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한 여행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혼자한 여행

Julia 3 790
2002년 3월 10일

잠이 한숨도 안오는 관계루 새벽부터 짐을 챙기고
문과 노이의 방갈로로 가서 나 간다구 작별인사를 했다.
-자다가 나온 사람 붙잡고 별아별 슬픈척은 다하구..-

썽태우 타려구 도로에 나와 앉아있는데..
낯이 익숙한 오토바이 대여소 아저씨가 덥다고 들어와 기다리랜다.
내 아저씨의 니글니글한 눈빛을 못본봐 아니나..
정말 아침부터 지글지글 내리쬐는 햇살에..
잠못자서 정신이 약간 삐리리한 관계루..
자기 종업원이 밖에 서있다가 썽태우가 오면 부를 터이니
나보고 토스트 먹으면서 시원하게 있다 가란다.
괜찮다고, 배 안고프다고 몇번이나 말했지만
굳이 굳이 아침은 먹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부엌에 가서 딸그락 거리는 모습을 보며
정말 선하고 따뜻한 분이구나..감동 먹구 있는데..
기럼 기러치..
내가 토스트 먹는걸 빤히 쳐다보며 맛있냐고 두번씩이나 묻더니
오늘 밤 자기랑 저녁식사 같이 하자며 명함을 준다.
차웽에 가서 전화하라구..자기가 차웽으로 갈테니..
웃으며 '예~~~~그럽죠' 하고 명함을 받아 챙겨서
썽태우 타자마자 운전석 창문 틈에 끼워놨다.

얘기로 들었던 Relax resort에 여장을 풀고
- 싱글 침대 2개, 선풍기, 옷장, 화장대..흰색 타일로 쫘악 깔린 화장실, 온수샤워,
그리고 냉.장.고! 아름다운 테라스가 있는 이곳의 숙박비는 500B/1박 -
3시에 노부를 만나기루 했는데 지금 11시도 안된 시각..
피시방이나 가야겠다.
멜 확인하다 그냥 노부에게 몇 마디 남겼다..
어제 잠 못자서 약간 피곤하다는둥, 몇시간 후면 너를 만나러 마그(Mac)에 가야겠다는둥..
2시 반쯤 되어 어슬렁 어슬렁 맥도날드로 가서 커피 마시며 일기를 썼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느낌.
노부를 생각하면 설레고 기분좋고..관대해지고
괜스레 미소가 지여지고..
이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수가 없고.. ...어쩌구 저쩌구..

3시하고도 20분이 지났는데..늦잠을 잤나?..
40분..3시가 아닌 4시로 아는거 아닐까??..
4시 10분..사고라도 난건 아니야???..오토바이..위험하잖어...
4시 30분.. 바람 맞았구나.... 씨앙!!!!!!!

기분이 너무 오묘했다. 안그래도 잠 못자 흥분돼 있는데..
다시 피시방에 가서 노부에게 메일을 남겼다.
사고라도 난건 아닐까 걱정이 많이 되고
만약 나랑 만나기 싫어서 의도적으로 안 나온검...
암튼 이렇다,저렇다를 말해달라고..
나 릴랙스에 묵고 있으니
멜을 남기던지, 여기로 오던지..
확실치 않은 말을 남기구 일어섰다

짜증....비참.....
숙소에 돌아와서 잠이나 자려구 누웠는데
잠은 도통 안오구..머리는 깨질듯이 아프구...
미치구 환장할..


'똑똑'
누군가 조용히 창문을 두드린다.
비몽사몽으루 나가보니 노부다.
땀이 많이 흘리며..굉장히 피곤해 보였다.
보자마자 "너 뭐냐" 했더니
아침에 내 멜 체크하구 3시가 아닌 ..a few hours later from 3pm..줄 알았단다.
그래서 5시 넘어서 맥도날드 갔더니 내가 없길래
1시간 넘게 거기서 기다리다가
나의 멜을 본 후에
릴랙스가 어딘지 몰라 자기 친구들이랑 릴랙스 찾아 여태껏 돌아다니다
겨우 찾아서 주인아줌마한테 내 방번호 물어서 왔는데
아무리 두들겨도 방안에서 인기척이 없어
막 가려구 하던 참이라구..

참내...웃어야 할지..화를 내야할지..
어떻게 약속을 3시 이후 몇시간 있다가...
이런 말두 안되는 말을 생각할 수 있는지..
그래두 한참을 나름대루 고생한 얼굴을 보니
용서할 수 밖에...
내가 어찌 당신을 원망하리요..당신의 뛰어난 독해력 탓인데..

대충 옷갈아입구 나와 걷는데..
노부가 자기가 한짓이 쪽팔린지 날 쳐다보지두 않는다.
기죽은 모습을 보니 마음이 측은해져
나 이태리 음식머꾸시포..라면서 팔짱을 살짝 꼈더니
씨익 웃는다.
이구...

아까 우리숙소 찾구서 친구들은 자주 가는 이태리 식당 갔는데
상관없음 같이 먹자며 물어본다.
..그러지 뭐...
갔더니 여자 애들 3명, 아저씨 1명, 남자애 1명 이렇게 빙 둘러 앉아있다.
어찌나..
일본여자들은 이런 휴양지에서도 자기치장에 부지런 하신지..
화려한 색깔의 섀도우, 테크니컬한 볼터치, 글로~우~쒸한 입술에 머리셋팅까지..
셋 다 옷입은거 까지 맞춰서..
아~~~주 귀엽기 그~~지 없는..
-절대 딴지 아니구.... ... ..-

밥먹으면서 지네들끼리만 말하구 웃구 심각하구 또 웃구...
듣다 보니 일본말 빨리함 우리나라 경상도 사투리 같다.

2차루 그린망고에 와서 술 한잔하구
노부랑 약간 다투구
-나보구 말 안하구 뾰루퉁해 있다며
어떻게 사람들이 웃으면서 말거는데
짜증난 얼굴을 할 수 있냔다.
...기가 막혀서..
잠못자서 컨디션 안좋은데다
개뿔 뭔 말 하는지 몰라 어리둥절 하면서도 분위기 안깰려구 노력하는 나한테..-
"너네말 못 알아들어서 그래!" 라구 팩 쏴주구
열받아서 술을 막 마셨더니
지두 열받았지 어쨌는지
옆에서 같이 술을 막 마신다.

이렇게 마시면 정말 몸 못가눌 정도루 취할 거 같아
"나 집에 간다.."하구 노부가 불러도 못 들은 척 하며 나와
오는길에 편의점 들려서 캔맥주 두 개 사서
빨대만 꽂아 테이블 위에 올려놓구
그냥 잠이 들었다.
3 Comments
사진 1970.01.01 09:00  
사진 부탁
ㅎㅎ 1970.01.01 09:00  
넘 재밌어요 흥미진진
목욕탕 1970.01.01 09:00  
글 잘읽고 있습니다... 맥주에 빨대를 꽂아 드시다니요.<br>푸하하 대단하십니다....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