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여행담 9편 -방콕 사람처럼 방콕을 누비다 -
1월 25일 토요일 (마지막 날)
친구 부부의 비행기 표 시간을 밤 11시 50분으로 미루기 위해 삼주씩이나 대기자 명단에 올렸으나 실패하였다.
그래서 이 화창한 토요일,
아쉽게도 두 사람 먼저 한국행 비행기로 떠나게 되었다.
영감은 두 사람을 배웅할 겸, 큰 짐도 갖다 둘 겸 공항에 나갔고 난 늦잠을 자려고 했으나 마지막이라는 느낌 때문에 잠이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여관 앞에 붙어 있는 멋진 식당 (크진 않지만 꽃과 화분이 많아서 아름다운) 에서 레몬 띄운 홍차 한잔과 빵에 쨈과 버터를 발라 간단하게 아침으로 먹었다.
식당 앞으로 부지런한 여행자들이 크고 작은 배낭을 짊어지고 지나간다.
토요일 아침의 햇살은 느긋함과 아늑함을 동시에 준다.
혼자서 공항버스 종점에 앉아 영감을 기달리고 있자니 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삼삼오오 지나간다. 책과 지도를 들고 .....
지나가는 버스들을 유심히 보고 있자니 한 버스가 눈에 들어온다.
유독 그 버스만 영어 행선지가 써 있었는데 왕궁과 프라케오 사원, 포 사원 행이었다.
돌아 온 영감과 일일 자유 여행을 나섰다.
그다지 멀지는 않지만 하루 종일 돌아다닐 걸 생각해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오늘은 택시와 툭툭을 타지 않고 대중교통 수단으로 다녀보기로 작정했다.
목표는 왕궁과 왓포, 왓푸라케오, 새벽사원, 박물관 이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수쿰빗 로드로 가 후배를 마지막으로 만나고 비행기를 타러 갈 예정이다.
.
문짝도 없는 버스에 올라타니 차장이 다가와 3.5 바트 (100원 정도) 짜리 버스표를 끊게 한다.
불과 몇 분 후 왕궁 성벽에 다달아 내려 정문이 어딘가 물으니 친절한 아저씨들이 반가운 미소로 다가와 오늘 행사 관계로 오후 1시가 되야 문을 연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 시간이 될 때까지 시내 다른 사원에 안내하겠단다.
우린 시간이 많지 않아 그곳에 안 갈 예정이라고 하고서는 순서를 바꿔 새벽사원에 먼저 가기로 했다.
공항에서 집어둔 방콕 안내지도는 내용이 알차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다른 안내서 없이 시내의 중요지점은 얼마든지 오갈 수 있을 정도다.
간단한 교통수단에 대한 설명과 가격이 써 있다.
이 지도를 보니 불과 50미터 앞이 ‘짜오프라야 익스프레스’ 선착장이다.
이 배는 유람선이 아닌 시내 주요 교통수단으로 짜오프라야 강의 주요 지점을 오르내리며 마치 시내버스인양 구석구석 데려다 준다.
거리에 따라 5바트에서 십 몇 바트를 받는데 배에 오르면 차장이 동전통을 흔들며 나타나 표를 끊어준다.
그리고 강을 가로 건너지르는 배는 따로 있다.
우리는 일단 건네주는 배를 2바트씩 주고 타고 새벽사원 쪽으로 갔다.
뭐든 멀리서 보면 균형 잡히고 화려하고 멋있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그 화려한 칠은 금색을 덕지덕지 칠한 것에 불과하고 반짝이던 보석처럼 보이던 것은 알록달록한 유리조각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조형미와 색의 조화가 뛰어 난 것도 사실이다.
사원에 들어가기 전 사진 찍을 수 있는 틀이 있었다.
왜 얼굴만 내밀고 찍는 틀 말이다. 디즈니 같은데 가면 미키마우스나 백설공주로 되어 있는 것 말이다.
여기는 태국 전설에 상상속의 인물인 ‘키나리’ (새와 아리따운 여인이 한 몸인 요정) 와 무사 등이 있었다.
아주 정교하게 잘 그려진 틀 이였고 배경 건물도 멋있어서 한 컷 찍기로 했다.
온갖 표정을 취하면서 키나리가 되어 한 장 찍고 났을 때 근처 정자의 그늘 속에서 한 아저씨가 나타나 정확한 한국말로 “사십바트!” 한다.
어디 그런 말이 있냐고 했더니 사진틀을 가리키는데 그림 맨 밑에 구석에 검으칙칙한 글씨로 40바트라고 써 있기는 있다.
너무 기가 막혀서 왜 숨어서 그러냐고 따졌더니 “ 한국사람 돈 줘. 사십바트!‘ 또 이런다.
일본인 인척 할 수도 없고 “한국사람, 한국사람” 하고 소리 지르는데 돈을 안 줄 수 없어서 40 바트를 주고 말았다.
‘서울 가면 눈 뜨고 코 베간다더니...’ 이곳 방콕에서 서울내기인 내가 당했다.
다시 강을 건너와 이번에는 위로 올라가는 짜오프라야 익스프레스를 타고 박물관이 있는 곳 에 가서 내렸다.
박물관 앞에서 덮밥을 20 바트에 사 먹고 박물관에 들어갔다. 비교적 전시 상태는 양호 했으며 영어와 타이어로 설명이 자세하게 붙어 있다.
특히 왕이 장례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 타는 거대한 금마차가 볼 만하다.
그리고 태국 현 왕조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근세에 들어 거의 모든 황태자들이 유럽에서 자라고 특히 스위스 유학을 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아마 그렇게 일찍 서양문물에 익숙해지고 유럽의 왕실과의 교분 때문에도 태국은 아시아의 거의 모든 국가가 식민지 하에서 괴로움을 당하고 있을 때 이를 피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젊은 시절의 현 왕비가 무척 아름다웠다는 사실이다. 비록 지금은 살찌고 늘어져 그 아름다움을 찾을 길이 없지만......
세월은 이런 거다. 그 귀한 왕비도 피할 수 없는 것......
박물관을 나오니 시간이 2시가 다 되었다.
왕궁은 3시 반까지만 연다던 정보가 생각나 급히 걸었다.
이때부터 여기저기서 삐끼가 나타나 “어디 가느냐, 어디서 왔느냐...”하면서 말을 건다.
그리고는 왕궁은 3시 반에 문을 닫으니 내일보고 다른 데를 안내하겠단다.
바빠 죽겠는데 웃으면서 그러니 뭐랄 수도 없고 궁금한 입구 위치는 안 알려준다.
그러고 보니 아까 오전에 왕궁이 오후 1시부터 연다던 아저씨도 수상하다.
다 뿌리치고 왕궁에 닿으니 2시 반이 넘었다.
표를 끊고 들어가 먼저 영감은 바지를 빌려 입고 나서 휘 둘러 보았다.
에메랄드 부처님을 먼저 보고 누워 있는 아주 거대한 부처도 보고 왕궁의 뒤뜰( 작은 정원인데 극락을 형상화해 논) 까지 다보고 나니 4시다.
그래도 쫓아내지는 않는다.
삐끼들 말 듣고 포기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다만 일찍 왔더라면 왕궁 내부도 볼 수 있었는지가 의문으로 남았다.
곳곳에 한국 단체 관광객들이 태국현지 가이드를 따라 관광하는 모습을 보았다.
절반은 우리나라 사람인 것 같았다.
아~대한민국!
이번에는 익스프레스로 강을 타고 내려가 보기로 했다.
마침 선착장 주변에 저녁 시장이 서고 있었다.
우리가 본 것 중 가장 서민적이고 음식 종류가 다양하였다.
태국 사람들도 많이 사 가지고 간다.
제철이 아니라 보기 드문 망고스텐이 눈에 띄길래 1킬로 사서 그 자리서 다 까 먹었다.
그리고 작은 만두며 부침이며 샐러드, 국수 등을 사서 먹었다.
다 먹어보고 싶지만 배가 불러서 더 이상은 못 먹겠다.
배를 타고 강을 내려와 샹그릴라 호텔을 지나 내렸다.
지상철의 종점이 바로 코 앞이다.
지상철은 역시 거리에 따라 ??바트부터 40 바트까지인데 노선이 두개고 정거장이 많지 않은데다 버스에 비해 가격이 비싸 교통난에 영향을 받지 않는데도 서민의 외면을 받고 있단다.
그래서 이것을 건설한 회사는 운영난이 심각하단다.
문을 닫자니 그렇고 그냥 두자니 계속 적자고......
하여간 전철 내부는 깨끗하고 넉넉했다.
중간에 노선을 갈아타고 북쪽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동쪽으로 되돌아와 수쿰빗에서 내렸다.
오고 가는 길에 창밖의 지형지물을 지도와 대조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시 중심가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지난 번 우리가 묵었던 웨스틴 호텔 옆 백화점으로 후배더러 아이들 데리고 나오라고 해두었다.
잠깐 백화점을 둘러보고 맥도널드에서 씩씩하고 건강한 세 아들과 후배를 만났다.
후배 남편은 우리가 온 후로 손님이 계속 들이 닥치는 바람에 과로로 몸살 감기에 걸려 끙끙 앓고 있는 모양이었다.
얼마나 미안한지....
남편은 맛사지 보내 놓고 간단히 여행이야기도 하고 지난 번 고마운 마음도 전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왔다.
서울 가는 비행기는 초만원이다.
빈 자리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우리 자리가 비즈니스 클래스로 배정 되어있었다.
비즈니스 석은 남고 이코노믹은 부족하니까 이코노믹 손님을 일부 비즈니스로 올려 주었나 보다.
우리 영감 눈치없이 슈튜어디스에게 묻는다.
“ 저 우리는 이코노믹인데요....”
그냥 조용히 앉아 계시라는 대답이 되돌아 왔다.
하여간 처음으로 비즈니스 석에 앉아 봤다.
‘덕분에 발 뻗고 자게 되었구나.’
12박 13일 여행 일정 중에 시간을 아끼려다 보니 타이 항공을 8번 이용했다.
아마 그 덕이 아닐런지....
비행기가 이륙한 것은 현지 시각으로 12시가 넘었고 한국 시각으로는 2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근데 스튜어디스가 잠을 안 재운다.
뜨거운 물수건, 잡지, 해드폰, 음료수 써비스, 그리고 선물(여행용품이 든 작은 케이스),
그 다음은 내일 아침 뭐 먹을래? 그러더니 잠시 후에 에피타이저부터 시작해서 메인 요리, 와인, 커피, 홍차, 쥬스, 물......
본래 야간 비행시에는 아무것도 안 먹고 그냥 자는 편인데 비즈니스는 뭐가 다른가 싶어 호기심에 대꾸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별 맛도 없고 그저 그런 것을....
잠이 훨씬 단데....
아웅 졸려~~~~
인천 공항의 새벽은 겨울 날씨 치고는 포근했다.
이렇게 나의 첫 번째 태국 여행은 끝이 났다.
태국을 떠나면서도 웬지 이것이 마지막일거라는 느낌이 안 들었다.
태국이라는 나라와 미소와 함께 기억나는 태국 사람들 ....
낯설지 않고 친근한 느낌....
웬지는 모른다.
끝까지 읽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야호! 끝났다!!
친구 부부의 비행기 표 시간을 밤 11시 50분으로 미루기 위해 삼주씩이나 대기자 명단에 올렸으나 실패하였다.
그래서 이 화창한 토요일,
아쉽게도 두 사람 먼저 한국행 비행기로 떠나게 되었다.
영감은 두 사람을 배웅할 겸, 큰 짐도 갖다 둘 겸 공항에 나갔고 난 늦잠을 자려고 했으나 마지막이라는 느낌 때문에 잠이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여관 앞에 붙어 있는 멋진 식당 (크진 않지만 꽃과 화분이 많아서 아름다운) 에서 레몬 띄운 홍차 한잔과 빵에 쨈과 버터를 발라 간단하게 아침으로 먹었다.
식당 앞으로 부지런한 여행자들이 크고 작은 배낭을 짊어지고 지나간다.
토요일 아침의 햇살은 느긋함과 아늑함을 동시에 준다.
혼자서 공항버스 종점에 앉아 영감을 기달리고 있자니 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삼삼오오 지나간다. 책과 지도를 들고 .....
지나가는 버스들을 유심히 보고 있자니 한 버스가 눈에 들어온다.
유독 그 버스만 영어 행선지가 써 있었는데 왕궁과 프라케오 사원, 포 사원 행이었다.
돌아 온 영감과 일일 자유 여행을 나섰다.
그다지 멀지는 않지만 하루 종일 돌아다닐 걸 생각해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오늘은 택시와 툭툭을 타지 않고 대중교통 수단으로 다녀보기로 작정했다.
목표는 왕궁과 왓포, 왓푸라케오, 새벽사원, 박물관 이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수쿰빗 로드로 가 후배를 마지막으로 만나고 비행기를 타러 갈 예정이다.
.
문짝도 없는 버스에 올라타니 차장이 다가와 3.5 바트 (100원 정도) 짜리 버스표를 끊게 한다.
불과 몇 분 후 왕궁 성벽에 다달아 내려 정문이 어딘가 물으니 친절한 아저씨들이 반가운 미소로 다가와 오늘 행사 관계로 오후 1시가 되야 문을 연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 시간이 될 때까지 시내 다른 사원에 안내하겠단다.
우린 시간이 많지 않아 그곳에 안 갈 예정이라고 하고서는 순서를 바꿔 새벽사원에 먼저 가기로 했다.
공항에서 집어둔 방콕 안내지도는 내용이 알차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다른 안내서 없이 시내의 중요지점은 얼마든지 오갈 수 있을 정도다.
간단한 교통수단에 대한 설명과 가격이 써 있다.
이 지도를 보니 불과 50미터 앞이 ‘짜오프라야 익스프레스’ 선착장이다.
이 배는 유람선이 아닌 시내 주요 교통수단으로 짜오프라야 강의 주요 지점을 오르내리며 마치 시내버스인양 구석구석 데려다 준다.
거리에 따라 5바트에서 십 몇 바트를 받는데 배에 오르면 차장이 동전통을 흔들며 나타나 표를 끊어준다.
그리고 강을 가로 건너지르는 배는 따로 있다.
우리는 일단 건네주는 배를 2바트씩 주고 타고 새벽사원 쪽으로 갔다.
뭐든 멀리서 보면 균형 잡히고 화려하고 멋있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그 화려한 칠은 금색을 덕지덕지 칠한 것에 불과하고 반짝이던 보석처럼 보이던 것은 알록달록한 유리조각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조형미와 색의 조화가 뛰어 난 것도 사실이다.
사원에 들어가기 전 사진 찍을 수 있는 틀이 있었다.
왜 얼굴만 내밀고 찍는 틀 말이다. 디즈니 같은데 가면 미키마우스나 백설공주로 되어 있는 것 말이다.
여기는 태국 전설에 상상속의 인물인 ‘키나리’ (새와 아리따운 여인이 한 몸인 요정) 와 무사 등이 있었다.
아주 정교하게 잘 그려진 틀 이였고 배경 건물도 멋있어서 한 컷 찍기로 했다.
온갖 표정을 취하면서 키나리가 되어 한 장 찍고 났을 때 근처 정자의 그늘 속에서 한 아저씨가 나타나 정확한 한국말로 “사십바트!” 한다.
어디 그런 말이 있냐고 했더니 사진틀을 가리키는데 그림 맨 밑에 구석에 검으칙칙한 글씨로 40바트라고 써 있기는 있다.
너무 기가 막혀서 왜 숨어서 그러냐고 따졌더니 “ 한국사람 돈 줘. 사십바트!‘ 또 이런다.
일본인 인척 할 수도 없고 “한국사람, 한국사람” 하고 소리 지르는데 돈을 안 줄 수 없어서 40 바트를 주고 말았다.
‘서울 가면 눈 뜨고 코 베간다더니...’ 이곳 방콕에서 서울내기인 내가 당했다.
다시 강을 건너와 이번에는 위로 올라가는 짜오프라야 익스프레스를 타고 박물관이 있는 곳 에 가서 내렸다.
박물관 앞에서 덮밥을 20 바트에 사 먹고 박물관에 들어갔다. 비교적 전시 상태는 양호 했으며 영어와 타이어로 설명이 자세하게 붙어 있다.
특히 왕이 장례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 타는 거대한 금마차가 볼 만하다.
그리고 태국 현 왕조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근세에 들어 거의 모든 황태자들이 유럽에서 자라고 특히 스위스 유학을 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아마 그렇게 일찍 서양문물에 익숙해지고 유럽의 왕실과의 교분 때문에도 태국은 아시아의 거의 모든 국가가 식민지 하에서 괴로움을 당하고 있을 때 이를 피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젊은 시절의 현 왕비가 무척 아름다웠다는 사실이다. 비록 지금은 살찌고 늘어져 그 아름다움을 찾을 길이 없지만......
세월은 이런 거다. 그 귀한 왕비도 피할 수 없는 것......
박물관을 나오니 시간이 2시가 다 되었다.
왕궁은 3시 반까지만 연다던 정보가 생각나 급히 걸었다.
이때부터 여기저기서 삐끼가 나타나 “어디 가느냐, 어디서 왔느냐...”하면서 말을 건다.
그리고는 왕궁은 3시 반에 문을 닫으니 내일보고 다른 데를 안내하겠단다.
바빠 죽겠는데 웃으면서 그러니 뭐랄 수도 없고 궁금한 입구 위치는 안 알려준다.
그러고 보니 아까 오전에 왕궁이 오후 1시부터 연다던 아저씨도 수상하다.
다 뿌리치고 왕궁에 닿으니 2시 반이 넘었다.
표를 끊고 들어가 먼저 영감은 바지를 빌려 입고 나서 휘 둘러 보았다.
에메랄드 부처님을 먼저 보고 누워 있는 아주 거대한 부처도 보고 왕궁의 뒤뜰( 작은 정원인데 극락을 형상화해 논) 까지 다보고 나니 4시다.
그래도 쫓아내지는 않는다.
삐끼들 말 듣고 포기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다만 일찍 왔더라면 왕궁 내부도 볼 수 있었는지가 의문으로 남았다.
곳곳에 한국 단체 관광객들이 태국현지 가이드를 따라 관광하는 모습을 보았다.
절반은 우리나라 사람인 것 같았다.
아~대한민국!
이번에는 익스프레스로 강을 타고 내려가 보기로 했다.
마침 선착장 주변에 저녁 시장이 서고 있었다.
우리가 본 것 중 가장 서민적이고 음식 종류가 다양하였다.
태국 사람들도 많이 사 가지고 간다.
제철이 아니라 보기 드문 망고스텐이 눈에 띄길래 1킬로 사서 그 자리서 다 까 먹었다.
그리고 작은 만두며 부침이며 샐러드, 국수 등을 사서 먹었다.
다 먹어보고 싶지만 배가 불러서 더 이상은 못 먹겠다.
배를 타고 강을 내려와 샹그릴라 호텔을 지나 내렸다.
지상철의 종점이 바로 코 앞이다.
지상철은 역시 거리에 따라 ??바트부터 40 바트까지인데 노선이 두개고 정거장이 많지 않은데다 버스에 비해 가격이 비싸 교통난에 영향을 받지 않는데도 서민의 외면을 받고 있단다.
그래서 이것을 건설한 회사는 운영난이 심각하단다.
문을 닫자니 그렇고 그냥 두자니 계속 적자고......
하여간 전철 내부는 깨끗하고 넉넉했다.
중간에 노선을 갈아타고 북쪽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동쪽으로 되돌아와 수쿰빗에서 내렸다.
오고 가는 길에 창밖의 지형지물을 지도와 대조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시 중심가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지난 번 우리가 묵었던 웨스틴 호텔 옆 백화점으로 후배더러 아이들 데리고 나오라고 해두었다.
잠깐 백화점을 둘러보고 맥도널드에서 씩씩하고 건강한 세 아들과 후배를 만났다.
후배 남편은 우리가 온 후로 손님이 계속 들이 닥치는 바람에 과로로 몸살 감기에 걸려 끙끙 앓고 있는 모양이었다.
얼마나 미안한지....
남편은 맛사지 보내 놓고 간단히 여행이야기도 하고 지난 번 고마운 마음도 전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왔다.
서울 가는 비행기는 초만원이다.
빈 자리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우리 자리가 비즈니스 클래스로 배정 되어있었다.
비즈니스 석은 남고 이코노믹은 부족하니까 이코노믹 손님을 일부 비즈니스로 올려 주었나 보다.
우리 영감 눈치없이 슈튜어디스에게 묻는다.
“ 저 우리는 이코노믹인데요....”
그냥 조용히 앉아 계시라는 대답이 되돌아 왔다.
하여간 처음으로 비즈니스 석에 앉아 봤다.
‘덕분에 발 뻗고 자게 되었구나.’
12박 13일 여행 일정 중에 시간을 아끼려다 보니 타이 항공을 8번 이용했다.
아마 그 덕이 아닐런지....
비행기가 이륙한 것은 현지 시각으로 12시가 넘었고 한국 시각으로는 2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근데 스튜어디스가 잠을 안 재운다.
뜨거운 물수건, 잡지, 해드폰, 음료수 써비스, 그리고 선물(여행용품이 든 작은 케이스),
그 다음은 내일 아침 뭐 먹을래? 그러더니 잠시 후에 에피타이저부터 시작해서 메인 요리, 와인, 커피, 홍차, 쥬스, 물......
본래 야간 비행시에는 아무것도 안 먹고 그냥 자는 편인데 비즈니스는 뭐가 다른가 싶어 호기심에 대꾸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별 맛도 없고 그저 그런 것을....
잠이 훨씬 단데....
아웅 졸려~~~~
인천 공항의 새벽은 겨울 날씨 치고는 포근했다.
이렇게 나의 첫 번째 태국 여행은 끝이 났다.
태국을 떠나면서도 웬지 이것이 마지막일거라는 느낌이 안 들었다.
태국이라는 나라와 미소와 함께 기억나는 태국 사람들 ....
낯설지 않고 친근한 느낌....
웬지는 모른다.
끝까지 읽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야호!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