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에 쓰는 여행기 - 쇼너와 레커의 태국 배낭여행(26)
1999년 3월 12일(금) 도보코스 3을 마지막으로…
태국 에어컨 버스의 악명(?)은 참으로 대단하다. 다른 얘기가 아니라, 어찌나 에어컨을 세게 틀어대는지 냉장고가 따로 없을 지경이다. 버스에서 나누어주는 담요(실제로는 커다란 타올이다)와 긴팔 남방, 혹은 얇은 봄점퍼를 걸치더라도 몸으로 스며드는 에어컨 한기를 막기에는 부족하다.
일설에는 야간버스이기 때문에 운전사가 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세게 튼다, 실제로 에어컨을 줄이면 금방 더워지기 때문에 온도를 맞추는 조작이 귀찮아서 그렇다… 등등 말이 많지만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른다. 나름대로 다 일리가 있어보이기는 하다.
사정없는 냉기에 언뜻 깨었다 잠들기를 몇차례 하고나니, 어느새 방콕근처에 왔나보다. 레커의 표현에 의하면 ‘동남아 냄새’가 심하게 나는 따뜻한 물수건과 사약만큼 진한 커피가 서비스 된다.
그 자극으로도 쉽게 잠은 깨지 않는다.
아무리 편한 VIP버스라고는 하지만 고정된 바닥에 붙어있는 침대만하겠는가?
어디까지나 ‘비교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남부터미널에 도착하니 새벽 6시다. 어스름 새벽에 안개가 어렴풋이 끼어있는 새벽 터미널의 모습은 여행자의 귀소본능을 자극했다.
남부터미널에서 카오산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카오산 쪽으로 좀 내려와서 육교를 건너야 한다. 육교위에서 바라보는 길의 풍경이 어찌나 한국과 흡사한지… 육교위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업종(?)도 비슷하다.
버스를 타고 카오산으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온 카오산에는 떠날때와 마찬가지로 늘 변함없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그 특유의 모습으로…
오늘도 일정이 잡혀있으니 미리 방을 잡고 움직여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시간이 너무 이른 관계로 좀 편히 방을 잡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왓차나쏭크람 뒤에 게스트 하우스 중에 로비에 의자 침대와 삼각형 쿠션(?)이 마련되어있는 곳이 있다. (어딘지 아시는 분은 다 아실거다… 노숙자들이 자주 이용한다고도 들었다. 그런데 기억이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그 곳에서 끈덕지게 달라드는 모기들을 물리치며 기다린 후에, 체크인을 했다. 에어컨 더블룸… 에어컨 성능은 훌륭했고 시설도 뭐 괜찮았다.
짐을 풀어놓고, 에어컨 바람 쐬면서 침대에 누워서 뒹굴뒹굴 쉰후에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지난번에 갔었던 금은방쪽 길건너 코너에 있는 자그만한 식당… 이름도 없다. 어제 저녁메뉴를 흡사하게 재현해 보았다. 대성공… 이제야말로 태국 음식 선택의 요체를 발견했다고나 할까? 마지막에 와서야 그것을 발견한 것이 안타깝기는 했지만, 태국에 다음에 올 때 써먹으면 되니까 괜찮은 것 아닌가?
배불리 먹어야 여행도 되는 법. 밥을 먹어 피와 마나(디아블로 식으로 말하면)를 채우니 새로운 힘이 솟았다. 마지막으로 도보여행 코스 3을 해보기로 했다. 차이나타운과 인도거리를 지나 왓 뜨라이밋등을 보고 다시 돌아오는 대략의 코스였다.
일단 차이나타운부터 가기로 한다. 가이드북을 참고해서 버스를 탔다. 카오산의 남쪽으로 향한다. 언제나 버스를 타면 내릴때를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늘상 그렇듯 버스안에는 친철한 태국인들이 있었다. 하긴 차이나 타운이야 척보면 아는 법이니까… 노랑 빨강 간판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한자들로 빼곡한 곳이 차이나 타운이다. 뉴욕과 싱가폴의 차이나타운이 그랬고, 역시 태국의 차이나타운도 마찬가지였다.
차이나 타운은 의외로 조용했고 우리는 야왈랏 거리를 따라서 거리풍경을 구경하며 왓 뜨라이밋을 찾아가고 있었다.
왓 뜨라이밋 근처의 큰 사거리(혹은 오거리였는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태권도장이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에서 근처인 것은 알겠는데 어느방향인지 감을 못잡겠는 것이었다. 그래서 교통정리하는 경찰(매우 더울 것같은 제복을 입고 있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것이 좋은 추억의 시발이었다.
쇼너 : 커 톳 캅. 왓 뜨라이밋 유 니타이 캅~
교통경찰 : (멀뚱하게 쳐다본다)
쇼너 : (태국어 발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요점만 말하기로 한다) 왓 뜨라이밋!
교통경찰 : 왓 뜨라이밋
쇼너 : 예.
우리의 대화는 여기서 끝났다. 그 다음부터 몸으로 보여주는 경찰의 행동이 있었으니… 갑자기 한손에는 레커를 한손에는 나를 붙잡고(옷 이런데를 붙잡은 건 아니고 손을 붙잡고) 복잡한 교차로 한가운데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차를 모두 세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허걱~ 신촌로타리만큼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복잡한 교차로였는데…
그러면서 우리가 원래 서있던 곳의 대각선 방향으로 우리를 데려다준다. 그러더니 손가락으로 골목을 가리키며 그쪽으로 들어가면 있다고 가르쳐준다. 그러더니 한 번 씩 웃고는 본연의 임무(교통정리)를 하러 돌아간다.
우리는 ‘컵쿤 막 캅’을 몇번이나 되뇌여야만 했다.
민중의 지팡이라면 저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태국 경찰의 딱딱한 표정도, 더워보이는 부츠도 좋게만 느껴졌다.
그 경찰 아저씨의 ‘씩 웃기’. 그 표정은 아직도 나에게 생생하다.
한 사람의 친절이 나라의 인상을 결정한다는 말은 관광공사의 광고문구에서나 볼 수 있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말이었던 거다.
친절로 감동을 준 경찰 아저씨를 뒤로하고 골목으로 들어갔더니 태국의 기타 사원과는 달리 약간은 협소하고, 뭔가 추레해보이는 사원이 있었는데 그 곳이 왓 뜨라이밋이었다.
왓 뜨라이밋의 압권은 황금불. 엄청난 중량을 자랑하는 그 황금불의 순도는 60
태국 에어컨 버스의 악명(?)은 참으로 대단하다. 다른 얘기가 아니라, 어찌나 에어컨을 세게 틀어대는지 냉장고가 따로 없을 지경이다. 버스에서 나누어주는 담요(실제로는 커다란 타올이다)와 긴팔 남방, 혹은 얇은 봄점퍼를 걸치더라도 몸으로 스며드는 에어컨 한기를 막기에는 부족하다.
일설에는 야간버스이기 때문에 운전사가 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세게 튼다, 실제로 에어컨을 줄이면 금방 더워지기 때문에 온도를 맞추는 조작이 귀찮아서 그렇다… 등등 말이 많지만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른다. 나름대로 다 일리가 있어보이기는 하다.
사정없는 냉기에 언뜻 깨었다 잠들기를 몇차례 하고나니, 어느새 방콕근처에 왔나보다. 레커의 표현에 의하면 ‘동남아 냄새’가 심하게 나는 따뜻한 물수건과 사약만큼 진한 커피가 서비스 된다.
그 자극으로도 쉽게 잠은 깨지 않는다.
아무리 편한 VIP버스라고는 하지만 고정된 바닥에 붙어있는 침대만하겠는가?
어디까지나 ‘비교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남부터미널에 도착하니 새벽 6시다. 어스름 새벽에 안개가 어렴풋이 끼어있는 새벽 터미널의 모습은 여행자의 귀소본능을 자극했다.
남부터미널에서 카오산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카오산 쪽으로 좀 내려와서 육교를 건너야 한다. 육교위에서 바라보는 길의 풍경이 어찌나 한국과 흡사한지… 육교위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업종(?)도 비슷하다.
버스를 타고 카오산으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온 카오산에는 떠날때와 마찬가지로 늘 변함없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그 특유의 모습으로…
오늘도 일정이 잡혀있으니 미리 방을 잡고 움직여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시간이 너무 이른 관계로 좀 편히 방을 잡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왓차나쏭크람 뒤에 게스트 하우스 중에 로비에 의자 침대와 삼각형 쿠션(?)이 마련되어있는 곳이 있다. (어딘지 아시는 분은 다 아실거다… 노숙자들이 자주 이용한다고도 들었다. 그런데 기억이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그 곳에서 끈덕지게 달라드는 모기들을 물리치며 기다린 후에, 체크인을 했다. 에어컨 더블룸… 에어컨 성능은 훌륭했고 시설도 뭐 괜찮았다.
짐을 풀어놓고, 에어컨 바람 쐬면서 침대에 누워서 뒹굴뒹굴 쉰후에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지난번에 갔었던 금은방쪽 길건너 코너에 있는 자그만한 식당… 이름도 없다. 어제 저녁메뉴를 흡사하게 재현해 보았다. 대성공… 이제야말로 태국 음식 선택의 요체를 발견했다고나 할까? 마지막에 와서야 그것을 발견한 것이 안타깝기는 했지만, 태국에 다음에 올 때 써먹으면 되니까 괜찮은 것 아닌가?
배불리 먹어야 여행도 되는 법. 밥을 먹어 피와 마나(디아블로 식으로 말하면)를 채우니 새로운 힘이 솟았다. 마지막으로 도보여행 코스 3을 해보기로 했다. 차이나타운과 인도거리를 지나 왓 뜨라이밋등을 보고 다시 돌아오는 대략의 코스였다.
일단 차이나타운부터 가기로 한다. 가이드북을 참고해서 버스를 탔다. 카오산의 남쪽으로 향한다. 언제나 버스를 타면 내릴때를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늘상 그렇듯 버스안에는 친철한 태국인들이 있었다. 하긴 차이나 타운이야 척보면 아는 법이니까… 노랑 빨강 간판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한자들로 빼곡한 곳이 차이나 타운이다. 뉴욕과 싱가폴의 차이나타운이 그랬고, 역시 태국의 차이나타운도 마찬가지였다.
차이나 타운은 의외로 조용했고 우리는 야왈랏 거리를 따라서 거리풍경을 구경하며 왓 뜨라이밋을 찾아가고 있었다.
왓 뜨라이밋 근처의 큰 사거리(혹은 오거리였는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태권도장이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에서 근처인 것은 알겠는데 어느방향인지 감을 못잡겠는 것이었다. 그래서 교통정리하는 경찰(매우 더울 것같은 제복을 입고 있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것이 좋은 추억의 시발이었다.
쇼너 : 커 톳 캅. 왓 뜨라이밋 유 니타이 캅~
교통경찰 : (멀뚱하게 쳐다본다)
쇼너 : (태국어 발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요점만 말하기로 한다) 왓 뜨라이밋!
교통경찰 : 왓 뜨라이밋
쇼너 : 예.
우리의 대화는 여기서 끝났다. 그 다음부터 몸으로 보여주는 경찰의 행동이 있었으니… 갑자기 한손에는 레커를 한손에는 나를 붙잡고(옷 이런데를 붙잡은 건 아니고 손을 붙잡고) 복잡한 교차로 한가운데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차를 모두 세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허걱~ 신촌로타리만큼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복잡한 교차로였는데…
그러면서 우리가 원래 서있던 곳의 대각선 방향으로 우리를 데려다준다. 그러더니 손가락으로 골목을 가리키며 그쪽으로 들어가면 있다고 가르쳐준다. 그러더니 한 번 씩 웃고는 본연의 임무(교통정리)를 하러 돌아간다.
우리는 ‘컵쿤 막 캅’을 몇번이나 되뇌여야만 했다.
민중의 지팡이라면 저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태국 경찰의 딱딱한 표정도, 더워보이는 부츠도 좋게만 느껴졌다.
그 경찰 아저씨의 ‘씩 웃기’. 그 표정은 아직도 나에게 생생하다.
한 사람의 친절이 나라의 인상을 결정한다는 말은 관광공사의 광고문구에서나 볼 수 있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말이었던 거다.
친절로 감동을 준 경찰 아저씨를 뒤로하고 골목으로 들어갔더니 태국의 기타 사원과는 달리 약간은 협소하고, 뭔가 추레해보이는 사원이 있었는데 그 곳이 왓 뜨라이밋이었다.
왓 뜨라이밋의 압권은 황금불. 엄청난 중량을 자랑하는 그 황금불의 순도는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