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소녀 태국으로 컴백하다-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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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소녀 태국으로 컴백하다-14

시장소녀 1 866
그 동안 책에 나온 맛있는 곳만 찾아 돌아다녔다

씨암 센터에서 먹었던 씨즐러 샐러드 부페를 잊지 못해 핫 쑤언 깨우에 가서도 먹었구,

시장에서 태국식 순대꼬치랑 밥도 사먹고, 과일이야 당근 맨날맨날 먹어주고

세븐 일레븐은 출근 도장 찍고~ 헤헤

그렇게 꿈같은 며칠이 지나 드디어 마사지 수업 첫 날이다

집 앞에서 썽태우를 잡고 '항동' 했더니 타랜다. 게스트 하우스의 직원은 치앙마이 문 앞에서 타라고 했었는데, 여기서 타도 가는 거였군~

그런데, 이 기사 치앙마이 문 앞에서 떡 세워 주더니 그 노란 썽태우 기사한테 인계한다

물론 10밧 받아갔다...어쩐지...첨부터 말 들을껄...

이 수업은 외국인들을 위한 수업이라 병원 앞 마당에는 모두 서양애
들 뿐이었다

이 병원을 설립한 사람의 아들인 원장이 이론 수업을 맡는데, 영어 발음 진짜 웃긴다

나도 같은 외국인이라 알아듣는 데는 별 지장 없었지만, 네이티브들은 간혹 헷갈려 하는 것 같았다 후후후

그 분의 유행어가 있다

"이츠 쎄임. 벗! 디펄런트" 절대 "디퍼런트" 아니다 "펄"이다

나중에는 선생이 "이츠 쎄임" 하면 애들이 따라한다 "벗! 디펄런트~"

암튼 지루하지 않은 이론 수업을 끝내고 실전에 들어갔다. 우리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실습 교실로 들어갔는데

두 교실(?)에는 쭉 매트와 베개가 깔려 있다

마사지선생의 영어는 원장보다 나은 편이었고(^^:) 대걔 보면서 따라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 없었다

라고 생각했으나!!!

으아~분명히 본대로 다 적고 그리기까지 했는데 (내 별명이 필기의 여왕이다)

도대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는거다

파트너가 된 꺽다리 아저씨는 이렇게 해라 저거 해라 계속 잔소리다!

아니,다들 첨인데 어찌나 잘난 척이던지...

어쩐지~~ 전에 몇 번 배워 봤단다~

9시에 시작한 수업은 점심시간 1시간을 빼고는 빡빡하게 4시까지 이어졌는데,

끝나고 나서는 의무적으로 1회씩 받아야 하는 마사지 까지 받으니 완전히 녹초가 되어 한 걸음 옮기기도 힘들다

난 제일 쉬운 오늘 것만 해도 이렇게 어려운데 나보다 몸집도 작은 아줌마는 별 힘도 들이지 않고

1시간 반 동안 수다 떨어가면서 잘도 하신다. 옆에서 놀아주던 다른 아줌마는 뭘 먹었는지 내내 트름을 해대고..우엑!

거의 기다시피 돌아와(물론 썽태우 타고-10밧)세븐일레븐에서 낼 먹을 빵(farm house에서 나온 크림빵인데 진짜 맛나요 8밧!)을 사 들고
나의 스윗 홈 문을 열었다 드르륵

우잉!!!!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에 갈 때 같은 버스를 탔던 아저씨가 내 옆 침대에 있는 거다!!! 이럴수가!

한 동안 한국인을 못 봐서 그런지 넘넘 반가웠다

내 가방 보고 알아봤단다 ^^;;난 캐리어 끌고 다녔거든요

아저씨에게서 "호모 아카족"에 대한 경험담(밤새 끈질긴 유혹을 이겨내느라 너무나 힘들었다는...^^;;;)을 듣느라

어찌나 웃었는지 아이고 죽겠다~~

아저씨가 샤워기를 뿌러뜨려서 오늘은 샤워도 못하고 진짜 침대에 쓰러져 버렸다

아저씨가 옆의 일본애에게 잘자라고 일본어를 하니깐 한국어로도 알려 달란다

"안녕히 주무세요" 했더니 도저히 못 따라한다

"잘자~"를 가르쳐 줬다

"잘자~~~"



큰일났다...나 다이어트 하려고 했는데, 요 farmhouse표 빵 넘넘 맛있다

한 끼에 두 개씩 먹는다 속에 크림이 가득 찼는데, 어느 맛이든 다 맛난다. 아이고 지금도 먹고 싶다~~

그리구 콘레또 아이스크림콘! 딸기맛 아이스크림 위에 생크림 얹어진 18밧 짜리 콘인데..아으~ 환상의 맛이다

하나 먹고 있으면 곧바로 하나 더 먹고 싶어지는 환상의 맛!

아저씨도 나만 보면 아이스크림 중독자란다 하긴 볼 때마다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으니...--;;

아아..나의 다이어트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

내 여행의 모토였던 '고생해서 살빼기"는 언제적 이야기인지...

아침에 일어나니 삭신이 쑤신다

마사지를 배울 때 서로 파트너에게 해주므로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마사지를 받는 건데, 몸이 왜이리 쑤시냐...

말레이시안 여행가 아저씨가 내 자세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일꺼란다...아이고~이걸 제대로 다 배우기 전에 나 실려 가겠다

사실 장난으로 한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데, 여기서 배우는 40명 남짓한 외국인들은 무지 진지하다

많은 사람들이 요가를 배웠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쉬는 시간에도 나처럼 널브러져 있지 않고

여기 저기서 몸을 구기고 있다...흠...대단하다

어제 했던 약속대로 아저씨랑(부산사나이 조상현씨)랑 한국 음식점에 갔다

오늘 빌렸던 자전거 뒤에 타고 나 땜에 자전거가 안 나간다고 구박 받다가 웃다가 암튼 정신없이 가서 찾아낸 korean restaurant!

저것이 오아시스냐 천국이냐~

두 달 동안 한국음식을 못 먹었더니 메뉴만 봐도 행복하다

아이고 이걸 먹자니 저게 눈에 밟히고 저걸 먹자니 이게 아쉽고...

고심 끝에 난 김치찌개, 아저씬 육개장을 선택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밑반찬이 줄줄이 나오는데 그냥 말이 안 나온다 입만 벌어질 뿐~~

짠 줄도 모르고 계속 집어 먹었다~

바글바글 끓는 찌개~아 두 달 만에 먹는 한국음식이다!!!

내 위가 이렇게 짝다는 것이(사실 그리 작지도 않다) 이렇게 원통할 수가...흑

아저씬 내가 남긴 국물까지 해치웠다. 밥은 세 공기째였다

뱃속이 화~ 매운게 넘넘 기분 좋다~역시 우리나라 음식이 세계 최고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조금씩 수월해 지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남들보다 난 힘들다

생각해 보시라

서양것들, 특히 남자들, 뭘 먹었는지 팔다리 무지 길다

타이 마사지 받아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것이 깨작깨작 주무르는게 아니다

다리도 번쩍번쩍 들었다 놨다 해야 되구 몸도 이리저리 잡아당기기도 해야 되는데

내 덩치의 1.5배 정도 되는 이것들을 한 번 들을라 치면 젖 먹 던 힘까지 다 끌어내도 모자른다

주무르는 것도 그렇다 얘네는 내 팔 두 번 주무르면 끝난다

나? 5번은 해줘야 된다. 얘네는 니가 손이 작아서 섬세하기 때문에 부럽다고 한다.

너 내가 두 번 할 때 다섯 번씩 주물러 봐라 그 소리가 나오나 --

오늘도 보람찬 하루 수업을 마치고 세븐일레븐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한 바구니 가득 빵을 사고 서양것 뒤에 섰다

종업원 : (앞의 금발 서양인에게) 씩스티 밧 플리즈~

서양인 : 히어유아~

종업원 : 땡큐~

종업원 : (한 바구니 떡 올리는 내게 내게 분명한 어조로) 씨씹 하 밧~

나 : 말없이 45밧 낸다(삐졌다->맨날 그러니까 그러려니 한다)

종업원 : 컵쿤 카~

아아...그래... 여행이 오래 되서 난 동화된 거야 그러엄~ 내 외모가 얼마나 이국적인데~

그래.물론 몇몇..그래 솔직히 많은 타이인이 날 타이 사람으로 본다. 나한테 길 물어보는 타이인도 있었다.

설마 현지인으로 알았겠어? 아하하 ^^; 타이어를 할 줄 아는 외국인으로 알았을꺼다

그런데 왜 언니랑 같이 다닐 때 조차도 언니한테는 이뿐(일본인)이라 하구 나한테는 타이말을 했던 걸까..덴장

이 다음 날 있었던 일,

수업이 끝나고 썽태우를 잡아 탔다. 내 뒤를 따라 같이 수업을 듣는 듯한 외국인이 합승을 했다

잠시 날 보더니 한 마디 한다

"어쩌구 저쩌구 캅?"

허걱!

내가 태국 사람 아니라고 손을 휘휘 저어도 별로 안 놀랜다..--

"나 너랑 수업 같이 듣잖아" 그랬더니 알고 있댄다...

그럼 여지껏 마사지 코스 같이 듣는 태국인으로 안겨?? 허거덩

세븐 일레븐에서 또 있었던 일,

쵸코 하드를 사먹으려고 세븐일레븐에 들어갔다

쵸코맛이랑 바닐라 맛이 있는데, 난 쵸코 맛을 집어 계산대에 10밧을 내밀었다

내 돈을 받아든 종업원은 띠꺼운 표정으로 따다다~카 거린다

뭘 어쩌라고요~뭔 소리냐고요~~

말 중간에 알아 들은 11밧이라는 말 때문에 내가 돈을 잘못 냈다는 얘기인걸 알 수 있었다

바닐라는 10밧인데 쵸코는 11밧이다 뭐 이런 얘기였나보다

지갑에서 1밧을 꺼내 "쏘리~"하며 내밀었다

종업원 : 허거걱!!!

눈이 땡그래지며 놀라서 뒷걸음질을(!!!) 친다..나 참...--;;;




그 동안 나를 너무나 재미있게 해주셨던 상현 아저씨가 오늘 떠난다. 지금도 베트남 어딘가를 헤집고 다니실 테지?

그 분 때문에 며칠 간 넘넘 재밌게 보냈는데, 가신다니까 넘넘 아쉽다

미안하게스리 오늘은 학교까지 오토바이도 태워 주시고...

함께 저녁을 먹고 터미널로 가는 썽태우를 타는 아저씨를 배웅해 드렸다

몸 건강히 잘 다니셨음 좋겠다

내 여행도 오늘로 54일째에 접어들었다 이제 며칠 안 남았군



<사족>

마사지코스를 등록한 사람은 의무적으로 그 곳에서 실시하는 마사지를 1회 받아야 합니다.

1시간 반에 150밧부터 시작하는데, 방콕에서 1시간 100밧에 받았던 짜이디 마사지 보다 훨 나아서 돈 아깝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앞으로 우리가 배울 것을 간략하게나마 보여준다는 취지인데..까깝하죠..이거를 다 배울 생각 하면..--;;;

태국인으로 늘 오해를 받기는 했지만 모 기분이 나빴던 건 아닙니다. 헬로태국을 보고 외워두었던 태국어 덕분이지요

기본적인 대화는 꼭 태국어를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현지 사람들도 아주 좋아하고요. 기본적인 예의 아닐까요? 저도 편하고요

1 Comments
조제비 1970.01.01 09:00  
흐미... 이렇게 글을 올렸으면 연락을 해야지르... 오늘에서야 시장소녀가 희연씨인줄 알았어요. 저는 지금 베트남 나짱에 있습니다. 아~~ 그립다.. 아카족 호모 아저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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