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일기 ::: 2012년 6월 2일, 토요일을 보내는 방법.
6월 2일. 아침엔 예의 그 잡인터뷰가 있었다.
인터뷰는 인터뷰고 조식은 조식이지. 일어나서 기어이 밥 먹고 준비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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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스타일은 단연 레드지! 라는 막연한...뭐랄까 폴리시랄까 그런게 있어서 온통 레드일색의 드레스코드.
아 결과는 미리 얘기하자면 이 곳은 나의 영광의 도시가 되지 못했어. 하지만 경험치는 쌓였고,
이 곳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도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니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잡인터뷰는 사실 홍콩행을 위한 좋은, 아주 좋은 구실이었으니- 약간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는거야. 유후.
연초부터 두달걸러 한번씩 여행을 가는 나에게 엄마는 너의 그 늘어진 팔자엔 더이상 할말이 없다며 혀를 차셨고,
왠만한 핑계가 아니고서야 "놀러"나가는게 너무나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 잡인터뷰 브라보였다.
엄마에게 인증샷을 날려주는 센스, 잊지 않았어. 난 착한 딸이니까. (대체 이 글의 어디가 착한 딸인지는 알수없다.)
MY RED DRESS + 가식돋는 스마일.
기어이 바르고 잔...근데 손이 왜케 땡땡 부었어 (...)
쥬디스와는 점심 지나서 만나기로. 어젯밤에 "너 페이셜 트리트먼트 받으러 갈래?" 라고 가볍게 꺼낸 말에,
내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응! 나 필요해!" 라고 했더니 날 위해 그녀가 종종 찾는다는 로컬 에스테틱을 예약해 둔 것.
사실은 가기 전에 건방지게도 호텔스파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혼자 너무 오바떠는거 같아서 그냥 안해야지 했는데.
얼굴 맛사지는 정말 요즘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부쩍 건조해진 피부 덕에 안그래도 받긴 받아야 겠단 생각을 했었드랬지.
맛사지 받으러 가기 전에, 늦은 점심을 먹었는데- 집앞에 있는 레스토랑이 꽤 유명한 집이라는 쥬디스의 말에 따라,
그 곳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밀크티 샴페인이라고 불리우는, 얼음통에 담겨져 나오는 밀크티도 훌륭하고,
인기있는 메뉴인 완탕면 또한 한끼 해결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메뉴였다.
딱봐도 햇살이 레이저광선이야. 선크림 바르기 귀찮아. 양산을 챙기자.
집앞 세븐 옆에 있는 식당. 란콰이퐁에도 거대한 지점이 하나 있다고.
차이니즈라기 보단 아시안푸드 + 웨스턴 적당히.
이 집의 추천메뉴는 완탕누들+피쉬볼 수프. 완탕면에 어묵들어간 국수.
그리고 이 집만의 독특한 밀크티 샴페인. 이것 또한 매우 인기라고 한다.
안에는 약간 오후의 홍차같은 맛이 나는 (하지만 우유보다는 홍차향이 강한) 밀크티가 들어있고,
얼음버켓에 쿨링해서 나오는데- 이 센스가 너무 귀엽고 깜찍한거라. 밖에서 봤을땐 이런 이미지 아니었는데. 후후.
나는 추천메뉴. 쥬디스는 샌드위치. 그러니까 저런 메뉴도 있다.
밥먹고 병은 테이크아웃했어. 생각보다 양이 많더라고 + 병이 예뻐서 들고 나온거야. 후후후.
흐리흐리 했던 어제와는 달리 쨍!
쨍쨍! 낮에도 비비드한 홍콩의 낮모습. 아무래도 빨간 택시덕분?
그렇게 간단 점심을 해결하고, 몇블럭 걸어서 도착한 그야말로 "로컬 맛사지샵" 피부관리실이 더 어울리려나?
쥬디스는 웨딩드레스 입어야 되는데 수영장에서 등이 홀랑 타서 등관리를 받고, 나는 얼굴 맛사지.
두시간동안 얼굴만 맛사지 해주는데 눈썹도 다듬어주고 피지관리까지 완전 페이셜의 풀코스를 경험했는데,
푹 자고 일어나니 엄청 뽀송뽀송해진 얼굴이 메이크업도 안했는데 번쩍 거리는 느낌이랄까? 놀라운 효과!
내가 넥크림 바르는걸 좀 부실하게 한건 또 어찌 아시고 목 엄청 건조하다고...목에도 수분크림을 계속 발라 주라고 하심.
영어간판 이런거 없음.
딱 홍콩의 일반적인 건물구조를 보는듯한, 마치 영화의 한장면 같은 피부관리실이었다.
수영장 갔다가 등을 홀랑 태워먹은 쥬디스는 등마사지 받는 중.
아 난 이런거 왜이렇게 좋지?
호텔스파같은 럭셔리함은 없어도 이런 정감있는 분위기라니. 얼굴맛사지 받는 두시간을 내리 잤다 (...)
[CAUTION]
맛사지 받고나서 레알 민낯셀카.
아침의 그 사람과는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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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사지 받고 낮잠 한숨 푹 자고 일어나서 우리가 향한 곳은 몽콕.
근방의 여러 마켓들과 쇼핑센터를 구경하며 북적이는 홍콩의 주말을 마음껏 만끽했다.
뭔가 질서가 없는 것 처럼 느껴지면서도 그들만의 질서를 가지고 있는 홍콩의 거리를 구경하는 일은 무척 즐거웠다.
그리고 지나가다가 심심치 않게 맡을 수 있는 "썩은두부"의 냄새는 정말이지. 비위가 강한 나도 견디기 힘든 그런 정도.
왠지 절대 도전해보고 싶지 않은 메뉴이나 궁금증을 못이기고 숨참고 사진찍어왔다. 훗.
맛사지 받고나서 몽콕까지 걷기-*
거리가 무척 깨끗해서 알수없는 위화감이 느껴지기까지 했던 홍콩의 보통의 거리.
메인스트릿인 네이선 로드를 따라 쭉쭉쭉.
걷다보니 "여기 핏스트릿이 있네?"
"그야 여기도 영국문화권이었으니 이름이 많이 겹칠거야."
"완전 그립다. 마코토도 핏스트릿에 있었는데."
쥬디스와 나는 10년 전에! 시드니에서 알바하던 가게에서 만났는데,
그 가게도 핏스트릿에 있었더랬다.
아직도 기억나는 주소 417 Pitt st. 우리집 in SYD. NSW.
그 길을 쭉 따라 내려가면 하버브릿지 나오거든...여긴 뭐가 나오려나?
요거요거 썩은두부! 숨참고 사진찍기!
쥬디스에게 맛있냐고 물어보니까 자기도 냄새땜에 잘 안먹는다고 -_-;;; 그럼 나도 먹지 않겠어.
토요일의 몽콕 길거리.
걷다보니 레이디스마켓이 짠.
귀염돋는 열쇠고리들. 하나 사고 싶었는데, 요즘 열쇠고리 쓸 일이 없어서 :(
아주 정교하게 잘만들었다-
딱 이런 느낌이 홍콩특유의 시장 분위기를 잘살려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주위로 보이는 낡은 건물들과 노점의 천막들. 끝없이 알록달록한 물건들.
조단에서부터 몽콕까지 걷고 시장구경하다보니 약간 피곤해져서 간단하게 음료한잔 하기-*
홍콩에 왔으면 망고주스 마셔야 한다며 쥬디스가 데려가 준 허유산 許留山 (Hui Lau Shan).
모르는 언니인데 팔이 미끈하시다...허유산의 대표메뉴들을 감상하는 중.
나는 망고 알로에..어쩌고? (...)
NEW TOWN MALL 구경하기. 같은 물건이 오히려 마켓보다 싼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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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의 빛을 밝히기 시작하는 거리. 가장 좋아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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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닫기 직전의 도매시장. 파윈스트릿 근처였던 것 같은데 밥먹으러 가는 길에 잠깐 들렀다.
이런 농수산물 도매시장 특유의 느낌조차도 무척 홍콩스러웠다. 한없이 포토제닉한 풍경들.
우리나라에 있는 시장들과 느낌이 비슷하면서도 그들의 생활에 딱 맞춰졌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저 소혀는 무섭 (...) 시장의 물건들은 공중부양이 트렌드인듯.
레이디스 마켓과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젊은 아가씨들이 즐겨 찾는다는 쇼핑몰을 빙글빙글 돌면서 구경하고,
파윈스트리트로 향하는 길에 있는 농수산물 도매시장에 문닫기 전에 살짝 들어가서 사진도 찍고,
여러 다양한 마켓들을 지나쳐 가는데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우리의 발걸음은 더 이어지지 못하고 저녁을 먹으러.
파윈 스트리트에도 여러 유명한 레스토랑이 많지만 오로지 "로컬!"을 외치는 나를 배려해 쥬디스가 데려가 준 곳은,
가이드북 같은데는 나와있지 않은 (페이스북 체크인도 안되는) 그야말로 현지인들로 가득한 밥집이었는데,
여기가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테이블을 꽉꽉 채우고 앉아있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모르는 사람과 합석해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이런 소소한 헤프닝을 너무 좋아하는 내게는 그야말로 보석같은 가게였달까.
음식도 너무 맛있고 분위기도 딱 "내가 바로 홍콩이거든?!" 하는 느낌이라서 무척 신나했더니,
"케이트, 이런데 좋아하다니 의외야!" 라던 쥬디스. 한국에서도 오샤레한 가게들 많이 가지만 내가 좋아하는건
김치찌개 팔고 된장찌개 파는 그런 가게들인지라 ㅋㅋㅋ 그게 어디 가냐며, 전세계 어딜가도 똑같지 뭐!
so fresh!
망고스틴을 한바구니 샀다. 15달러.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사람들의 발걸음은 바빠지고...
우리는 밥먹으러 :)
흔하디 흔한 홍콩의 로컬식당.
그다지 깨끗한 분위기는 아닌데, 괜찮아? 라고 계속해서 물어보던 내친구.
그냥 가이드북만 끼고 여행자들에 의해 검증된 곳들만 돌아다녔다면 경험해 볼 수 없는 이런 분위기 정말 사랑하는걸.
두번째 저녁식사.
테이블이 부족해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
아저씨가 시킨 블루걸이 라벨이 예뻐 나도 주문해봤다.
가격이 저렴한데 양은 엄청난 곳. 다 먹느라 고생했는데- 저 해산물 덮밥이 너무 맛있었던거 있지.
사람많다. 그치?
비가 그칠 기미가 안보이네...
저녁을 먹고 나서도 비가 그치지 않아서 어떡할까 고민하다가 잠깐 근처 쇼핑몰에서 시간을 떼우다가,
슈즈마켓쪽을 잠깐 둘러보고 오늘 못한건 내일마저 하지 뭐, 하며 쥬디스와 몽콕 근방에서 바이바이, 하고-
가지고 온 양산을 우산삼아 버스를 타도 되는 길을 굳이! 걸어서 돌아가며 네이선 로드의 분위기를 한껏 만끽해주었다.
뭐랄까. 첫날 공항버스를 타고 오면서 네이선 로드를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는데, 홍콩에 머무는 내내,
별 목적도 없이 이 거리를 걷는 일이 너무 좋아서 오밤중에 산책을 해대는 뭐 그런 정도의 애착이 생겨버렸다.
탐나는 맥도날드 우산을 들고가던 아가씨.
버스, 정류장.
비에 젖은 풍경이 더 강렬한 빛을 내고 있는 홍콩의 비오는 밤.
내일은 그치겠지?
마음의 짐 같았던 인터뷰도 끝났고, 하루종일 쇼핑하고 돌아다니느라 지친 몸을 시바스로 달래며, 굿 나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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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맨닝스에서 주워온 물건들의 일부.
대박아이템. 아이폰케이스. 블링블링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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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담.
"우리 회사에 지원하고자 하는 이유가 뭔가요?"
"전 일단 이 회사가 너무 좋아요. blah blah blah..." (애정어린 찬사)
천진난만한 나의 대답을 러블리하다고 해주었는데. 러블리 하기만 하면 안되는거지?
디저트 여담.
뿅. 쥬디스랑 헤어지기 전에 저녁먹고 그 아이스크림 사먹었었어 :D 완전 강추!
아이스크림카가 보이면 주저말고~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