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s story - 피피 둘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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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 story - 피피 둘째날

MOON 0 960
피피의 둘째날이 밝았다. 그런데 몸이 이상하다. 지독한 감기에 걸린 것이다.
서울에서 가지고 온 것인지, 아니면 이미 감기에 걸렸던 한기에게서 옮은
것인지의 여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찌되었건 열대지방에서 감기라니 영
어울리지 않는다(그런데 의외로 감기걸린 사람 많더군요).

감기와는 상관없이 카바나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부페를 맛있게 쓱싹하고
오늘 오후에 푸켓으로 돌아간 영진, 원미, 진숙에게 작별을 고하고 동훈에게도
인사를 하려하는데 이 녀석 잠에 취해 도통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어젯밤까지도 오늘 푸켓으로 나갈 지, 피피에 더 머무를 것인지 결정을 못하던데
이제 보면 또 언제보나 싶어 깨워도 일어날 줄을 모른다. 어리버리 동훈...
제주도에 살면서도 수영도 못하고 영문과를 다니면서도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심지어는 100이 영어로 뭔지 모르는 동훈... 전날 식사를 하면서 기본
회화 몇 개는 외워야 겠다며 몇 개 알려달라기에 알려주었더니 반응이 재밌다.
길을 물어보는 표현; Could you show me the way to ...?
동훈이 노트 ; 큐드유쇼미더웨이투 (자랑스런 한글이 빼곡하다)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우리의 어리버리...
그러다보니 9시까지 모이라는 스노쿨링 투어에 5분쯤 늦었다. 그래도 어디서
나온 배짱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경험으로 봐서 느긎이 걸어갔다. 설마 9시
정각에 다 모였을라구... 그런데 웬걸? 아무도 없는 것이다.
사정얘기를 했더니만 안내하는 처녀가 손을 붙잡고 선착장으로 데려다 준다.
수 십명의 사람이 배를 기다리고 있는 걸 보니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역시나가 역시나였다. 우리를 태울 보트는 한시간이나 있어야 출발을
했다. 그러나 아픔은 있었다. 후에 다시...

대부분의 여행자는 유러피안이었다. 한국인은 나와 한기, 그리고 피피에 같이
도착한 가짜 신혼부부, 그리고 일단의 교포로 보이는 한국인들 서너명...

어제 푸켓에서 들어왔을 때 보았던 섬들을 다시 돌아보는데, 다시 보아도
여전히 좋다. 선상에서 오늘 있을 투어의 내용을 설명해 주는데, 강한 태국식
발음이 섞인 영어는 팡아만 투어때와는 다르게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굳이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냐만은 어느 포인트에서 스노클링을 하고 어느
섬을 헤엄쳐 갔는지 지금도 모르는 것은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스노클을
나눠주면서 인원체크를 하는데 나와 한기의 이름이 빠져있다. 아침에 5분
지각하느라 출석체크가 제대로 안된 것이다. 계약서를 보여주자 일을 도와주는
현지 청년이 짜증을 낸다. 그리고 다시 와서 점심식사는 뭘로 할거냐며 또
짜증을 낸다. 물론 우리가 지각한 잘못은 있지만 이미 사정얘기를 모두 다
했고 배 기다리느라 1시간 동안 아무 일에 대한 해명도 없었고 그 시간에
인원 체크를 다시 할 수는 없었는지 나도 짜증이 난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떠난 배인 것을...

첫번째 배가 정박한 곳은 마야베이 근처였다. 이 곳이 마야베이였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모두들 구명조끼도 없이 바다로 뛰어들어 잘들 수영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나와 한기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구명조끼가 있어야 하는데... 게다가 스노클을 어떻게 사용하는 지도 모르는데...
누구하나 선듯 가르쳐 주는 이도 없고, 그렇다고 모두들 물에 뛰어드는데
붙잡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역시나 피는 물 보다 진하다
했던가 가짜 신혼부부(?)가 친절하게 스노클 사용법을 알려주었고, 그들도
구명자켓을 착용하였다. 아무도 구명자켓을 착용안해서 머뭇 거렸는데,
같이 구명자켓을 착용하자 비로소 익명속에서 자유스러움이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들여다 본 바닷속은 정말 별천지였다. 스노클 사용이 익숙치 않아
처음에는 애를 먹었지만 맑은 바닷물 속에 비친 산호들이며 물고기떼들
그리고 내 밑으로 지나가는 스쿠버 다이버들... 정말 아름다운 피피였다.
스노클링이 익숙치 않아 마야베이까지(이 때까지는 마야베이인 줄 몰랐슴)
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여기가 영화 '비치'의 촬영장소였으며
김정은이 오리발 들고 뛰어가던 그 곳, SES가 폼나게 노래 부르던 장소인
것을 알았더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가보는 거였는데... 쩝~

그리고 약 세 곳을 더 들러서 스노클링을 했다. 나중에는 오리발까지
빌려서 스노클링을 하니 재미는 배가 됐다. 오홋~ 이렇게 좋을 수가...
하지만 마지막 스노클링 장소까지 오니깐 힘이 쏙 빠져버려서 물에 다시
들어갈 엄두가 안난다. 역시 나이는 못 속이는 모양이다.
배 위에서 식빵조각을 던져주니 수백 수천 마리의 물고기떼가 몰려드는데
이 멋진 광경(달리 보면 아비규환 같기도 한)을 놓칠 수야 없지, 기념
사진이나 찍자는 마음으로 물에 뛰어들었다. 사진만 찍고 올라올
생각이었는데, 무심결에 바라본 물속은 지금까지 봐왔던 물 속들이 모두
무의미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형형색색의 산호초들, 그 속을 오가는
TV 속의 동물의 왕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름 모를 물고기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적응돼버린 스노클과 바다에 대한 공포감이 사라지고 보니 물
안과 밖의 경계가 여지없이 허물어져 버렸다.
다시 돌아오라는 신호소리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바다에서 나오기 싫었지만
그럴 수는 없는 법, 안타까운 발을 옮겼다.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동훈이 방을 먼저 가봤더니 이미 비어있다.
더 있다 갈 것인지 말 것인지 그렇게도 망설이며 결정을 못하더니만 일행을
따라 푸켓으로 간 모양이다.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피피의 명물이라는 선셋을 보러 뷰포인트에 오르기로
했다. 어제 길에서 만난 서울에서 온 처자들(선옥, 주연)이 피피 번화가(?)에서
뷰포인트까지 20분 걸렸다기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올랐는데, 이거 웬걸?
뷰포인트까지 가는 길은 기껏 샤워를 한 것을 수포로 돌아가게끔 엄청난
땀을 쏟아내게 했으며 층층히 계단으로 이루어져 오르기에 더 힘이 들었다.
'이 사람들! 다시 만나기만 해봐라! 이 길을 치마를 입고 20분밖에 안걸렸다니,
법대 출신이라더니만, 법대가 아니라 체대 출신들 아니야!'
이건 휴가온 게 아니라 극기훈련 하러 왔구만 투덜투덜 거리다 보니 어느덧
정상이다. 뷰포인트 푯말을 보고 나서 30~40분쯤 걸렸나 보다. 정상에 오르고
보니 와~ 피피를 감싸고 있는 로달람만과 똔싸이만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어디에다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도 모두 관광엽서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땀을 씻어주고, 아름다운 경치와 좋은 친구가 함께 있음이
너무 고맙다.
구름에 해가 가려 그 빛이 약간은 바랬지만, 그래도 내게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썬셋이었다.

해가 지면 앞이 안 보인다기에 서둘러 내려와 식사를 하기로 했다. 어제 간
바이킹의 해산물도 괜찮았지만, 이 곳은 버터를 듬뿍 넣고, 해산물의 종류에
관계없이 모두 함께 익혀줘 해산물의 참맛을 느끼기에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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