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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배낭여행을 가는 사람을 동경해 오기를 수십년...
이번 여행을 계획하며 꼭 하고 싶었던것 몇가지가 있었다.

첫째, 추울때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가서 귀국시 얇은 옷에 쌔까만 얼굴, 슬리퍼를 신고 커다란 배낭을 메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여유있게 집에 오기. - 남들에겐 별일 아닌지 모르지만 실지로 한겨울에 저런 차림으로 활보하는 사람을 보면서 저사람 여행갔다왔나봐 하며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둘째, 꿈에도 그리던 앙코르 유적지 중에서 내가 제일 마음에 드는 곳을 점찍어 해질무렵 영화 화양연화의 앙코르 테마음악을 들으면서 혼자 앉아 소주를 딱 한잔만 캬~

셋째, 현지인이나 외국인 친구를 만들어 e-mail 받아오기.

대단한 계획은 아니었으나

첫번째는 귀국하는 날 예상치도 않았던 신랑이 두꺼운 옷을 가지고 공항으로 마중을 나오는 바람에 실패.
두번째는 방콕에서 캄보디아 들어가며 짐을 좀 줄이고자 홍익에 짐을 맡기면서 서울서 가져간 소주를 깜박하고 짐에 넣고 맡기는 바람에 실패.
또 해가 짐과 동시에 유적지가 문을 닫기때문에 또 너무 더워서 뜨뜻한 소주를 마신다는 것도 어차피 생각만큼 근사하지 않았을 터...

다행히 세번째 치앙마이에서 트래킹을 간이 한 호주여자애와 친구가 되어 e-mail을 주고 받긴 했는데
그렇다고 내가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거의 영어는 눈치로 알아듣고 행동하는 실력인데 신기하게도 사람과 사람과의 교류는 꼭 말이 아니어도 우선은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대해서 그러는지 몇마디 하지않았어도 통하는 게 생기면서 친구가 되는듯하다.
겨우 세번째 하나 목적달성을 했는데
짧은 영어 실력이 왠수인지라 서울와서 당췌 mail을 쓸수가 없겠어서 그나마도 흐지부지하게 생겼다.

이런것들 그렇게 크지 않고 소박한 것들이지만
여행을 준비하며 이런 것들을 계획하며 나는 굉장히 행복했었다.

지금도 또 다시 떠날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못해본 첫번째 계획을 기필코 다시 해보자 다짐하고
어느 여행지든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앙코르에서 못해본 해질무렵의 소주한잔을 꿈꾸며 다음엔 인도의 갠지즈 강가에서 혹은 그 강위의 배안에서 그러자고 생각하고 혹은 네팔의 히말라야 설산에 올라가게 되면 아무 이유없이 울어보고싶다는 생각도 해보며
나는 또 다시 행복해지는 거 같다.
2 Comments
Soo 2003.02.08 08:53  
  꿈이 있으신분 당신은 멋진분일것 같습니다.
그랑블루 2003.02.08 21:56  
  너무 멋지십니다...저도 결혼하면 이렇게 살고 싶어요...
근데 이런 나를 이해해줄 남자를 만날수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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