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s story - 팟타야 블루스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Moon's story - 팟타야 블루스

MOON 2 811
어느새 정들어버린 피피를 떠나는 날 아침이다. 매일 잠깐씩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오늘은 어째 아침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다. 오전에는 파도가 높다하여
오후배를 이용해서 푸켓으로 나가기로 했다. 카바나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체크아웃(11시까지)을 한 후에 모든 짐을 동훈이 방갈로로 옮겼다. 동훈이는
피피가 최종 목적지였기에 하루 더 머물렀다 갈 생각이라 한다. 오전시간은
수영장에서 썬텐을 하기로 했다. 오일을 온몸에 바르자마자 아침에 우려했던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닌가. 완전히 새됐다.

오전배는 파도가 높아 힘들다기에 오후 2시 30분 배로 푸켓을 향했는데 파도가
그리 높다고 생각되지는 않았지만 배가 약간 연착이 됐다. 부랴부랴 픽업차량을
타고 썬라이즈로 향했다. 방콕에 올라갈 VIP 999 버스편을 예약하지 않아
걱정이 앞섰는데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촉박하다. 그래도 유명하신 썬라이즈
JOY 형님과 기념촬영을 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미리 썬라이즈에 전화를
했더라면 표를 예매해 주셨을텐데...
남은 좌석이 하나 밖에는 없었다. 좌석이 없다니 어떻게 사정해도 될 성질이
아니다. 불쌍한 표정을 짓자 직원 한 분이 우리를 이끌고 다른 매표소로 갔다.
다행히 6시 30분 차가 있었지만 2등 버스(뻐 성)만이 있었다. 푸켓으로 하루
더 머물 것인가, 예정대로 팟타야를 갈 것인가 잠시 고민에 빠지긴 했지만
너무 편한 여행만 기대하면 남는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타기로 했다.
2등 버스는 VIP 999만은 못했지만 그렇다고 아주 불편하지도 않았다. 단지
흠이라면 2등 버스에는 화장실이 없어서 2밧을 내고 터미널 화장실을 이용했다는
것쯤... 어떤 용도인지는 모르겠는데 2등 버스는 티켓을 한 뭉치나 준다.

2등 버스로 푸켓에서 방콕까지는 약 13시간 정도 소요됐다. 터미널에서 아침
식사로 드디어 족발덮밥을 먹었다. 작년부터 먹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구경을
하게 된 것이다. 기대했던 것 만큼 아주 맛있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아주
대중적인 식사로 보였고 나쁘지 않았다. 물어 물어 동부버스터미널(콘 쏭 에까마이)
가는 버스를 타러가기 위해 40번 버스를 1시간 정도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40번을 단 작은 버스들은 자주 지나다녔지만 이 차는 동부버스터미널에는
가지 않는단다. 하는 수 없이 마음 좋게 생긴 택시기사 양반을 골라탔다.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차들이 많이 막혔다. 예상보다 많은 택시비가 나왔다.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잠시 어물쩡 하는 순간에 팟타야행 버스가 떠난다.
다음 차는 30분이 후에나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등장, 우리를 다른 매표소로
끌고 간다. 둘러보니 크게 3군데 혹은 그 이상되는 회사들이 모여서 버스를
운행하는 것 같았다. 73밧에 팟타야행 버스를 끊기는 했는데, 조금 이상하다.
조금 전 떠난 버스는 90밧이었는데?

버스 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잠깐 잠이 들었나 깨어보니 차 안이 만원이다.
대부분이 여대생들이다. 여대생들은 하얀 블라우스에 까만 치마를 입고 다녀
구별이 쉬운데 남학생들은 어떻게 다니는 지 모르겠다.
어쨌건 자다 일어나보니 이렇게 사람이 많아졌는데 어떻게 된거야?
음... 글쎄, 이런 표현이 어울릴 지는 모르겠는데, 이 차는 정거장마다 다
서는 완행버스(?) 였던 것이다. 뜨아~ 이번에도 교통체증에 걸려 팟타야까지는
3시간 이상 걸렸다. 기사양반한테 미리 말해둔 덕분에 정거정에서 내렸는데,
그냥 우리네 신작로 같은 곳이다. 막막하다. 많은 오토바이 기사들은 자기
오토바이를 이용하라고 하는데 처음부터 바가지다. 관광도시인 만큼 뭔가
정비가 잘 돼있고 여행하기 수월하리라 생각했는데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구나 싶다. 헬로우태국 속에 지도를 봐도 이정표를 삼을만한 것이 없어
막막하기는 매한가지다.
택시를 이용해야 겠다 싶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택시는 보이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오토바이 기사에게 마이크 쇼핑몰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냐고
물었더니만 길 건너편을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일단 길을 건너 영어가 통할
것 같은 사람에게 물어보니 빈 썽태우를 가르킨다. 그러고보니 여기서는
썽태우가 택시역할을 한다고 들은 것 같다. 바가지 쓸 것을 대비해서 얼마정도
하냐고 물으니 10밧 이란다. 잉? 겨우 10밧? 이 사람이 내 말귀를 잘못 알아
들었나 싶어 다시 물어봤지만 대답은 같다. 일단 썽태우에 올라타니 사람들이
하나 둘씩 올라타고 버스안에 있는 벨을 누르면 사람들을 내려줬다. 중간에
경찰관이 타길래 내릴 곳이 되면 알려달라고 하자, 자신은 먼저 내리니까
기사에게 미리 말해주겠다고 한다. 번화가를 지나다 보니 가이드북에서 보았던
낯익은 가게들이 나타나니 한결 안심이 된다.

썽태우 기사가 말해주기 전에 마이크 쇼핑몰이 보여 무사히 내리고 바로
맞은 편에 다이아나인에 여장을 풀었다. 1000밧을 내자 조식비 포함된 숙박비
650밧을 제외한 나머지는 deposit 처리해 주었다. 다이아나인에는 크지는
않았지만 구색을 갖쳐 미니바를 가득 채워둔 거라든가 에어컨, 청소 상태 등이
양호하고 저렴해서 하룻밤 묵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씻고 나서 다이아나인 바로 옆 노천식당으로 향했다. 저렴한 가격에 양도
푸짐해서 과히 훌륭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못마땅한 점을 발견했다.
사실 이 부분 때문에 팟타야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 좋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팟타야에서는 다른 여행지와는 다르게 여성 여행자들이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옆에 현지 아가씨들을 하나씩 데리고 다니고
있었다. 서로 말도 통하지 않으면서도 같이 식사하고 같이 오토바이를 렌트해서
다니는 모습이 내게는 굉장히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물론, 현지 여성을 데리고
다니면 바가지를 쓰지 않는다던가 길 안내를 확실히 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내 눈에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 보였고 씁쓸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자꾸만 우리네 어려운 시절, 우리네 누이들, 이모들이 일본인들에게
기생관광이라는 미명하에 몸을 팔고, 또 그렇게 벌어들인 외화의 일부가 우리
국가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편치 않다.

식사를 마치고 미니씨암(므앙 짬렁)으로 가기로 했다. 현지인들 중에는
미니씨암을 모르는 사람도 많았고, 므앙 짬렁이라 해야 아는 사람도 있었다.
어찌됐건 호텔 경비에게 물어봤더니 택시를 타고 가란다. 아무리 둘러봐도
택시는 없었건만 대신 썽태우 기사가 손을 흔들어 준다. 썽태우는 버스 역할도
택시 역할도 겸하고 있었다. 얼마에 가냐고 흥정을 하니 1인당 40밧을 요구한다.
아까 올 때는 10밧이면 됐는데... 우리만 타니깐 그 정도면 적정 가격 같다.
한 20분 정도 걸려 미니씨암에 도착했는데, 우리가 팟타야 들어오는 길목에
있었던 곳이다. 미니씨암은 리틀 코리아로 불러도 좋을 만큼 한국사람들이
많았고, 미니씨암 내에 기념품을 파는 사람도 10000원에 몇개, 5000원 이런
식으로 정확한 한국발음을 구하했고, 곧곧에서 한글로 된 안내문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에 대한 원인을 생각할 필요도 없이 끊임없이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이 곳을 찾았다. 되려 한국인 아닌 다른 국적의 사람들을 찾기가
어려웠다. 미니씨암은 이름에서 느껴지듯 세계 각지의 유명 건축물이라든지
기념물들을 미니어쳐로 만들어 놓았는데, 깔끔하고 관리가 잘 된 공원이었다.
돈무앙공항을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곳에 KAL과 아시아나 비행기까지 만들어
놓은 것을 보니 작은 웃음이 절로 나왔다.
숙소로 다시 돌아가려 했는데, 비가 내린다. 대부분 30분 정도 내리던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조금 긴 시간 동안 비가 내렸다. 하지만 가족끼리 단체
여행온 분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간 줄도 모르게
지나갔다. 가족들과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보기 좋다.

썽태우를 잡아타고 마이크 쇼핑몰로 돌아왔다. 미니씨암에 한국사람들이 많다면
여기에는 중국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웠다. 끊임없이 관광버스들이 들어와서
중국관광객들을 쏟아놓고 갔다. 나와 한기는 여기에서 작년부터 벼르고 벼르던
헨나를 했다. 나는 승천하는 용무늬를 300밧에 했고, 한기는 독수리 문양을
200밧에 했다. 2주 정도 지속되는 것은 알았지만 행여 안지워지면 어쩌나
갈등이 따랐다. 어찌됐건 커다란 용문양이 왼쪽 팔에 있으니 왠지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서울 돌아가면 지워지기 전에 대중 목욕탕 한 번 가야지!
피피에서 걸린 감기 탓에 약국을 들렀다. 코 막히고 목 아프고 머리도 아프다고
설명하자, 약을 내 준다. 이 약은 코 막힌데, 이 약은 목 아픈데...
아픈 증상마다 해당하는 약들을 따로 준다. 증상에 따른 약이 각각 있는 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복합 감기약을 잔득 기대하다가 따로 따로 품목별로 주니깐
왠지 웃음이 나온다.

추적추적 비가 오래도록 온다. 행여 헨나가 지워질까 싶어 모자로 가리고
발맛사지를 받으러 갔다, first foot massage. 조용한 분위기에 차부터 한 잔
내어온다. 정성껏 발 맛사지를 해주고 진동으로 움직이는 전기 안마의자로
전신을 풀어준 후에 어깨와 목부분은 따로 맛사지를 해주니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다. 원래 가격은 1시간에 200밧이었지만 팁으로 100밧을 더 줬다. 썬라이즈
JOY형님이 맛사지사들은 팁으로 먹고 사니까 여유가 되면 넉넉하게 팁을
주라기에 그대로 따랐다. 그리고 너무 정성스럽게 맛사지를 해줘서 100밧의
팁이 결코 아깝지 않았다.

맛사지를 마치고 저녁은 근사하게 먹자며 근처 엘 토로 스테이크 하우스를
찾았다. 근사한 경양식집에 분위기도 좋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스테이크를
먹자면 주머니 사정을 단단히 고려해야 겠지만, 여기서는 부담없는 가격에
맛있는 스테이크를 접할 수 있어 좋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요리사가 손님
테이블 옆에서 직접 스테이크를 구워주는데, 연인이 함께 간다면 이 코스를
즐기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예전 같으면 어고고바나 나이트 같은 곳에도 갈법도 한데, 여행 막바지이기도
하고, 한기나 나나 그런 분위기를 작년에 이미 한 번 접했고 또 우리 정서에
맞지 않기에 생략하고 숙소로 일찍 들어왔다.

팟타야, 우리 나라 여행 패키지에는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이지만 왠지
까닭모르게 내게는 잔정이 가는 도시는 아니었다.

내일은 다시 방콕으로 돌아가고 우리의 여행도 종지부를 찍는다.
깊어가는 마지막 태국의 밤이 아쉽다. 여행중 만난 친구들은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2 Comments
기생오라비 1970.01.01 09:00  
요즘에도 단무지들 간코꾸섹슈관광 디따 많이 옵니다.<br>옛날 얘기만이 아니죠......<br>상대적 저렴한 가격과 서비스에 감동하고 간다던데...쩝
요술왕자 1970.01.01 09:00  
뻐 썽만 티켓이 한뭉치가 아니고.... 정부 운영버스는 대부분 그렇게 쿠폰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푸드센터에서 쿠폰 끊어 주듯...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