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뇽이의 태국-라오스 여행기(15)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주뇽이의 태국-라오스 여행기(15)

하로동선 2 451

- 시내 이모저모 -

 

아침나절에는 긴팔 옷이 어울리는 날씨였지만, 10시가 넘자 열대의 태양이 본격적으로 이글거리기 시작한다. 이럴 때 음료가 빠질 수 있나?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05_48.jpg

 

이왕이면 먹어보지 않은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이걸 골랐다. 사실 이것도 먹어본 거 같기는 한데... 하여간 선인장 열매이고 이름은 용과(Dragon Fruit) 또는 피타야(Pitaya)라고 한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05_63.jpg

 

이걸 셰이크로 만들어 먹고 쉰다. 바쁠 거 뭐 있나?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혼자서 다니면 말을 하지 못하는 대신 글을 쓸 수 있어서 좋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05_81.jpg

 

어느덧 타논 씨싸왕웡이 끝나고, 타논 사카린(Thanon Sakkaline)이다. 씨싸왕웡은 왕의 이름인데도 거리가 참 짧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05_97.jpg

 

초등학교가 눈에 들어와서 발길을 멈췄다. 현판이 두 개라서 헛갈리는데 학교 이름은 Ecole Maternelle Luang Prabang 또는 Ecole Primaire Luang Prabang이다. 오늘은 목요일이라 학교에 아이들이 많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이렇다. 겨울방학 중인가?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06_13.jpg

 

어느 나라를 가나 이 나이의 개구쟁이들에게는 월장이 더 친숙할 수 있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06_27.jpg

 

- 왓 씨앙통 -

 

루앙프라방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을 만큼 도시 안에 사원이 많은데, 이것을 다 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에서 가장 중요한 사원 하나를 꼽는다면 그것은 왓 씨앙통(Wat Xieng Thong)이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06_41.jpg

 

라오스의 수도를 비엔티안으로 옮기기 전인 1559년에 왓 씨앙통이 건설됐다. 사원은 메콩강과도 접해있는데 옛날에는 메콩강이 주요 이동통로이자 루앙프라방의 관문이었다. 예를 들어 왕이 대관식을 할 때도 강 건너의 왓 롱쿤에서 배를 타고 건너와서 왓 씨앙통에서 했다. 즉, 이곳은 한 때 왕실사원이기도 했다. (사실은 1975년에 라오스에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도 왕실사원의 지위를 유지했었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06_55.jpg

 

씸(sim)이라 부르는 대법전은 루앙프라방 사원 건축의 모델이다. 멀리서 보면 차분하게 땅으로 내려앉은 모습이 단아하고, 안에 모셔진 불상 앞은 늘 신도들로 북적인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06_76.jpg

 

대법전의 핵심은 불상보다도 대법전의 뒷면 전체를 장식하고 있는 삶의 나무(Tree of Life)이다. 1960년에 만들어진 유리공예 모자이크 조각으로 힌두교와 불교의 우주론을 나타낸다. 즉, 우주의 중심을 감싸고 있는 나무는 나뭇가지가 하늘을, 줄기가 땅을, 뿌리는 지하를 의미한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07_04.jpg

 

대법전의 뒤쪽에 있는 붉은색의 법당에는 16세기에 만들어진 청동 와불상이 있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43_92.jpg

 

이날은 모델들이 와서 화보를 찍었다. 나로서는 졸지에 라오스 미남, 미녀의 자태를 감상할 기회를 얻은 셈. 그냥 사진을 한 장 찍는 것이 아니라 같은 포즈로 계속해서 여러 장을 찍었다. 모델 노릇도 참 힘들구나...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44_38.jpg

 

대법전의 맞은편에는 씨싸왕웡 왕이 서거했을 때 시신 운구를 위해 사용했던 장례 마차를 보관한 법당이 있다. 밖에서 볼 때는 화려하지만 안에 들어가면 사진을 찍기도 힘들 만큼 비좁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 시기의 라오스는 프랑스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왕이 서거했어도 흔히 생각하는 만큼의 성대한 장례는 하지 못했던 것 같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44_53.jpg

 

- 추억 찾기 -

 

왓 씨앙통을 보고 자연스럽게 강변으로 나왔다. 15년 전에 아내와 이곳에 왔을 때 우리 부부의 숙소는 강변에 있었다. 이 길을 보니 어렴풋하게 그 시절이 떠오른다. 지금은 참 예쁜 길이 되었는데, 그 시절에는 밤만 되면 깜깜절벽이 되는 솔직히 메콩강 말고는 볼 것이 없는 길이었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44_67.jpg

 

당시에 우리 부부가 묵었던 숙소는 봉냐쑥 게스트하우스. 갑자기 찾아보고 싶은 욕망이 솟아오른다. 아직도 그 게스트하우스가 있을까? 그래서 사람들한테 물어 찾아갔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44_81.jpg

 

그 시절에는 지금 보는 것처럼 이렇게 좋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여기서 묵었으면 좋았겠지만 생각해 보면 지금은 혼자니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중에 아내와 다시 와야 겠다. 숙소 맞은편 강변에는 그 시절처럼 식당이 자리잡고 있다. 당시에는 그냥 오색전구로 멋을 낸 정도였는데, 지금은 낮에 봐도 아주 그럴듯하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44_95.jpg

 

강에서는 배를 빌려서 한 시간동안 타는 것도 가능하다. 가격은 10만낍. 빡벵에서 여기까지 8시간 동안 타고 오는 가격하고 비슷하다. 물론 그건 여객선이고 이건 혼자 배를 통째로 전세낸 것이니 비교가 안된다고도 할 수 있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45_09.jpg

 

- 점심식사 -

 

점심먹으러 가는 길에 도서관에 들렀다. 이름은 루앙프라방 도서관.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45_22.jpg

 

안에 들어가니 조용하고 시원한 가운데 할아버지가 소년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손자일까... 아니더라도 참 정겨운 모습이다. 옆방에서는 한 학급 정도 되는 숫자의 아이들이 선생님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있었다. 다만 함부로 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어서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45_34.jpg

 

점심은 어제 봐둔 노점골목으로 갔다. 야시장이 열릴 때처럼 북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장사는 하고 있었다. 나는 카우니여우, 솜땀, 닭꼬치를 각각 다른 가게에서 구입한 다음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가격은 솜땀이 1만5천낍, 카우니여우 3천낍, 닭고기 꼬치가 하나에 6천낍씩 4개. 이게 현지인 가격일까 하는 의문이 잠깐 들었지만 개의치 않는다. 이번 식사에서 특히 큰 기대를 가진 것은 솜땀이다. 솜땀은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만들어주는데, 파파야뿐만 아니라 정말 다양하고 많은 재료가 들어가고, 그만큼 만드는 모습도 재미있다. 여기에 타이커피를 곁들이면 화룡점정이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45_47.jpg

 

- 오후 투어 -

 

오후가 되니 선택의 순간이 왔다. 사원은 왓 씨앙통을 봤으니 이제는 쾅시폭포를 가보는 게 순서다. 그런데 문제는 오후 시간이라 같이 가는 사람이 없어서 뚝뚝을 혼자서 빌려야 한다는 점이다. 가격은 20만낍. 아침에 다녀왔다면 좋았겠지만 아침에는 추워서 갔더라도 물에 들어갈 수가 없었을 것이다. 결국 포기했다. 15년 전에 다녀왔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았다. 이제부터는 천천히 사원을 돌아보는 것이다. 한낮의 왓 마이. 오전에 본 것하고는 같은 사원이지만 느낌이 다르다. 참 고즈넉하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88_01.jpg

 

초등학교 마당에서는 동네 사람들이 잔치를 하고 있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88_15.jpg

 

루앙프라방에 태국 양식으로 건축된 최초의 사원인 왓 쌘의 모습. 정식명칭은 왓 쌘 쑤카람(Wat Saen Sukharam). 이런 사원은 입장료도 없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88_3.jpg

 

마당에 전시된 배는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멋진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88_44.jpg

 

왓 쌘에서 타종을 한다. 오후 4시를 알리는 건가? 아니면 그 시간에 다른 중요한 일이 있나? 이 한 장의 종이는 왓 쌘의 현 재정상황을 잘 보여준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88_62.jpg

 

이제는 기타 사원이다. 가이드북에도 설명이 나와 있지 않지만 그냥 보고 내가 좋으면 그만인 사원이다. 여기는 왓 쏩.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88_79.jpg

 

안에 들어가서 부처님과 마주 앉는 시간을 가져본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88_95.jpg

 

돌아다니다가 왓 씨본후앙(Wat Sibounheuang)이라는 발음도 제대로 내기 힘든 사원에 갔다. 저렇게 젊은 친구들의 한 무더기를 발견. 공연히 말이나 걸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실례합니다 그러면서 말을 시켜봤다. 다들 영어에는 자신이 없는지 서로 얼굴만 쳐다보는데, 가운데 앉은 남학생이 나의 말을 받는다. 그러니까 주변의 친구들이 일제히 “와!!“하고 환호를 보내고. 라오스에서도 영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은 각광받는 일인 모양이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89_09.jpg

 

한국에 피로회복제로 박카스가 있다면 라오스에는 M-150이 있다. 태국의 Osotspa라는 곳에서 1985년에 만든 비탄산 에너지드링크이다. 맛은 박카스 아니면 비타500?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89_25.jpg

 

저녁이 되면서 메콩강에는 신기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어디선가 피운 연기가 강물 위를 뒤덮었는데 볼수록 장관이다. 이런 현상이 가능하려면 대기에 역전층이 만들어져야 한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389_41.jpg

 

- 푸쉬에서의 일몰 -

 

해질 무렵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푸쉬(Phu Si)로 오르기 시작한다. 덩달아 나도 그들과 뜻을 함께 했다. 왕궁이 문을 닫고 나니까 호 파방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418_82.jpg

 

푸쉬는 산이라기보다는 328개의 계단으로 이어진 언덕이다. 꼭대기에는 불상을 모셔놓은 누각이 있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418_96.jpg

 

푸쉬가 유명한 이유는 이곳에서 바라보는 루앙프라방의 경치가 수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질 무렵의 루앙프라방은 정말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사람들은 대부분 지는 해를 보러 반대쪽으로 갔다. 나는 그냥 누각 뒤에 앉아 어둠이 내리는 루앙프라방 시내와 도시를 굽이쳐 흐르는 메콩강을 본다. 사실 일몰이란 어둠이 내리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어둠이 내리면... 도시에는 하나 둘씩 불이 켜진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419_1.jpg

 

- 야시장 -

 

밤에는 어제에 이어 또 야시장 노점식당에 왔다. 일단 저녁부터 먹어야 했기 때문. 점심을 너무 잘 먹어서 밥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건너 뛸 수 있나? 그래서 밥은 생략하고 생선구이만 주문했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419_24.jpg

 

속이 더부룩한 상황에서도 음식은 여전히 맛있다. 그리고 간식으로 바나나구이를 먹어봤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419_38.jpg

 

어제 다 본 것이지만 야시장거리를 돌았다. 야시장이 끝나고 나면 조금 괜찮은 레스토랑들이 이어지는데 여기도 분위기는 참 좋다. 이런 곳에서 맥주 한잔 마시고 들어오니 기분은 참 날아갈 듯 하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77419_52.jpg

 

사족

 

1) 나는 라오스를 잠깐 동안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도 곳곳에서 비능률적인 요소들을 보았다. 대표적인 것은 표기가 제각각인 점이다. 예를 들어 왓 마이의 정식명칭은 Wat Mai Suwannaphumaham 인데 표지판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80301_46.jpg

 

2) 왓 씨앙통 입구에 있는 표지판에는 영어 표기가 완전히 잘못되어 있다. 모든 방문객은 적절한 복장을 갖추라는 말 같은데 표현이 어색한 것도 모자라서 틀렸다. All visitors should be dressed appropriately.가 그나마 맞는데, 서양 사람들이 정말로 이런 말을 이렇게 하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볼 수 있으니까 그냥 넘어가자.)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80497_19.jpg

 

3) 동전없이 지폐만 8종류나 되어 매우 헛갈린다. 사진에서 5만낍하고 10만낍은 깜빡하고 빼먹었고, 500낍은 아무리 찾아도 구할 수 없었다. 지폐의 모델은 전부 라오스 사회주의공화국을 건설한 까이손 폼위한(Kaysone Phomvihane)이다.

5de42a97f849bcc644bed5c413403130_1519781172_24.jpg 

4) 여기도 denomination이 필요하다. 현실에서 돈의 기능을 하는 것은 5천kip부터라고 생각되는데, 액면 단위가 너무 크다.

 

5) 루앙프라방 선착장은 새로 만든 모양인데, 그렇다면 시내에서 가까운 곳에 만들것이지 일부러 더 먼 곳으로 간 까닭을 알 수가 없다. 혹시 뚝뚝 기사들의 압력인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 봤다.

 

6) 사실 이런 요소들은 국가의 발전을 저해한다.

2 Comments
수박우유 2018.02.28 16:08  
돈 단위가 참 크긴 크네요.
그래도 단위가 큰 만큼 사용할때 기분?은 좋을거같습니다.ㅋㅋㅋ
하로동선 2018.02.28 22:26  
동그라미를 세개 떼어야 돈의 기능을 하니까 좀 골때려요. ㅋㅋ...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