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의 스릴넘치는 여행기 5- 카오산,차이나타운에서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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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의 스릴넘치는 여행기 5- 카오산,차이나타운에서의 위기

khuya 2 5455

카오산..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카오산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수집했고 또 가장 크게 기대를 한 곳이다.

배낭여행자들의 중심지 카오산!

일탈을 꿈꾸는 직장인에게 그곳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는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분위기 좋은 카페나 식당들은 서울에도 널려있다.

이곳에서 가장 보곳 싶었던 것은 깔끔하고 편안하지는 않지만 자유분방한

배낭여행객들과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박물관을 지나 고가도로를 지나서 설설 걸어가니 이내 각종 간판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골목이 나왔다. '아마 이곳인듯 모양이다' 분위기를 따라

걸어들어가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가게의 이름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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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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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자들의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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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힘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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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어귀의 숯불구이 노점]

포선즈하우스, 동대문 그리고 홍익인간... 서울에서 프린트해온 카오산지도

를 펼쳐보니 나의 위치가 대강 나온다.

카오산에 들어온 것이다. 물론 카오산거리(Khaosan Road)는 500여미터의

거리를 따라 형성된 각종 바,노점,마사지샾,케스트하우스로 구성되어 있지만

왓차나쏭크람을 중심으로 한 골목골목까지 그 영향을 확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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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창밖을 구경하고 있는 꼬마 아이 발견,

줌렌즈의 위력이 실감되는 순간이다.]

오히려 난 카오산 중심가보다는 주변의 작은 골목 골목들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슬슬 슬리퍼를 끌고 어슬렁 돌아다니는 배낭여행객들의 모습에서

부러움을 느꼈다... 그 여유가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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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 oh hungry! - 정말 보기만해도 시장기가 느껴지는 이름이다]

먼저 찾은곳은 카오카무를 파는 식당이었다. (카오카무=족발덮밥) 한국에서

여행객들이 올려 놓은 사진을 보고 가장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이었다.

주변에는 서양 배낭여행객들이 많아서인지 스파게티나 스테이크류를 파는

식당도 많았지만 방콕까지 와서 그런 음식을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디서나 먹어 볼 수 있는 것들이기에..

카오카무를 파는 식당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커다란 솥에서 마치 곰국을 끓여내듯 돼지 족발들이 끓고 있었다.

검붉은 국물이 가득 담긴 솥은 왠지 위생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지만..

우리나라 시장통의 족발집을 연상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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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카무 - 쫄깃하면서 부드러운게 먹을만하다]

한 그릇에 25밧, 700원 남짓..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맛은 좋았다.

혼자 시장통에 쭈그리고 앉아 먹고 있으니 이내 나이 지긋한 서양인 한명이

옆에 앉아 카오카무를 주문한다. 외국인들이 나란히 시장통에 앉아 덮밥을

먹는 모습에도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만큼 적응이 되어서이겠지..

문득 이곳이 글로벌화된 도시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덮밥 한 그릇을 비웠지만 여전히 이어지는 시장기.. 바로 길건너의 꼬치구이

노점에서 닭꼬치를 하나 사서 입에 넣었다.

그 맛은?? 역시 듣던대로 좋았다. 조금 걷다가 결국 뒤로 돌아 꼬치집에

다시가서 2개를 더 샀다. 3개를 다 먹는데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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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꼬치들.. 개당 270원꼴로 매우 저렴하다]

누군가와 함께 왔다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식사 풍경이다. 유난히 깔끔을

떠는 여친이나 친구들과 함께 왔다면 아마도 얼굴을 찌뿌리며 피했을

분위기..

가족들이었다면 이런 곳 보다는 깔끔하고 시원한 호텔의 부페식당 정도는

데려가야 여행의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 오직 나 혼자만 이곳에 있기에

그 맛과 느낌을 제대로 느끼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제밤 팟퐁에서 댄스걸과의 대화도..

혼자 다니는 것이 외로울 때도 있지만 편할 때도 있다. 보통 낮에는 혼자

다니는 것이 편하고 저녁때나 밤에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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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의 거리 - 자유와 생동감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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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이 땡기시나요??]

생각할 시간은 오래 주어지지 않았다. 카오산 거리를 혼자 거닐었지만

여기저기 사람들 구경에 노점 구경에 시간 가는줄을 몰랐다. 이것 저것

먹어보고 싶었지만 꼬치를 너무 많이 먹은 탓에 배가 불렀다. 특히나 팟타이

(태국식 볶음면)을 꼭 먹어 보고 싶었지만 도저히 시장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곳 저곳 사람들과 건물들의 사진을 찍은 후 카오산거리 끝무렵의

한 노천바에 자리를 잡았다. 맥주를 한 병 주문하니 주문을 받는 아이들이

키득키득 웃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바에도 손님 중 동양인은

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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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바의 모습 - 녹색 연출이 나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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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 줄담배를 피워대던 그녀 .-.;;]

저녁에 무엇을 할 지 고민을 한다. 생각해보니 별반 할 것이 없었다.

마지막 밤인데.. 그냥 느긋하게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맥주나 마시기로

했다. 홍콩 출장중에 란콰이퐁에서 밤늦도록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맥주를

마셔댔던 기억이 났다. 이 바에서 한 병 저 바에서 한병 그리고 길거리

주저 앉아 한병... 모두들 그렇게 술을 마셔대고 춤을 추는 분위기였기에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지금 이곳도 밤이 늦으면 그렇게 변하겠지.. 친한 친구가 하나 옆에 앉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내 친구들은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관심도 없다.

같이 가자고 꼬드겨도 소귀에 경읽기...

마음이 꼭 맞는 여행 친구 한명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의 게스트하우스를 뒤적거린다면 오늘 하루 정도 같이 할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난 게스트하우스에 방이 없다.

배낭여행이지만 잠은 혼자 자고 싶다는 생각에 일부러 상하이인을 잡은

것이다. 더 편하고 깔끔한 중심가의 호텔도 있었지만 그런곳 보다는 약간

특별한, 아니 특이한 곳에 머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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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신선한 즉석 과일주스를 맛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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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떠드는 아이들.. 아마 겉은 늙어보여도 나이는 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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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타이를 기다리는 Backpackers, 저 기분 나도 안다]

다시 약간의 시장기가 느껴졌다. 송크람 사원 뒷편의 조용한 식당에서

맥주와 함께 간단한 식사를 하자고 결심했다. 포선즈빌리지...

그 근방에서는 제법 큰 여관이다. 1층에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노천에

자리 잡은 것이 사원 건물과 나무들로 그늘을 이루어 시원할 뿐더러 운치도

있었다. 사람도 거의 없어 조용했고... 자리를 잡고 싱아 맥주 한 병과

새우요리를 시켰다.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해산물이 무척이나 저렴했다. 한국에서는 몇만원 집어주어야 살 수 있는

요리를 불과 몇천원에 먹을 수 있었다.

왜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리우는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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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선즈빌리지 앞길.. 시원스런 분위기가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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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아와 안주.. 팍치만 잘 골라내면 새콤한게 맛있다]

슬슬 어두워질 무렵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카오산의 야경을 찍기 위해서였다. 난 밤의 거리와 건물들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조금 더 일찍 나왔어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친 탓에 야경에

좋은 시간을 넘기고 말았다. 하늘이 너무 어두워져 버린 것이다.

다시 한번 일대를 방랑하며 사진을 찍고 택시를 탔다. 마지막으로 랏차다에

들러 쓰윽 둘러본 후 숙소에 들어가기 위해서 였다.

랏차다는 생각보다 꽤 멀었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별로 볼 것이 없다는

것에 실망했다. '이곳은 혼자 오기에는 적합치 않는 곳이군' 이라는 생각을

하고 다시 돌아왔다. 마침 발견한 MRT를 타고..

차이나타운과 가까운 후왈랏퐁역까지.. 후왈랏퐁역에서 숙소가 있는

야오와랏 거리 까지는 10여분 정도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행책자를

충실하게 읽은 덕에..

하지만 그곳의 밤거리는 예상과는 달랐다. 상점이 모두 문을 닫아 어두운데

다가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어쩌나 만나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물어

걸었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그 분위기에 짓눌려 약간 겁까지 났다.

여기 저기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마작을 하거나 두런 두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차림새나 얼굴의 모습이 친근하지는 않았다.

정말 영화에서 보던 범죄소굴을 걷고 있는 기분이랄까...

골목 골목에는 혼자 아니면 두셋이 서서 멍하니 거리를 쳐다보고 있는

여자들이 있었는데.. 왜 그 시간에 그곳에 서 있는지 알 수는 없었다..

이내 그 의문이 풀리기는 했지만..

이때 뒤에서 굉금이 들려 깜짝 놀라 돌아보니 건물에서 무엇인가가 떨어진

듯 했다. 엄청 큰 화분이었는데 파편이 산산조각 나면서 내 발밑까지

날아들었다. '누군가 테러를 한 것일까? 아니면 우연히? 화분으로 날

쓰러뜨린 후 지갑을 털 생각이었을까?' 아무튼 몇 초만 빨랐더라도

난 병원에 누워 있는 신세가 되었을 뻔 했다.

그 어두운 거리에서 아무도 날 돕지 않을텐데.. 겁을 느낄새도 없이

발걸음을 빨리 했다. 되도록 건물에서 떨어져서...

거의 도착했다고 생각했을무렵 길거리의 한 여자에게 다시 한번 길을

물었다. 청바지차림에 가장 수수해 보이는 여자에게..

"Do you know where Yawaratpong Street is?"

"Over there.." 손가락으로 길을 가리킨다.

내가 고맙다하고 다시 발길을 옮길무렵 등뒤에서 한마디 덧붙인다.

"Are you alone? I want to go with you.. take me"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걸었지만 씁쓸했다. 결국 그 길거리의 여자들이

왜 그곳에 서 있는지 궁금증도 풀리게 되었다.

난 방콕의 참 다양한 면을 볼 수 있었다. 시로코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우아한 드레스의 서양 여성에서부터,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 바가지

툭툭기사, 팟퐁의 댄스걸, 호텔의 귀엽고 친절한 Receptionist,

지금 이 차이나타운 뒷골목 매춘부의 모습까지..

밝고 아름다운 모습 뿐 아니라 도시의 어두운 모습까지 모두 보게 되었다.

이것이 배낭여행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야왈랏퐁으로 오자 안도가 되었다.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경찰들의

모습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노점에 들러 과일을 산 뒤 편의점으로 향했다. 맥주를 좀 살 생각이었다.

먹을만한 스낵이 있는지 둘러보았지만 별로 땡기는 것이 없어 맥주를

두 캔 집어들었다. 싱아와 레오, 우유도 하나..

계산을 하려 하는데 편의점 알바생이 맥주를 팔 수 없단다.

12시가 넘었기 때문에.. 내가 능청스럽게 뭔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니 뒤에 있는 영어설명을 가리키며 씨익 웃는다. 12시 이후에는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경고문구였다.

"이런.." 평소 같으면 그냥 포기했을터이나 그날 따라 오기가 생긴다...

"난 어차피 외국인이고 안전한 호텔에서 혼자 마실 생각이니 한번만 봐달라"

하지만 그 친구 역시 양보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그 친구는 법을

착실히 지키는 것이고 내가 생때를 쓰고 있는 판이다. 약간의 실갱이 후에

그 친구가 밖을 가리킨다. 밖을 내다보니 경찰 서넛이 둘러 앉아 야식을

즐기고 있었다. 경찰한테 걸리면 끝장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나의 오기

역시 가라앉지 않아 내가 들고 있던 봉지에 맥주를 넣고 돈을 내밀었다.

내가 봉지에 이미 넣었으니 아무도 볼 수 없을 거라는 뜻이었다.

안심하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자 그 친구도 포기한 듯 계산을하고 빨리

가라는 손짓을 준다... 씨익 웃어주며 편의점을 나온다. 난 그 친구를

범법자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난 그 술을 마시고 고성방가를 하거나

어디 뒷골목에서 가서 깽판을 벌일 생각도 없거니와 그냥 따뜻한 샤워와

함께 TV를 보다 잠이들 계획인 것이다.. '나를 믿어도 좋다. 친구야...'

이틀째의 여정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2 Comments
불꽃소녀 2007.02.12 11:51  
  읽으면서... 아... 나만 특이한 줄 알았는데 '나만' 은 아니구나...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란콰이펑 얘기 들으니까 저도 그 란콰이펑에서 혼자 맥주마시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여행기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글을 참 재밌게 쓰시네요^^
피크닉 2007.02.15 18:05  
  음.. 특이한 사람이 되어 버렸군여.. 하긴 그런 일정으로 떠나서 홀로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지는 않겠죠? ^^ 님도 즐거운 여행되시길 바랍니다. 란콰이퐁의 분위기를 아신다니 저도 반갑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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