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쉥의 다이빙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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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쉥의 다이빙 여행기 <2>

한쉥 4 821
2002년 6월 30일

어드밴스드 둘째날.
잠은 모질랐지만,
그래도 못일어나면 다이빙 안데꾸가니까 꾸역꾸역 인나서
대충 씻고 준비물 챙겨들고 픽업차를 탔다.
오늘은 배에 손님이 나까지 세 명 뿐이다.
호호호홋!!
-_-;;

오늘의 사이트는,
킹크루저와 샤크 포인트.
그 앞에 무슨 섬에도 갔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네-_-;;;

배가 출발하고, 그 섬-_-에 도착했다.
첫 번째 다이빙은 딥다이빙.
오픈워터의 수심 한계는 18미터, 어드밴스드 오픈워터의 수심한계는 30미턴데,
18미터이상의 다이빙을 딥다이빙이라고 부른다.
30미터까지 내려갈거란 얘기를 듣고,
물에 뛰어들어 짝을 맞추고, 하강을 시작했다.
시야가 무척 나빠서, 버디 손을 꽉 붙잡고 있어야 했다.

시야는 나빠도 심하게 나빴어서, 아예 시야랄게 없을 지경이었다.
손 잡고 있는 버디의 얼굴만 희미하게 보일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신나서 혼자 히죽거리고 있는 한쉥양...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끝없이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느낌은 생각보다 굉장히 멋졌다.
보통의 다이빙은 10미터에서 15미터 정도를 바로 하강하고,
나머지는 바닥을 따라 움직이면서 수심이 깊어지는 패턴인데,
이 다이빙은 그저 물 위에서 물 밑까지 주구장창 내려가는 것이다.
마치 환상속을 날아가고 있는 듯한,
무슨 스타워즈 같은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듯한,
정말로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아싸...-_-;;

그러나...
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내가 이렇게 혼자 멋도 모르고 즐거워할 동안,
너무 나쁜 시야때문에 졸라 당황하고 있었다고 한다.
원래 물 속에서 길을 찾을 때는, 나침반만 보고는 찾을 수가 없다.
주변 지형과 바닥에 모래가 쓸린 모양을 보고 방향을 찾는건데,
가진건 나침반 뿐이니 당연히 헷갈릴 수밖에.

결국 우리는 출수해야할 지점에서 택도 없이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올라왔고,
그래도 당연히 배는 우리가 있는 곳까지 왔다.
배를 기다리는 동안,
남들은 앞이 하나도 안보여서 씨껍하고 있는데 혼자 히죽거리고 있었다고,
나의 버디였던 자가 졸라게 구박한다.
그래, 나 무식해서 용감하다.
-_-;;

아무것도 보지 못한, 그저 깊이 내려가기만 한 다이빙이었는데,
이 다이빙이 너무 좋아서 나중에 딥다이빙 스페셜티까지 하게 된다.
고얘기는 다음번에..

큰일날 여편네라고 구박받으며 배 위로 올라와 잠시 쉬는 동안
배는 킹크루저로 움직였다.
킹크루저는 푸켓과 피피를 오가던 졸라 큰 배였는데,
어느날 갑자기 후루룩 침몰했다고 한다.
그러나 푸켓과 피피 사이에는 수많은 배들이 왔다갔다 하고,
더군다나 배가 많은 지점에서 침몰해 인명 피해는 한개도 없었던 침몰 사고였다.
선장이 술을 먹었다고 하는데...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조작극이었다는 의심을 강하게 받고 있는,
아직도 속시원히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의문의 침몰선이 바로 킹크루저 되겠다.

아무튼간.
다시 하강을 시작했다. 역시 수심은 30미터.
두 번째 딥다이빙을 하면서,
(원래 이건 침몰선 다이빙인데, 침몰선이 있는데는 깊어서 딥다이빙도 겸용-_-이다)
<그랑블루>의 주인공들이 생각났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기를 멈추지 못했던 사람들...
정말 그 하강하는 순간의 느낌에는,
한번 맛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치명적> 중독성이 있는거 같다.

근데, 근데 근데,
그 미치게 좋은 느낌도 감당 못하게 벅찬데,
침몰선은 나에게 충격과 비슷한 감동을 주고 말았다.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어 처음 내려가기 시작할 땐 보이지 않다가,
내려갈수록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거대한 침몰선...
내가 지금 <현실>에 존재하고 있는 인간이라는걸 믿기 힘들만큼,
너무나 멋진 광경이었다.
바다속에 가라앉은 타이타닉을 실제로 본다고 생각해보시라...
배 바로 위를 움직이고 있을 때는,
정말로 날고 있는 것 같다.
아부지...T T

바다속에 가라앉은 배는 물고기들의 집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했던 제리의 말대로,
킹크루저 주변은 물고기 천국이었다.
알다시피, 열대어들이 또 좀 호화찬란하신가..
말그대로, 눈알-_-이 핑핑 돌아간다.

진짜 '꺽꺽' 소리를 내가며 정신없이 구경하다가,
공기가 얼마 남지 않아 물 위로 올라왔다.
아직 일정이 많이 남아 그 다음주에 또 가려고 했는데,
결국 바람과 파도때문에 다시 가진 못했다.
흑흑.. 아쉬워....

물 위로 올라오는 순간 느껴지기 시작하는 살인적인 공복감...
파도가 세서 배가 무지하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굴하지않고 열나게 먹었다.
두 번이나..-_-;;

식사가 끝나고, 비를 맞으며 마지막 포인트인 샤크 포인트로 움직였다.
이름은 샤크포인트지만 상어보기는 졸라 힘들다는 샤크 포인트..
그러나, 한쉥님이 오셨다는데 상어들이 그냥 쌩깔리가 없지 않은가..-_-;;;
너무 예쁜 산호들과 물고기들을 보며 침흘리는 동안,
위풍도 당당하신 상어가 나타났다.
(레오파드 상어로, 별로 상어같이 생기지도 않았고-_-, 사람한테 뎀비지도 않는다)
그리고.. 계속해서 우리의 주변을 왔다리 갔다리 하고 있었다.
그렇다.. 내 미모에 반한거다...
...
-_-;;;

샤크 포인트는 무척 볼거리가 많았다.
(딴청-_-;;)
이따시만한 복어가 웬 홀쭉이랑 같이 다니는 모습,
쪼마난 게를 잡아먹고 있는 웃기게 생긴 물고기,
땅바닥에 붙은 돌인줄 알았건만 알고보니 살아있던 물고기,
가잰지 겐지 아무튼 그 집안 애가 벗어놓고 간듯한 껍데기...
더 말해 무엇하랴,
나는 오늘 그것들의 세상에 가서 직접 그들을 보고 왔다.

돌아오는 배 안에서 사람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다이브 아시아로 돌아가 방을 옮기고,
저녁을 먹고,
그리고 이날은 얌전히 잤다.
아마, 배 위를 날아다니는 꿈을 꾼 것 같다.


끝!
4 Comments
레게걸 2002.10.31 22:36  
  헉~ 기둘리래서 기둘맀는데..왜 사진은 안올려줘용 잉~
2002.11.01 09:40  
  저도 이름난 잔치에 먹을 건 없다는데
말만 샤크포인트 아냐? 했거든여. ㅋㅋㅋ
담편 얼렁얼렁 올려 주세여.
글구 레오나드가 반한 한쉥님의 사진이 보구파여.
요술왕자 2002.11.01 11:26  
  나도 하고 싶어~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무서울꺼 같애.... 흑흑...
한쉥 2002.11.01 18:04  
  물 속 사진은 없고, 물밖에서 찍은 엄한 사진만 있어서..-_-;;;
그래도 암튼, 그거라두 올릴께요 곧 호호홋.
글구 요왕님, 한개두 안무서워요, 열살도 안먹은애들두 막 하는데요 머. 켈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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