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캄보디아- 태국의 카오산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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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과캄보디아-<3> 태국의 카오산로드.

Hong G. 3 1162
2003년 3월 8일.

9시 50분 비행기로 서울을 출발하여,
태국의 돈무앙 공항에 1시 40분경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순간 방콕의 후덥지끈한 더위에
자동적으로 옷을 확 재껴버릴 수 밖에 없었다.
드디어 더운 나라에서의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여행지에서의 설레임보다 먼저 더위에 혹- 하니 목이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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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을 태우고 돈무앙 공항 안으로 데려다주는
역할을 하는 공항 내 버스! 그 안의 후끈한 열기로 사기된 여행자들의 모습.

돈무앙 공항에서 나와 카오산 로드로 가는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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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 로드로 가는 공항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여행자들.

버스 안에는 온통 서양인들이 득실거렸고,
그 몸집 거대한 서양인 들 틈에서
조그마난 몸집의 동양인 여자 둘이서 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방콕 시내의 경치를 한창 구경 중 이었다.
그 여자 둘 중 하나가 바로 나의 이번 여행의 줄창 동반자였던,
곤양.
고등학교때부터 뜨거운 끈기와 정으로 맺어진 우리들의 관계가
드디어 이번 여행에서 빛을 발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렇게 우리는 세계 배낭 여행자들의 집합소 카오산 로드를 향해 가고 있었다.

현대식 건물들과 우리나라 청계천의 친구뻘쯤 되보이는 허름한 건물들이
제법 조화롭게 방콕 시내를 수 놓고 있었다.

카오산 로드에 도착하자 마자 시작된 길 찾기 놀이.=_=
우리가 아무리 인터넷과 가이드북을 동원해서 오만가지 잡다한
정보를 수집했다 하여도 그건 어디까지나 책이었으며, 인터넷정보에 불구하다.
실제 와보지 않은 사람들이 전혀 새로운 곳에서 길 찾기란 쉽지 않은 법.
사실, 난 엄청난 길치다.*_*
이번 여행에서 곤양은 길치인 나를 대신해서
모든 길을 안내해주는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제법 무거운 배낭이 태국의 낯설도록 뜨거운
더위에 한층 더해 심하게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한국인 업소라는 만남의 광장 숙소에 가서 기차표를 찾아와야 했다.
다음날 치앙마이로 떠나기 위해 미리 한국에서 예매 해뒀던 침대칸 기차표였다.
그래서 기차표 찾으러 가는 길에 만남의 광장에서 숙소를 잡으려 했으나,
별로 내키지 않아 우리는 입술을 지긋이 깨물고 바르게 인사를 한 뒤에
빠른 걸음으로 그 골목을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

카오산 로드 주위의 길들을 한 시간 정도 빙빙 돌고
이곳 저곳 숙소들이 만원이란 소릴 듣고는,
조금 헛질좀 해주다가 결국은 동네 러브호텔쯤 되는
수준의 쑥바쌋호텔(말이 호텔이지 우리나라의 여관정도) 에서 짐을 풀었다.

한시간 반 정도를 그렇게 숙소 잡기위해 삽질을 했더니
어깨는 무너져 내리고 온 몸은 땀에 쩔어 새우젖 냄새가 나고 있었다.

그렇게 방콕의 해는 떨어지고 있었고, 샤워를 마친 뒤
우리는 여행자의 필수품! 보조가방과 가이드북과 카메라를 챙겨 들고!
본격적으로 카오산 로드 탐방을 위해! 쑥바쌋을 나섰다.

카오산 로드로 가는 길에는 수많은 노점들이 줄 이어 있었는대
수박이니 파인애플이니 망고니 파파야니 여러가지 과일들을 파는 노점부터
음료수, 볶음밥, 그리고 여러가지 딤섬 종류의 것들,등등.
많은 노점들 덕에 카오산 로드 길 거리는 온갖 음식들의 냄새로 가득했다.

가는 길에 과일도 좀 사먹어주고,
노점에서 먹었던 것 중에 첫날 가장 감격했던 것은,
바로 바나나 케익이었다.
즉석에서 바나나는 잘라서 밀가루위에 얹어 주는 조그만 미니 케익인대,
그 맛이 독특하고 바나나 향이 잔잔히 묻어나오는 우리네 입맛에 딱인 멋진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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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바나나 팬 케익!

주섬주섬 곤양과 난 여러가지 음식들에 눈을 부라리며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런 우리들 사이로는 수많은 또다른 나라에서 온 저마다의 다른 사연을 가진
많은 여행자들이 일초가 멀다하고 우리 곁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 여행자들의 90프로는 팔이나 어깨나 등이나 배나 신체 한 부위에 문신하고 있는 사람들이었으며,
그 여행자들의 80프로는 손에손에 먹을 것을 들고 거리를 지나가고 있었으며,
그 여행자들의 70프로는 피어싱을 하고 있었으며,
그 여행자들의 60프로는 연인끼리 온 서양 배낭 여행자들이었으며,
그리고 거리의 연인들 중 50프로 이상은 태국인 여자와 서양인 남자였다.
물론, 태국인 여자는 어렸고, 서양인 남자는 몹시 중년층으로 보이는 나이.
(돈 많은 서양인 남자들이 싼값에 여자 부리기 딱 안성맞춤인 방콕.)

사람 구경하랴, 첫 날 이라고 방콕에 적응하랴,
여러가지로 뒤뚱한 우리는 허기진 배를 잡고 태국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전통 요리 똠양꿍을 먹기 위해 똠양꿍 전문 요리점 '똠양꿍'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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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똠양꿍. 아래 숯으로 된 불이 딸려나와 국이 식지 않게
내내 데워진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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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똠양꿍 식당의 내부 사진 오오 태국 상위층 사람들만
오는 비싼 식당임이 분명했다=_= 인테리어하며 가격도 비쌌음.

아아-
이 요리는 참으로 훌륭한 태국 전통 요리임에는 틀림 없겠지만
도저히 우리네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도대체가 먹성 좋은 곤양과 나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처음에는 어떻게든 먹어 보려 노력했으나,
나중에는 건더기만 겨우 건져서 국물을 닦아내고 코 질끈 감기고 삼켰다.
태국 전통 향신료 중 '팍치' 라는 것이 있는대.
태국 어느 음식점을 가던지 이 향신료가 모든 음식에 들어가기 마련이다.
똠양꿍 역시 이 팍치 때문에 우리네 입맛을 뒤집어 놓았던 것인대.
우리는 그 뒤로 '마이 싸이 팍치' 를 부지런히 외치고 다녔다.
(마이 싸이 팍치= 팍치를 넣어 주지 마세요 라는 태국 말)
너무나도 피곤했던 우리들은 그렇게 입맛에 맞지도 않은 똠양꿍으로
억지 배를 채우고는 시켜놓은 칵테일을 반도 마시지 못한 채
휘청거리는 몸을 이끌고 숙소로 들어 갔다.
사실 카오산 로드의 밤거리는 낮과는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이다.
첫날인 우리로서는 그 분위기를 감당하지 못함으로 일찍 숙소로 향했다.

쑥바쌋호텔은 그래도 이름은 호텔이라고 수건도 주고 비누도 주고 물도 공짜로 준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보통 게스트 하우스에선 도저히 받을 수 없는 호의다.
이불도 돈 받고 주는 게스트 하우스도 있다.(차트 게스트 하우스트는
더블룸이 450밧(13500원정도)이었는대 불구하고,이불도 안줬다!)
방콕을 떠나기 전날 내린 결론은 카오산 로드 안에서
가격대 성능비가 가장 좋은 곳은 쑥바쌋!호텔.

그렇게 저녁에 숙소로 돌아오니 다시 온몸은 땀 범벅,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샤워할때의 물의
수압이 좋은 숙소에서 자야 한다는 것. 수압 낮은 샤워기로 씻는 고충을 아는가!
쑥바쌋 호텔은 수압도 제법 좋았다. 후훗.
우린 수압 좋은 샤워기로 샤워를 마친 후 방콕에서의 첫날 밤을 마무리 했다.

항상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는 수첩을 펴들고,
그날 지출 내역과 내일 할일을 정리하는 것 절대 잊어선 안될 것들.
눈꺼풀이 내려와도 허벅지를 꼬집으며 정산할땐 머리털을 쭈뼛 세워야 했다.

방콕의 첫날밤은 낯설었고 실감나지 않았으며,
여전히 설레이는 그런 밤이었다.

지출내역.(1Bat=30원.)
곤양과 나는 각자의 쇼핑비를 나눈 뒤,
각자의 지출이 필요하지 않은 나머지 일체를 합산해서 가지고 다녔기 때문에
정산할때는 둘이 합쳐 한꺼번에 쓴 것이 대부분이다.
돈 계산 할때마다 느낀 거였지만,
숙소도 그렇고 택시도 그렇고 둘이 다니는게 여행에선 최고 절약하는 일인듯!

공항버스(2)-200밧.
물-8밧.
숙소(쑥바쌋 호텔 더블룸)-400밧.
바나나팬케익-15밧.
수퍼에서 산 먹을것들과 모기약-200밧
똠양꿍과 칵테일-380밧.
과일(2)-20밧.

합계-1023밧.
3 Comments
깜찍이 2003.05.12 14:57  
  사진까지 올리시니까 너무 실감나네요.저는 밑에 여행기 올린사람인데..부끄럽습니다. 그리구 재미있구요..기대하고 있답니다.
Hong G. 2003.05.12 14:58  
  아이고, 감사.^*^ 님의 얘기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M.B.K 2003.05.13 10:53  
  그동안 여행기에 굶주렸었는데....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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