서 몸을 잔뜩 웅크리고 담배 한모금을 쭉
들이켜 본다... 참.. 낭만적이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던 순간부터 시작해서 방콕.. 아란
야프라텟.. 포이펫.. 그리고 이곳 씨엡립까지.. 불과 이틀간의 여정이었지만 돌이켜 보니 새롭
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밖은 점점 환해졌다.
6시30분. 올라가서 아내를 깨웠다. 난 간단히 씻고 아내는 꽃단장을 하고. (여자들은 참 이
해가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왜 화장을 하는지...)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벌레한테 안 물리는
약도 바르고, 햇빛에 안 타는 로션도 바르고... 이렇게 약과 로션으로 떡칠을 한 후 아침을
먹으러 글로벌로 갔다. 글로벌에서는 투숙객들을 위해 아침을 공짜로 제공하는데, 메뉴는 바
게트 빵과 잼, 그리고 버터. 나는 여기서 자는 사람이 아니니 먹을 자격은 없지만, 그냥 신
세를 지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다. 죄송.. 하지만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고 빵을 네 개
씩이나 먹어치웠다. 이따가 혹시 배고플지 몰라서.. 하하!!
전날 부탁해 놓은 대로 승용차가 왔다. 차는 일본산. 운전사는 프롬이라는 스물한살 먹은 캄
보디아 청년. 영어도 나보다 잘 하고, 무엇보다 착하고 순수해 보이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실제로도 그러함). 사실 혼자였다면 하루에 5불하는 오토바이를 이용했을텐데, 우리는 둘이
라 20불짜리 승용차를 부른 것.
8시 정각. 드디어 우리는 씨엡립의 아침 공기를 맡으며 앙코르 유적지로 향했다. 차를 타고
가며 주위를 둘러보니 당초에 상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화려한 모습. 외국자본에 의한 것이
라고는 하나, 곳곳에 으리으리한 호텔들이 즐비했다. 차를 몰면서 프롬이 설명해 주는데, 그
랜드앙코르호텔의 경우는 하루 숙박비가 2,000불. 한국돈 270만원! 으헐헐헐... 거리에는 아
침을 맞아 어디론가로 향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역시 프롬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에 사는 캄
보디아인들의 대부분은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청소같은 허드렛일을 한다고.. 재미있는
것은 오토바이에다 돼지를 꽁꽁 묶어 싣고 장에 가는 모습. 돼지가 하늘을 보고 발랑 누웠
는데, 허허!! 저걸 어떻게 저렇게 실었는지도 궁금하거니와 돼지가 저도 불편한지 계속 버둥
거리는데, 허허!!
마침내 도착한 곳은 앙코르유적의 정문. 빨간색의 솟을대문 앞에서 하차. 입장권을 만들어야
했다. 입장료는 하루권이 20불, 3일권이 40불, 7일권이 60불. 여행자가이드에 의하면 수박 겉
핧기로 대충 보려해도 3일은 걸린다니 우리도 3일권을 끊었다. 입장권의 대리사용을 막으려
는 목적인지 암튼 사진을 붙여야 하는데, 우리도 이미 알고 준비를 했건만 결정적으로 사진
을 숙소에 두고 왔다.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직원은 우리를 친절하게 사무실로
데려갔다. 즉석사진을 찍는 것이다. 카메라는 모두 두 대였고, 사진찍으려는 외국인들이 많
아 우리는 잠시 의자에 앉아 대기. 같이 기다리던 사람은 우리 부부와 동양인 여자 하나. 우
리를 데려온 직원은 우리가 심심해할까봐 그러는지 아까부터 얘기도 재미있게 하고, 연신
웃고 그랬는데.. 나한테 어디에서 왔냐고 묻는다. 서울 코리아! 내 옆의 아가씨는? 일본 오
사카! 내가 어떻게 왔느냐고 했더니 오사카에서 씨엡립까지 직접 비행기로 왔댄다. 일본은
직항로가 있는 모양이군... 직원은 우리를 보며 한국인과 일본인은 아무리 봐도 구분이 안
된다고 했다. 당연하지. 나도 안 되는데... 하지만 같은 동양이라도 중국사람은 알 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요? 직원 왈 고개를 연신 끄덕끄덕하며 "쉬에쉬에"하면 중국인이라고. 하하!!
직접 흉내까지 내면서 설명하는데 얼마나 우습던지.. 또 직원은 나보고 일본말 할 수 있는
것 있으면 아무거나 해보라고 한다. "오하요우 고자이마쓰" 일본 아가씨한테도 똑같은 걸
요구하니 "캄사합니다" 하하!!
- 앙코르 톰 -
앙코르 유적은 우리 나라의 통일신라에서 고려시대에 해당하는 시기에 이 지역에서 융성했
던 앙코르제국의 흔적들을 말한다. 유적이 분포하는 면적은 서울시 전체의 2/3 크기. 커다란
돌로 제단을 비롯해서 건물전체를 만들었는데, 주변 수십 킬로미터내에 이런 돌들이 없다고
하니 당시의 피눈물나는 노력과 희생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 종교적으로는 힌두교,
바라문교, 불교의 영향을 받아 건축되었으므로 유적을 제대로 보려면 이들 종교에 대한 이
해가 필요하다.(특히 힌두교) 세계 7대 불가사의중 하나.
입장권을 끊고 다시 차를 타고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호수가 나오고 그 너머로 앙코르와트
가 보인다. 멀리서 보아도 그 자태는 참으로 웅장하다.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팍세
이참크롱]이란 힌두교 사원. 맨 꼭대기에 탑이 있고, 사각형으로 4개의 층을 쌓아 만들었는
데, 사방으로 중앙탑에 오르는 계단이 있다. 주변을 한바퀴 빙 돌고나니 위에 뭐가 있을지가
괜히 궁금... 계단을 오르려고 시도를 해서 조금 올라가는데... 발딛는 곳의 폭이 매우 좁을뿐
더러 경사가 장난이 아니네? 네발로 기어오르다가 잠시 뒤를 돌아보니 슬며시 겁이 난다.
덜덜덜... 여행자 가이드에 보면 계단의 길이가 27M로 나와 있다. 그럼 높이는? 대충 경사각
을 70도로 보면 27M*sin70 대충 계산해도 20M이상. 즉 아파트 7층 높이니까 내가 올라갈
엄두를 못내는 것은 당연. 내가 계속 올라야 하는지 아님 말아야 하는지 헷갈려서 낮은 포
복으로 계단에 붙어 있는데, 밑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 "자기야! 빨리 내려와! 얼른!"
어이쿠 신나라.. 괜히 아내한테 겁쟁이라고 놀림받을까봐 은근히 걱정했는데, 다행이군.. 얼
른 내려가야지. 하하!!
앙코르톰 남문을 통과하여 맞이한 곳은 [바욘]. 아내와 나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서
그만 입이 딱 벌어졌는데... 커다란 돌덩이들을 쌓아 3개의 층으로 거대하게 만들어서 일단
눈에 들어오는 장엄함이 인상적인데다가 내부 통로들은 미로처럼 얽혀있고, 벽에는 그들의
신화에 나오는 여러 장면들이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었는데, 그 정교함은 돌이 아니라 나무
에 새겼다해도 놀랄 정도였다. 허허.. 그 동안 여행자들이 쓴 글에서 말했던 것이 이런 것이
었구나... 여기가 왜 세계 7대 불가사의에 끼는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이어서 [바푸온]-[피메나가스]-[레퍼킹테라스]-[꼬끼리테라스]까지 앙코르톰 내의 사원들을
둘러보니 해는 중천에 떠서 뜨겁고 무엇보다 배가 고프다. 점심은 유적내의 노점에서 해결.
(어제 사진으로 보여준 곳) 우리가 관광을 할 때도 그랬지만, 노점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캄
보디아 꼬마들이 와서 각종 물건들을 사라고 조른다. 종류를 보면 티셔츠, 스카프, 사진첩,
가방, 모자, 악세사리 등등 별게 다 있다. 애들의 나이는 보통 10살 내외.. 근데 하나같이 얼
마나 예쁜지 모른다. 물건 사라고 조르긴 해도 그 모습은 참 앙증맞다. 학교 다니니? 하고
물으니 오후에 간다고 하는데.. 사실 여부는 모른다. 형제는 몇이냐고 물으면 둘, 셋, 넷 정
도.. 굉장히 많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다. 정말 안아주고 싶고, 뽀뽀도 해주고 싶은데,
여행자가이드에 보면 어느 분이 얘네들 예쁘다고 그렇게 했다가 벼룩이 옮아서 온몸이 30분
만에 만신창이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그저 허허.. 했을 뿐. 한참을 기다리니 주문한 닭고
기덮밥과 야채국수가 나왔다. 가격은 각각 1불. 맛이야 뭐 솔직히 좋다고 할 순 없고, 그저
이것도 다 좋은 경험이려니 하며 먹는데, 냄새만 안 나도 참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을 가져
본다.
사족:
1) 차를 대절하는 이유는 유적지의 엄청난 규모 때문. 걸어다니면서는 도저히 구경 못함
2) 흔히 이곳을 앙코르와트라고 부르는데, 사실은 잘못된 표현. Angkor Wat는 이 유적지
내에서 가장 크고 보존상태가 좋은 사원이 앙코르사원이어서 그렇게 부르는 것. 어딘가에는
Angkor Ruins라고도 표기되어 있던데, 정식명칭은 Angkor Temples
3) 오늘 팍세이참크롱에서는 중도에 포기하지만, 내일 앙코르와트에서는 끝까지 올라가는데
결국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기대하시라...
4) 오늘의 사진은 앙코르톰 남문의 모습. 정문 오른쪽의 검은반바지에 흰티
입은 사람이 선생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