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대학생들과 함께한 2박3일 야영기 -- <3>
파 롬싹 앞에도 텐트 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식당도 하나 있었다. 이곳에서 묵기도 하나보다. 출발 전 이곳에서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식당은 천막으로 대충 만든 곳이다. 돗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이들이 준비한 것은 식빵과 연유. 연유에 빵을 찍어먹는 거다. 식당에서는 음료수만 샀다. 태국이나 동남아에서는 물 값만 받고 자리를 내주는 노천 식당이 꽤 된다. 달콤하고 고소한 연유에 식빵을 찍어먹으니 무지 맛있다. 계속 얻어먹기만 한 것 같아 음료수는 내가 산다고 하니까 19명이 동시에 말린다. -_-;; 솔직히 먹는데 불편했다.
빵을 먹으면서 눔이 말했다.
“녹, 너 옆에 있는 애 예쁘지?”
“..... 으..응.... 예쁘네....”
중국계였다. 눈꼬리가 휙 치켜 올라갔고 양쪽에 덧니가 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차이나돌과 꽤 흡사하다.
“이름이 잇이야.”
“헤이 미스 차이나~”
예비역이 미스 차이나라고 불었다. 별명인가 보다. 아마 얘네 과 퀸카인가보다. 하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다. ^^;;
“잇 예쁘지?”
다른 여자애가 또 말한다.
“응... 예뻐”
잇은 그러지 말라고 친구를 막 때린다.
확실히 태국애들은 피부가 하얀 사람을 선호하는 것 같다.
식당에서 한 시간 정도 쉬다가 일어났다. 올 때는 산 가장 자리 길로 왔지만, 야영장으로 돌아가는 길은 북쪽 길이다. 푸끄라등은 동서남쪽은 절벽이지만 북쪽에는 산아래까지 계곡이 이어져 있다.
들판과 숲길을 따라 한참을 가니 계곡이 나왔다. 지금은 건기인 1월. 계곡에 물이 거의 없다. 하지만 계곡 주변엔 단풍이 져서 예쁘다.
“한국에도 이런 나무 있어. 가을에는 산이 모두 이렇게 돼”
“우와 그래? 우리나라에는 이런 나무가 별로 없는데...”
“한국에는 겨울에 눈도 내려”
“응 알어.... TV에서 봤어”
“음.... 한국은 겨울이 되면 강이 얼음이 돼”
“헉? 정말???”
얘네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 까? 짜오프라야에 얼음이 어는 것을.....
계곡에서 나왔다. 예비역이 걸어가다 마른 나뭇가지를 주우며 말했다.
“너희들도 가면서 이런 거 있으면 주워”
이따 밤에 쓸 모양이다.
어찌하다 보니 잇과 함께 가게 되었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다른 아이들은 까마득하게 보인다.
“잇, 집이 어디야?”
“피찟”
“너네 집은 뭐해?”
“금팔어...”
태국의 금방은 중국인들이 하고 있다. 쁘라쭈압 키리 칸에서 만났던 중국 남자 아이네 집도 금방을 했었다. 걔도 나한테 참 잘해 주었는데...
“녹이 나한테 영어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헉 머냐....) 어? 영어? 나 영어 못해”
“넌 어떻게 영어도 하고 태국어도 해?”
“아냐 둘 다 조금씩 밖에 못해 정말이야”
“나는 영어가 너무 어려워”
“나도 그래... 그래서 영어를 잘 못해”
“... 녹은 태국이 왜 좋아?”
“자연도 아름답고, 역사 유적도 볼게 많고.... 음식도 맛있고..... 하지만.... 우선 사람들이 너무 좋아.... 친절하고 친근해.... 너희들처럼.... 너희들을 만나게 되어서 정말 행운이야.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우리도 녹을 만나서 좋아”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계속 내 밥을 너희들이 사줘서...”
“아냐아냐 당연히 우리가 사야지.... 넌 손님이잖아 우리나라에 온 손님”
“고마워”
가는 길에 장작으로 쓸 나뭇가지를 줍다가 버리다가(무거워서) 또 새로 줍다가 하면서 야영장으로 돌아왔다. 30분쯤 지나니 뒤에 오던 나머지 아이들도 다 돌아오고... 해는 벌써 져서 깜깜하다.
샤워하고 옷을 갈아 입었다. 저녁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항상 가는 식당에서 볶음밥을 먹었다.
텐트로 돌아와 좀 쉬었다. 좀 눈을 붙이려 누웠는데 잠이 안온다.
밖에 나와 낮에 주워온 나무로 모닥불을 피웠다. 아이들이 다 어디 갔는지 안 보인다. 혼자 모닥불을 쬐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 예비역이 왔다.
“녹 혼자 있네... 녹이 불 피웠어?”
“응”
“녹 심심한가 보다... 잇~ 어딨어”
헉! 난 잇에게 별 관심 없는데 아까 올 때 잇하고 같이 왔더니 내가 잇을 좋아하는 줄 아나보다. -_-;; 아무튼 예비역이랑 둘이 그러고 쫌 있었다.
사람이 많다보니 다 모이는게 힘들다. 오는대로 모닥불 주위로 빙 둘러 앉았다. 어젯밤처럼 처음엔 예비역이 기타를 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냥 불만 쬐며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명이 ‘싸이싸이싸이~’ 하고 외치더니 뭐라고뭐라고 말한다. 다들 와하하~ 하고 웃는다. 또 한병이 ‘싸이싸이싸이~’ 하고 얘기를 받아서 또 뭐라뭐라 말하니 또 푸하하하~ 웃는다.
옆에 애한테 물어보았다.
“싸이싸이싸이~가 무슨 뜻이야?”
앞 사람 얘기를 듣고 배꼽을 잡으며 웃다가 언뜻 설명해 줄 단어가 안 떠오르는지 좀 생각 하더니
“음.... 나를 봐달라는 뜻이야”
아마 내가 말할테니까 주목해달라는 의미인거 같았다. 기억이 오래 되어 ‘싸이’인지, ‘쏘이’인지, ‘써이’인지 가물가물 하다. 아무튼 한명씩 앞사람의 말을 잡아서 뭔가 재미있는 얘기를 이어 가는 것 같았다.
한동안 그렇게 남자들이 분위기를 띄웠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 했다. 큰일 났다. 한국말로도 힘든데.... 어케하나.....
내 차례가 되었다. 19명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식은땀 삐질.....
“안녕..... 녹이야... 한국에서 왔고..... 태국을 여행하고 있어.... 아무튼 만나서 반가워”
흑흑.... 부끄러~ 안되는 태국말로 대충 얘기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와~ 하면서 박수를 쳐줬다.
태국 애들은 자기소개뿐만 아니라 각자 MT 온 소감, 학교생활은 어땠는지, 졸업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얘기 했다.
자기소개가 끝나고 애들은 노래를 했다. 내가 아는 노래도 있었고 없는 노래도 있었는데, 사랑해(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와 담다디의 태국 번안곡도 불렀다. 한국 노래인 것을 알고 있었다. 나를 위해서 불러주는 거라고... 그러면서 이번엔 나에게 노래를 시키는 것이다.
“아.... 나 태국 노래 부를 줄 아는 게 없어...”
“괜찮아... 그럼 한국 노래 불러”
“나 정말 못 부르는데.... 미안해...”
“녹, 우리 모두 네 노래 듣고 싶어 부탁이야...”
“아... 알았어 그럼 할게....”
“응~”
모두 눈을 반짝인다.
그때 내가 좋아했던 김대일의 ‘사랑보다 좋은 사랑’을 불렀다. 근데.... -_-;;; 긴장해서인지 이 노래가 원래 댄스뮤직인데 너무 키를 낮게 잡아서 무슨 타령처럼 됐다. ㅠ ㅠ... 부르면서 애들 얼굴을 보는데.... 숨소리 하나 없이 내 노래를 듣고 있는 것이다. 미치겠다... 우쨌든 다불렀는데....
“와~~~ 녹~~!! 너무 좋은 노래다~ 너무 잘했어~~!”
정말 좋았는지, 예의상 그런건지.... 어쨌든 모두들 박수치며 좋아해 주었다.
이번엔 게임 시간~ 우리나라에도 있는 게임인데, 한사람이 앞에서 어떤 동작을 취하면 한명씩 돌아가면서 릴레이로 따라하는 게임이다. 중간에 틀리는 사람은 사회자가 우스꽝스런 동작하고 그것을 따라하게 한다. 그런데 별로 어렵지도 않은데 나에게까지 오기도 전에 중간에 계속 틀린다.
어느 틈엔가 잇이 내 옆에 앉게 됐다. 좀 불안 했다. 아이들이 나를 쳐다보면서 자기네들끼리 소곤 댄다. 쭉 게임이 진행되다, 잇이 동작을 잘못했다... 나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가 나까지 엉켜버렸다. 사실 잇이 먼저 틀린거니까 잇이 나가서 벌칙을 받으면 된다. 근데 나도 틀렸으니 나도 막 나오라고 그런다. 돌겠다~ 할수 없이 유치하고 우끼는 동작을 따라했다. 한손으로 코를 잡고 한손으로는 숭구리 당당 비슷한 동작을 하며 앉았다가 일어나는 동작이었다. 했다....
애들 웃기다고 뒤집어진다...
“푸하하하~”
“우하하하하~ 녹~ 넘 귀엽다....”
“녹 귀여버~”
얼굴이 안빨개 질수 없었다....
건기인데다 공기도 맑고, 주변에 건물도 없는 산속에 오니 정말 별이 쏟아지는 듯했다. 분위기도 조용해지고.... 아이들은 서로 옆사람과 얘기를 나눈다.
모닥불엔 라면을 끓이기도 하고 고구마와 처음보는 식물 뿌리를 구워 먹기도 했다. 우리 같았으면 술에 취해 몇 명은 벌써 오바이트 두어번 하고 들어오고 몇 명은 텐트 안에서 뻗어 잘텐데.... 원래 술을 안먹는 건지... 남자들만 매콩 큰 거 한 병 갖고 깨작대고 있다.
내일 떠날 것을 생각하니 아쉬웠다.
(계속)
아이들이 준비한 것은 식빵과 연유. 연유에 빵을 찍어먹는 거다. 식당에서는 음료수만 샀다. 태국이나 동남아에서는 물 값만 받고 자리를 내주는 노천 식당이 꽤 된다. 달콤하고 고소한 연유에 식빵을 찍어먹으니 무지 맛있다. 계속 얻어먹기만 한 것 같아 음료수는 내가 산다고 하니까 19명이 동시에 말린다. -_-;; 솔직히 먹는데 불편했다.
빵을 먹으면서 눔이 말했다.
“녹, 너 옆에 있는 애 예쁘지?”
“..... 으..응.... 예쁘네....”
중국계였다. 눈꼬리가 휙 치켜 올라갔고 양쪽에 덧니가 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차이나돌과 꽤 흡사하다.
“이름이 잇이야.”
“헤이 미스 차이나~”
예비역이 미스 차이나라고 불었다. 별명인가 보다. 아마 얘네 과 퀸카인가보다. 하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다. ^^;;
“잇 예쁘지?”
다른 여자애가 또 말한다.
“응... 예뻐”
잇은 그러지 말라고 친구를 막 때린다.
확실히 태국애들은 피부가 하얀 사람을 선호하는 것 같다.
식당에서 한 시간 정도 쉬다가 일어났다. 올 때는 산 가장 자리 길로 왔지만, 야영장으로 돌아가는 길은 북쪽 길이다. 푸끄라등은 동서남쪽은 절벽이지만 북쪽에는 산아래까지 계곡이 이어져 있다.
들판과 숲길을 따라 한참을 가니 계곡이 나왔다. 지금은 건기인 1월. 계곡에 물이 거의 없다. 하지만 계곡 주변엔 단풍이 져서 예쁘다.
“한국에도 이런 나무 있어. 가을에는 산이 모두 이렇게 돼”
“우와 그래? 우리나라에는 이런 나무가 별로 없는데...”
“한국에는 겨울에 눈도 내려”
“응 알어.... TV에서 봤어”
“음.... 한국은 겨울이 되면 강이 얼음이 돼”
“헉? 정말???”
얘네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 까? 짜오프라야에 얼음이 어는 것을.....
계곡에서 나왔다. 예비역이 걸어가다 마른 나뭇가지를 주우며 말했다.
“너희들도 가면서 이런 거 있으면 주워”
이따 밤에 쓸 모양이다.
어찌하다 보니 잇과 함께 가게 되었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다른 아이들은 까마득하게 보인다.
“잇, 집이 어디야?”
“피찟”
“너네 집은 뭐해?”
“금팔어...”
태국의 금방은 중국인들이 하고 있다. 쁘라쭈압 키리 칸에서 만났던 중국 남자 아이네 집도 금방을 했었다. 걔도 나한테 참 잘해 주었는데...
“녹이 나한테 영어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헉 머냐....) 어? 영어? 나 영어 못해”
“넌 어떻게 영어도 하고 태국어도 해?”
“아냐 둘 다 조금씩 밖에 못해 정말이야”
“나는 영어가 너무 어려워”
“나도 그래... 그래서 영어를 잘 못해”
“... 녹은 태국이 왜 좋아?”
“자연도 아름답고, 역사 유적도 볼게 많고.... 음식도 맛있고..... 하지만.... 우선 사람들이 너무 좋아.... 친절하고 친근해.... 너희들처럼.... 너희들을 만나게 되어서 정말 행운이야.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우리도 녹을 만나서 좋아”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계속 내 밥을 너희들이 사줘서...”
“아냐아냐 당연히 우리가 사야지.... 넌 손님이잖아 우리나라에 온 손님”
“고마워”
가는 길에 장작으로 쓸 나뭇가지를 줍다가 버리다가(무거워서) 또 새로 줍다가 하면서 야영장으로 돌아왔다. 30분쯤 지나니 뒤에 오던 나머지 아이들도 다 돌아오고... 해는 벌써 져서 깜깜하다.
샤워하고 옷을 갈아 입었다. 저녁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항상 가는 식당에서 볶음밥을 먹었다.
텐트로 돌아와 좀 쉬었다. 좀 눈을 붙이려 누웠는데 잠이 안온다.
밖에 나와 낮에 주워온 나무로 모닥불을 피웠다. 아이들이 다 어디 갔는지 안 보인다. 혼자 모닥불을 쬐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 예비역이 왔다.
“녹 혼자 있네... 녹이 불 피웠어?”
“응”
“녹 심심한가 보다... 잇~ 어딨어”
헉! 난 잇에게 별 관심 없는데 아까 올 때 잇하고 같이 왔더니 내가 잇을 좋아하는 줄 아나보다. -_-;; 아무튼 예비역이랑 둘이 그러고 쫌 있었다.
사람이 많다보니 다 모이는게 힘들다. 오는대로 모닥불 주위로 빙 둘러 앉았다. 어젯밤처럼 처음엔 예비역이 기타를 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냥 불만 쬐며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명이 ‘싸이싸이싸이~’ 하고 외치더니 뭐라고뭐라고 말한다. 다들 와하하~ 하고 웃는다. 또 한병이 ‘싸이싸이싸이~’ 하고 얘기를 받아서 또 뭐라뭐라 말하니 또 푸하하하~ 웃는다.
옆에 애한테 물어보았다.
“싸이싸이싸이~가 무슨 뜻이야?”
앞 사람 얘기를 듣고 배꼽을 잡으며 웃다가 언뜻 설명해 줄 단어가 안 떠오르는지 좀 생각 하더니
“음.... 나를 봐달라는 뜻이야”
아마 내가 말할테니까 주목해달라는 의미인거 같았다. 기억이 오래 되어 ‘싸이’인지, ‘쏘이’인지, ‘써이’인지 가물가물 하다. 아무튼 한명씩 앞사람의 말을 잡아서 뭔가 재미있는 얘기를 이어 가는 것 같았다.
한동안 그렇게 남자들이 분위기를 띄웠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 했다. 큰일 났다. 한국말로도 힘든데.... 어케하나.....
내 차례가 되었다. 19명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식은땀 삐질.....
“안녕..... 녹이야... 한국에서 왔고..... 태국을 여행하고 있어.... 아무튼 만나서 반가워”
흑흑.... 부끄러~ 안되는 태국말로 대충 얘기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와~ 하면서 박수를 쳐줬다.
태국 애들은 자기소개뿐만 아니라 각자 MT 온 소감, 학교생활은 어땠는지, 졸업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얘기 했다.
자기소개가 끝나고 애들은 노래를 했다. 내가 아는 노래도 있었고 없는 노래도 있었는데, 사랑해(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와 담다디의 태국 번안곡도 불렀다. 한국 노래인 것을 알고 있었다. 나를 위해서 불러주는 거라고... 그러면서 이번엔 나에게 노래를 시키는 것이다.
“아.... 나 태국 노래 부를 줄 아는 게 없어...”
“괜찮아... 그럼 한국 노래 불러”
“나 정말 못 부르는데.... 미안해...”
“녹, 우리 모두 네 노래 듣고 싶어 부탁이야...”
“아... 알았어 그럼 할게....”
“응~”
모두 눈을 반짝인다.
그때 내가 좋아했던 김대일의 ‘사랑보다 좋은 사랑’을 불렀다. 근데.... -_-;;; 긴장해서인지 이 노래가 원래 댄스뮤직인데 너무 키를 낮게 잡아서 무슨 타령처럼 됐다. ㅠ ㅠ... 부르면서 애들 얼굴을 보는데.... 숨소리 하나 없이 내 노래를 듣고 있는 것이다. 미치겠다... 우쨌든 다불렀는데....
“와~~~ 녹~~!! 너무 좋은 노래다~ 너무 잘했어~~!”
정말 좋았는지, 예의상 그런건지.... 어쨌든 모두들 박수치며 좋아해 주었다.
이번엔 게임 시간~ 우리나라에도 있는 게임인데, 한사람이 앞에서 어떤 동작을 취하면 한명씩 돌아가면서 릴레이로 따라하는 게임이다. 중간에 틀리는 사람은 사회자가 우스꽝스런 동작하고 그것을 따라하게 한다. 그런데 별로 어렵지도 않은데 나에게까지 오기도 전에 중간에 계속 틀린다.
어느 틈엔가 잇이 내 옆에 앉게 됐다. 좀 불안 했다. 아이들이 나를 쳐다보면서 자기네들끼리 소곤 댄다. 쭉 게임이 진행되다, 잇이 동작을 잘못했다... 나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가 나까지 엉켜버렸다. 사실 잇이 먼저 틀린거니까 잇이 나가서 벌칙을 받으면 된다. 근데 나도 틀렸으니 나도 막 나오라고 그런다. 돌겠다~ 할수 없이 유치하고 우끼는 동작을 따라했다. 한손으로 코를 잡고 한손으로는 숭구리 당당 비슷한 동작을 하며 앉았다가 일어나는 동작이었다. 했다....
애들 웃기다고 뒤집어진다...
“푸하하하~”
“우하하하하~ 녹~ 넘 귀엽다....”
“녹 귀여버~”
얼굴이 안빨개 질수 없었다....
건기인데다 공기도 맑고, 주변에 건물도 없는 산속에 오니 정말 별이 쏟아지는 듯했다. 분위기도 조용해지고.... 아이들은 서로 옆사람과 얘기를 나눈다.
모닥불엔 라면을 끓이기도 하고 고구마와 처음보는 식물 뿌리를 구워 먹기도 했다. 우리 같았으면 술에 취해 몇 명은 벌써 오바이트 두어번 하고 들어오고 몇 명은 텐트 안에서 뻗어 잘텐데.... 원래 술을 안먹는 건지... 남자들만 매콩 큰 거 한 병 갖고 깨작대고 있다.
내일 떠날 것을 생각하니 아쉬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