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바이디 라오스(10)
- 해수욕 -
1월8일. 아침 7시가 좀 넘어서 눈을 떴다. 아침 먹으러 가는 길에 세탁물을 맡기고, 우리가
들어선 곳은 Kiss food & Drink. 메뉴가 주로 아메리칸식이라 입에 맞진 않지만, 식당 이름
이 마음에 든다. 특히 키스...
아침식사를 마치고는 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좀티엔 비치를 향해 출발!! 오늘은 해수욕하는
날이다. (여기 오더니 아내는 부쩍 오토바이에 재미를 붙였다. 허허...)
아직 아침의 싱그러움이 남아 있는 파타야도로에서 오토바이로 질주하는 즐거움. 하지만 얼
마 못 가서 내가 탄 오토바이는 고장나버렸다. 불과 4만킬로를 탔던데, 자동차랑 달리 오토
바이는 그 정도 주행거리로도 수명이 다하는 건가? 쯧쯧..
결국 시동 꺼진 오토바이에서 내려 아내와 함께 기사까지 셋이서 다시 달리기 시작. 겁 많
은 나는 떨어질까봐 앞사람을 꽉 잡는데, 이런 모습이 우스운지 다른 오토바이에 탄 현지인
들이 깔깔거린다. (여기는 초딩 중딩으로 뵈는 애들까지도 오토바이 하나는 기가 막히게 타
더군요)
좀티엔 팜비치 호텔 앞 도착.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해수욕하기에 날씨는 더 없이 끝
내준다. 어제 홍익비치하우스에서 들은 대로 호텔 수영장에 딸린 샤워실에서 수영복으로 갈
아입고 해변으로 들어갔다.
비치의자에 소지품을 놓고, 튜브를 빌려서 물 속으로 들어가니 허허... 좋다. 좋아!! 1월초에
이러고 있다니, 내가 팟타야에 온 게 맞긴 맞군... (방금 전화해보니 서울은 영하 15도의 강
추위에 수도관이 얼어터지고, 눈도 많이 와서 길거리는 얼음판이라던데...)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물은 거의 똥물이다. 마음 한 구석으로는 바다 밑이 훤히 들여다보이
고, 발 아래로 물고기들이 노니는 '천국'을 상상했는데, 실제로는 딱 해운대 수준. 똥물을 만
드는 원인은 원체 사람이 많아서일 수도 있겠으나, 주변을 수없이 오가는 각종 보트들이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남이야 수영을 하건 말건 바로 옆을 쌩-하고 지나가는 제트스키들... 견
물생심이라고 보니까 타고 싶은데, 엄청난 가격 때문에 엄두가 안 난다. (지금 생각하니 약
간 아쉽다. 그냥 타볼걸...)
한 두어 시간 놀고 나서 물에서 나와 점심 먹으러 KFC로 갔다. 외관은 당연히 한국이랑 같
은데, 맛은 또 어떨지가 궁금... 역시 세계적인 기업답게 좀티엔 비치의 명당에 터를 잡았고,
에어컨도 빵빵... 아내말로는 맛도 약간 다르고, 한국에는 없는 요리가 끼어 있다고 하는데,
내 눈에 띈 차이는 일회용 용기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건비가 싸니까 그냥 설거지를
시키는 게 싸게 먹히는 모양.
- 서양남자&태국여자 -
점심을 먹고 커피를 먹으며 기다리니, 약속한대로 승용차가 나와 우리를 픽업한다. 오후에는
어제 신청해 둔 투어를 하는 시간. 홍익비치하우스의 여사장님이 나오셨다. 간만에 얘기할
수 있는 상대가 생긴 것도 좋고, 또 태국에 대해서는 많이 아시는 분(8년 사셨다고 함)이니
이것저것 물으며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도 재미있다.
태국에서, 특히 팟타야에서 가장 신기한 모습이라면 수도 없이 눈에 띄는 서양남자-태국여
자 커플. 당연히 여자들은 모두 젊고, 남자들은 젊은것부터 늙은 것까지 다양하다. 체구의
차이 때문인지 어찌 보면 애완용 개를 끌고 다니는 것 같기도 한데, 정말 꼴보기 싫기도 하
고, 예전 우리나라에 있었던 양공주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이런 여자들
을 좀(사실은 상당히) 천시하고 손가락질하는데 비해 태국에선 오히려 부러워한다네요? 그
런 딸래미 하나만 있으면 가계에 상당한 보탬이 되니까... (물론 일부에선 개탄) 그리고 얘네
들 사이에서 혼혈아가 태어나면 대체로 예쁘기 때문에 한 마디로 뜰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군요.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힘든 우리랑은 많이 다르죠?)
재미있는 건 이러고 돌아다니는 여자들이 그다지 예쁘진 않다는 점. 나 같으면 기왕 이런
생활을 할 바에는 예쁘고 늘씬한 글래머루 하겠는데, 그렇지가 않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아담 사이즈. (서양놈들은 쪼꼬만 타입을 좋아하는 모양)
- 농눗 빌리지 -
제일 처음 도착한 곳은 농눗 빌리지. 농눗 열대정원이라고도 부르던데, 넓은 규모와 동화 속
나라처럼 꾸며진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난다. 뭐 구태여 비교를 한다면, [여미지식물원]하
고 비슷한데, 우리는 투어로 왔기 때문에 자유시간이 너무 부족(20분)해서 제대로 구경을 못
해 그렇지 다시 기회가 된다면 한나절은 충분히 보낼 수 있을 만큼 좋다.
표 끊고 들어가자마자 민속공연 시간이어서 먼저 그걸 구경하고, 이어서 곧바로 코끼리쇼를
봤는데, 민속공연은 그런 대로 볼만하다. 다만, 사전 지식이 좀 있으면, 10배로 즐길 수 있었
을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러나 코끼리쇼는 그저 그랬다. 코끼리들이 나와서 축구를 하고,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춤
을 추고, 그림을 그리는데... 정말 코끼리답지 않다는 생각만 들고, 저렇게 숙련되기까지 얼
마나 매를 맞았을까? 하는 생각에 애처롭기까지 하다.
적어도 코끼리라면... 괴성을 지르고, 귀를 펄럭이며, 두두두두 소리를 내며 밀림을 달려야
그게 코끼리다운 모습일텐데, 이건 코끼리가 사람도 하기 힘든 재주를 부리고 있으니...
- 미니시암 -
농눗빌리지에서 사진 몇 방 찍고 번개처럼 이동해간 곳은 미니시암. 일종의 공원인데,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서 한쪽에는 타워브리지, 에펠탑, 개선문 같은 세계 각국의 건축물을, 다른
한쪽에는 태국의 건축물을 모형으로 전시해 놓았다. 그러나 대부분 실물을 보지 못한 탓인
지 느낌은 별로... 내가 여길 왜 왔나 싶다.
우리나라 관광객을 의식했는지 [남대문]도 있어서 그나마 반갑다. 근데 남대문이 우리의 대
표적인 건축물 맞나? 국보1호라서? 기왕 하는 거면 [경복궁]으로 해 주지... 그게 더 멋있을
텐데... (너무 무리한 요군가?)
- 알카자쇼 -
한마디로 내가 팟타야에 온 보람을 느낀 곳이다. 쇼장은 밖에서 봐도 으리으리하고 규모도
제법 크다. 아직 쇼는 시작하기 전이라 건물 밖에서 구운 오징어를 먹으며 서성이는데 보이
는 건 모조리 우리 동포들. (농눗빌리지와 미니시암에서도 그랬지만, 특히 여기는 완전히 한
국 세상) 엄마 찾고 아들래미 찾고...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통에 완전히 시장바닥이다.
드디어 입장! 객석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우리가 앉은 곳은 2층. 막이 오르자 기
대와는 달리 남자춤꾼들의 군무가 시작되고, 드디어 게이 입장!!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
겠으나, TV속의 하리수말고 게이는 처음 봄) 솔직히 너무 멀어서 얼굴이 자세히 보이진 않
는데, 그렇게 생각을 해서 그런지 정말 예쁘고 매력적인 것 같다.
공연의 구성은 막이 열릴 때마다 각 나라별 전통안무를 보여주는 듯 하고, 막을 닫고 다음
순서를 준비하는 동안에는 개인기를 보여주는데, 내가 보기엔 군무보다 이 개인기가 압권이
다. 특히 혼자서 두 명의 역할을 하는 꼽추연기와 뒷부분에 나오는 남/녀 볼륨댄스연기는
감동에 감동이다.
처음에는 '성전환자의 외모가 진짜 여자와 비교해서 어떤지'라는 아주 단순한 궁금증을 갖고
공연을 봤는데, 보면 볼수록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나중에는 배우들의 연기에 매료되어 버
렸다. (특히 혼자서 하는 남/녀 볼륨댄스)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이미 팟타야의 밤은 깊어있다. 우리 부부는 공연장이 있는 북
팟타야에서 숙소가 있는 남팟타야까지 하염없이 걸었다. 알카자쇼가 가져다 준 감흥을 되새
기며...
사족:
1) 한참 코끼리쇼를 보는데, 어떤 아이가 그랬습니다.
"엄마! 코끼리가 어떻게 물구나무를 서?"
그러자 엄마 왈
"연습하면 왜 못하겠니!"
아주 한심하다는 듯이, 또한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는 투의 짜증스러움으로 대답을 하니,
아이는 더 이상 말을 안 하더군요.
2) 코끼리쇼장에서는 바나나를 팝니다. 코끼리가 관객에게 인사하러 오면 주라는 거죠. (그
러면 코끼리를 보다 가까운데서 볼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이놈들이 얼마나 훈련이 잘
되어 있는지 바나나를 받아도 먹지 않고 등위에 앉은 주인에게 줍니다. (물론 일부 눈치
없는 녀석은 그걸 먹기도 함) 그 바나나는 다음 쇼타임 때 팔겠죠?
3) 알카자쇼를 볼 때는 관객의 대부분이 한국사람이다 보니 재미있는 일이 많이 벌어지더군
요. 처음에 쇼가 시작되면 멋진 복장을 한 무용수들이 떼거지로 나와서 일제히 한 동작
으로 춤을 추지 않습니까? 이를 본 뒤에 앉은 아저씨 왈
"와∼ 완전히 쇼쇼쇼 분위기네?"
4) 쇼는 태극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부채춤에 이르자, 관객의 환호성과 박수는 절정에 달
했습니다. 저도 "와! 와!"하며 마구 고함을 질러댔으니까요. 근데 아무리 듣기 좋은 소리
도 한 두 번이라고, 무용수들에겐 다른 레파토리가 없는지 계속 아리랑만 이어지니까 관
객의 호응도 점차 사그러졌습니다. 이때 아까 그 아저씨 왈
"그래! 그래! 아주 아리랑으루 잡어돌려라!!"
5) 공연 중에 나오는 우리 노래는 정말 명곡입니다. 비록 립싱크지만 가수의 애절한 동작과
은은한 조명이 더해져서, 가사를 음미하며 들으려니까 가슴이 미어지더군요... 근데, 그
노래의 제목과 가수를 아시는 분 있나요?
6) 오늘의 사진은 쇼가 끝나고 마당에서 배우와 찍은 사진입니다. 이 때 목소리를 들을 기
회가 있었는데... 하하!! 완전히 남자더군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사진 찍을 때 정말 한
번 만져보고 싶었습니다. 궁금해서... 하지만 그건 너무 실례일 것 같아서 못했죠. 근데
찍고나서 다른 사람들은 보니까 어떤 사람은 자연스럽게 팔을 허리에 감고 찍더군요.
아... 나두 그럴껄...
1월8일. 아침 7시가 좀 넘어서 눈을 떴다. 아침 먹으러 가는 길에 세탁물을 맡기고, 우리가
들어선 곳은 Kiss food & Drink. 메뉴가 주로 아메리칸식이라 입에 맞진 않지만, 식당 이름
이 마음에 든다. 특히 키스...
아침식사를 마치고는 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좀티엔 비치를 향해 출발!! 오늘은 해수욕하는
날이다. (여기 오더니 아내는 부쩍 오토바이에 재미를 붙였다. 허허...)
아직 아침의 싱그러움이 남아 있는 파타야도로에서 오토바이로 질주하는 즐거움. 하지만 얼
마 못 가서 내가 탄 오토바이는 고장나버렸다. 불과 4만킬로를 탔던데, 자동차랑 달리 오토
바이는 그 정도 주행거리로도 수명이 다하는 건가? 쯧쯧..
결국 시동 꺼진 오토바이에서 내려 아내와 함께 기사까지 셋이서 다시 달리기 시작. 겁 많
은 나는 떨어질까봐 앞사람을 꽉 잡는데, 이런 모습이 우스운지 다른 오토바이에 탄 현지인
들이 깔깔거린다. (여기는 초딩 중딩으로 뵈는 애들까지도 오토바이 하나는 기가 막히게 타
더군요)
좀티엔 팜비치 호텔 앞 도착.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해수욕하기에 날씨는 더 없이 끝
내준다. 어제 홍익비치하우스에서 들은 대로 호텔 수영장에 딸린 샤워실에서 수영복으로 갈
아입고 해변으로 들어갔다.
비치의자에 소지품을 놓고, 튜브를 빌려서 물 속으로 들어가니 허허... 좋다. 좋아!! 1월초에
이러고 있다니, 내가 팟타야에 온 게 맞긴 맞군... (방금 전화해보니 서울은 영하 15도의 강
추위에 수도관이 얼어터지고, 눈도 많이 와서 길거리는 얼음판이라던데...)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물은 거의 똥물이다. 마음 한 구석으로는 바다 밑이 훤히 들여다보이
고, 발 아래로 물고기들이 노니는 '천국'을 상상했는데, 실제로는 딱 해운대 수준. 똥물을 만
드는 원인은 원체 사람이 많아서일 수도 있겠으나, 주변을 수없이 오가는 각종 보트들이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남이야 수영을 하건 말건 바로 옆을 쌩-하고 지나가는 제트스키들... 견
물생심이라고 보니까 타고 싶은데, 엄청난 가격 때문에 엄두가 안 난다. (지금 생각하니 약
간 아쉽다. 그냥 타볼걸...)
한 두어 시간 놀고 나서 물에서 나와 점심 먹으러 KFC로 갔다. 외관은 당연히 한국이랑 같
은데, 맛은 또 어떨지가 궁금... 역시 세계적인 기업답게 좀티엔 비치의 명당에 터를 잡았고,
에어컨도 빵빵... 아내말로는 맛도 약간 다르고, 한국에는 없는 요리가 끼어 있다고 하는데,
내 눈에 띈 차이는 일회용 용기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건비가 싸니까 그냥 설거지를
시키는 게 싸게 먹히는 모양.
- 서양남자&태국여자 -
점심을 먹고 커피를 먹으며 기다리니, 약속한대로 승용차가 나와 우리를 픽업한다. 오후에는
어제 신청해 둔 투어를 하는 시간. 홍익비치하우스의 여사장님이 나오셨다. 간만에 얘기할
수 있는 상대가 생긴 것도 좋고, 또 태국에 대해서는 많이 아시는 분(8년 사셨다고 함)이니
이것저것 물으며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도 재미있다.
태국에서, 특히 팟타야에서 가장 신기한 모습이라면 수도 없이 눈에 띄는 서양남자-태국여
자 커플. 당연히 여자들은 모두 젊고, 남자들은 젊은것부터 늙은 것까지 다양하다. 체구의
차이 때문인지 어찌 보면 애완용 개를 끌고 다니는 것 같기도 한데, 정말 꼴보기 싫기도 하
고, 예전 우리나라에 있었던 양공주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이런 여자들
을 좀(사실은 상당히) 천시하고 손가락질하는데 비해 태국에선 오히려 부러워한다네요? 그
런 딸래미 하나만 있으면 가계에 상당한 보탬이 되니까... (물론 일부에선 개탄) 그리고 얘네
들 사이에서 혼혈아가 태어나면 대체로 예쁘기 때문에 한 마디로 뜰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군요.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힘든 우리랑은 많이 다르죠?)
재미있는 건 이러고 돌아다니는 여자들이 그다지 예쁘진 않다는 점. 나 같으면 기왕 이런
생활을 할 바에는 예쁘고 늘씬한 글래머루 하겠는데, 그렇지가 않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아담 사이즈. (서양놈들은 쪼꼬만 타입을 좋아하는 모양)
- 농눗 빌리지 -
제일 처음 도착한 곳은 농눗 빌리지. 농눗 열대정원이라고도 부르던데, 넓은 규모와 동화 속
나라처럼 꾸며진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난다. 뭐 구태여 비교를 한다면, [여미지식물원]하
고 비슷한데, 우리는 투어로 왔기 때문에 자유시간이 너무 부족(20분)해서 제대로 구경을 못
해 그렇지 다시 기회가 된다면 한나절은 충분히 보낼 수 있을 만큼 좋다.
표 끊고 들어가자마자 민속공연 시간이어서 먼저 그걸 구경하고, 이어서 곧바로 코끼리쇼를
봤는데, 민속공연은 그런 대로 볼만하다. 다만, 사전 지식이 좀 있으면, 10배로 즐길 수 있었
을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러나 코끼리쇼는 그저 그랬다. 코끼리들이 나와서 축구를 하고,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춤
을 추고, 그림을 그리는데... 정말 코끼리답지 않다는 생각만 들고, 저렇게 숙련되기까지 얼
마나 매를 맞았을까? 하는 생각에 애처롭기까지 하다.
적어도 코끼리라면... 괴성을 지르고, 귀를 펄럭이며, 두두두두 소리를 내며 밀림을 달려야
그게 코끼리다운 모습일텐데, 이건 코끼리가 사람도 하기 힘든 재주를 부리고 있으니...
- 미니시암 -
농눗빌리지에서 사진 몇 방 찍고 번개처럼 이동해간 곳은 미니시암. 일종의 공원인데,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서 한쪽에는 타워브리지, 에펠탑, 개선문 같은 세계 각국의 건축물을, 다른
한쪽에는 태국의 건축물을 모형으로 전시해 놓았다. 그러나 대부분 실물을 보지 못한 탓인
지 느낌은 별로... 내가 여길 왜 왔나 싶다.
우리나라 관광객을 의식했는지 [남대문]도 있어서 그나마 반갑다. 근데 남대문이 우리의 대
표적인 건축물 맞나? 국보1호라서? 기왕 하는 거면 [경복궁]으로 해 주지... 그게 더 멋있을
텐데... (너무 무리한 요군가?)
- 알카자쇼 -
한마디로 내가 팟타야에 온 보람을 느낀 곳이다. 쇼장은 밖에서 봐도 으리으리하고 규모도
제법 크다. 아직 쇼는 시작하기 전이라 건물 밖에서 구운 오징어를 먹으며 서성이는데 보이
는 건 모조리 우리 동포들. (농눗빌리지와 미니시암에서도 그랬지만, 특히 여기는 완전히 한
국 세상) 엄마 찾고 아들래미 찾고...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통에 완전히 시장바닥이다.
드디어 입장! 객석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우리가 앉은 곳은 2층. 막이 오르자 기
대와는 달리 남자춤꾼들의 군무가 시작되고, 드디어 게이 입장!!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
겠으나, TV속의 하리수말고 게이는 처음 봄) 솔직히 너무 멀어서 얼굴이 자세히 보이진 않
는데, 그렇게 생각을 해서 그런지 정말 예쁘고 매력적인 것 같다.
공연의 구성은 막이 열릴 때마다 각 나라별 전통안무를 보여주는 듯 하고, 막을 닫고 다음
순서를 준비하는 동안에는 개인기를 보여주는데, 내가 보기엔 군무보다 이 개인기가 압권이
다. 특히 혼자서 두 명의 역할을 하는 꼽추연기와 뒷부분에 나오는 남/녀 볼륨댄스연기는
감동에 감동이다.
처음에는 '성전환자의 외모가 진짜 여자와 비교해서 어떤지'라는 아주 단순한 궁금증을 갖고
공연을 봤는데, 보면 볼수록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나중에는 배우들의 연기에 매료되어 버
렸다. (특히 혼자서 하는 남/녀 볼륨댄스)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이미 팟타야의 밤은 깊어있다. 우리 부부는 공연장이 있는 북
팟타야에서 숙소가 있는 남팟타야까지 하염없이 걸었다. 알카자쇼가 가져다 준 감흥을 되새
기며...
사족:
1) 한참 코끼리쇼를 보는데, 어떤 아이가 그랬습니다.
"엄마! 코끼리가 어떻게 물구나무를 서?"
그러자 엄마 왈
"연습하면 왜 못하겠니!"
아주 한심하다는 듯이, 또한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는 투의 짜증스러움으로 대답을 하니,
아이는 더 이상 말을 안 하더군요.
2) 코끼리쇼장에서는 바나나를 팝니다. 코끼리가 관객에게 인사하러 오면 주라는 거죠. (그
러면 코끼리를 보다 가까운데서 볼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이놈들이 얼마나 훈련이 잘
되어 있는지 바나나를 받아도 먹지 않고 등위에 앉은 주인에게 줍니다. (물론 일부 눈치
없는 녀석은 그걸 먹기도 함) 그 바나나는 다음 쇼타임 때 팔겠죠?
3) 알카자쇼를 볼 때는 관객의 대부분이 한국사람이다 보니 재미있는 일이 많이 벌어지더군
요. 처음에 쇼가 시작되면 멋진 복장을 한 무용수들이 떼거지로 나와서 일제히 한 동작
으로 춤을 추지 않습니까? 이를 본 뒤에 앉은 아저씨 왈
"와∼ 완전히 쇼쇼쇼 분위기네?"
4) 쇼는 태극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부채춤에 이르자, 관객의 환호성과 박수는 절정에 달
했습니다. 저도 "와! 와!"하며 마구 고함을 질러댔으니까요. 근데 아무리 듣기 좋은 소리
도 한 두 번이라고, 무용수들에겐 다른 레파토리가 없는지 계속 아리랑만 이어지니까 관
객의 호응도 점차 사그러졌습니다. 이때 아까 그 아저씨 왈
"그래! 그래! 아주 아리랑으루 잡어돌려라!!"
5) 공연 중에 나오는 우리 노래는 정말 명곡입니다. 비록 립싱크지만 가수의 애절한 동작과
은은한 조명이 더해져서, 가사를 음미하며 들으려니까 가슴이 미어지더군요... 근데, 그
노래의 제목과 가수를 아시는 분 있나요?
6) 오늘의 사진은 쇼가 끝나고 마당에서 배우와 찍은 사진입니다. 이 때 목소리를 들을 기
회가 있었는데... 하하!! 완전히 남자더군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사진 찍을 때 정말 한
번 만져보고 싶었습니다. 궁금해서... 하지만 그건 너무 실례일 것 같아서 못했죠. 근데
찍고나서 다른 사람들은 보니까 어떤 사람은 자연스럽게 팔을 허리에 감고 찍더군요.
아... 나두 그럴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