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와의 이틀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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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와의 이틀밤 1

라이언 1 911
코창으로 가는 길은 너무 험난했다.
중간에 버스가 고장나고, 운전자의 미숙으로 8시간여가 지체되어
결국 밤이 되어서야 코창에 도착, 숙소를 물색했다.
코창은 작년에 비해 가격이 많이 올라 있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여행객들이 현저히 줄어서인지
흥정을 하고 500밧에 트리플 룸을 얻었다. (물론 팬~)

이상하게 사람이 너무 없다 싶더라니...
다음날 부터 그야말로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쨍쨍한 바닷바람에 빨래 말릴 생각으로
빨래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입은 옷이 다였으니, 밖으로 나가는 것이 무리로 보여
우리는 어느새 고스톱 판을 벌리고 말았다.
웁스...
하지만 비는 쉬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고,
결국 아침부터 저녁까지 꼬박 방에 틀어박혀 굶고 나서야
장대비가 보슬비로 바뀌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레스토랑을 찾아 식사를 하고,
고스톱에서 돈을 딴 친구가 맥주를 사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 그렇지...
레스토랑은 텅 비어 있었고,
우리는 처음엔 내키지 않는다는 듯, 홀짝홀짝,
그러다가 늘 그렇듯이 흥에 겨워 또다시 달리는 분위기가 되었다.

레스토랑이 끝날 시간이 될 쯤, 우리는 근처의 바로 자리를 옮겼다. 오우는 거기서 만난 이를테면 바 걸이다.
역시 비수기에 태풍이 불어서인지 그 곳도 손님이라곤 몇몇 타이인들 밖에 없었다.
오우는 우리가 신나게 춤을 추고 분위기를 주도하자 손님인듯한 타이 아저씨와 함께 우리 테이블로 옮겨왔다.

오우는 타이 여성치고는 좀 통통한 몸매의 소유자로
웃는 얼굴이 정말 예쁜 처자였다.
짧은 영어로도 얘기가 통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려는 마음이
우리의 경계심을 풀어 놓았다.
그래, 리는 오우에게 우리의 숙소로 가서 함께 있자고 말했다.
흔쾌히 우리의 청에 응한 오우와 함께 가게에서 잔뜩 산 맥주를 들고 숙소로 향하던 우리는 사실 조금 후회를 했던것 같기도 하다.
그것은 괜한 편견에 사로잡혀 혹시나 하는 의심을 가졌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것에 대해서, 잠깐이나마 착한 오우를 의심한 것이 아직도 미안하다.

여튼, 그렇게 숙소로 향한 우리는 기어이 침대가 아닌 바닥에 앉으려는 오우와 함께 침대를 밀어 넣고 함께 바닥에 앉아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한 병, 두 병... 으... 오우의 주량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서 타이 사람들이 취하는 것을 보지 못했던 것일까? 유후~
결국 다른 친구 둘은 침대에 나가 떨어지고
나와 오우만이 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오우는 정말 솔직한 여자였다.
스물 셋의 나이에 아들이 두 명이라고 했다.
두살과 사개월 된 아들.
치앙마이에서 이곳에 왔고, 아들은 오우의 엄마와 함께 그 곳에 머문단다. 나 보고 치앙마이에 가면 꼭 자신의 집에서 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나는 그러마,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여주었다.
그래, 실례지만 남편은 어디있냐고 묻자,
남편은 47살 먹은 타이 남성인데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한다.
내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당황해하자 신경쓰지 말라며
도리어 내게 미안해 한다.
이게 아닌데...
오우는 한달에 한번씩 돈을 집에 부친다며,
자신은 이 일이 행복하고, 좋은 직업이라고 강조한다.
나는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주었다.
오우는 자신의 남자친구 (독일인)가 다음달에 자신을 보러
올것이라며, 그가 아들과 자신을 독일로 데리고 가고 싶어한다며
내게 자문을 구한다.
나는 그가 정말로 오우의 아들까지 원하는지 물어보고,
그렇다면 나쁠 것은 없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다가 우리의 주제는 남성(!)으로 빠지고 말았다. -_-;

내가 오우에게 타이 남성은 좋지 않냐고 물었더니,
오우는 기겁을 한다.
타이 남성, 특히 자신의 남편은 자신을 힘들게하고, 가슴을 아프게 하고, 학대했단다. 가정도 돌보지 않았다고.
듣고보니 오우의 남편 모습이 상상이 가 나도 모르게 흥분하며
한국에도 그런 썩을 놈들은 있다고 전해주었다.
그러자 오우는 동의를 하며 물론 타이에는 좋은 남성도 있고
나쁜 남성도 있지만,
자신에게 타이 남성은 좋은 의미가 아니란다.
흠~ 깊이 상처 받은 듯 함...
그러면서 그들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은 뻔하다며
조금 슬퍼하기 시작한다.
나는 오우에게 좋은 사람만나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정말 사심없이 얘기했다.
오우는 이렇게 여자들이 자신과 함께 밤을 보내준 것은
처음이라며 정말이지 좋아하는 눈빛이다.
그 눈빛을 보는 순간, 난 정말이지 그녀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사실은 술 취한 기운도 있었고)
얼마후면 내 생일이니, 그 때 함께 방콕으로 가서 파티를 하자고 했다.
오우는 그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정말이냐고 묻는다.
그리고 내일 이 말을 기억할 수 있냐고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웁스... 술김에 한말을 제껴두는 한국인의 습성을 안 것이다!)
두어 번 다짐을 더 하고 나서야 잠이 드는 오우를 보며
이상하게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물론 술 때문에 속이 쓰린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고,
숙취에 허덕이며 방구석에 쳐 박혀 있는 우리를 안쓰러워하던
오우는 일을 하러 가야한다고 먼저 나갔다.
오우와의 첫날밤은 참 따뜻했었다.
1 Comments
Julia 1970.01.01 09:00  
저도 칸이라는 타이 여자친구가 있는데요..<br>어쩜 이렇게 제 여행기와 비슷할까요?!<br>정말 재밌게 읽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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