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s story - 피피 첫날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Moon's story - 피피 첫날

MOON 1 931
아침이 밝았다. 새벽에 잠이 들었는데도 시간에 맞춰 눈이 떠졌다.
가끔 사람의 몸에 대해 놀라움을 느낄 때가 있는데, 이를테면 시험보기
전날 새벽 몇 시에 꼭 일어나겠다 마음을 먹으면 꼭 그 시간에 눈이
떠지는 것처럼 몸이 여행일정에 맞춰진 모양이다. 창 밖에는 비가 조금
내리고 있다. 3층에서 내려다 본 푸켓타운은 한층 고즈넉하다.
어제는 발견못한 조그마한 간이 포장마차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열심히
뭔가를 튀겨내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분명 한국사람으로 보이는
커플이 다정스럽게 그 튀김을 사 먹는 모습이 보인다.
한국사람이려니 싶으니까 "나도 한국사람이에요" 라고 외쳐주고 싶다.
그렇게 밖을 내다보고 있자니, 마찬가지로 새벽까지 자지 않고 계시던
작은 JOY님이 시간에 맞춰 일어났냐며 확인을 하고 가신다. 선라이즈
분들 모두가 고맙다.

너무 일찍 일어난 것이 탈인지 피피행 픽업차량이 도착하는 시간에
늦어 아침은 건너뛰어야 할 지경이기에 아침에 발견한 포장마차에서
튀김을 사먹었다. 1개 1밧... 30개를 사왔다. 안에 특별한 재료가
없이 밀가루만 튀긴 것 같은데도 맛이 있다.
염치불구하고 다른 친구들 밥이랑 라면이랑 뺏어먹어 요기를 대신했다.
서둘러 선라이즈에서 피피 왕복티켓(500밧)과 피피 카바나 호텔 방갈로
(1박 750밧) 바우쳐를 끊고 선라이즈와 작별인사를 했다.
피피에 같이가는 사람은 어제 팡아만투어했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와 한기, 동훈, 영진, 원미, 진숙, 그리고 아침에 본
신혼여행(?) 커플(알고보니 연인사이였다).

선착장에 도착해서 보트에 오르자 너무 냉방이 잘돼 있어 부랴부랴
긴팔 옷이며 전에 대한항공에서 가져온 담요(스튜어디스에게 말하고
가져온 것임)를 펼쳐 들었다. 보트에서는 커피와 간단한 간식거리도
제공을 하였고, 중간중간에 중국 관광객들은 게임을 하면서 오락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는데,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도 구경하는 사람들도
모두 즐거웠다. 우기에는 파도가 쎄서 멀미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약 2시간 30분 가량 소요가 됐는데, 가는 바닷길이며 피피레를 돌아서
들어오는 뱃길이 모두가 절경이어서 긴 시간이라고 느끼지 못했다.
간간히 강한 타이식 영어로 소개를 하는 방송을 해주었지만, 굳이 듣지
않아도 가이드책에서 본 바이킹 동굴이며 기기묘묘한 풍경 하나 하나가
어쩌면 그리도 이쁠 수 있는지...

피피 선착장에 도착하자, 엄청나게 많은 물고기떼가 먼저 반겼다.
근사한 수족관에나 가야볼 수 있는 열대어들이 그리도 몰려 있는 걸
보니 이 곳이 별 세상은 별 세상인가 보다는 느낌이 든다. 그물 하나만
있으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겠다.

카바나 호텔에 들러 각각 방갈로를 배정받고 여장을 풀었다. 깨끗하게
정리된 침대시트며, 미니바에 차가운 물까지 2병 준비되어져 있는 것이
참으로 맘에 든다. 대충 씻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카바나호텔에 딸린 노천식당이었는데, 볶음밥을 시키자 접시 대신에
파인애플 속을 긁어내고 담아오는데 환상이었다. 아울러 이름 모를
열대과일로 만든 음료수 역시 환상이었다. 정말 넉넉한 휴가를 온 것 같다.
더욱이 서빙하는 현지인이 영어가 아주 능숙하고 꽤나 친절하게 서빙을
보아주어 즐거움이 더했다. 이 친구 취미는 세계 각국의 돈을 모으는
것이라기에 1000원 짜리를 하나 주었고, 다른 친구들이 동전을 모아 주니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런데 얼마있다가 같이 근무하는 여직원에게 그 돈을
빼앗겼다며 또 달라하는데 정말 돈 모으는 것이 취미인지 아니면 이런
식으로 팁을 받는지 종잡기 힘들다. 비단 한국사람이 우리만 온 것이 아닐텐데...
그냥 못들은 척 했다.

영진과 원미, 진숙은 내일 피피를 떠날 예정이기에 롱테일 보트를
타고 마야베이를 둘러 스노쿨링을 떠났고, 동훈이도 아직 여행일정에
대해 갈팡질팡하다 그 일행들과 합류했다. 나와 한기는 내일 스노쿨링
투어를 할 예정이었기에, Infinity에 예약(500밧)을 하고 피피의
번화가(?)를 잠시 둘러본 후에 호텔에 딸린 수영장에서 썬텐을 했다.
이런 수영장에서 오일을 발라가며 썬텐을 하다니... 많이 출세했다.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피피에 오셨다는 푸켓에서 만난 분들도 여기서
뵜는데, 천진난만하게 두 분만의 시간을 지내는 걸 보니 많이 부러웠다.
나도 나중에 10주년 기념으로 둘 만의 시간을 따로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 전에 빨리 장가부터 가야겠지만...

수영장 문 닫을 때까지 텐닝을 하고 숙소로 돌아가자 스노쿨링 갔던
친구들이 돌아왔다. 아주 좋았다며 자랑을 늘어 놓는다.
우리도 내일 간다, 칫!

저녁을 먹으로 "바이킹"으로 가기로 했다. 해산물들을 즉석에서 골라
철판에서 익혀주는 것인데, 가기 전에는 꽤나 근사한 레스토랑쯤으로
알았는데 우리로 치면 선술집 비슷한 분위기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더욱 운치있는 것 같다. 이 레스토랑은 요리하는 아저씨가 어색한
바이킹 모자를 눌러쓰고, 가끔 엉덩이춤이며 조금은 촌스러운 쇼맨쉽을
보여주는데, 아주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게, 조개, 오징어, 상어, 새우, 참치 등을 각자 시켜 푸짐한 저녁식사를
마쳤다. 바이킹 가는 길에 두 처자를 만났는데, 이 친구들 역시 우리와
같은 공동구매로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단다. 앞에 영진팀하고는 마침
안면이 있어서 식사후에 다시 만나 밤을 함께 즐기게 됐다.
공동구매로 티켓을 구매한 사람이 15명이 있었는데, 오다가다 그 중
8명을 알게 됐다. 이게 바로 인터넷의 힘!

가벼운 주류와 무에타이를 볼 수 있다는 레게바로 갔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고 무에타이를 보려면 시간이 좀 남았기에 밴드가 나오는 주위에 있는
라이브바로 갔다. 아마츄어 밴드팀이 나와 연주와 노래를 부르는데
음악에 문외한인 나지만 꽤나 실력이 있는 팀 갔았다. 그 보다 좋았던 건
이 친구들 연주중에도 담배를 피운다거나 물을 양동이에 담아 마신다거나
하면서 관객과 스스럼없이 호흡을 주고 받는 모습이었다.
이런데를 여자친구와 함께 와야 하는 건데...

시간이 되어 레게바를 다시 찾자 조금 전과 달리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빼곡하다. 무대로 쓰이는 곳에 앉아 무에타이를 관람했다.
작년에 로즈가든에서 본 것과 다르게 상당히 과격하고 진지함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오버하는 걸로 봐서는 어느 정도 약속된
시나리오는 있는 듯 싶었다. 어쨌건 간혹 TV에서 보던 무에타이를
실제로 보니 상당히 매력이 있고 흥미진진했다. 승자는 경기후 관객사이를
돌아다니며 팁도 받고 승리를 자축하기도 했다. 이것은 과연 축제다!

이렇게 피피의 첫날을 보냈다. 피피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좋았다.
별다른 계획없이 그냥 와서 거리를 거닐기만 해도 즐거울 곳이 바로 여기가
아닐까. 불과 며칠 전만해도 삶이라는 전장터에서 치고박고 살아왔는데
여기에서 살면 걱정도 근심도, 또 욕심도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단지, 선착장 입구에 새로 신축되고 있는 시멘트 구조물이 이곳의 생활인이
아닌 이방인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들었다.


내일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스노쿨링을 떠난다.

1 Comments
레게걸 1970.01.01 09:00  
에휴..정말 아쉬웠던게 무에타이를 실제로 보지 못한것이었거든요...아유.... 부럽당..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