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가 간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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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가 간다 [2]

데굴데굴 동글이 2 1045
방콕 공항에 도착.
방콕에 도착해서 벌써부터 보조가방이며 배낭을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뿐이다.
필요없을거 같은 가방안의 짐들이 머릿속에 하나하나 떠오르며 나는 씩씩거렸고 "소유의 번뇌 무소유"를 속으로 외치며 내가 태국에서 죽어도 쇼핑은 안하리라 다짐을 한다.
정말 짐은 가벼워야 한다. 세 번이상 사용한 물건이 가방안에 절반도 안됬던거 같다.

공항에 내려 인터넷에서 본데로 방콕시내 지도를 한 장 들고 A2 버스를 타러 정류장에서 기다리는데 벤치에 앉은 외국인이 말을 건다. 햐~ 드디어 내가 왔구나.
"너는 어디서 왔니? 혼자왔니? 나는 OOO에서 왔다. 사업차 태국엔 자주 온다."
어머나 영어가 참 잘들리는 거 보니 예감이 좋다.
"오늘 뭐할거니? 저녁에 만나지않을래?" 그럼 그렇지 갑자기 불길해진다... O.o
"오늘 저녁에 나는 치앙마이에 갈꺼다. 시간이 없다" 최대한 정중하게 미소를 띠며 얘기를 하니 이눔이 정체를 들어낸다.
"나는 OOO호텔 OOO호실에 있는데 내방에서 4시에 차를 마시는 건 어떠니?"
시작부터 참 뭣 같은 출발이다.
욕을 한바가지 해줄까하다 그냥 무시를 했다. 속으론 "미친눔. 미친눔"을 연발하며,
드디어 A2버스가 와서 차를 탔는데 버스에서 옆에 앉은 사람이 조심스레 영어로 말을 건다. 어디서 왔냐고.. ㅋㅋㅋ 우리나라 백화점 쇼핑봉투를 들고 있어서 나는 한국사람인줄 알았는데 영어로 말을 거니 우습다. 이분이 타이진 님이고 이분 덕에 홍익인간을 찾아가서 처음부터 순조로운 여행을 시작했다.

홍익인간에 도착하자마나 나는 치앙마이 1박2일 트래킹을 예약하니 오늘 가는 사람이 나혼자란다. 얼떨떨한기분에 카오산구경을 잠시하고 홍익에 오니 다른데서 예약한 트레킹참가자K군이 밥을 먹고 있다.
버스에서 만나기로하고 버스에 타니 K군이 안보여서 내 옆자리에 자리를 맡아두고 기다리는데 이사람이 안오는 거다.
서양여자애가 앉으려는데 자리가 있다고 못앉게 하니 운전기사가 짜증을 내며 그냥 앉으라하고 서양애는 미안하다면 앉는다. 결국 이 버스가 카오산을 한바퀴 다 돌고 방콕을 벗어날때까지 K군은 타지않았고 나는 서양여자애의 이상한 눈초리를 받아야했다.
뭐냐고요.. 어쩌라고요.. 결국나는 한국인뿐아니라 그흔한 일본인도 하나 없는 웨스턴들 사이에서 그들의 본토 영어에 정신을 못차리고 치앙마이로 향했다.
긴장을 너무했는지 그때부터 영어가 하나도 들리질 않는다.
새벽에 큰 버스에서 내려 썽떼우로 갈아탈때도 이차가 어디를 가는 건지 여기가 어딘지 왜 갈아타는지 나는 그냥 눈치로 따라다니기만 했다.

사건은 나이스 플레이스 1 이라는 여행사에서 발생했다.
새벽에 도착해서 여행사직원의 설명을 듣는데 정말 한마디도 못알아듣겠는 거다.
나와 함께 버스를 탔던 모든 여행객들과 나는 격리보호(?)되서 따로 탁자에 앉아있어야했고 그로부터 한시간후 다른 여행객들이 모두 어디론가 가버릴때까지 나는 그렇게 혼자 앉아있어야했다.
여행사 직원들이 한사람씩 돌아가며 내게 무언가를 설명해 주는데 정말 나는 한 단어도 못알아 듣겠는거다. 나도 미치겠고 걔네들도 미치겠고 서로 얼굴만 쳐다보다 그중에 나이 많은 가이드가 내옆에 오더니 트래킹 일정을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주더니 1,200B 이라고 쓴다. 나는 홍익에서 받은 트래킹 영수증을 꺼내서 보여주니 여행사 직원들이 모두 황당한 표정을 짖다 박장대소를 한다.
아마도 내가 버스표만 사고 트래킹예약은 안한걸로 알고 있었던 듯 싶다.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겨우 알아듣고 또 한시간을 앉아있다가 이래선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떠나온 여행인데...
나는 서울에서 가져온 참이슬 한병을 꺼내들고 결국 그들과 친해지는데 성공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영어가 안되도 긴장을 푸니 친구만들기는 쉽더라.
더구나 그사람들은 수많은 여행자들을 상대하는 가이드들 아닌가...
결국 아침부터 소주를 마시고 기타치고 노래부르고 과자까먹고 "담다디"노래를 기타치며 부를줄 아는 태국직원 때문에 치앙마이 새벽부터 노래를 불러재꼈다.
그러기를 또 한시간 다시 한무리의 여행자들이 들어오는데 그 사이에 만나기로 했던 K군이 있는 거다. 한줄기 빛이여, 소금이여, 어찌나 반갑던지.
다른 버스를 타고 오다 버스가 고장나서 3시간을 길에 서있었단다.
그렇게 나의 걸어다니는 사전, 통역관 K군과 1박2일 고산족 트래킹이 시작됬다.

트래킹은 생각보다 시시했다. 그냥 코끼리 잠깐 타고 3시간 가량 걷기만하고. 수영은 없었다.
고산족 마을은 청자켓에 무스로 머리세우고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고산족청년을 보며 진작에 환상을 깼고 차라리 포기하고 나니 수세식 화장실에 샤워실이 더 반갑더라.
근데 문제는 나의 운동부족이 여러사람을 피곤하게 했다는 거다.
고산족 마을로 가는 길은 높지도 않고 가파르지도 않았지만
그길에 능숙한 가이드와 긴다리의 강한체력을 자랑하는 서양애들사이에 끼여서 나는 너무 쉽게 지치고 힘들어했다.
결국 K군이 내 배낭을 들어주고 고산족 가이드가 나뭇가지로 지팡이를 만들어 주고 쉬는 짬짬이 큰 나뭇잎으로 부채질을 해주어도 철저하게 운동부족인 나에게 그 길은 정말 트래킹이었고 고생길이었다.
같은 팀인 웨스턴애들이 짜증내지 않고 친절했으면 수시로 걱정해주고 챙겨주어서 다행이었지만 결국 나는 트래킹을 하다가 일행들과 뚝 쳐져서 가이드와 단 둘이 남았을 때 엉엉 울고 말았다. 아~ 한국 아줌마의 위상이 처절하게 무너지는 날이었다.
그와중에도 It's secret 엉엉엉을 외치는 나에게 가이드는 괜찮다를 연발하고 우리끼리 천천히 가자고 위로를 해주고 결국 내게 남은 유일한 짐 물병마저도 가이드손에 들려져 나는 빈손에 지팡이하나 들고 쭐래쭐래 일어서서 일행에게 갔다.
그랬더니 다른 가이드가 박카스 같은 드링크제를 하나 주더라. 먹으면 힘날거라고... 참... 여러모로 민폐를 끼쳤던 트래킹이었다.

그렇게 나만 힘들었던 산행이 끝나고 고산족 마을에서의 밤이 시작됬다.
서양애들이 영어못하는 동양인을 무시한다는 얘기를 듣고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운이 좋았던지 모두들 친절했고
영어에 서툰 나에게 얘기를 할때는 천천히 얘기하는 등 배려를 해주어서
4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밥을 먹고 고산족 가이드가 내온 술을 마시며 신기하게도 내가 영어로 농담하며 웃고 있더라.
K군의 지대한 역할이 당연히 크긴했지만...
여기서도 당연히 얘기는 월드컵을 빼뜨리지않는다.
아일랜드 아저씨가 독일이 운이 좋았다. 한국이 너무 지쳐있었다고 얘기하자 모두들 동의를 한다. 참.. 기특한 아저씨...
여기에 흥분한 K군은 오~필승코리아에 애국가까지 불러재낀다.
그렇게 여행의 두번째 밤이 갔다.
2 Comments
만두 2003.01.26 20:49  
  하하. ^^;;
형우 2005.11.23 11:53  
  잘 읽었습니다.. 한국아줌마는 언제나 용감해요...세계인이 인정하는 코리아 우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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