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소녀 태국으로 컴백하다-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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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소녀 태국으로 컴백하다-16

시장소녀 2 865
그렇게 떠들석했던 차이나타운과 덩달아 즐거워 하는 태국 시민들의 흥겨운 모습들을 본 어제를 기억하며

오늘은 설날이니 얼마나 대단한걸 많이 할까 부푼 가슴을 안고 서둘러 타패거리로 나섰다

그런데 이게 왠일? 사람도 별로 안 다니고 길거리는 한적하다 못해 썰렁한 기분까지 든다

어제 갔던 차이나 타운은 가게의 대부분이 아예 문을 열지도 않은 상태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설날을 가족과 함께~" 였나 보다

그냥 책을 읽으며 뒹굴뒹굴 거리다 저녁 때가 되어서야 다시 길을 나섰다.

숙소 앞 거리의 피시방에 인터넷을 하러 들어가려는데, 앞에 리어카 한 대가 서서 뭔가 팔고 있다

뭔가 하고 봤더니 리어카 아이스크림 장수다

콘은 5밧 컵은 10밧이라는데 아이스크림 중독자인 내가 그냥 지나갈 수 있나~

콘 하나를 달랬다. 쪼그만한 아이스크림 국자로 꾹꾹 눌러가며 하얀 아이스크림을 담고 거기에 연유랑 쵸코시럽까지 뿌려준다

그 날따라 느려터진 인터넷때문에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요 맛있는 아이스크림 먹느라 인터넷이 느린 것쯤은

신경도 안 쓰였다. 머릿속에는 아줌마 가기 전에 얼른 먹고 하나 더 사먹어야 겠다는 생각뿐이었으니 말이다.

생각한대로 하나 더 사물고 며칠 전 국제 전화를 걸었던 여행사로 향했다. 집에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내일이면 집으로 가는데, 떠나기 전에 집에 전화하려는 내 계획이 무산될 판,

파패 문 담벼락 옆에서 국제전화 좌판을 벌린 젊은이들을 만났다

분당 15밧에 핸드폰을 받아들고 집에 전화를 걸어 내일 떠난다고 말씀드렸다

엄마는 내가 전화 걸 때마다 빨리 오라고 너 때문에 수명 단축된다고 달달 볶으시더니

내가 돌아간다고 해도 걱정이시다 끝까지 조심하라고 말이다

내내 엄마의 잔소리를 뀌 따갑게 다 듣고서야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전화기를 건네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 내게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이라고 했더니 그 어자애 갑자기 환성을 지른다

내가 통화를 할 동안 내가 어디서 온 사람인지 내기를 건 모양이었다 --;;;

내일이 마사지 필기시험 날이고 모레가 실기시험인데, 나는 필기시험만 보고 가게 되었다

다행히 수료증은 준단다 ^^;;

그래도 시험이라고 긴장하고 갔는데, 거의 놀자 분위기다. 공공연히 컨닝(!)을 하질 않나,

아는 대로 써서 내고 밑으로 내려오니 앉아서 조금만 기다리란다 수료증 준다구..앗 그럼 채점도 안 하는거??

늘 수업 전에 우리를 데리고 기도하던 할아버지께서 신께 감사의 기도와 내 건강을 비는 것이라고

추정되는 기도를 한참 하시더니 수료증을 주시고, 손목에는 명주실을 묶어 주시고 이마에 진흙같은 것을 발라주셨다

호호 남들보다 먼저 받아서 그런가 꼭 우등생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그 동안 사려고 별렀던 태국 음식들을 좀 사가려고 에어포트 플라자였던가? 갑자기 이름이 생각 안나네...

암튼 병원에서 조금 걸으면 다다르는 그 곳 수퍼마켓 tops에서 먹을 것을 잔뜩 샀다

여기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아니 저 빨간 것은!!!

뚜둥~ 김치 시식코너닷!!!!

아니 이게 얼마만에 보는 김치냐 김치라고 한글로 씌여 있는 조그만 병김치들과 시식용 접시에느

김치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울엄마랑 장보러 다닐 때 내가 젤 싫어했던 "안 사면서 다 집어먹기"를 내가 할 줄이야

아아 이 이쑤시개는 왜이리 짧단 말이냐~~

꼬치 끼우듯 노련하게 김치를 끼워 입 쩌억 벌리고 다 밀어넣었다

아이고 맛있어라~~

마침 앞에서 지키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저쪽 보러 가는 척 했다가 다시 돌아오고

다른 쪽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서 마구마구 집어먹었다

내가 지금 쪽팔린거 생각할 때가 아닌 것이다~

그래도 휑해진 접시를 바라보며 약간의 가책을 느껴 병김치 하나를 샀다

돌아갈 때 밥이랑 같이 먹으면 환상이겠다~ 아이고 먹고 싶어라~

오늘 방콕으로 떠나는 버스를 타야하는데, 내가 너무 여유를 부렸나? 여행사마다 버스가 full이란다

그나마 남은건 vip버스인데, 생각보다 비싸다 그냥 터미널 버스를 타야겠다. 설마 거기도 full은 아니겠지?

그 동안 정들었던 숙소의 베스와 인사를 나누고 터미널로 향했다

썽태우 아저씨는 날 약올리려고 작정을 했는지, 나보다 늦게 탄 사람들 다 내려 주고 나서야 터미널에 날 내려 놓는다

그래 가는 마당이니 다 용서해준다

터미널에서는 역시나 방콕가는 버스가 한 두 대가 아니다 여기저기서 이리 오라고 호객 행휘가 한창이다

버스를 보고 골라야 하는데, 혹시나 늦어서 다 차 버릴까봐 그냥 나 불르는 곳으로 갔다

400밧 짜리 vip를 350에 해주겠다고 해서 그러마 하고 대합실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집에 간다...비행기만 타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나 비행기 어디서 타게?

ana항공의 방콕->오사카->인천 노선이 없어진 것을 다들 아실꺼다

그렇다 나는 비행기를 타러 "싱가폴"로 가는 것이다

내가 태사랑에 치앙마이에서 싱가폴까지 내려가는 방법을 물었을 때 요왕님께서 친절히 답을 올려 주셨다

"비행기 타세요"

허거덩~

물론 나도 그러고 싶다. 하지만 비행기 값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쉬엄쉬엄 가면 갈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인도차이나 종단을 하게 된 것이다

나의 계획은 이랬다

치앙마이 -> 방콕 버스이동
방콕 -> 핫야이 기차이동
핫야이 -> 콸라룸푸르 여행사버스
콸라룸푸르 -> 싱가폴 터미널 버스
싱가폴 -> 인천 비행기

내 이론상으로는 가능한 루트였다

하지만 인터넷 상의 의견은 분분했다.

과연 나는 성공할 수 있을까?



방콕으로 가는 버스는 말이 vip지 아무리 봐도 1등 버스 같다. 어쨌든 집으로 가는데, 뭐 이정도 쯤이야 용서해 주지 뭐~

버스가 출발하면 이내 기다려지는 간식시간~

흔들리는 버스에서 용케 안 흘리고 콜라를 나눠 주는 차장언니가 피곤해 보인다.

암을 자야 하는데, 왠지 잠이 안 온다. 집에 간다는 사실에 너무 흥분했나? 아 9시밖에 안 됐구나...

여느 때처럼 야간 휴게실에 도착해서 음료수 하나로 목을 축였다. 이제부터는 돈 계산을 잘 해야 한다. 수중에 있는 약간의 밧과 달러가 다인데,

버스 요금이라든가 나라별 물가 사정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집에 가는 길이라 그런지 9시간이 후딱 지나 터미널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뒷정리를 하는 안내양을 붙잡고 톤부리 어떻게 가냐고 물었더니 몰라요 몰라 하며 도망간다

아니~ 나의 환상적인 태국어 발음을 못 알아듣는단 말야?

안내양보다도 난감해하는 내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더 대단해서 나보고 어딜 가는거냐고 자꾸 묻는다

톤부리~ 톤부리~ 그래도 못 알아듣는건 마찬가지..아니 이사람들 방콕 사는 사람들이 아닌가?

내 앞 좌석에 있던 남녀가 고개를 돌려 날 보더니 똑 같은 질문을 한다

나 역시 '차이나타운에 있는 톤부리'라는 똑같은 대답을 했고 둘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둘이서 한참 대화를 나눈다

나참 모르면서 왜 물었담. 내려서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야지 뭐 이제 그런 것쯤이야 이골이 났다

한참 둘이 언쟁(?)을 벌이던 그 남녀 학생 중 여학생이 조심스럽게 그런다

"저 차이나타운에는 훨람퐁이라는 기차역밖에 없는데요"

나 참, 모르면 그냥 모른다고나 할 것이지 내가 이렇게 수첨에 톤부리라고 적어..엥?

아니 이게 언제 훨람퐁으로 바뀌었냐?

아이고 민방해라~ 맞다고 훨람퐁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더니 이 남학생이 거기를 지나서 간다고 함께 가겠느냔다

아이고 두말하면 잔소리지~컵쿤카를 연발하며 또치를 닮은 여드름 남학생의 뒤를 쭐래쭐래 따라갔다

오늘도 변함없이 내 가방은 이리 뒤집히고 저리 쓰러지고 난리다

내가 이 캐리어 끌고 다니느라 성격 진짜 많이 좋아졌다

모 백화점에서 공짜로 받은 것이라 그런지 품질이 형편없다 무게 중심이 안 맞아서 늘 뒤집히고

저번에 숙소에 도둑이 들어 지퍼는 다 부러졌고 이제는 손잡이도 제대로 뽑혀 나오지 않아 속을 썩인다

좀 우아하게 다녀볼까 하고 처음으로 시도한 캐리어인데, 다음 번 부터는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지금 내 컴의 배경화면은 모 회사에서 나온 배낭 사진이다)

이 학생은 치앙마이 대학 학생인데 방콕에는 세미나가 있어서 왔다는 컴퓨터 공학 전공 학생이었다

똑똑할 것 같은데, 의외로 영어가 짧아 의사소통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런대로 대학생들의 생활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우리가 내린 버스 터미널 한쪽에 택시정류장이 있는데, 그 곳을 등지고 좀 걸어가자 보면

아저씨 몇 명이 책상을 놓고 앉아있다. 책상에는 알 수 없는 태국말로 뭐라뭐라 써있는데, 그것이 정류장 이름이다

훨람퐁으로 가는 버스 책상 앞에서 버스가 오길 기다렸다

담당자인줄 알았던 한 아가씨는 진짜 담당자가 오자 마지못해 의자에서 일어난다

컵라면을 들고 있던 아저씨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아가씨를 흘깃 쳐다 보았다. 아 배고프다

훨람퐁으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 학생은 자신이 준비한다는 세미나 자료를 보여주었다

사진 자료인데 음..민박촌 같은 숙소의 사진이다

난 컴퓨터 공학 관련 세미나인 줄 알았더니 "기독교 세미나"였다

오잉!

난 태국에 있는 사람은 불교 아니면 무교인줄 알았더니 기독교도 있구나...

한 5
2 Comments
org 1970.01.01 09:00  
ㅋㅋㅋ 김치조심하셔야 되여<br>저도 서울-홍콩-독일 케세이항공사에서 주는 봉지김치가 뱅기안에서 공중폭팔하는 바람에 정말 난감했답니다<br>그날따라 동양인은 저희두명밖에 없었죠
김희진 1970.01.01 09:00  
다음편이 마지막이라니 아쉽네요..정말 재밌게 잘 읽었어요..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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