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쉥의 다이빙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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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쉥의 다이빙 여행기 <5>

한쉥 6 877
2002년 7월 6일

레스큐 마지막 날.
오랜만에 배를 탔다.
좋아죽겠다... 흐흐.
오늘도 역시나 날씨가 좋지 않아 배는 라차야이를 향해 가고 있고,
배 안에는 강사 교육 받고 있는 사람들이 덱데글덱데글하다.

사이트에 도착하자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뛰어내리고,
비어있는 배 안에서 '시나리오'가 시작됐다.
시나리오란...
쉽게 말하면 짜고치는 고스톱-_-인데,
한 명의 마스터는 물 속 어딘가에서 정신나간척 하고 있고,
또 한 명의 마스터는 물 속에 있다 불시에 쑥 튀어 나와 도와달라고 외친다.
(진짜로 헬프미라고 외치면 다른 배가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보통 "핏자핏자!!"라고 외친다.)

그러면 나는..... 배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해야할 일을 지시하고,
멋지게 다이빙-_-해 내려가 정신나간 다이버를 구출해오는 것이다.
정말 근사하지 않은가 말이다.
..삐질-_-;;

하여간 매도 먼저 맞는거이 낫다고,
내가 제일먼저 해보기로 했다.
배 2층에서 탱자탱자 수다떨고 있는데,
별안간 누군가 핏자핏자를 외친다.

이사람 저사람에게 해야할 일을 시키면서 장비를 매고,
퐁당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근데 이 인간들이 파도도 쎈데 졸라 멀리가서 가라앉아 있는 바람에,
나는 넘들보다 더 심하게 고생해야했다.
하여간.

일단 수면에서 헤엄쳐 구조를 요청한 다이버가 있는데까지 갔다.
그리고 하강.
물론 하강한 자리에는 정신나간 다이버가 없다.
왜?
조류에 쓸려갔을 테니까.
하지만 멀리는 못간다.
왜?
정신나갔다니까..
배운대로 서치를 하고,
정신나간 척 하고 있는 마스터를 집어서 물 밖으로 나왔다.

마스크와 호흡기를 벗기고, 숨쉬는지 확인하는 척-_-하고,
인공호흡을 시작하며 장비를 벗겼다.
그리고 마스터를 끌고 졸라 덤벼대는 파도와 싸우며,
한숨나게 멀리도 있는 배까지 헤엄쳐갔다.
계속해서 인공호흡을 하면서..
상상해보라, 입으로 끊임없이 뭔가를 중얼거리며 물 속에서 바둥바둥거리는게
얼마나 숨이 찰지..-_-;;
게다가 나도 장비를 벗은 상태여서,
물에 떠있는 것도 졸라 버거웠다.

아무튼 제리의 도움으로 무사히 배까지 끌고 왔다.
배 위로 사람을 끌어올릴 때는 두어번쯤 애를 담궜다 뺐다-_-한 다음에
쑥 잡아올리는건데,
이거 하다가 마스터 물 엄청 맥였다.
지금생각해도 졸라 미안타-_-;;
배 위로 일단 건져올리고 나서,
다시 인공호흡을 하고,
갑판위로 끌고 가서 맥박 확인하고 심폐소생술을 하는것 까지가 완성인데,
힘이 완전히 다 빠져버려서 결국 갑판위로 끌어올리는건 실패했다.

팔다리가 후들거려 내몸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누굴 끌어올리겠냐 말이다..-_-;;
아무튼 그래도 무사히 시나리오를 마쳤고,
시험만 남겨두고 모든 레스큐 코스를 끝냈다.

두 번째 다이빙은 맘편하게 펀다이빙.
시야도 그다지 좋지 않았고,
사이트도 다른 곳에 비해 특별나게 좋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좋아서 끊임없이 히죽거렸다.
조금씩 요령이 생겨 물속에서 내맘대로 몸이 움직여주기도 할때는,
마치 세상을 얻은거마냥 신나고 뿌듯하기도 했다.
날아다니는 꿈을 꾸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다이빙하면서 물 속을 돌아다니면 꼭 그런 느낌이 난다.

애니웨이.
오늘은 두 번의 다이빙이 끝이다.
대낮에 푸켓으로 돌아와 잠시 제리와 일을 좀 하고,
밤엔 감기 걸린 지수를 데리고 빠통으로 가서 쑤끼를 먹었다.
정말.. 내가 그렇게 살고 있으면서도 내가 부러웠다.
세상에 억만금 가진놈 한개도 안부러운,
사랑스러운 날들이었다.

##

오늘은 진짜로 코스하면서 찍은 사진을 올린다.
물 속에서 건진 마스터에게 인공호흡을 하면서 배로 헤엄쳐오는 모습이다.
열나 든든하지 않은가..-_-;;;
힘들었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그리고 덤으로,
우리의 마루타-_-가 되어준 두 명의 마스터 토니와 쩜오빠,
같이 레스큐를 배운 미유끼여사와 광혁오빠와 함께 찍은 사진도 올린다.
분위기 좋지 않은가..-_-;;

정말 그립다,
장비앞에 저렇게 앉아서 다이빙을 준비하는 순간의 설레임도,
사람들과 함께 나누던 즐거움도,
하여간 다이빙에 관한 모든 것들, 전부 다.



6 Comments
나니 2002.11.13 15:52  
  연약해 보이시는데...힘두 세구 겁두 없으신듯...바다가 꽤나 깊어 무서워 보이는데..^^;;
한쉥 2002.11.13 18:23  
  입은 옷 자체가 물에서 잘 뜨게 해주는 거라 일단 죽을 염려는 없구요^^;,
또 옆에 전문가들이 많이 있어서 염려없슴다.
죽을까봐 걱정안해도 되니까, 물이 깊어도 별로 안무서워요. 헤헤.
미노 2002.11.14 22:34  
  어느지역에 있는 강사님들이에요?
또 한쉥님은 어디에서 하신거죠.
미노 2002.11.14 22:36  
  왼쪽 모자인지 수건을 걸치신분은 제가 썬라이즈에서 같이 소주한잔 한분 같은데.....누나가 일본에 계시다고 한것 같은데요.
미노 2002.11.14 22:39  
  그 옆에 있는 남자분은 닌자 거북이 아닌가요..거북씨가 맞으면 같이 한잔 마신분인데.....
한쉥 2002.11.14 23:11  
  푸켓입니다.. 푸켓의 다이브 아시아에서 했지요.
아마 선라이즈에서 소주한잔 같이 한 분들 맞을거에요.
닌자거북이 맞거든요.. 이사람들 선라이즈 자주 가기두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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