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기록하다...중국]04, 08 -다시 집으로 내려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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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기록하다...중국]04, 08 -다시 집으로 내려오다.

수양버드냇가 0 1729

04, 08 -다시 집으로 내려오다.

아주 희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난 다시 밀양가는 기차 위에 앉아 있으며, 그 희극적인 일을 들려주려 한다.

비장한 마음으로 밀양에서 기차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동생은 어머니를 조금 설득시키길 바랬고, 어머니는 자식이 조금 더 든든한 모습이길 바라셨다. 난 이 모든 걸 뿌리치고 '꿈'이라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모험과 환상의 섬으로 아주 조그마한 배를 몰고 바다로 나가려 했다. 그런데... 서울에 올라와 상남씨를 만났다. 북인도 맥그로드 간지가 그에게 큰 의미였나 보다. 인도이면서 인도와 다른 자리, 그리고 스무해 넘게발 디뎌온 서울보다 더 낯선 자리. 그는 4일 동안 머무르면서 삶의 변화를 일으킬 만큼 큰 동요를 얻었다고 들려주었다. 그리고 교육에 대해, 우리는 어제 그 이야기를 나누다 그만 둔 것 처럼 자연스레 이어간다. 사회교육학과인 그는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다.

순수한 청년이다. 그리고 그네 후배들에게 간간히 -잊혀질 만 하면 다시한번, 여행의 의미를 들려준단다. 하지만 그 의미가 소 귀에 경 읽기가 되지 않길 바라지만 무의미하다. 세 시간 정도,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를 보낸다. 그리고 네팔 룸비니에서 이틀 밖에 같이 머무르지 않았지만 형님(황의돈)과 누나(김수현0가 기꺼이 나를 위해 종로로 나와주었다.

형님이랑 누나랑 다시 일상과 여행 이야기가 오고간다. 형님은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하고 포카라와 룸비니를 보고 돌아오셨고, 누나는 이도에 조금 오래 머물렀다고 했다. 낯선 자리에서 만나서 소중하기보다 그네들의 진실성이 더 깊지 않을까라는 생각, 버릇없어 보이던 누나의 말투는 털털한 성격과 솔직함의 다른 모습이였고, 아주 깊은 고뇌 속에 삶을 가꾸어 가는 듯 하다. 내가 보기에 두 분은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듯. 서울의 한 복판에서 '노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 하는 게 별나라 사람으로 보인다. 모두가 세상 그 누구도 같지 못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데, 속세에 때가 묻은 이들은 진실로 아름다운 이네들을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 진실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외로움에 젖어든 것으로 느껴지는 건 내 착각일까.

상만씨와는 또 다른 만남이고,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었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집에서 동생과 어머니랑 이야기 나누다, 밖에 나와 이런 분을 만나 이야기 나누면 난 두 세계에 발을 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세계는 틀릴지언정 내 가장 소중한 사람은 동생과 어머니임이 분명하다.

다음날 인천항에 들어가 배를 찾으니, 안개 때문에 중국에서 배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머리에서 아무런 생각이 없고, 입에서 어이 없는 웃음이 흘런 나온다. 어제는 분명, 오늘 중국으로 간다고 올라왔는데... 이틀이 지난 다음에 배가 있다고 하니, 그것도 중국에서 오늘 같은 안개가 끼지 않았다는 보장하에서이다.

친구한테 이 이어없는 이야기를 들려주니, 출발이 왜 그렇냐고 한다. 난 기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그 이어없는 일에 대해 글을 쓴다.

여행은 수 많은 변수를 거미줄 처럼 내 앞에 던져놓고는 내게 아무런 답을 주지 않는다. 오직 내 의지와 지혜, 그리고 마음 가짐으로 조심스레 나아가게 한다. 또한 여행은 삶을 긴 안목으로 바라보게 한다. 당장 배가 들어오지 않았음은 분명 예상치 못하고, 친구의 말처럼, '출발이 왜 이럴까'라고 보일 수 있지만, 이 모든 건 우리의 마음 가짐에 달려 있을 뿐이다. 내 밖에 벌어지는 일들은 상당히 주관적인데, 슬기로운 사람과 지혜로운 사람은 이 문제를 스스로의 성찰로 돌아보지만 지혜가 부족한 사람은 단지 벌어지지 않았어야 할 일로 치부한다. 그렇게 되면 세상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로 나뉘며, 그네들은 이 둘 일 사이에 그네를 타게 된다. 즉 비가 오면 울고, 해가 나면 웃는 일희일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된다. 그치만 슬기로운 사람은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없으며, '그저 일이 벌어졌을 뿐'이며, 두렵거나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레 물 흐르듯이 처리한다. 물 흘러가 듯이.

* 이 글은 다른 게시판에서 이곳으로 이동되었습니다. 앞으로는 꼭 게시판 성격에 맞도록 글을 올려주세요. ^_^ (2008-08-2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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