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두번째 만나는 태국2 (호텔, 싼게 비지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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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두번째 만나는 태국2 (호텔, 싼게 비지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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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분들이 계시다고 생각하니 여행기가 안써지는 것이었슴다.
저는 깊은 밤 남편을 깨워 저의 괴로운 심경을 토로해 주었슴다.
여보, 나 연예인들 마약하는 거 이해가 돼. 그 부담감, 초조함, 두려움!!!
전율하는 저를 향해 남편은 차근차근 싸이와 조피디의 일화를 들려 주었슴다.
싸이는 결국 마약에 의지하다 망했지만 조피디는 저 하고 싶은 대로 다하고 망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부담 갖지 말고 그냥 편안하게 쓰고 싶은대로 써라... 그게 좋은거다.
그리고 담날 남편은 저를 이태원으로 데려가서 수끼를 사주었슴다.
수끼 맛있다고 했지? 수끼먹고 속차려! 여행기 쓴다, 게임한다, 컴 앞에서 밤새우지 마라 말이야~!
그래도 저는 기죽지 않고 씁니다. 이히~

첫 날 스토리입니다.

비행기는 오후 12시 5분 출발이었습니다.
저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6일간 신랑이 먹을 양식을 마련해두고 (제가 모르는 사이 세상이 이렇게 좋아졌을 줄 몰랐습니다. 전자렌지에 돌리기만 하면 밥도 나오고 반찬도 나오는 즉석 요리들이 어찌나 많은지...글구 남편이 젤 좋아하는 딸기도 꼭지 똑똑 따서 한광주리 쟁여놓고...) 집 앞에서 리무진을 탔습니다.
여름 9부바지에 여름 티셔츠, 그 위에 목도리를 두르고 윈드 브레이커 하나 걸쳤을 뿐이었지만 태국에 간다는 생각에 추운 줄도 모르고 무조건 떠났습니다.

은경탱이님과 만나서 서로 짐을 얼마나 알차게 꾸려왔는지 다소간 경쟁적인 자랑을 늘어놓은 뒤 환전을 했습니다.
작년에 갈 때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대략 1바트당 32원 주고 바꾼다, 생각하면 돈이 좀 남을겁니다.

출국장에 들어서기 전에 우선, 꼭 모닝커피를 마셔줘야 하루가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은경탱이님의 우아한 요구때문에 버거킹에 들어가 브레이크타임을 갖고...시댁으로 친정으로, 또 남편에게로 전화 몇통 하고...
그러다 보니 저런! 우리는 보딩 시간에 임박해서야 출국심사대에 이르렀습니다.
뱅기 몇번 타봤다고 제가 너무 여유를 부린 모양입니다.

그런데 인천 공항의 거대한 면세점을 처음 접한 은경탱이님, 화려한 온갖 브랜드의 유혹에 정신을 잃고 그만... 뱅기 좀 늦게 타면 어떻냐고 쇼핑 좀 하고 가자는 얘기였습니다.
음~, 순탄치만은 않을 여행이야~.
보딩시간은 이미 지나 있었습니다.
정말 미안한데 말이쥐, 더 늦으면 사람들한테 욕먹어...얼른 뛰기나 허자...
저는 롯데면세점 VIP카드를 쓸어보며 몇프로가 할인인데....하며 아쉬워하는 그녀의 손을 꼬옥 잡고,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방콕에도 면세점은 있을거야, 하고 달래면서.

쇼핑이 발단이 되어 무지하게 싸웠던 남편과의 지난 여행이 떠올라, 저는 만인에게 약속을 하고 떠났습니다.
내가 지난번에 샴푸며, 린스, 허접한 것들 얼마나 많이 사오느라 애먹었는데...이번엔 정말 아~무것도 ,아~무 것도 안살거야.
자기야~, 자기 힘들게 돈벌고 있을 걸 생각하면 내가 쇼핑할 생각 나겠으? 나, 설날 시댁에 가지고 갈 술 한병, 시어머니가 부탁한 와코루 윗도리 두장이랑 나라야 가방 두개 빼곤 암 것도 안살꼬야. 걱정마.
그러나, 절대로 안믿던 남편의 표정. 흐흐....결국 귀국했을 때 한보따리 풀러놓자 그 구경하는 재미에 남편이 더 좋아하더군요.
값나가는 건 하나도 없지만 태국판 3분 요리와 각종 소스 페이스트, 파인애플 잼에다가 불면 날아갈 태국 쌀까지 대한민국 서울 하계동 집안에 가만히 앉아서 구경하는 일이 흔치는 않으니까요.

각설하고, 첨 타본 싱가폴 항공, 무지하게 사람을 감동시키더군요.
머리 위 등불조차 안켜지고 라디오도 고장나 있던 필리핀 항공의 비행기에 비하면 비지니스석입니다.
각 좌석마다 개인용 전화기와 모니터, 스무가지가 넘는 채널과 각종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리모콘...비행기가 좋으니까 이런 비행기는 사고도 안날것만 같다는 생각이 마구 들어 고소공포증도 다 잊어버렸습니다.

은경탱이님과 저는 좌석 머리 부분에 기댈 수 있게 붙어있는 날개 쿠션이 우리나라 버스에도 있네, 기차에만 있네, 하는 유치한 문제로 논쟁을 하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방콕에 도착했습니다.

음~태국 냄새!
저는 두번째 와봤다고 능숙함을 뽐내며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아뿔싸! 첫번째 사고.
아침에 입고 나왔던 윈드브레이커를 내리기 전에 착착, 접어서 지퍼백에 넣어 들고 있었는데 비행기 안에 두고 내린 것이었습니다.
싱가폴 항공 죄석도 보라색, 제 옷주머니도 보라색...
할 수없이 스탶들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구했지만 점퍼를 접어서 백안에 넣었다는 게 이해가 안되는지, GAP 이라는 상표를 모르는지, 아무리 설명을 해도 그런 게 없다고 하면서 웬 점퍼 하날 들고 와서는 이 점퍼가 네 점퍼냐~ 하고 신령님처럼 묻는데...
쩝~, 주머니에서 퇴계이황 할아버지 얼굴 박힌 지폐 몇장이 나오는 걸로 봐서 동포의 점퍼가 분명하나, 저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소동을 겪는 동안 모든 사람들이 이미 공항을 빠져나가고 저희는 꼴찌로 나와서 입국장 앞에서 손님 내려놓는 택시를 탔습니다.
액땜했구나...하면서요.
다시 만나는 태국 거리!
저는 반가웠지만 은경탱이님은 아직 얼떨떨한 듯 "난 외국 나온 기분이 아직 안든다."
저는 익숙하게 "빠이 롱램 마노라 카." 했습니다.

지난 번 여행 때 새벽 3시에도 혼자 택시타고 실컷 왔다갔다 했던 기억에 택시라면 뭐, 그리 어렵지도 않게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저만의 착각이었나 봅니다.
덩치 큰 남편이랑 탈 때랑 과년한 여자 둘이서 달랑 탈 때랑 그렇게 다를 줄이야...

뭐가 다르냐구요... 돈 말입니다요. 지난번 여행 장부를 보면 월텟-공항 80밧 내외.
그에 기준해서 볼 때 저희는 기간 중 내내 그 두배 이상을 늘 지불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기사 아자씨들이 은근슬쩍 고속도로를 안타나...이리저리 돌아다니지를 않나...시장통 좁은 골목길로 일부러 들어가서 몇십분씩 막혀 서있지를 않나...
그렇다고 항의를 하자니 태국말도 모를 뿐더러 혹시나 엉뚱한 데로 납치되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에...
머, 저야 그러면 옳다구나, 하고 아저씨 좋은 데 좀 데려가 주세요, 하고 역으로 꼬셔서 실컷 찜쪄먹을 자신까지도 있지만 아직 시집도 못가본 은경탱이님은 맘도 약한데 무슨 수로 그 엄습해 오는 불안감을 당해내겠습니까요.

암튼 거의 방콕 시내를 한바퀴 다 돌아 다닌 연후에야 제가 예약해간 호텔에 당도했는데...크악!

우리 은경탱이님, 사실 패키지 여행에 딱! 인 분입니다요.
여행 가자고 할 때부터 제게 막연하게 해외로 가자고 한마디 했을 뿐 태국으로 가는 것도 비행기와 호텔을 예약하는 것도 일정을 짜는 것도...모두 제가 알아서 해야했지요.
출국 심사부터 호텔 체크인, 투어 예약 등 모든 가이드 역할도 모두 제 몫이었구요.
그녀는 그저 편안하게 자고 먹고 구경다닐 것만을 상상하고 온 듯 했습니다.
저 역쉬~ 그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서 가기 전부터 거듭 확인을 시켜주었지요, 내가 지난번에 갔을 때 말야...여관비도 안되는 돈으로 자꾸지 딸린 수영장 있는 좋은 호텔에서 무지하게 아침 부페 잘먹고 말야, 새우 같은 거 실컷 먹어도 음식 값도 무지 싼 편이구 말야...기타등등...

그러나, 지난 기억만을 믿고 턱하니, 예약해 두었던 싼 값의 호텔은......그야말로 싼 호텔이었습니다.
너무나 허접한 거리에(택시도 잘 안서서 늘 한참 걸어 나와 차를 타곤 했습니다) 있는 너무나 허접한 건물, 허접한 로비, 허접한 아침 식사와...허접한 엘리베이터, 허접한 직원들.
물론 여기보다 더 허접한 곳도 있을테고 사람마다 느낌도 다 다르겠지만 제가 이 곳에 정말 실망하게 된 것은 방안에 아무렇게나 비치되어 있던 C로 시작하는 피임용품.
아, 그러니까 러브호텔로 온거로구나.

그리고 우리가 그 호텔에 들어가서 처음 만난 사람들은 금목걸이에 깽깽이 복장을 하고 저희 두 여자에게 사정없이 농짓거리를 해오던 허접한 태국 남자들이었습니다.
무써웠지요, 욕실에 물은 어찌나 이상한 방식으로 나오던지, 길쭉 빵빵한 바퀴벌레들은 어디서 그렇게 스물스물 자꾸 기어나오는지....

저는 은경탱이님에게 자꾸만 미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싼값에 근사한 호텔에서 호사할 수 있다고 큰소리 뻥뻥 쳐 놨는데...

지지- "이찌...파타야 호텔은 가면 진짜 좋을거야, 거기도 하루에 4만원 정도 밖에 안하지만 시설은 진짜 좋대...여기 봐, 헬로 태국에도 고급 리조트라고 분명히 써있지?"
은경탱이- "우리 여기서 그냥 나가서 다른 호텔 잡으면 안되냐?"
지지- "그래도...예약하고 선불했는데 아깝자나..."
은경탱이- "그럼 여기선 잠만 자고 주로 밖에 나가 돌아다니자, 새벽에 나갔다가 밤에 들어오자"
지지- "그래, 그래야쥐, 하지만 여기 분위기로 봐서 넘 늦게 들어오다간 사고 날 것 같애..."
은경탱이- "난 외국 나온 기분이 아직 안든다."

우리는 외국 나온 기분을 느끼기 위해 일정대로 리버사이드 호텔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디너크루즈 배에 올랐습니다.
정말 큰 배, 가득 찬 태국 현지인들, 그리고 한 쪽에선 열심히 TV 요리프로를 찍고 있었습니다.

저는 은경탱이님에게 외국나온 기분을 느끼게 해주려고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 태국 요리들을 시켜주었습니다.
싱하맥주와 향신료가 가미된 코튼피쉬, 카우팟꿍, 꿍츱뺑텃, 그리고 생선 냄새나는 칩도 먹었습니다.
남쁠라 좀 주세요! 주문해 가면서...

그러나 은경탱이님의 기분은 영 외국에 나온 것 같지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녀는 그이상의 무엇을 원하는 듯 했습니다.
우리는 야경을 보며 식사를 마치고 뱃머리에서 바람도 쏘이고 하다가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그 유명한 나이트 타임!
우리는 비록 너무나 피곤했고, 추웠지만 비로소 외국에 나온 기분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머어머, 쟤네들 춤추는 것 좀 봐. 어머머, 저 율동!!!"
"얘, 저기 옆에 고영욱 같이 생긴 남자애 보이니...어머머, 기엽당~!"
"으미, 여기도 사이키 조명 돌아가네...춤추는 사람들이 거의 30대 이상인데...?"
"노래 죽이지 않냐, 아항! 따라부르기 쉬운 멜로디!"
"너, 저기 화장하고 돌아다니는 남자 봤어? 여기선 저런 남자 흔하다..."
"어? 어디? 어디? 아이~ 속상해, 못봤잖아..."
"이제 외국 나온 기분 좀 들어?"
" 엉, 쪼끔 들어..."

우리들의 유치찬란한 멘트는 이어지고 밤은 깊어갔답니다.
3 Comments
은경탱이 1970.01.01 09:00  
재밉당~ 아직 재미난 야기보따는 안 푼것 같군! 기대하쥐...<br>근데 내가 왜 은경탱이가 되버린거지? 나~ 은경탱이 안하면 안될까까까.....
새색시 1970.01.01 09:00  
역쉬..재기발랄한 지지퍼그님의 글은 기분을 넘 상쾌하게 만드는군요.매일 기다리겠습니다...지지퍼그님팬
^^ 1970.01.01 09:00  
드디어 시작이네요... 처음글부터 찡한 것이<br>다음편이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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