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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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혼자한 여행

Julia 2 834
2002년 3월 11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가관두 아니다.
그냥 쓰러져 자서
-난 아무리 더워도 이불은 꼬옥 덮어야 하는데-
추웠는지 새우모양을 하구 잤더니 온몸이 뻐근하구..
세수두 안하구..
맥주 빨대 꽂아 놓은걸 보니..내 자신이 징그럽다.
아~~~~~~~~
정말 짱 나는 인간이다.

씻구 길건너 베스킨 라빈스 가서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다짐,다짐을 했다.
다시 술을 먹으면
넌 사람두 아니야 라구...

해변에 나가서 책 읽으며 썬탠할...려구 했다가
눕자마자 책 베구 자서 오후 5시 넘어 일어났다.
온몸이 햇빛에 말라 비틀어져 따갑구 아프다.
이 인간아..
이가 갈린다...

피시방 갔더니 노부가 멜을 세개나 남겼다.
자기한테 화나서 이제 자기 안 볼거냐며..
답글로 8시까지 우리 숙소로 오라고 해서
함께 저녁 먹는데
자기 이제 말레이시아 가서 일본행 비행기 타야 한다구..
모레 아침 6시에 페낭으로 떠날거라구..
그래..
만남이 있음 헤어짐도 있는법이니..
언젠가 인연이 되면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는 행운도 주어지는게
우리가 사는 인생이라며..
별로 아무렇지도 않은 노부에게 일장 연설을 했다. ㅡ.ㅡ

월드컵때 한국에 꼭 올거라며
한국음식 넘 맛있다고 생글거리는 노부..
과연 내 너를 다시 볼 수 있을지...


2002년 3월12일

11시쯤 일어나 차웽비치에서 혼자 딩굴딩굴 놈.

오후 6시쯤 책방에 가는길에
Korean BBQ식당앞 여자랑 오늘도 여지없이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있는데
누가 쳐다보길래 "한국사람 이세요?" 물었더니 "네 그런데요..."
얼마만에 느끼는 동포애인지..
..여기서 식사 하셨나 봐요..
..예..
어째 나랑은 다르게 떨떠름 하다.
혼자 뻘쭘해져..그럼 가볼께요...하고 돌아섰다.

Glamour잡지하나, 유치해 보이느 로맨스소설 하나 샀더니 500B이 넘는다.
(오다가 보니 잡지도 2월달 꺼다..가서 엎어버릴까...)
슈퍼가서 코코넛오일, 치약, 칫솔, 바디클렌저, 오렌지 쥬스 사고
맥도날드에 들려 아이스크림 쪽쪽 먹으며 걷고 있는데..
아까 그 남자(아저씨)들이 반가운 척 하며
..왜 이제 오셨어요?..
..아니..그냥 책 즘 사니라구..
..식사 하셨어요? 안하셨음 우리랑 해요..
..아까 그 한국식당에서 드시지 않았어요?..
..사업차 누구 만나느라 있었던 거예요..

어리버리 그 남자 둘이랑 피자헛에 갔다.
한 남자는 태국에서 가이드 하는 사람이구
다른 남잔 비디오 찍으러 잠깐 사무이에 온거라구..
다 먹구 나오는데 얼마냐며 물어보는 나에게
배낭여행자에게 돈내게 하면 안되죠..이러는데 아무리 공짜가 좋아도 괜히 씁쓸하다..
커피 한잔 하자 해서 스타벅스 가서 이런저런 얘기 하다
비디오 찍으러 왔단 사람이 피곤하다며 먼저 자러 간댄다.
나도 그만 돌아서려 하는데
그 가이드란 분이 다른데 가서 술 한잔 더하자고..
자기는 여기 온적 없어 물좋은 곳이 어딘지 모르니..
나에게 안내를 부탁한다고.. ㅡㅡ;;;
노부가 기다릴텐데..
내일 떠난다며 잠깐만 같이 가자는 우리동포를 모른체 할 수 없구..

그린망고에 와서 수박쉐이크를 시켰다.
며칠 뒤 이번 일이 끝나면 얼마간 휴가를 얻을 수 있는데
그때까지 내가 사무이에 있으면 이쪽으로 오겠단다.
꼭 연락달라며 방콕오피스 전화번호가 있는 명함을 준다.
술도 안먹고 말도 없이 딴 짓만 하니까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자기도 숙소가서 자야 겠다며 돌아갔다.

부리나케 피시방에 와서 멜 확인해보니
노부가 나 기다리다 낼 아침일찍 여기 떠나야 하기에
숙소로 가서 잘거라며....Good bye..라는데
마지막으로 얼굴이나 한번 더 봐야겠단 마음이 들어 썽태우를 타고
노부가 묵고 있는 King's Resort에 갔더니
이미 리셉션이 닫혀서 어찌 할 바 모르고 있는데
한참을 서성거리니 경비아저씨가 온다.
꼭 만나야 하는데 여기 일본남자 혼자 묵고 있는 방이 어디냐며..
방 번호 가르켜 달라 졸랐더니 나를 약간 이상한 눈으로 보는 듯...

창문을 톡톡 두드리니 노부가 나온다.
..미안해..오늘밤 바빴어..우연히 한국사람을 만났는데 말야...
라며 혼자 지껄이다가 이상해 노부를 보니 표정이 말이 아니다.
배탈이 났다며 배를 움켜진다.
얼굴엔 땀이 가득하구...
정말 정말 많이 아파하는데.. 식중독 같다.
병원에 가자고 데리고 나와 썽태우를 탔다.

사무이 인터내셔날 병원이 이리 가까울 줄은.. ㅡㅡ;
가자마자 간호사에게 진찰비가 얼마냐고 묻고 있는 우리 노부.
-덜 아픈게로군..-
너무 비싸다며 참아보겠다고 병원에서 나왔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던지 다시 들어간다.

밖에서 물 마시며 기다리고 있는데
간호사가 나를 부른다.
진찰실에 들어가 보니
의사가 통역 좀 해달란다.
영어를 영어로..
-의사가 얘기하면 난 액션, 사운드와 함께 알아 들을때 까지 반복재생을 하는...-
마지막으로 설사증세(Diarrhea)를 물어보는데
아무리 똥 누는 자세와 함께 푸지직 소리를 내도 못알아 듣는다.
..shit..like water..you don't know water shit??..water poopoo!!..
..when your stomach hurt, you do watershit!!!!!..
계속 갸우뚱 이다.
그려보려 했는데..
참 물똥은 그림으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나중엔 오기까지 생겨 내 기필코 너를 이해시키고야 말리라..하는 순간
난 보았다.
노부 눈 속에서 일어난 미세한 진동을...
그리고 조용히 그곳을 나왔다.

스스로를 눈치9단 통밥7단이라 자부하며 사는 내가
왜그렇게 단순히 생각했는지..
노부는 이미 무엇을 설명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차마 내 앞에서 자기 설사했다고 말하기가 부끄러워 계속 못알아듣는척 하며
내가 설명하다 지쳐 포기하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몇 분뒤 노부가 나왔다.
웃으며 "약은?" 물어보니 간호사가 줄꺼란다.
약을 먹고 병원에서 나오는데
아까 보단 훨씬 괜찮아 졌나보다.
돈이 좋긴 좋은 갑다.
진찰비 500B, 약값 270B에 노부는 언제 무슨일이 있었냐는듯...
썽태우를 타고 돌아가자는 말에
우리 숙소 여기서 가까우니 난 걸어갈께..하니
나두 너희 숙소 앞까지만 같이 걸어갈께..

둘이서 나란히 밤길을 걸으며
서로 만나 기뻤다고..서로 좋은 사람이라고 칭송하는데..
눈물이 핑 돈다.
정말 노부라는 사람을 만나서 나의 여행 추억꺼리가 더욱 더 풍성해 졌다.
물론 나의 마음도 그렇고..
그 짧은 거리를 최대한 천천히 걸으며
서로 고맙다는 말을 수십번 했다.
숙소 앞에서 썽태우를 타고 가는 노부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또 어떤 추억꺼리가 생길까 기대가 됐다.






2 Comments
선경 1970.01.01 09:00  
크크 야밤에 혼자 미친x처럼 정신없이 웃어댔음다..넘 리얼한~ 얘기에..크크큭...(넘 늦은밤이라 소리안나게 웃느라...배가 넘 아프네요 ㅡㅡ;)
ykiwi 1970.01.01 09:00  
푸하하하하! water shit! water poopoo!! 실제는 진지했겠지만 얘기가  넘 재밌어서 혼자 크게 웃었어요... <br>다음번 얘기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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