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s story - 푸켓 팡아만 씨 카누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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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 story - 푸켓 팡아만 씨 카누 투어

MOON 4 1323
한국사람들에게는 은하철도 999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는 VIP 999는 꼭 12시간만에
우리를 푸켓 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려 놓았다. 버스는 정말로 아늑하기 그지 없지만,
그래도 편안하게 12시간을 오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랐다.
장시간 여행이 처음이라 12번도 넘게 잠에서 깨다 자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온 몸이
찌부득하다.

오기 전에 선라이즈 홈페이지에서 프린트한 지도를 들고 선라이즈를 찾기 시작했다.
오늘 팡아만 투어를 할 생각인데, 전날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았기에 서둘러 선라이즈
부터 찾아야 했다. 아침 7시 30분까지 도착하면 당일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지도는 있었지만, 사실 선라이즈를 정확하게 찾기란 쉽지 않았다. 버스 터미널은
우리네 시골 터미널처럼 작았고 주위에 작은 길들도 많아서 방향 잡기가 쉽지 않았다.
현지인들에게 지도를 내밀어도 친절하게 가르쳐는 주는데 방향이 모두 틀리다.
터미널에서 500미터 정도라는데, 꽤나 많은 시간을 길 찾는데 소비했고 전혀 엉뚱한
방향까지 가고 말았다. 선라이즈로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태국의 공중전화 사용은
그다지 쉽지 않았다.
한 40여분을 헤맨 끝에 할 수 없이 뚝뚝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 낯선 동행인은 떼어
놓으려고 무지 애를 썼지만 결국 남다른 동포애(?) 때문에 우리와 같은 길을 가게
되고 말았다. 험악한 인상에 별로 믿음직스럽지도 않은 낯선 동행이 생겼다. 그런데,
이 친구 솔선해서 안되는 영어로 손가락으로 지도를 가르키며 지나는 이들에게 길도
물어보고 적극적으로 행동은 한다. 생긴 건 저래도 싹수가 있는 놈 같다.

뚝뚝을 타고 한참을 돌아 드디어 선라이즈에 도착을 했는데, 문이 닫혀 있다.
약간 난감해하자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뚝뚝기사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줬다.
그래봐야 1인당 10밧밖에 안했는데 일찌감치 뚝뚝을 탈 걸 하는 후회가 마구 밀려온다.
조금있자 그 유명한 선라이즈의 "JOY" 형님이 눈을 비비시며 문을 열어주셨다.
가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 많이 접했던 JOY형님이랑은 이미지가 많이 틀렸다. 뭐랄까,
조금은 촌티나는 어설픈 장발이지만 수더분하고 정말 마음 편해보이시는 분 같았다.
우선 자리를 내주시고 반갑게 물부터 챙겨주시면서 푸켓을 둘러싸고 있는 팡아만과
안다만해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시고, 우리도 간단하게 일정을 말씀드리고
선라이즈 식당에 앉아 있자, 하나 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제일 처음으로
남자 한명하고 여자 둘이 들어오길래,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했는데도,
상대방은 들은 척도 안한다. '우쒸! 뭐가 이래?'

그 낯선 동행인과 그제서야 통성명을 했다. 동훈이... 제주에서 온 이 친구는
9월 5일날 군대를 간단다.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태국여행을 택했고, 자신의 최종
목적지는 피피인데, 중간에 세부계획 등은 전혀 없단다. 은근히 동행해줬으면 하는
눈치이길래, 같이 다니자고 하자 좋아한다.
처음에 인사를 무시하던 그 일행들이 옆에서 밥을 먹는데, 조금 얄미워 보인다.
저 남자는 도대체 어떤 능력이 있어서 여자를 둘이나 달고 다닐까. 남자는 더 더욱
얄밉게 보인다.
자리에 앉아서 오늘 있을 팡아만 씨카누 투어 일정을 점검하자, 마침 우리자리
맞은편에 앉은 곱상한 아가씨가 자신은 어제 다녀왔다며 조금의 훈수를 준다.
여행을 하는 사람들끼리만 통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조금 나누다보니 8시쯤
피피로 떠나는 사람들을 픽업할 차량이 와서 그 분은 피피로 떠났다. 피피에서
만나면 꼭 아는 척 하라면서...
우리도 문득 시장이 느껴져 아침을 먹었다. 한국 보다 더 한국식 같은 오징어덮밥.
옆에 그 인사안받던 친구들도 오늘 일정을 함께하게 됐다. 서로 통성명도 없이
그냥 오늘 일정에 대해 잡담을 주고받다가 8시 30분쯤 우리를 태울 승합차가
도착했다. 이 친구들 꽤 서로가 친하게 보이는데, 영진이라는 우리의 시샘을 받던
그 남자는 어제 처음 만나 팟타야로 가려다 극성 처녀들에게 붙잡혀 푸켓까지
따라오게 됐단다.

이 차량은 여러 게스트 하우스를 거쳐서 손님을 태우고 선착장으로 향하는 모양이었고
차안의 대부분은 선라이즈의 한국인들로 채워졌다. 우리 일행과 그 남1여2 일행,
그리고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여행오셨다는 부부, 그리고 외국인 3명 정도.
선착장에 도착하고 배에 오르자, 이제야 여행을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 어제
방콕에 도착해서 바로 푸켓으로 내려오다 보니, 주위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음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팡아만 씨 카누투어 일정은 4곳 정도의 뷰포인트에서 큰 배는 정박을 하고
고무로 만든 카누(?)를 2인 1조로 나눠타고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섬을 둘러보는
코스이다. 배위에서 보는 넓은 바다와 그 사이에 점점히 박힌 섬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입이 벌어질 만큼 평온하고 좋았다.

오늘 투어는 유쾌한 현지 가이드 청년들 10명정도와 20명 정도의 관광객이
주를 이루었다. 그 중 절반 이상은 한국인들이었다. 현지 가이드가 유창한
영어와 어설픈 한국어로 오늘의 일정을 설명해준다. Panak-Hong Island-
Room Island-제임스본드 섬-Happy Island(원어로는 잊어버렸는데, 의미는
happy란다) 푸짐한 열대 과일들과 커피, 음료수는 무한정으로 제공되어
넉넉한 여행이라는 느낌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처음 도착한 Panak은 전형적인 카르스트 지형으로 이루어졌고 좁은 동굴을
카누로 지나가는 스릴은 감히 말로 표현을 못하겠다. 가이드가 나눠준 플래쉬를
들고 카누에 바짝 누워 손대면 천정이 닿는 동굴을 지나는 느낌은 어색하게
목을 빳빳히 세우는 고통 따위는 잊게 만들어 주었다. 또 좁은 동굴을 지나고나면
절벽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공간이 밝은 빛과 함께 깜짝쇼를 하듯 펼쳐지고 물이
맑아 그 밑을 지나는 물고기떼들 하며, 좋다~ 라는 말이 절로나오게 했다.

마침 나와 한기는 국가대표 축구선수 유니폼을 입고 있었는데, 보는 사람들마다
"대~한민국"을 외쳐주고, "홍명보" 선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일행중에 잉글랜드에서 온 배컴머리를 한 청년은 일부러 우리에게 와서 우리의
경기를 지켜봐고 굉장히 인상깊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캐나다에서 왔다는
거구의 아저씨도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워 주었다. 지난 6월에 우리가 무슨 일을
했는지 우리조차 의아해했던 그 추억들을 세계 사람들도 인정을 해주니 새삼
우리나라가 자랑스러웠다.

점심시간이 되자 선상에 근사한 뷔페가 차려졌다. 일정을 떠나기 전에 가이드가
메뉴를 설명해주는데 오늘의 특식은 "monkey brain(한국인들이많이 와서인지
<원숭이골>이라고 정확히 발음해줬다)"과 "이구아나"란다. 또 커다란 생선구이는
<피라니아>라는 사람도 먹어치운다는 생선이라며 은근히 겁을 준다.
하여간 푸짐한 음식들이 많이 차려져 있었고, 원숭이골 요리로 추정되는 요리
또한 나왔다. 다들 호기심은 있는데, 다들 먼저 손을 안대기에 내가 먼저 사발
가득 담아 수저로 퍼먹었다. 정말 원숭이 골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맛이 그리
나쁘지 않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이 요리는 스파게티 쏘스였는데 그 것만 따로
퍼서 먹었으니 한국인들은 그렇다치더라도 외국인들이 어떻게 생각했을까 심히
부끄럽다. 과연 이 요리가 원숭이골인지 가이드들의 농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는 원숭이골 요리가 맞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게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든다. 하지만 뭔가 특별한 경험을 했다는 의미부여를 위해
원숭이 골요리였음을 굳게 믿는다!
모든 음식이 정말 맛있었고 양도 충분했다. 작년에 먹고 기겁을 했던 똠얌꿍도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점점 입맛이 태국사람에 가까워져가고 있는 모양이다.
팍취에 대한 부담감도 이번 전 여행을 통해서도 별로 느낄 수 없었다.

마침 여행객중에는 대만에서 온 단란한 가정이 있었는데, 가장은 대만에서 장교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데 지금은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와이프도 다른 일을
하고 남매 역시 따로 할머니와 외할머니 손에서 자라고 있어 오랜만에 가족들이
해후를 해서 여행온 것이란다.
동훈이는 이 단란한 가정에게 뭔가 좋은 말을 해주고 싶은데 자신이 영어가 안된다며
많이 아쉬워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통해서 영어의 중요성을 정말 절실히 느꼈고,
곧 군대에 가지만 영어공부만은 열심히 할 것이라 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녀석은
놀랍게도 전공이 영문학이었다. 그런데 영어는 정말 한 마디도 못했다.
(나중에 재미있는 실화를 소개하겠다).
동훈이는 방콕에서 사온 팔찌를 남매에게 하나씩 끼어주었다. 산도둑처럼 생긴 녀석이
정이 많다. 점점 마음에 든다.

오후에도 몇 몇 포인트에 정박을 했고, 기대했던 제임스본드섬에 갔을 때는
갑자기 엄청난 폭우가 내려 아쉬움은 있었지만 오랜만에 맞는 비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여행이 끝나고 모든 가이드들과 악수를 하면서 JOY형님이 미리 말씀해주신대로
우리 카누를 맡은 가이드에게 100밧을 팁으로 주었다. 오늘 정말 재미있는 여행을
만들어 준 17살의 이 청년,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나름대로
많이 보여주려고 열심히 노력했던 이 청년에게 준 팁은 그들에게는 큰 돈이라
하지만 우리의 성의를 보이기에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선라이즈로 다시 돌아오니 얼추 저녁먹을 시간이 가까워진다.
JOY 형님이 알려주신 사설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고 그 유명한 빠통비치로 갔다.
오늘 일정을 같이한 일행들이 모여 8명까지 불어났다. Korean Society.

작은 JOY님이 알려주신 노상식당가들이 즐비한 곳에서 랍스터며, 게, 새우 등
우리나라에서 먹으려면 상당한 지출을 각오해야할 음식들을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다.
식사후 다섯명은 사이먼쇼를 보러 갔고, 나와 한기, 원미는 안다만퀸이라는
어설픈 게이들이 공연도 하고 손님들과 이야기할 수도 있다는 곳을 가기로 했다.
빠통시내를 걷다보니 이런 식의 게이쇼나 보이쇼를 하는 곳이 많았고 그런 곳에서는
요란한 치장을 한 게이들과 또 중요한 부분만을 가리고 체인으로 몸을 감싸든가
하는 우수꽝스러운 남자들이 손님들을 불렀다.
의외로 안마만퀸은 찾기가 어려워서 조용한 호텔야외에서 맥주로 목을 축이고
약속된 시간에 일행들과 만나 선라이즈로 돌아왔다.

원래 빠통시내에서 하루밤을 지내기로 했는데, 선라이즈의 놀라운 숙박료(2인 1실
150밧)에 혹해 선라이즈에서 머물기로 했다. 비록 에어컨룸이 아닌 팬룸이었지만
하룻밤 몸을 추스리기에는 넉넉했다. 배낭여행을 하면서 게스트하우스에 익숙치
않으신 분들께는 추천하기 어렵지만...
늦은 시간에 선라이즈에 도착했는데도 JOY형님은 식당에 앉아 뭔가를 열심히
정리하고 계셨고 한동안 계속 일을 하셔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가 맥주를
꺼내오자 덕분에 이런 저런 여행에 관한 얘기들이며 잘못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미지, 태국생활 등을 이야기하며 새벽 3시가 훨씬 지난 시간에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넓은 바다, 그 속속에 점점이 박힌 섬들,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는 섬이
있다고 한다. 그 섬안에서 나는 섬과 바다와 함께 호흡하고 하나가 되었다.


내일은 드디어 피피로 간다!!!



"Moon"으로 검색하시면 지난 여행기도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http://user.chollian.net/~solomoon/05.wma hidden="true" loop=99>
4 Comments
Moon 1970.01.01 09:00  
권군님, 누구세요? 맞어요... 홍명보 티 입은 사람...<br>와~ 재밌네요... 누구신지? 여행중 만난 사람들끼리 사이트 만들었는데, 오세요.  <a href='http://www.freechal.com/joysunrise' target='_blank'>http://www.freechal.com/joysunrise</a>
권군 1970.01.01 09:00  
그때같이 팡아만 투어했던분 같네요.ㅎㅎ<br>두분이서 홍명보티입고 계시지 않았나요?<br>동행하신분은 나중에 카바나 수영장에서 보았답니다-
곰도리 1970.01.01 09:00  
ㅋㅋ 원숭이골은여~ 한국사람들 재밌으라고 하는 농담일거에여~ 이상한거 마니 먹는게 소문이 났는지~ 연신 원숭이골이네,뱀이네,박쥐바베큐네 그러더군여.. 한국인이 많긴 많은가바여 ^^
비듬 1970.01.01 09:00  
재밌습니다. 추석 잘보내시고, 담편도 잘 부탁 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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