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에 쓰는 여행기 - 쇼너와 레커의 태국 배낭여행(23)
1999년 3월 10일(수) 푸켓 3차대전
이미 피피섬을 다녀온 우리에게 빠똥해변은 별 매력이 없어보였다. 지프와 오토바이를 렌트해서 다니는 서양애들과 환락가를 주변으로 펼쳐진 광경들은 그다지 달가운 것은 아니었다. 마치 순수한 여고생을 만난 후, 나가요 언니를 만난 느낌이랄까?
물론 둘다 상이한 매력과 재미가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전자를 어떤 사람은 후자를 더 좋아할 수도 있으나 나와 레커는 전자를 더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냥 해변가에서 바다만 쳐다보고 있다가 사진이라도 찍으려는데, 아뿔싸 싸우다가 급하게 나오느라고 호텔에다가 사진기를 두고 온 것이었다. 에구… 사이먼쇼를 보면서 사진을 찍어야하는데….
그래서 어떻게 할까 레커랑 상의끝에 레커를 빠똥해변에 널리고 널린 호텔 로비에 잠시 두고 나는 오토바이택시를 타고 호텔에 가서 카메라를 가져오기로 하였다.
한 30분이나 걸렸을까? 오토바이 택시의 성능은 오빠 땡겨~정도는 아니었지만 석양무렵으로 넘어가는 시간에 바람을 맞으면서(기사 아저씨의 땀냄새도 좀 맡으면서) 달리는 기분은 상쾌한 데가 있었다.
다시 카메라를 가지고 돌아오니 레커는 호텔로비에서 한가롭게 가이드북을 읽고 있었다. 지도를 보니 사이먼쇼를 하는 곳은 별로 멀지 않아 보여서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마땅히 할일도 없고… 레커와 나는 사람과 외부를 차단하는 벽이 있을수록 여행의 재미가 반감된다고 생각하던터라 걸어가는 것을 선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이먼쇼를 여행사에서 예약하면 픽업 서비스가 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까닭도 있다. (역시 아는 것이 힘이다)
지도상으로 가까워 보였던 사이먼 카바레는 생각보다 멀었고, 재미도 없는 길을지루하게 걸어야했다. 그런데 신기했던 것은 왠 개 한마리가 우리 앞을 계속 일정한 간격으로 앞질러가면서 간격이 벌어지면 뒤를 돌아보며 꼭 우리를 안내하는 것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무슨 환상특급에라도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한참을 걸어서 우리는 사이먼 카바레에 도착했고 표를 끊었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단체관광객 분위기었고 예상보다 썰렁해서 좀 실망스러웠다.
어느덧 입장시간이 되어 들어가니, 꼭 극장같이 생겼다. 웨이터가 와서 음료수를 뭘 먹겠냐고 물어봐서 오렌지 주스를 달라고 했더니 왠 김빠진 환타 비슷한 걸 가져다준다. 헉~ 점점 실망되기 시작이다. 뭐 별다르게 큰 기대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드디어 불꺼지고 쇼가 시작되었는데… 쭉쭉빵빵한 언니(?)들이 나와서 정말로 쇼를 한다. 그 내용이야 뭐 널리 알려진 것이니까 별로 언급할 필요는 없겠고, 레커와 나는 누가 더 여자같은가 혹은 누가 더 예쁜가를 비교하며 비교적 재미있게 관람을 했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의식한 듯한 부채춤을 보며, 좀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1인 2역(남자와 여자옷이 반씩 붙은 옷을 입고 하는 것)을 보며 아이디어 좋다고 감탄도 하고, 어부의 딸인지 전체가 그물(망사?)로 된 옷을 입고 춤추는 댄서의 탄력있는 가슴이 실리콘인지 식염수인지등등… 시덥지 않은 농담을 하면서 푸켓 1차, 2차대전의 상흔을 잊어갔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시간동안 쇼가 계속되었고… 그다지 지루하지도 않은, 그렇게 열광할 필요도 없는 재미거리라는 감상을 남기고 쇼는 끝이 났다.
끝나고 나니 트랜스젠더들이 출입구 바깥까지 나와서 관광객들에게 약간의 팁을 받고 사진을 찍는데 이것이 푸켓 3차대전의 시작이었다.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를 상상만해도 소름이 끼치는 것처럼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울렁거리면서 몸둘바를 모르겠다. 아마도 나의 바보같음과 대처능력 부재에 쪽팔리기 때문일 것이다.(소름끼쳤지~?)
사연인 즉슨, 끝나고 나오니 사진을 여러군데서 찍고 있어서, 레커랑 나도 사진을 찍었다. 한 사람과 찍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주위에서 우르르 달려들어서 한 5명의 트랜스젠더들과 사진을 찍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팁을 주려고 지갑을 열어 20B인가를 꺼냈더니(충분한 금액이었다) 막 몰려들어서 정신없이 떠들어 대는 것이다.
쇼너 : (20B를 꺼내며) 감사합니다.
트젠들 : 이건 너무 적어… 우리 사람이 몇 명인데?
쇼너 : (누가 달려와서 찍으랬어?) 어…어…(당황하기 시작…)
트젠들 : (손을 마구 내쪽으로 휘저으며) 더 달란 말이야…
쇼너 : (잔돈이 더 있나 찾아보기 위해서 지갑을 다시 열음) ‘우쒸… 잔돈이 없잖아?’
(지갑을 뒤지다 500B짜리 지폐가 흘낏 노출되었음)
트젠들 : 그거야… 그거~~~ 그거 줘~~~
쇼너 : 이건 안돼…
트젠들 : (하이에나 같은 모션으로 500B짜리를 확 낚아채어 도망치듯 우르르 사라졌다)
쇼너 : 어…(당황해서 쳐다만 보고 있었음)
레커 : (옆에서 갑자기 등장해서) 쇼너 너… 뭐하는 짓이야? (지갑을 낚아채더니 저쪽으로 가버린다)
아… 글을 쓰는 지금도 식은땀이 흐른다. 중간에서 갑자기 바보된 나는 레커에게 다가갔다.
쇼너 : 레커야~
레커 : (무지하게 화난 표정으로) 너 바보지?
쇼너 : 아니 그게 아니라~ 상황이… (우쒸~)
레커 : 500B면 얼마나 태국에서 큰돈인줄 알아?
쇼너 : …
레커 : (더 이상 말을 안한다 = 레커 정말 화난 것임)
그리하여 빠통해변까지 레커 화나서 씩씩거리면서 앞에서 가고, 별로 잘한 것 없는 나는 뒤에서 쭐래쭐래 따라가는 형국이 되었다.
시간은 이미 늦어서 빠통에서는 푸켓타운까지 가는 썽태우는 없고… 형형색색의 전구빛이 왜 그렇게도 야속하던지.
결국 레커는 길가에 앉아서 계속 말도 안하고 짜증만 내고… 참으로 답답한 형국이 되었던 것이다.
뭐… 내가 잘못을 인정하고 한번만 용서해 주~ 이렇게 해서 택시를 타고 펄호텔로 돌아와서 조용히 자는 것으로 험난한 푸켓의 첫날을 마쳤지만 그 이후로 난 아직도 푸켓에 대한 인상이 아주 안좋다.
기억조차 끔찍한 이름 푸켓이여~
이미 피피섬을 다녀온 우리에게 빠똥해변은 별 매력이 없어보였다. 지프와 오토바이를 렌트해서 다니는 서양애들과 환락가를 주변으로 펼쳐진 광경들은 그다지 달가운 것은 아니었다. 마치 순수한 여고생을 만난 후, 나가요 언니를 만난 느낌이랄까?
물론 둘다 상이한 매력과 재미가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전자를 어떤 사람은 후자를 더 좋아할 수도 있으나 나와 레커는 전자를 더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냥 해변가에서 바다만 쳐다보고 있다가 사진이라도 찍으려는데, 아뿔싸 싸우다가 급하게 나오느라고 호텔에다가 사진기를 두고 온 것이었다. 에구… 사이먼쇼를 보면서 사진을 찍어야하는데….
그래서 어떻게 할까 레커랑 상의끝에 레커를 빠똥해변에 널리고 널린 호텔 로비에 잠시 두고 나는 오토바이택시를 타고 호텔에 가서 카메라를 가져오기로 하였다.
한 30분이나 걸렸을까? 오토바이 택시의 성능은 오빠 땡겨~정도는 아니었지만 석양무렵으로 넘어가는 시간에 바람을 맞으면서(기사 아저씨의 땀냄새도 좀 맡으면서) 달리는 기분은 상쾌한 데가 있었다.
다시 카메라를 가지고 돌아오니 레커는 호텔로비에서 한가롭게 가이드북을 읽고 있었다. 지도를 보니 사이먼쇼를 하는 곳은 별로 멀지 않아 보여서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마땅히 할일도 없고… 레커와 나는 사람과 외부를 차단하는 벽이 있을수록 여행의 재미가 반감된다고 생각하던터라 걸어가는 것을 선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이먼쇼를 여행사에서 예약하면 픽업 서비스가 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까닭도 있다. (역시 아는 것이 힘이다)
지도상으로 가까워 보였던 사이먼 카바레는 생각보다 멀었고, 재미도 없는 길을지루하게 걸어야했다. 그런데 신기했던 것은 왠 개 한마리가 우리 앞을 계속 일정한 간격으로 앞질러가면서 간격이 벌어지면 뒤를 돌아보며 꼭 우리를 안내하는 것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무슨 환상특급에라도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한참을 걸어서 우리는 사이먼 카바레에 도착했고 표를 끊었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단체관광객 분위기었고 예상보다 썰렁해서 좀 실망스러웠다.
어느덧 입장시간이 되어 들어가니, 꼭 극장같이 생겼다. 웨이터가 와서 음료수를 뭘 먹겠냐고 물어봐서 오렌지 주스를 달라고 했더니 왠 김빠진 환타 비슷한 걸 가져다준다. 헉~ 점점 실망되기 시작이다. 뭐 별다르게 큰 기대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드디어 불꺼지고 쇼가 시작되었는데… 쭉쭉빵빵한 언니(?)들이 나와서 정말로 쇼를 한다. 그 내용이야 뭐 널리 알려진 것이니까 별로 언급할 필요는 없겠고, 레커와 나는 누가 더 여자같은가 혹은 누가 더 예쁜가를 비교하며 비교적 재미있게 관람을 했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의식한 듯한 부채춤을 보며, 좀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1인 2역(남자와 여자옷이 반씩 붙은 옷을 입고 하는 것)을 보며 아이디어 좋다고 감탄도 하고, 어부의 딸인지 전체가 그물(망사?)로 된 옷을 입고 춤추는 댄서의 탄력있는 가슴이 실리콘인지 식염수인지등등… 시덥지 않은 농담을 하면서 푸켓 1차, 2차대전의 상흔을 잊어갔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시간동안 쇼가 계속되었고… 그다지 지루하지도 않은, 그렇게 열광할 필요도 없는 재미거리라는 감상을 남기고 쇼는 끝이 났다.
끝나고 나니 트랜스젠더들이 출입구 바깥까지 나와서 관광객들에게 약간의 팁을 받고 사진을 찍는데 이것이 푸켓 3차대전의 시작이었다.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를 상상만해도 소름이 끼치는 것처럼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울렁거리면서 몸둘바를 모르겠다. 아마도 나의 바보같음과 대처능력 부재에 쪽팔리기 때문일 것이다.(소름끼쳤지~?)
사연인 즉슨, 끝나고 나오니 사진을 여러군데서 찍고 있어서, 레커랑 나도 사진을 찍었다. 한 사람과 찍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주위에서 우르르 달려들어서 한 5명의 트랜스젠더들과 사진을 찍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팁을 주려고 지갑을 열어 20B인가를 꺼냈더니(충분한 금액이었다) 막 몰려들어서 정신없이 떠들어 대는 것이다.
쇼너 : (20B를 꺼내며) 감사합니다.
트젠들 : 이건 너무 적어… 우리 사람이 몇 명인데?
쇼너 : (누가 달려와서 찍으랬어?) 어…어…(당황하기 시작…)
트젠들 : (손을 마구 내쪽으로 휘저으며) 더 달란 말이야…
쇼너 : (잔돈이 더 있나 찾아보기 위해서 지갑을 다시 열음) ‘우쒸… 잔돈이 없잖아?’
(지갑을 뒤지다 500B짜리 지폐가 흘낏 노출되었음)
트젠들 : 그거야… 그거~~~ 그거 줘~~~
쇼너 : 이건 안돼…
트젠들 : (하이에나 같은 모션으로 500B짜리를 확 낚아채어 도망치듯 우르르 사라졌다)
쇼너 : 어…(당황해서 쳐다만 보고 있었음)
레커 : (옆에서 갑자기 등장해서) 쇼너 너… 뭐하는 짓이야? (지갑을 낚아채더니 저쪽으로 가버린다)
아… 글을 쓰는 지금도 식은땀이 흐른다. 중간에서 갑자기 바보된 나는 레커에게 다가갔다.
쇼너 : 레커야~
레커 : (무지하게 화난 표정으로) 너 바보지?
쇼너 : 아니 그게 아니라~ 상황이… (우쒸~)
레커 : 500B면 얼마나 태국에서 큰돈인줄 알아?
쇼너 : …
레커 : (더 이상 말을 안한다 = 레커 정말 화난 것임)
그리하여 빠통해변까지 레커 화나서 씩씩거리면서 앞에서 가고, 별로 잘한 것 없는 나는 뒤에서 쭐래쭐래 따라가는 형국이 되었다.
시간은 이미 늦어서 빠통에서는 푸켓타운까지 가는 썽태우는 없고… 형형색색의 전구빛이 왜 그렇게도 야속하던지.
결국 레커는 길가에 앉아서 계속 말도 안하고 짜증만 내고… 참으로 답답한 형국이 되었던 것이다.
뭐… 내가 잘못을 인정하고 한번만 용서해 주~ 이렇게 해서 택시를 타고 펄호텔로 돌아와서 조용히 자는 것으로 험난한 푸켓의 첫날을 마쳤지만 그 이후로 난 아직도 푸켓에 대한 인상이 아주 안좋다.
기억조차 끔찍한 이름 푸켓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