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가 간다 [1]
남편에게 간신히 보름간의 휴가를 윤허(?)받고 나의 모든 준비는 일사천리였다.
가이드 북을 사고 사진을 찍고 여권을 갱신하고 비행기 티켓을 받고
하지만 게으른 남편을 홀로 남겨두고 가려니 가장 큰 문제는 보름동안 홀로 있을 남편의 밥이며 빨래들이다.
참고로,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남편은 배가 고프면 생라면을 부셔먹을지언정 라면을 끓여먹는 법이 없고, 모든 가전제품을 메뉴얼없이 숨겨진 기능까지 찾아낼정도로 기계에 능통하지만 세탁기만은 예외적으로 어떻게 사용하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
고민끝에 나는 된장국, 북어국등을 끓여서 우유곽에 담아 냉동시켜두고, 김치볶음밥을 해서 1인분씩 밀폐용기에 담아 역시 냉동실에 보관해두고 햇반을 사두고 3분요리를 사두고 냉장고에 들어있는 음식들의 목록과 전자렌지에 뎁혀먹을시 적당한 시간, 전기밥통에 밥하는 방법등을 포스트잇에 쭈욱 적어서 냉장고 문에 다닥다닥 붙여놓고,
세탁기 돌리는 방법, 적당한 세제량등을 적어 화장실에 떨어지지않게 붙여놓았다. - 호호호.. 혹시나 빠른 시일안에 또 써먹을 일이 생기지않을까 해서 아직도 떼지않고 붙여놓았습니다.
남편에게 꼭 밥챙겨 먹으라고 다짐을 받고
나 없는 사이 살빠져도 안되지만 살쪄도 안된다는 으름짱을 놓고
배낭을 메고 힙쌕을 두르고 또 보조가방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새벽바람을 가르며 길을 나섰다.
음~ 상쾌한 바람.. 얼마만의 새벽바람인지
이 날을 내가 얼마나 꿈꾸었더냐~ 난생처음 가는 배낭여행! 나는 내 평생 소원풀이하러 간다아아아아아아아.
그런데 혼자라는 것의 공포감 때문인지 새벽 강가를 달리는 공항버스안에서 울컥하는 기분이 들며 혼자 훌쩍훌쩍 눈물이 나며, 집에 가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하지만 또 그도 잠시 처음 와본 인천공항은 너무 넓어서 혹시나 실수하면 안된다는 강박관념도 있고 버스에서의 감상도 잊은체 여기저기를 다니며 내 특유의 호기심으로 공항안을 뒤지고 다녔다.
와~ 넓다. 깨끗하다. 이런것도 있네. 음~ 저건모야? 어라~ 난 어디로 들어가지?
누릴것은 다 누려봐야한다는 생각에 TG 탑승구와는 정반대에 있는 011라운지를 기어코 찾아가서 남편과 친구 몇몇에게 간단한 e-mail을 날리고 남편에게 잘 갔다오마는 전화를 하는데... 또 청승맞은 눈물이 난다.
결국 남편에게 어마어마한 걱정만 하게 만들고 출발시간 30분전에 라운지를 나와서 탑승...
면세점의 화려하며 이국적인 분위기에 또다시 나는 경쾌한 기분이 되기도하고 이륙시 비행기의 요동에 비장한 기분이 되기도 하고 이번 여행에서 기필코 많이 보고 많이 느끼는 여행이 되기를 다짐 한다.
비행기에서
옆에 앉았던 업무상 방콕에서 ts하여 프놈펜으로 간다는 s씨는 얘기를 하다보니 나와 동갑이라 자연스레 얘기가 길어졌다.
근데 본의 아니게 이분에게 거짓말을 하게 됬는데
혼자 배낭여행을 간다고 하니 당연히 결혼 안한사람이라 생각을 하고 얘기를 하고 나는 어 아닌데 이상하다이상하다 생각하며 말을 하다보니 타이밍을 놓쳐 나는 자연스럽게 결혼안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오해는 마시라.. 그저 그랬다. 그게 다다.
하지만 왠지 나는 초반부터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이후론 누구를 만나든 결혼했음부터 밝혔다. 하지만 이것도 편하진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와~ 대단하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여.행.이 되겠어요"라는 말을 들어야했다. 그렇다. 그게 우리나라 아줌마의 현실이다.
실제로 나는 보름 여행하는 동안 혼자 떠나온 아줌마를 만나지 못했다.
나는 처음으로 나온 배낭여행에 늘 마지막이 되겠다는 말을 무슨 주문이라도 되는양 듣고 다녀야했다. 오호 통제라...
아무튼 이 비행기에서 만난 S씨와 태국의 입국신고서를 적으며 난 백순데 직업란에 뭐라고 적으면 좋겠냐고 물어보니 이 친구의 대답이..
"tourist라고 적어요."
"에이 그게 무슨 직업이예요. 내가 여행가도 아니고"
"직업이 뭐예요?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직업이예요? 아니면 꼭 돈을 벌어야지만 직업이예요? 지금 여행하고 있는거 맞잖아요. "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를 이 대답은 내게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였던 일상들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었고 여행내내 이 생각을 하게 만든 내 여행의 처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과연 직업이 뭘까?"
가이드 북을 사고 사진을 찍고 여권을 갱신하고 비행기 티켓을 받고
하지만 게으른 남편을 홀로 남겨두고 가려니 가장 큰 문제는 보름동안 홀로 있을 남편의 밥이며 빨래들이다.
참고로,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남편은 배가 고프면 생라면을 부셔먹을지언정 라면을 끓여먹는 법이 없고, 모든 가전제품을 메뉴얼없이 숨겨진 기능까지 찾아낼정도로 기계에 능통하지만 세탁기만은 예외적으로 어떻게 사용하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
고민끝에 나는 된장국, 북어국등을 끓여서 우유곽에 담아 냉동시켜두고, 김치볶음밥을 해서 1인분씩 밀폐용기에 담아 역시 냉동실에 보관해두고 햇반을 사두고 3분요리를 사두고 냉장고에 들어있는 음식들의 목록과 전자렌지에 뎁혀먹을시 적당한 시간, 전기밥통에 밥하는 방법등을 포스트잇에 쭈욱 적어서 냉장고 문에 다닥다닥 붙여놓고,
세탁기 돌리는 방법, 적당한 세제량등을 적어 화장실에 떨어지지않게 붙여놓았다. - 호호호.. 혹시나 빠른 시일안에 또 써먹을 일이 생기지않을까 해서 아직도 떼지않고 붙여놓았습니다.
남편에게 꼭 밥챙겨 먹으라고 다짐을 받고
나 없는 사이 살빠져도 안되지만 살쪄도 안된다는 으름짱을 놓고
배낭을 메고 힙쌕을 두르고 또 보조가방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새벽바람을 가르며 길을 나섰다.
음~ 상쾌한 바람.. 얼마만의 새벽바람인지
이 날을 내가 얼마나 꿈꾸었더냐~ 난생처음 가는 배낭여행! 나는 내 평생 소원풀이하러 간다아아아아아아아.
그런데 혼자라는 것의 공포감 때문인지 새벽 강가를 달리는 공항버스안에서 울컥하는 기분이 들며 혼자 훌쩍훌쩍 눈물이 나며, 집에 가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하지만 또 그도 잠시 처음 와본 인천공항은 너무 넓어서 혹시나 실수하면 안된다는 강박관념도 있고 버스에서의 감상도 잊은체 여기저기를 다니며 내 특유의 호기심으로 공항안을 뒤지고 다녔다.
와~ 넓다. 깨끗하다. 이런것도 있네. 음~ 저건모야? 어라~ 난 어디로 들어가지?
누릴것은 다 누려봐야한다는 생각에 TG 탑승구와는 정반대에 있는 011라운지를 기어코 찾아가서 남편과 친구 몇몇에게 간단한 e-mail을 날리고 남편에게 잘 갔다오마는 전화를 하는데... 또 청승맞은 눈물이 난다.
결국 남편에게 어마어마한 걱정만 하게 만들고 출발시간 30분전에 라운지를 나와서 탑승...
면세점의 화려하며 이국적인 분위기에 또다시 나는 경쾌한 기분이 되기도하고 이륙시 비행기의 요동에 비장한 기분이 되기도 하고 이번 여행에서 기필코 많이 보고 많이 느끼는 여행이 되기를 다짐 한다.
비행기에서
옆에 앉았던 업무상 방콕에서 ts하여 프놈펜으로 간다는 s씨는 얘기를 하다보니 나와 동갑이라 자연스레 얘기가 길어졌다.
근데 본의 아니게 이분에게 거짓말을 하게 됬는데
혼자 배낭여행을 간다고 하니 당연히 결혼 안한사람이라 생각을 하고 얘기를 하고 나는 어 아닌데 이상하다이상하다 생각하며 말을 하다보니 타이밍을 놓쳐 나는 자연스럽게 결혼안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오해는 마시라.. 그저 그랬다. 그게 다다.
하지만 왠지 나는 초반부터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이후론 누구를 만나든 결혼했음부터 밝혔다. 하지만 이것도 편하진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와~ 대단하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여.행.이 되겠어요"라는 말을 들어야했다. 그렇다. 그게 우리나라 아줌마의 현실이다.
실제로 나는 보름 여행하는 동안 혼자 떠나온 아줌마를 만나지 못했다.
나는 처음으로 나온 배낭여행에 늘 마지막이 되겠다는 말을 무슨 주문이라도 되는양 듣고 다녀야했다. 오호 통제라...
아무튼 이 비행기에서 만난 S씨와 태국의 입국신고서를 적으며 난 백순데 직업란에 뭐라고 적으면 좋겠냐고 물어보니 이 친구의 대답이..
"tourist라고 적어요."
"에이 그게 무슨 직업이예요. 내가 여행가도 아니고"
"직업이 뭐예요?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직업이예요? 아니면 꼭 돈을 벌어야지만 직업이예요? 지금 여행하고 있는거 맞잖아요. "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를 이 대답은 내게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였던 일상들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었고 여행내내 이 생각을 하게 만든 내 여행의 처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과연 직업이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