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뇽이의 태국-라오스 여행기(12)
- 훼이싸이 -
2018년 1월23일(화). 아침 7시쯤에 밖에 나와 봤다. 저 앞에 스님들이 지나가고, 바닥에는 딱밧을 하는 여인들이 있다. 이런 모습에서 라오스가 불교국가임을 확실하게 느낀다.
아침식사는 Bar How? 라는 독특한 이름의 음식점에서 볶음밥으로 했다. 볶음밥은 마땅한 메뉴가 떠오르지 않을 때 항상 훌륭한 대안이 된다.
환전소에서 태국돈의 일부를 라오스의 낍(kip)으로 바꿨다. 환율은 1,000밧이 230,000낍 정도이다.
스피드 보트를 타겠다는 일행과는 여기서 헤어졌다. 배타는 시간까지 여유가 생긴 나는 인근에 있는 사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름은 왓 쫌카오 마니랏(Wat Chom Khao Manirat). 나가 모양의 계단을 따라 언덕을 올라야 한다.
대법전의 불상은 상당히 화려하다. 이런 시골에 이렇게 예쁜 사원이 있으리라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1880년에 건설되었다는데, 주요 건물은 이후에 새롭게 건축된 모양이다.
이곳에 와 본 여행자는 몇 명이나 될까? 아침에 국경을 넘어 들어오면 당일 오전 중에 배를 타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므로 훼이싸이에서 잠을 자거나 아침에 이곳에 들를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가까이에서 보니 불탑들도 참 예쁘다.
훼이싸이의 매력은 여기서 보는 메콩강의 모습에 있다. 특히 해가 질 무렵의 메콩강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이번 여행에서 훼이싸이에서 1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다.
- 슬로보트 선착장 -
훼이싸이에는 시내를 중심으로 정반대의 방향으로 각각 스피드 보트와 슬로 보트의 선착장이 있다. 이 중 슬로 보트 선착장은 시내에서 북쪽으로 1.5km 떨어져 있다. 선착장까지는 구태여 걷거나 따로 썽태우를 탈 필요가 없다. 배표를 구입하면 픽업서비스가 포함된다.
픽업 썽태우에서 만난 벨기에 출신 남녀. 배낭에 자신이 다녀온 나라들의 국기를 붙였는데 멋있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나도 저렇게 해볼까...
선착장 도착.
치앙콩과 훼이싸이 사이에 다리가 놓여 있긴 하지만, 시내에서 10km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오고 가려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따라서 여기 사람들은 이렇게 배표를 사서 다닌다.
배에 오르기 전에 점심을 준비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배 안에서도 음식물을 팔지만 많이 비싸다고 한다. 하지만 나도 사먹어 보질 않아서 얼마나 비싼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선착장 부근 가게에서 샌드위치와 과일, 그리고 커피를 구입했다. 샌드위치를 바나나 잎으로 싼 모습이 정겹다.
배 안의 모습. 서양 사람들이 주류이고, 한국 사람은 1명을 봤다. 몇몇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양 사람들도 내가 아는 정도의 정보는 가지고 있었다.
- 느림의 미학 -
원래 보트의 출발 시각은 11시였지만 실제로는 30분 정도 더 승객을 태우고 떠난다. 하루에 7시간씩 꼬박 이틀을 가야 하니 이제부터 할 수 있는 일은 조용히 바깥을 구경하는 것이다. 출발하면서 본 태국쪽 마을의 모습.
강변에 리조트를 짓고 있는 모양이다.
메콩강에서 보트를 운전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다. 그 이유는 바로 강의 곳곳에 솟아있는 암초들의 존재 때문이다. 암초들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면 대형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
슬로 보트에는 관광객들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탄다. 강변에는 아무런 이정표도 없이 비슷한 풍경이 몇 시간씩 이어지는데, 신기한 점은 사람들이 자기 집을 잘 찾아서 내린다는 점이다. 이렇게 강둑에 가족들이 마중 나오기도 한다.
강변에서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화물차까지 동원해서 일을 하고 있다.
강변에는 소를 방목하기도 하고, 그 옆을 보트가 지나고 있다.
이렇게 6시간을 달려 오후 5시 반에 빡벵에 도착했다. 배가 선착장에 닿기 전부터 어른은 물론 아이들까지 나와서 손님을 끌기에 바쁘다. 나는 그 전에 배에서 판매하는 숙소를 구입한 상태였다. 가격은 10만낍. 내가 영수증을 보여 주니까 젊은 친구가 내 트렁크를 들어서 트럭에 싣는다. 내 트렁크가 꽤 무거웠는데... 그나저나 팁을 줘야 하는 타이밍을 놓친 점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불편하다.
빡벵은 약 100미터 가량의 언덕배기가 동네의 전부이다. 나처럼 배 안에서 삐끼에게 구입한 숙소는 골목의 가장 끝에 있었다. 그래서 삐끼를 고용했구나... 그나저나 이렇게 하면 가격이 비싸다. 배 안에서 나는 10만낍에 샀는데, 여기까지 걸어온 사람은 5만낍에 살 수 있다.
여장을 풀고 저녁도 먹을 겸 동네 구경에 나섰다.
저녁에는 밥은 생략하고 싸이 아우어(Sai Auoe)를 안주삼아 비어라오를 마셨다. 싸이 아우어는 돼지고기로 만든 쏘세지인데 이번 여행에서 먹은 음식들 중 제일 맛있었다.
저녁을 먹고 나면 게스트하우스 1층 로비에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밖을 바라보는 것이 거의 유일한 할 일이다. 그런데 나는 이 느낌이 정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