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Shagri La's Rasa Ria Resort
Hyatt KKB에서 4박 후 세계적인 리조트 체인 샹그릴라 계열인 라사리아 리조트에서 2박을 합니다. 리조트 자체가 국가에서 정한 자연보호구역 (Nature Reserve) 내에 있다고 하는, 코타키나발루에서 제일 좋은 리조트 급에 들어가는 곳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예약은 Go2Borneo 여행사(http://go2borneo.com/)를 통해 했습니다. 역시 사바주관광청 사이트(http://www.sabahtourism.com)의 여행사 메뉴를 통해 알게 된 여행사이고 가장 저렴한 rate를 제시해 주어 예약하게 되었습니다.
라사리아 리조트 내에는 Superior Rainforest 라고 불리는, 메인동과 약간 떨어져서 좀 더 숲 속에 약간 들어가 있는 숙소가 있는데 듣기론 시설도 그렇게 큰 차이가 없고 거리만 약간 떨어져 있을 뿐이라고 해서 Go2Borneo 신입사원인 Gwen에게 그곳으로 예약을 해 달라고 했는데 이 발랄한 말레이시아 아가씨, 신입답게 방도 안 남았는데 저한테 Superior Rainforest 방을 3박 주겠다고 덜컥 약속을 하고 돈달라 하네요.
나중에 이 아가씨가 큰 실수를 할 뻔 한 것을 조기에 발견해서 그냥 그 윗 레벨의 방인 Deluxe Garden View로, 2박만 가능하다고 해서 2박만 예약을 하게 되었죠. 페이는 크레딧카드로. 이 여행사에 보내 준 회사양식에 제 정보나 카드 정보를 적어서 팩스로 보내는 형식이죠.
뭐 이런 작은 소동으로 Gwen과는 친해지게 되어 KKB에 와서 마지막 밤 우리 부부와 함께 만나 즐거운 시간 보내기도 했지요.
하얏트리젠시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Left Luggage 서비스로 짐을 맡긴 후 바로 뒤에 붙어 있는 Wisma Merdeka에 가서 잠시 쇼핑과 점심식사를 합니다. 이후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라사리아로 이동.
시내에서 라사리아까지 택시로 40여분 가량 걸리고 가격 시세가 80링깃으로 알고 있는데 이 택시 기사 아저씨 70링깃에 해 주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내로 다시 나올 때도 꼭 자기를 써 달라며 제 이름과 이틀 뒤 픽업시간을 적어서 가십니다.
엄청난 규모의 리조트들을 많이 봐 왔는데, 거기 비하면 라사리아 리조트는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닙니다. 머 크긴 당연히 크지만.. 상대적으로 아기자기한 느낌이 좀 든다고 할까.
웰컴드링크, 시원한 물수건과 함께 공손히 제 앞에 무릎을 꿇은 저희 전담 직원의 안내에 따라 체크인을 합니다.
얼굴도 눈도 동글동글 귀엽게 생긴 이 청년, 방을 안내해 주고 방안 구석구석 설명을 해 준 후 테라스에 나가서 리조트 내에 뭐가 어디 있는지 또 친절히 설명을 해 준 뒤 나갑니다.
디럭스룸은 슈페리어 보다 약간 넓고 구조는 거의 비슷하다고 합니다. 거실 부분과 침실 부분이 2-3계단 높이 정도로 일종의 복층 구조를 갖고 있죠.
이름 난 리조트답게 인테리어나 구조, 각종 가구, 소품의 상태 등등 흠잡을 것이 없습니다.
tea facility의 차 종류는 저희가 본 곳 중 가장 많음. 아래쪽의 물고기 모양은 모기향 케이스 입니다. 요 넘 안에 모기향을 피워 놓고 밤에 테라스에 내 놓으면 혹시 테라스 문 열고 닫는 사이 들어올지 모를 모기의 phantom menace(보이지 않는 위협 ^^;;)에 대한 걱정 No-!
테라스에 앉아 밖을 내다 보면 펼쳐지는...
푸른 수풀과 탁 트인 바다의 정경-!
1층에 위치한 fitness center와 사우나시설은 그냥 깔끔하고 평이한 수준입니다. 어떻게 보면 좀 작은 편인데, 사실 클 필요도 없는 게 자연보호구역에 있는 리조트인데 차라리 물에 뛰어 들고 리조트를 한바퀴 뛰는 게 낫지 여기까지 와서 헬스만 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요.
리조트 내에는 각종 강습 프로그램도 많이 있습니다. 리조트 내에서 있는 프로그램은 곳곳에 보이는 bulletin board에도 나와 있고 아침에 식사할 때 찌라시를 나눠 주기도 하죠.
아침에 헬스 한판 뛰고 나오는 길에 만난 T'ai Chi (태극권) 강좌. 강사나 학생들이나 너무나 진지했지만 세발낙지 다리 마냥 흐느적 흐느적 유연하기 이를 데 없는 강사님과 달리 학생들은 같은 강사를 보고 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포즈가 제각각이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
아침식사를 하는 식당은 야외, 실내가 있는데, 먹다보면 흥분해서 땀이 나는 백동이는 선선한 KKB의 아침 날씨이지만 약간 땀이 나는 듯 하여 실내에서 먹습니다.
아래쪽 사진이 식당에서 볼 수 있는 라사리아 Daily News 찌라시.
아침식사는 이번 여행에서 숙소로 묵은 하얏트리젠시, 르메르디앙, 라사리아 세군데 중 라사리아가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푸짐하고 도톰한 오믈렛과 개운한 국물요리(국수)가 일품. 차 달라고 하니 그냥 보온병을 통으로 갖다 주네요.
배도 부르니 살살 리좉 구경에 나서 볼까나.
오른쪽에 보이는 사인은 PONGO Kids Club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어른들 놀 동안 얼라들은 여기 맡겨 놓을 수 있죠. 담당 선생들이 몇명이 있어서 애들을 돌봐 주면서 틈틈히 그날 밤에 있을 공연을 연습시킵니다.
머 공연이라봐야 원주민 의상을 입고 여기 서 있다가 저기 서 있다가 하는 정도이긴 하지만 잘 하는 애들은 특별히 연습을 더 시키는가 봅니다. 저녁에 불 피워 놓고 애들이 하는 공연을 봤는데 (관객은 당연히 거의 대부분 부모들. 모두들 너무나 흐뭇해 하며 비디오 녹화를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역의 어떤 백인 꼬마는 거의 심취한 눈빛으로 (갸 부모님들껜 죄송한 표현이지만 약 먹은 눈동자로... -_-;;) 주술사 역을 하는 키즈클럽 선생님을 똑같이 흉내내며 춤을 추더군요.
리셉션데스크와 같은 층에는 Tamu Tamu 라는 기념품가게가 있습니다. 시내보다야 비싸지만 그래도 생각 외로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팔고 있고 디자인이나 품질, 색상도 좀 더 나아보입니다.
다만 스낵이나 음료수, 맥주 같은 것들은 시내보다 1.5배 이상 비싼 듯. 간식거리는 시내에서 들어올 때 택시 기사에게 KKB 시가지 북쪽 끝자락에 있는 미카슨슈퍼 같은 데 잠깐 세워달라고 해서 (어차피 미터 금액이 아니라 네고해서 맞춘 가격일테니 한 10분 세워달라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니겠죠) 간단히 사가지고 오는 것도 좋을 듯 하군요.
리조트에서 우리 가족 활동의 주무대였던 수영장. 여기서 놀다가 잤다가 먹다가 책 보다가 또 자고 그랬던...
이번 여행에서 처음 활용해 본, 남대문에서 산 캐나다산 보냉가방의 활약이 컸습니다. 아기 단얼의 음식들 상하지 않게 오후 내내 보관할 수 있었고 아빠에겐 시원한 맥주를, 엄마에겐 역시 시원한 망고와 사과쥬스를 제공해 주었죠.
수영장 상태는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이 리조트에 대해 너무 많이 기대한 탓인지... 생각보다 약간 작은 듯 했고, 물이 더럽거나 한 건 당연히 전혀 아니지만 나뭇가지 같은 부유물이 좀 있는데 제 때 관리인들이 치우지 못한 듯 자주 눈에 띄였습니다. 타일에도 때가 낀 정도는 아니지만 군데군데 이음새 부분이 검게 변색된 곳이 꽤 있어서 아주 깨끗하고 깔끔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주위가 어둑어둑해지 시작하면 자리를 대강 정리하고 우리 가족 해변을 함께 거닐며 노을을 구경합니다.
해변에서 저녁 무렵 놀 땐 모기차단제 필수. 운 나쁘면 대박으로 뜯깁니다. 모기 물린 자국으로 도배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는... 하지만 아기 단얼만은 한쪽 발목에만 모기차단 팔찌(어른용)를 했을 뿐인데 한군데도 물리지 않았습니다.
라사리아의 모기들은 떼로 몰려들어 물긴 하지만 심하게 붓거나 오래 가진 않습니다. 그래도 하루이틀밤 정도는 계속 가렵고, 더운데 그렇게 가려우면 짜증이 좀 나긴 합디다.
많은 기대를 가지고 왔던 라사리아.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이것저것 액티비티도 즐기고 하다 보면 더 없이 좋은 숙소가 될 것 같았습니다.
다만, 여기저기 쏘아 다니면서 사람 사는 구경도 하고 숨어 있는 맛집에 밥 먹으러 가고 그러면서 군데군데 싸고 좋은 물건 찾아서 에누리해서 사고... 뭐 이런 것 좋아하는 여행 스타일의 우리 부부에겐 좀 지루한 곳이었습니다.
훌륭한 리조트이긴 했지만 우리 스스로의 여행 스딸을 좀 더 세심하게 생각해 보지 않은 탓에, 차라리 갠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숙소인 르메르디앙에 라사리아에 묵었던 2박 중 1박을 더 돌려버릴 걸 하는 마음이 들었던... 대형리조트에도 한번 묵어 본다면 시내와 가깝고 시내로 가는 셔틀버스도 정기적으로 있는 수트라하버 같은 곳에 묵는 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었던... 리조트 탓이 아니라 우리 취향 탓에 좀 아쉬웠던 숙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