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이의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이야기(10)-최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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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이의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이야기(10)-최종회-

깜찍이 4 1220
-미워도 다시한번 ㅋㅋㅋ-

VIP버스. 역시다. 10시간 거리를 9시간 만에 주파. 새벽 방콕 북부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5시 35분이다. 이런... 버스를 타고 가도 숙소에 도착하면 7시가 안되는구나..

짐칸에서 집을 찾으면서

깜찍이: "나 카오산 가는데...카오산...버스 어디서타요?"
안내양: 잠깐만요 손님. 버스 정류장은여...저기로 돌아가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같이 짐을 찾던 한 중년의 아저씨가 자기가 그쪽으로 가니까 같이 가자고 한다. 얼굴은 꼭 한국사람처럼 생겼는데.. 알고보니 화교다. 내가 묵는 숙소가까이에 살고있고 무역업을 하는 아저씨다. 영어는 조금 하는거 같은데 말이 잘 안 통한다. 명함을 주면서 다음에 여행 올때는 꼭 연락하고 오란다. 방콕의 새벽길은 체증없이 잘만 뚤린다.

어느 새 카오산 로드에 도착했다. 친절하게도 트렁크에 짐까지 손수 내려주면서 조심히 여행하고 가라고 당부한다. 친절한 아저씨를 만나서 기분도 좋았지만 택시비가 굳어서 더 좋았다.ㅋㅋㅋ

이제 홍익인간으로 다시 돌아간다. 여전히 불친절한 어떤 아저씨.배낭여행의 자격을 말하던.... 사람이 오나가나 아는척을 안한다. 참.....똥개가 왔다갔다해도 쳐다는 보겠다. 내가 꼴이 웃겨서 그런가? 사실 웃기기도 하다 씨꺼매가지고..참.....아무튼 기분은 나쁘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다시 잠을 잘까 하다가 신용카드문제도 있고 해서 다시 나왔다. 일단 길거리 덮밥집에서 식사를 하고 은행에 가서 알아보니까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 택시를 타고 월드트레이드 센터. 살 것도 많은데 한 번 해보는거지 뭐.

결국 마그네틱으로 결제 못하고 손으로 긁어서 결제하는 방식으로 물건을 다 샀다. 그래도 속이 시원하다. 긁어서 해달라는 표현을 바디랭귀지로 "득득!! 오케이?" 하니까 바로 알아듣는다.ㅋㅋ

쇼핑하는건 피곤하고도 신나는 일이다. 너무 배가 고파서 패스트 푸드에 앉아 혼자서 먹고 있는데 옆에 어떤 아줌마 말시키기 시작한다. 두딸과 함께 먹고 있는데 어디서 왔냐. 한국이구나. 내가 몇년전에 이태원 동대문 갔었다. 로 시작해서 각종 물건의 가격부터 몇  년전 한국 얘기를 한다. 다른때 같으면 같이 수다떨고 또 친구만들어서 담 여행에 방문하고 뭐 이런 얘기까지 했을텐데.. 이제 웬일인지 다 귀찮다. 이제 나두 지쳤나보다. 그리구 덥구 끕끕한 방콕의 날씨가 지겹다. 왜그러지?
..........

들어올때는 버스를 탔다. 올때 택시아저씨랑 실랑이를 하는바람에 짜증이 났었기 때문이다. 시원한 에어컨 버스..친절한 안내양..ㅋㅋ

숙소에 돌아와서 쇼핑한 물건 정리하는데 인도나 네팔이나 호주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들어온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엇그제 치앙마이에서 만났던 언니가 들어오는거다. 깜짝 놀라.

깜찍이: 언니 이시간에 어떻게 왔어여?
언니: 야 나 그 나쁜 한국사람한테 걸려서 죽다 살아났어 어휴 미쳐!!!! 나를 새벽까지 끌고 다니고 술먹이고,, 생각하기도 싫어,,,

알고 보니 그 한국인 아저씨는 정말 웃긴 사람이었다. 정말 외국나가면 한국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저녁에는 카오산의 여느 여행자처럼 돌아다니며 맥주마시고 오랜만에 피자집에가서 푸짐한 해물피자 시켜먹고 하며 하루를 보냈다. 덥고 짜증나는 카오산 거리가 이렇게 사람들과 함께하니까 다시 즐겁다. 난 분명 중독자가 되어가는가보다.

-맛사지 중독 온몸맛사지에 도전하다-

이제 오늘 밤이면 여기를 떠난다. 11시 50분 비행기 그러니까 여기서 9시에는 출발해야한다. 공항가는 미니버스 예약하고 이제부터 뭘할까.. ㅋㅋ 할게 뭐 있겠어 맛사지나 하는거지...

일단은 타이맛사지로 몸을 풀고(?) 짜이디맛사지에서 얼굴 아는 마사지사들과 얘기하고 밥도 얻어먹고 노닥거리다가 추천받은 미용실로 향한다. 시설은 꽤 깨끗하고 괜찮다. 일단 선불로 500B을 내고 위층으로 올라간다.욕조하나 침대하나.깨끗한 아이보리 느낌의 방으로 안내한다. 일회용팬티를 주면서 입으라고 한다.괜히 여자끼리인데도 쑥쓰럽다.
 이제부터 맛사지 시작이다. 내가 선택한 바닐라향의 오일로 부드럽게 마사지 그리고 각종 허브와 밀크로 약 1시간 반정도 맛사지를 한다. 난 코를 드르렁 거리며 잤다. 첨엔 내 몸을 다른사람이 이렇게 장 시간 주무르는것에 익숙치 않아 민망해서 수건으로 가리고 또 가리고 그랬는데 나중에는 정말 내가 생각해도 너무 릴렉스 해졌다.ㅋㅋㅋㅋ 아 민망해라.

그러다보니 오후시간이 되었다. 길거리에서 몇가지 악세사리좀 사구 돌아다니다 보니까 오후에 홍익인간에서 언니 (치앙마이) 랑 만나기로 한 시간이다.
홍익에 우두커니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거다. 여행에서는 이렇게 약속이 어긋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냥 마음에서 포기하고 칠판에 메모남기고 그렇게도 먹고싶었던 김치찌게를 시켰다. 수북히 쌓은 밥 두 그릇 먹고 슬슬 집을 챙겨서 앉아있는 한국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공항가는 미니버스 타는 곳으로 가서 있는데 갑자기 이 거리가 너무 아쉽게 느껴지는거다. 그래서 바로 앞에 로띠 장사 청년에게서 10밧주고 로띠를 사서 먹고 있는데 모녀로 보이는 한국사람이 보인다. 대학생 딸과 엄마가 함께 배낭여행을 왔다는거다. 캄보디아 가는데 무섭냐 어떠냐 여러가지를 물어보더니 혼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대단하다고 하며 신기해한다. 난 그 모녀가 더 부럽더만....

이제 정말 돌아가는구나 실감이 난다. 길거리에서 중고품 파는 아저씨도 내 얼굴을 익혔는지 오늘도 술이 떡이되서
"너 이제 가냐? 히히! 언제 또 올꺼야?"
하며 너스레를 떤다. 떠날 때가 되니까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이 아저씨까지 아쉽다

-정말 떠나는 밤-

어느 새 봉고차가와서 내 배낭을 싣고 공항으로 간다.옆자리에는 23살 호주 남자가 탔는데 영국으로 간단다. 근데 작은 기타를 치며 가는거다.

깜찍이: 너 이거 가지고 다니니?
호주맨: 응 나의 애인이야. 흥얼흥얼~~~ 띵까띵까~~~~(연주)
깜찍이: 귀찮지 않어? 배낭도 있는데 버리고 싶을때 없었어?
호주맨: 왜 버려. 나의 애인이라니까. 얼마나 아름다운데 늘 나와 함께 있잖아 때로는 얘기도 하고 잠도 같이자고...(기타의 곡선을 어루만지며) 몸매가 너무 좋지? 난 이 애인을 너무 사랑해....^^

나의 생각으로는 배낭도 무거운데 이렇게 조심스럽게 다루는 기타까지 기자고 다니는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렇게 여유롭고 낭만적으로 여행다니는 젊은이를 보니까 난 또 너무 각박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돈무앙 공항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않아 빨리 수속을 밟고 들어갔다. 면세점에서 물건좀 사다보니 시간이 다 됐다. 비행기에 올라 음료수도 마시고 간식도 먹으니 졸립다. 그러다보니 4시간이 흘렀다. 이제 한 시간 뒤면 도착이다. 기내식으로 아침을 때우고나니 도착이다. 자 이제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는구나. 한 달 간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여행이 끝난거다. 여행에서 뭔가 엄청난 것을 얻을것이라는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내 맘 속에 오랫동안 간직될 만한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들이어서 이 여행은 뜻깊다. 때로는 추잡하기고 하고 때로는 대견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심각하게 이상하기도 했던 나의 모습들...ㅎㅎ

앞으로 가끔씩 사진을 보며 그리워 하겠지. 그리고 나의 작은 다이어리에 붙어있는 세계지도를 보며 매일 꿈을 꾸겠지. 흐뭇하다.

하지만 지독하게도 살벌하게 버티고 있는 나의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마르지 않는 내 마음의 오아시스를 찾아 난 또 도전하고 꿈꾸고 그럴거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에게 내 별병 '꾀주머니'에 걸맞는 이야기 거리들을 풀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맨날 추억으로 살 수는 없지만 좋은 기억들은 내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간다는 것을 새삼 느껴본다.





22일
두루말이 화장지:8밧
피시방:56밧
홍익인간:100밧
전화:100밧
아침(덮밥집):40밧
택시:100밧
버스:27밧
속옷;144밧(이세탄백화점)
나라야:1000밧
옷:945밧(이세탄백화점)
스와치시계:4600밧(이세탄백화점)
바디트리트먼트:500밧
타이마사지:150밧
공항미니버스:70밧
김치찌게:100밧

루트는 대략 이런정도 였습니다. 헬로태국 북부책에 나오는 여정이져. 태국 북부지방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트레킹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비행기 표가 다 되었었거든요.
(방콕- 아란-씨엠립-프놈펜-시하눅빌-코콩-핫렉-뜨랏-방콕 -농카이-비엔티안-방비엥-루앙프라방- 빡뺑- 훼이싸이-치앙콩-치앙마이-방콕)

지금까지 별 재미도 없고 허접스러운 여행기를 읽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실 경험했던 것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에피소드들이지만 기억해내는 것만 적었습니다.


여러분들 건강하시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랍니다.

4 Comments
M.B.K 2003.05.14 09:37  
  잼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짤지만 다시 나갈 준비를 하는데 이번에 다녀오면... 여행기를 남겨보고 싶어지네요....
고무신 2003.05.14 10:12  
  사실감있고 재밌게 쓰셨네요..^^
banana 2003.05.14 11:26  
  잼있어여~~ 저두 2달후에 다시 함 갈려구 하는데..도움이 많이 되네요!!^^ 사진두 올려주세요~~ 궁금..^^;;
깜찍이 2003.05.14 23:04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사진은 말이져 돈 몇푼아껴보려구 싼곳찾다가 거의 망치다시피했구여. 이름은 깜찍이지만 여러분들이 끔찍하다하실까봐 ...좀....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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