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라오스에서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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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라오스에서의 크리스마스

Soohwan 1 844
훼이싸이에서 배를 타고 이틀.

드디어 루앙프라방에 도착했다.

보트는 슬로우보트를 타고 갔는데 나름대로의 장점은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루앙프라방에 도착한 후 며칠간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삼분의 일정도가 같은 보트에 탔던 사람들이라 루앙프라방이 왠지 더

친밀하게 느껴졌다. 꼭 우리나라의 작은 읍같다고나 할까.

도착한 다음날이 크리스마스 이브. 난 보트에서 만났던 미국인과 돌아

다니고 있었는데 보트에서부터 같이 붙어 다니며 지붕에서 일광욕을

하던 호주,스위스,아르헨티나 여성 트리오를 만났다. 자전거를 빌려

하이킹을 하려고 한단다. 그리고 저녁때 자기들이 묶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같은 보트에 탔던 사람들끼리 파티를 열려고 하니 꼭 오라고

한다. 음식은 돈을 모아 시장에서 살 거라고 하고 술은 각자가 알아서

가져오거나 사먹기로 했다.

그 날 저녁.

사실 난 크리스마스 이브를 제대로 보낸 적이 한 두번밖에 없었다.

꼭 이때만 되면 있던 여자친구랑도 깨져서 도서관에서 잠을 잔 게 두세번

(이래야 시간이 빨리간다~)아니면 군대에서 보낸게 세 번, 그리고 나머

지는 기억도 제대로 안나고. 아무일도 없을걸 알면서도 왠지 기다려지는

게 크리스마스 이브와 그 해의 마지막 날. 적어도 난 아직까지도 이때

만큼은 사랑하는 사람과 로맨틱하게 보내고 싶은 바램이 있던 터라

파티에 임하는(?) 나의 자세는 다른 사람들과는 좀 남달랐을게다.

도착해서 돈을 6000 킵씩 걷어서 음식을 사기로 하고 술은 각자의

주량에 맞게 근처 수퍼에서 사왔다.  총 모인 인원이 15명이었으니까

보트에 탔던 사람들의 한 반은 오지 않았나 싶다. 온 사람들의 국적도

한국(나), 태국, 호주, 프랑스, 스위스, 핀란드, 독일, 미국, 캐나다, 아르

헨티나로 정말 다국적 연합 파티였다. 우리는 독일민요인 '소나무'

("소나무야,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 )를 프랑스애가 독일어로 선창

하는 바람에 각자의 모국어로 한 세번을 불렀고 이후에는 서로 대화를

나눴다. 보통 인원이 많으면 같이 옆에 있는 사람과 얘기를 하기 마련

인데 이 파티에서는 한명이 얘기하면 모두가 경청하고 다른 사람의

얘기 도중에 끼어들지도 않고 서로의 서로에 대한 배려가 스며있는,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 파티였다. 그곳에서 일하는 라오스인들도

자리를 같이 했는데, 10시가 넘자 일부에서 이 곳 게스트하우스에서

자는 사람들한테 방해가 되니 자리를 옮기는게 좋겠다는 얘기가 나와

아쉽게 자리를 바로 옮겼는데 이미 그곳은 만원이었다.

바에는 보트에서 만났던 다른 친구들도 있었고 이들과 잠시 얘기를

나누다 밖으로 나가니 우리 파티멤버들이 바의 입구에 나와 서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들어보니 이스라엘 여행자들에 대한 비난이 주였다.

"이스라엘인들은 'hello'와 'excuse me'를 모르는 민족이야."

"예전에 한번은 말야..."

사실 나도 이스라엘 여행자들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치앙마이의

파라다이스 게스트 하우스에서 유독 내 방 앞에서 떠들던 그 이스라엘

인간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짜증이 난다. 조용히 해 달라는 말에 그냥

웃기만하고 말야...-그래도 어디에서 들은 풍월이 있어 그들이 그러는

것은 걔네 나라가 워낙 긴장이 심해 해외에 나오면 풀어져서 그러는 거

라고 얘기를 하자 수긍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 때

우리보트에 있던 거의 원맨쇼하듯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큰 소리로 얘기

하던 이스라엘인이 와서 얘기가 중단 됐는데, 처음엔 이 녀석 참 마음에

안들었었는데 계속 만나면서 얘기하고 방비엥에서도 얘길 나눠보니

역시 사람은 국적이라는 것으로 이름지어진 국민성이 아닌 개개의

인격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1 Comments
푸잉좋아 2004.06.21 22:43  
  저두 넌 어느나라 사람이니? 라고 결정 짓는 내셔널리스트는 아니지만..마음 한구석에 그런 선입견이 있는것 또한 사실입니다...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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