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자유여행 - 가장 인상에 남는 말은? 지식인을 키우려면 100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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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자유여행 - 가장 인상에 남는 말은? 지식인을 키우려면 100년이 걸린다.

혜담 10 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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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네악뽀안.. 외나무 다리 위에서

 

여행 다녀와서 1박 2일 동안 자고 먹고 자고 먹고만 하다가 이제야 정신이 조금 듭니다.

시엠립 관광 다니며 땡볕속에 많이 걸었고, 오는 길에 비행기 연착으로 공항에서 4시간 정도 기다렸더니 평소에 운동 싫어하던 저질체력으로 힘들었던가 봅니다.

 

딸과 함께 한 해외여행은 딸내미 10살 때 중국 상해로 패키지 여행 떠났던 때 이후 근 10년 만 입니다. 지금 딸은 대학생이 되었는데 그동안은 먹고 사느라, 미술 전공을 일찌감치 결정한 딸 뒷바라지 하느라 정신없이 살았더랬죠. 나이 50을 넘고, 계속 일하느라 생긴 스트레스와 품을 떠난 자식 바라보며 생긴 빈둥지 증후군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 갑자기 며칠 여유가 생기길래 딸에게 먼저 얘기 했습니다. 엄마랑 여행갈래? 어디로 가고 싶니?

 

딸은 여행이란 말에 반색하더니 자기가 존경하던 영어선생님이 추천하신 앙코르와트를 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솔직히 추운 겨울이라 온천이 있는 일본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곳 태사랑 카페에서 많은 정보들을 검색하다보니 마음이 저절로 딸을 따라 앙코르와트로 기울었습니다.

 

자유여행을 가기로 결정하고 난 뒤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패키지(그것도 오래 전에 가본) 여행경험 뿐이었던 저는 얼마나 걱정을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거기다 한창 젊디 젊은 예쁜(제 눈에 콩깍지라고 딸은 늘 말하지만요^^) 딸을 데리고 다녀야 하는, 여자만 둘인 상황.. 거기다 출발전 방송에선 대만 관광 중 한국여성 성폭행 사건이 터져버리고..어린 딸은 자라 이제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지만 그래도 엄마만 보면 아직도 전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응애 거리니까요. 아이를 지켜야 할 때는 강해지는 엄마인 나를 믿고, 누군가 권하는 음료는 절대 마시지 않으리라는 각오도 하며 이왕 저질러 놓은 일..일단 출발 했습니다.

 

...........

 

예약은 하나투어 자유여행 만들기... e-ticket이 출발 전날 오후에나 왔어요ㅜㅜ

 

항공은 캄보디아 앙코르 에어 ... 출발할 때도 예정보다 1시간 지연, 돌아올 때도 2시간 지연.. 공항에서만 갈 때 3시간+ 올 때 4시간 보내다 옴, 시엠립 공항은 작기도 하고 의자도 많지 않은데 관광객은 엄청 많아서 바닥에 앉아 꾸벅꾸벅 졸며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모두 엄청 친절했어요^^

 

숙소는 소카 앙코르 리조트(5성급 호텔)... 이메일로 픽업 서비스 요청 1명당 7달러 둘이 합해

14달러 팁 1달러, 올 때도 샌딩 서비스 이용 15달러 팁 1달러

호텔은 매우 훌륭했습니다. 제공되는 조식도 맛있었고, 해수물 수영장과 샤워장, 무료 타월제공, 자쿠지 무료 이용 등등 그리고 마지막 날엔 이미 체크아웃을 했음에도 스파의 샤워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서 황토먼지를 털어낼 수 있었어요. 시내랑 가까와서 pub street을 이용할 때 편도 2달러로 충분히 다닐 수 있어 더 좋았습니다.

 

다녀본 곳은

17일(화) 정오 도착 시엠립 공항에서 비자발급 60달러 1달러는 요구 받았지만 sorry..로 패스

            호텔 점심식사 후 오후 유적티켓 일주일 3일권 40달러씩 80달러에 구입(곧 60불로 오를    

             예정이라네요)후에 따프롬, 쁘레룹 방문

18일(수) 새벽 앙코르와트 일출

             오전 앙코르 와트 + 앙코르 톰

             오후 호텔 내 수영장

19일(목) 호텔내에서 하루 휴식, 호텔 내 아로마 맛사지

20일(금) 오전 쁘레아 칸, 네악 뽀안, 로컬 식당에서 점심 식사

             오후 반띠에이 쓰레이, 반띠에이 쌈레, 킬링필드 역사관

             호텔로 돌아와 스파에서 샤워 후 저녁식사, 샌딩서비스 15달러 공항이동

 

화요일과 수요일은 툭툭을 15달러와 20달러로 이용, 마지막 날인 금요일엔 승용차를 50달러에 이용했습니다. 툭툭 기사는 무뚝뚝 했고, 오직 우리가 원하는 곳에만 데려다 주었습니다. 초행이라고 이야기 했는데 근처에 더 볼 곳이 있다며 소개를 해주었다면 아마 구경도 잘하고 팁을 더 주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잘 웃지도 않았고, 요금은 여기에서 알아보고 갔던것 보다 이틀 모두 반나절 일정 뿐이었는데도 비싸게 요구하는것 같았어요. 내가 깎으려 들었기 때문에 기분이 나빴을 수도 있고 호텔 툭툭이어서 호텔에 내야 하는 경비로 더 비쌀 수도 있었겠지만 영어를 못알아 듣는 것도 아닌데 설명이 없어서 답답했습니다. 무뚝뚝하지만 성실한 타입인듯 한데 관광지에서라면 조금 더 싹싹한 청년이었더라면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참 툭툭 탈 때 황사마스크와 선글래스는 신의 한 수 였어요. 다닐 때 황토와 오토바이 매연이 심하고 때때로 흙길에서 날라오는 작은 돌멩이들이 있었습니다. 바람에 날아가버린 모자는 찾을 수 없어서 5달러 주고 고무줄 끈이 달린 모자를 새로 구입했습니다.

 

이틀동안 한국에서보다 훨씬 더 많이 걸었던 탓이었는지 발에 물집이 잡혀 세번째 날 하루는 온전히 호텔에서 쉬었습니다. 수영도 하고 호텔에서 아로마 맛사지도 받고.. 맛사지는 시내보다 비쌌지만 해피아워 시간이어서 35% 정도 정가보다 저렴했고, 시원하고 깨끗했기 때문에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전신 아로마 맛사지 1시간 둘이 합해 tax 10% 포함 대략 62불.. 팁 1불씩).  

 

마지막 날엔 비행기가 밤 11시 59분 예정이어서 하루종일을 관광으로 잡았는데 이때의 기사 아저씨는 엄청 친절하고 순박한 분이었어요. 일정에 없던 킬링필드 역사관도 호텔로 돌아오늘 길에 있다며 더 들러 주었고요. 부모님을 그 학살에 잃어 교육 받을 기회가 없었고 그래서 겨우 큰 관광버스부터 툭툭, 승용차까지 드라이버로 생업을 유지하고 있는 이야기, 그래서 자기가 하는 영어는 모두 줏어들은 영어라 잘 이해가 안갈 수도 있다고 미안해 했는데 그럼에도 뛰어난 영어를 구사해서 당신은 천재라고 말해 주었죠. 영어를 할 줄 모르는 관광객이 오면 몹시 힘든데 우리를 만나 자기가 오늘 운이 좋다는 이야기와 유적지에 갈 때마다 얼음물에 채운 생수를 한 병 씩(대 여섯병 마신것 같아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우리가 그네의 슬픈 역사를 알아주었으면 한 마음 이었던지 킬링필드를 보여주고 싶어했어요. 당시에 어렸던 그의 형제들은 모두 대학살에서 살아 남았지만 무작정 캄보디아를 도망쳤대요. 뉴질랜드로 호주로.. 가끔씩 자기에게 100달러씩을 보내준다고 했습니다.

관광을 하고 나오면 다른 기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것 같았습니다. 친구들 중 한명이 나더러 좋은 기사를 만났다면서 하지만 가끔 관광객들이 팁주는걸 잊는다고 몰래 귀띔을 하더군요. 그래서 알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했고, 점심도 사드리고 일정을 마친 후에 10달러를 팁으로 주었습니다. 엄청 좋아하더군요^^ 50달러를 이미 지불했다고 하더라도 그에게 돌아가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을테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승용차 일정은 우리에게 마음대로 시간을 쓰라고 했었는데도 4시쯤 끝났고, 호텔로 돌아와 샤워도 하고 저녁을 먹으며 대기하다 샌딩서비스를 이용 공항으로 갔습니다. 비행기가 늦어져 또 기다려야 했지만요.

 

앙코르와트는 정말 대단했구요. 딸은 고대의 유적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특유의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어 사진을 정신 없이 찍었답니다. 따프롬은 나무 때문에 유적지가 무너지고 있음에도 그 나무 때문에 더 멋있었(?)고 안타까왔어요. 작지만 섬세한 아름다움을 보여 준 반띠에이 쓰레이, 그리고 네악뽀안... 개인적으로 이 네악뽀안은 꼭 가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새소리를 들으며 물 속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과 호수끝을 바라보며 외나무 다리를 건널 때... 마치 천상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는 듯한 마음을 가라 앉혀 주는 분위기..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해요.. 직접 가보시길

 

자유여행이라 앙코르와트 네비게이션이라는 책을 사서 공부하며 일정을 소화했는데 역시 가이드만 하지는 못했던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물론 자유로와 좋았지만요. 킬링필드에서는 우연히 패키지 관광 온 한국분들과 가이드를 만나 청강아닌 청강을 했습니다. 그 가이드 분 말씀 중에 킬링필드 학살 당시 지식인들이 모두 죽임을 당했고, 그로 인해 캄보디아는 세대간 지식의 단절이 일어났다..그래서 내전 후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이렇게 못사는 나라가 되었다... 지식인을 다시 키우려면 꼬박 한 세기 100년의 시간이 이 나라에 더 필요하다... 그리고 학살을 한 사람과 당한 사람은 서로를 용서 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그때의 일을 서로 잊을 수 없고 그래서 그들의 가슴 한편은 아직도 슬픔에 얼룩져 있어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우리의 한과 같은 그늘을 그들의 얼굴 표정에서 읽을 수 있다.. 라는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역사관 한 켠에 있는 사당에 들러 돌아가신 분들의 영면을 빌고 왔네요.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서였던지 안전에 대한 걱정은 기우였던것 같아요. 호텔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니 정원사들이 일을 하고 있었는데 누가 보던 안보던 너무 열심히 일하고 있었습니다. 시내 식당가의 청년들도, 툭툭 기사들도, 아가씨들도 모두 열심히 일하고 항상 웃고 성실했습니다. 그거 아시나요? 예전 우리나라에 외국인들이 오면 한국 사람들은 왜 그렇게 이유없이 웃느냐고, 기분 나쁠정도로 무작정 웃는다 그랬어요. 근데 억울한게 우린 그냥 그들 말을 못알아 듣거나 어색하고 무안할 때 웃거든요. 그럼 뭐 찡그려야 하나요? 캄보디아 사람들이 그렇더라구요. 영어를 못알아 들어서 자기가 뭘 해줘야 할 것 같은데 모르겠어서 당황스러울 때 웃더라구요.. 사랑스럽게^^ 그런데 우린 잘살게 되면서 미소를 잃어가고 있는것 같아요. 오래전 전쟁 후 못살던 우리의 모습을 다시 보는것 같아서,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전 무척 좋았습니다. 진짜 힐링이 되었어요. 지금은 가난하지만 그들의 역사는 결코 가난하지 않았다는 것, 성실로서 지금의 어려움을 언젠가는 극복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해 준다는 점도 좋았구요. 진심으로 캄보디아가 잘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더 잘 되기를 바랍니다. 무수한 외침도, 36년 간의 일제 강점도, 6.25전쟁도, 독재와 광주사태도, 그리고 IMF 까지도 겪었지만 우린 살아 남았고, 지독한 가난의 굴레에서도 빠져나온 우리니까 이번 최순실 사태도 잘 이겨낼 수 있어요. 그렇지 않나요? 각자 열심히 살아가자구요. 그리고 아이들을 잘 키워봅시다.

 

태사랑 카페의 도움을 받아 보답하는 마음으로 저도 글을 써 보았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그동안의 일정이 마음 속에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는 군요.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요. 언젠가는..캄보디아를요.

 


 

10 Comments
sssssz 2017.01.22 20:09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저도 캄보디아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중인데 감사합니다.
혜담 2017.01.22 23:18  
감사합니다. 꼭 다녀 오시길 바랍니다. 여행가기 전 정보를 많이 모으시고, 캄보디아에 대하여 앙코르와트에 대하여도 공부 많이 해가세요. 알수록 더 많이 보이더라고요^^. 여행지에서 책을 파는 경우를 처음 본 것 같아요. 그 책을 사서 사람들이 곳곳에 앉아 앙코르와트와 유적지들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었답니다.
블링짱 2017.01.22 22:24  
저도 며칠있으면 캄보디아 가족이랑 가는데요
글을 읽다보니 기대가 되고
아이랑 공감대가 생길것 같아요.
잘 읽고 갑니다 ~~
혜담 2017.01.22 23:20  
감사합니다. 지금은 건기인데 날씨도 그렇게 뜨겁지 않고, 비도 오지 않아 여행가기 좋은 시기 입니다. 계획을 잘 세우셨네요^^* 가족이 같이 움직이신다니 더 좋으시겠어요. 저는 함께 가지 못한 동생과 엄마 생각이 자꾸 났어요. 같이 왔었더라면.. 하고요. 그만큼 좋았습니다. 조만간 다 함께 다시 가야 할 것 같아요. 즐거운 여행 되세요^^!
마순이 2017.01.28 20:44  
읽다보니 캄보디아에 관심 게이지가 급 상승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혜담 2017.02.05 23:08  
칭찬해 주시니 쑥스럽네요. 감사합니다*^^*. 관심을 가질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나라입니다^^
한자리 2017.01.29 17:31  
감사합니다.
혜담 2017.02.05 23:09  
저도 감사합니다^^
이뉴 2017.02.09 21:18  
지난 번 방문때 소처럼 눈이 맑던 툭툭 기사가
지금도 인상이 남아요. 다음달에 다시 가려고
표 사두고 요즘 저도 매일 열심히 일하고 있답니다.
툭툭도 미리 다시 그 친구에게 예약해두고
선물도 준비해 두었는데, 좋아했으면 하네요.
하나린9 2017.03.14 00:05  
재작년 패키지로 캄보디아를 다녀왔는데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군요..  자유여행 도전을 한번 혼자서 해볼까 합니다. ^^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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