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한 여행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혼자한 여행

Julia 7 821
2002년 3월 12일

노부의 여파가 큰건지..
하루죙일 넘 심심타.
낮엔 항상 혼자 놀았는데두 오늘은 더 그렇다.
친구들도 너무 보구싶구..
콜렉트콜로 친구한테 전화했더니
밥은 먹고 다니냐..? 아픈데 없지..?..
그럼 끊자..전화비 많이 나온다..
이러더니 툭 끊는다..
눈물이 다 난다...

2002년 3월 13일

오늘도 느즈막히 일어나 해변에서 딩굴거리다
해질녘 쯤 숙소에 돌아와 저녁먹구 책읽다 잠.

2002년 3월 14일

자꾸 축축 쳐지는데..이럼 안되겠다 싶어 화장 이쁘게 싸~악 하구 저녁 먹으러 나왔다.
닌자 레스토랑에 가서 혼자 수박쉐이크 두잔에
똠얌꿍, 캘리포니아롤, 소고기 볶음밥 먹구 천천히 숙소 쪽으로 걸어오는데

어떤 빠(여자들이 일하는데..가운데 봉있구..여자들 봉잡구 춤추구..)에서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사운드 트랙 'Out of reach'가 들려온다.
맘이 싱숭생숭 한데 그 노래까지 들으니...
어쨌든 밖에 서서 노래만 듣고 가려 했는데
여자들이 들어와 앉으란다.
웃으면서..아니에요..노래만 듣고 갈거예요..했더니
한 여자가 나와 들어와 앉아서 듣고 싶은 만큼 들으랜다. 계속 틀어줄테니...
못이기는척 하구 쫓아가 자리에 앉았다.
날 데리고 온 여자가
..이 노래 나두 너무 좋아하는데..
라며 자기 남자친구와 헤어진지 얼마안되 아직도 이 노랠 들으면 눈물이 난다며..
자긴 지금 brokenheart라서 힘들다고..
이렇게 영어 잘하는 태국여잔 처음 봤다.
몇마디 나눠보니 나랑 잘 통하는것 같구..
또 특별히 할일도 없구 해서
맥주시켜 놓구 그 여자랑 얘기했다.

이름: 칸 나이: 28세
(왜 태국여자는 이리도 어려보일까..부러버서 미취겠군...)
남자친구는 호주사람인데 3년 넘게 만나다 3주 전에 헤어졌다구..
계속 호주, 태국을 왔다갔다 하다가
비자문제로 더이상 호주입국을 못하게 되자 남자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헤어지자고 했단다.
칸과 결혼하기는 싫고..자기가 태국으로 귀화하기엔 돈두 많이 들고..-하기두 싫었겠지만-
이리하야 칸이 결국 태국으로 왔는데 돈은 없고, 일자리를 얻기도 힘들고
(호텔 같은데서 일하고 싶어도 태국은 보증금(deposit)을 내야 취직할 수 있다는..
나로선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돈이 없으면 일도 못하는..)
어찌 어찌 하야
사무이로 와서 여기서 일하게 됐다고..일한지 며칠 안됐단다.
나랑 한참을 얘기하는데..
그래도 이게 직업인데 예의상
술한잔 사줘야 하는건 아닐까 해서 뭐 마시고 싶은거 마시라구 했더니 굳이 괜찮다며...
너 여기서 일해야 하는데 괜히 내가 일 방해하는거면 가서 일하라고 해도 자긴 나랑 얘기 하는게 좋다는데...
갑자기 춤추는거 좋아하냐고 묻길래 "당삼 빠떼루."
했더니 자기 일이 1시에 끝나는데 그때 같이 놀러 가잔다.
놀자는데..내가...
남은 맥주 다 마시고 나와서 돌아다니다

cabaret bar였던가..???..
레이디 보이 많다고 노부가 가기 싫어했던 곳에 혼자 가서 쇼보면서 맥주 마시다
-진작 올걸..이리 재밌는걸..-
12시50분 쯤 다시 칸이 일하는 빠로 갔더니 벌써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어디갈까? 물어보니 나 가고 싶은데로 아무곳이나 가잔다.
둘이서 오토바이 택시타고 reggae pub을 갔다.
어찌나 모범생이시든지..술,담배 전혀 못한다.
자고로 술은 주거니 받거니 해야 맛이 나고 흥이 나는 법이거늘...쩝..
혼자 롱티를 계속 마셨더니 약간 알따~리 해진다.
칸...너무 착하다.
꼭 우리언니 마냥 이리저리 챙겨주구.. 춤추다 땀나면 휴지 갖고와 닦아주구..
공포의 통금시간이 되어 술집이 다 닫자 아쉬워 죽겠는건 나다.
이제 막 몸좀 풀어보려 했더니..한국이 그립다..아우우

밖으로 나왔는데 서로 헤어지긴 싫고 갈때두 없구 해서 좀 돌아다니다
우리집(숙소)에 데리고 왔다.
침대두 두 개 있으니 상관없다 싶어 데려 왔는데
막상 방에 들어와 단둘이 있으니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드는것이..
사람 의심하려구 하는 내 자신이 더 치졸한 것 같아 짜증나기두 하구..
아흐..몰라 몰라... 눈에 보이는 것만 믿자.
둘이 양 침대에 누워서 서로 바라보며 밤새 남자 얘기 ( 거의 칸의 남자..), 인생 얘기 하다 5시 쯤 잠이 들었다.

2002년 3월 15일
흐미..일어나니 1시가 다된 시각..
옆을 보니 칸은 아직도 드르렁..
화장실 갔다 오는 소리에 깨두만.. 만만찮은 이 여자.

내가 배고프다고 찡찡 거렸더니 자기가 맛있게 하는 식당 안다며 빨리 나가잔다.
둘이 맛있게 밥을 먹고..
-사실 밥값을 내가 내려고
(어제 칸의 한달 월급이 5000B 밖에 안한다는 소리를 듣고 어찌 내가..)
했더니 자기가 데려 왔으니 자기가 내겠다구 자꾸 우기길래 괜히 또 어줍잖은 나만의 편견에 기분 나빠 할까봐 그냥 칸이 지불하게 했다.-
해변에 나가 놀구..
태국여자들 살탄다구 낮에 해변 나오는거 싫어하던데
우리 칸은 어찌나 물놀이를 좋아하든지..

칸 일할 시간 다 되서 돌아오는 길에
..너 오늘밤 뭐할꺼야?..
..별로 할일은 없구..저녁먹구..피시방 갈꺼야..
..있다 우리 가게 올 수 있음 와 줘..
..나 가면 괜히 너 일하는데 불편하지 않겠어?..
..어차피 손님도 없어서 그냥 노는데..
그리고 남자손님이랑 얘기하는거 보다 너랑 노는게 훨씬 재밌어..

또 혼자 닌자 레스토랑 가서 밥먹구 멜 체크하구 간만에 숙소앞에 있는 미용실&맛사지샾에 갔다.
매일 오며가며 인사하다가 오늘 처음 들어와 맛사지를 받는데..
그렇게 친한척 하더니 별로 잘해 주는것 같지두 않구..
전신&발마사지가 500B인데 100B 깎아 주긴 하더만..
역시 서비스 받을땐 깎으면 안된다.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제대로 된걸 받아야지...

나와서 칸 일하는 빠로 갔다.
일 끝날때 까지 기다렸다가
(손님두 없어서 계속 얘기하다
게임-이름은 모르겠지만 동그란 구멍있는 나무판에 색깔있는 알을 먼저 다섯개 쌓으면 이기는..오목 비슷한..
-을 했다.)
둘이서 그린망고 앞에 있는 포장마차 가서 국수 사먹고
밤바다 보며 해변 거닐다 우리 숙소 와서 잤다.
-무슨 연인두 아니구..어찌나 붙어 다니는지..-

2002년 3월 16일

낮에 일이 있다구 칸이 일어나자 마자 가서
혼자 해변에 나와 놀다 화장실 가려구 다시 돌아와보니..
쉐~엣!!
열쇠를 안에 두고 문을 잠근게라..
쭈빗거리며
-주인아줌마가 성깔이 좀 안좋아서리..-
주인한테 가서 열쇠 안에 놓구 문 잠궜다고 하자
역시나 소리를 바락바락 질러가며 문따게 되면 나보구 물어내라 난리다.
내 잘못이라 참을려구 했는데 하두 ㅈ ㅣ 랠을 하는 모습을 보니
이런 씨앙..엎어 말어..하는 생각들때쯤..
어떤 태국남자가오더니 창문으로 한번 들어가 보겠다며 창문을 여는데
..창문도 안에서 잠겨 있는게라..
-엥....난 잠근적 없는데..-
칼로 뜯고 어쩌고 하다가 극적으로 창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가 문을 열고 나왔다.
이번엔 운좋게 창문이 열렸으니 돈 물어줄껀 없지만
앞으로 또 한번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땐 상해비를 내야 한다며
마지막까지 난리를 치구 가는 주인아줌마를 보며
체크아웃할때 문을 부숴버리구 도망치는 상상을 했다.

저녁에 칸에게 낮에 있었던 일을 말했더니
왜 아줌마 한테 화를 안냈냐며 나보다 더 흥분한다.
어찌됐건 나는 손님인데 실수 좀 한거같구
그렇게 손님에게 뭐라 하면 주인자격이 없다는 거다.
옳소~~~~

매일 여길 오니 다른 아가씨들이 이상하게 보는거 같다.
물론 친해진 여자두 많지만..다 친할 척 할 순 없으니..
칸이 그러는데
어떤 아가씨가 너희 둘 사귀냐고 물어봤댄다.
우리의 깊은 우정이 질투났나 보다. ..험험

밤에 둘이서 그린망고에서 열심히 춤추며 놀다
숙소 가기전 물사려고 세븐일레븐에 들렸는데
그 계단에 앉아있던 한 외국남자를 보더니 칸이 귓속말로 맘에 든단다.
내가 꼬셔줄까 하고 물었더니
..뭐라고 말하지??..이럼서 수줍어 한다. 내숭은..
용기 있는 자만이 미남을 얻는게야..
-흑..미남이라고 하기엔..진짜 미남에게 미안한..-
챙피해 하는 칸의 손목을 끌고 그 남자 옆에 앉았다.

담배 하나만 얻어피자..라며 말을 거니
흔쾌히 담배와 불을 준다.
..여기서 뭐하니..?
..응..잠깐 담배 한대만 피고 숙소가서 잘려구..
..너네 숙소는 다 금연이니..?
..아..아니..
..사실 너 여자 꼬실려구 여기 앉아있는거지??..
-정곡을 찔렸나 부다..피식 웃는다.-
..그걸 내가 눈치채구 꼬임 당해 줄려구 옆에 앉은 거야..
계속 웃는다. 약간 어리버리 한것이...
..실은 내 친구가 너랑 얘기 하구 싶다는데
수줍어 하길래 내가 대신 말하는건데
졸립지 않음 우리랑 얘기할래..?
..졸립진 않은데..
뭔 남자가 이리도 빼는지..누나들이 잡아먹냐..

이름: 벤 나이: 23세 직업: 파일럿 고향: 영국
태국은 3년째.. 매해 온다며..
전세계 안 가본 곳이 없다구..
금서 한국은 안 와봤단다..
이런 이런.... 진정한 여행자가 아니군..
셋이서 버거킹 앞에서 라면 먹음서 새벽까지 얘기하다
내일을 다시 기약하며 칸과 나는 또 우리 숙소에 와서 잤다.

7 Comments
파타야 1970.01.01 09:00  
오늘 님의 글을 첨부터 죄다 읽었습니다...잉~ 나두 가구싶다..군데 영~ 언어라곤 울나라말밖에 모르니...오늘 님의 글을 읽고 5년뒤 혼자 떠나는 여행을 계획해 봅니다..^^
1970.01.01 09:00  
나두 이런 여행 꼬~~옥 함 해보구 시퍼요...^^<br>글 잘 읽고 있슴다.
요술왕자 1970.01.01 09:00  
역시...  혼자한여행=홀로하는 여행이 아님을 <br>여행에서 사람이 빠지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br>보여주는.... 글이군요...
Julia 1970.01.01 09:00  
감질납니까..??.. ㅡㅡ;<br>워낙 계획없이 다닌 여행이다 보니 드릴 정보가 시원찮지만...아는데 까진 다 가르켜 드릴께요.
jully 1970.01.01 09:00  
넘 재밌네여..많은 친구들을 만나는게 부럽구여..그거야 본인의 능력에 달려 있지만요-성격 좋아야 하고, 영어실력도 따라 줘야하고..어쨌든 다음편 기대합니다..^^*
^^ 1970.01.01 09:00  
그정도 영어는 일상인데여..
안산 억척 1970.01.01 09:00  
신기하네요 영어로 그런말이 가능하다는게...부럽기도하고요 넘잼잇어서 감질나요 저도 초딩3.초딩1이랑 11월에 태국가려고요 정보 부탁할게요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