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캄보디아- 치앙마이 트래킹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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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과캄보디아-<6> 치앙마이 트래킹 첫날.

Hong G. 4 985
2003년 3월 11일.

1박 2일 트래킹을 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전날 밤에 끝내 놓은 우리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체크아웃을 하고, 든든한 쌀국수 아침을 먹고,
우리를 데리러 온 트래킹 픽업 차를 탔다.

차는 우리를 여행사 앞에 내려다 주었고,
그곳에서 또 다른 트래킹을 하기 위해 모인 여행자들과 함께,
또 다른 차를 타고, 트래킹하는 곳으로 이동 이동 하였다.

*_* 차에는 나랑 곤양, 그리고 은경언니와 유정언니.
그리고 일본인들과 네덜란드 부부. 그리고 태국인.등등.
어색 뻘쭘한 첫 만남 분위기 속에 한국 여자애들 네명의 조잘거림만이.
차 속을 메우고 있었다. 계곡에 잠시 내려 우리는 점심을 먹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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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은 뒤, 계곡을 보며, 빡세게 달려왔던 시간에 숨을 돌리는 여행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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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으로 추정되는 여행자 커플.
나중에도 말하겠지만, 여해행하다 보면, 커플끼리 여행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대, 대부분이 서양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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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혼자 다녔던 나쓰꼬, 나쓰꼬와 얘기하기 전,
몰래 난 그녀가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이 예뻐 사진을 찍었었다.
후에는 우리 같이 사진을 찍기도 하였고, 대화도 나누었다.


우리나라 시골 계곡과 별 다를게 없는 그런 계곡을
여행에서 보면, 또 얼마나 그게 새롭고 멋지고 탁 트여 뵈이는지.
한국에서 봤어도 같았을 것을 신기하다고 사진도 찍고,
기분 좋게 쏟아지는 폭포를 반찬삼아 점심도 꿀맛으로 넘겼다.

언니들과 곤양도 신나하면서 계곡에 발을 담구고 놀고,
나 역시 사진 찍고 노느라 바쁘고, 그렇게 점심을 먹고,
다시 차 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잠깐 어떤 사원으로 가기 위한 산 골목에 내렸는대.
덜컹 거리는 차 안에서 너무나도 어지러웠던 나머지,
사원으로 올라 가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뻗는
내 다리 무게는 어느새 천금만금이 되어 버렸다=_=
그래도 사원으로 올라가보니, 치앙마이의 한적하고 고요한 마을이
한 눈에 들어와 경치도 예쁘고, 무엇보다 잘생긴 프랑스 남자가 눈요기로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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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놓여져있던 불상의 모습.
역시 여기도 예외없이 금딱지가 더덕더덕=_= 떨어져 있는 모습.
하도봐서 친근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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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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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대한 막연한 동경 때문인지, 프랑스 남자만 보면,
참 행복했던 이때 =_= 여행중에 힘들면 눈요기로 에너지 충전.

^*^

그렇게 둘레둘레 돌아보는 첫날 트래킹은 이제 본격적으로,
오늘 밤에 묵을 고산족 마을의 숙소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얼마나 차는 달렸을까. 뒤가 뚫린 차라, 고 안에 들어가 있는
우리들은 온갖 도로의 먼지를 뒤집어 쓰고는 몇 시간을 그렇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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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트래킹 내내 이동시에 타고 다녔던 뒤가 뻥- 뚫린, 미니 버스.
저기 힘들어 지친 얼굴로 졸고 있는 여행자가 보이는가*_*

(훗날 겪게된 캄보디아 국경에서의 먼지를 생각하면,
이건 세발의 피. 모기의 내장에 흐르는 핏국물보다 못한 고생이었다=_=)

그렇게 달려서 도착한 곳에서 1박 2일 트래킹 하는 사람들.
그리고 2박 3일 트래킹 하는 사람들 이렇게 그룹이 분리 되어졌다.
다시 1박 2일 트래킹을 함께 할 사람들과 산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숙소를 향한 발걸음이 시작 된 거다.
멀미나는 차를 토하도록 타고 와서는 또 다시 걷는 거였다.
지금은 이렇게 편한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보고, 이야기 하고 있으니.
그땐 참 고생스러운 줄도 모르고 신나고 재밌게만 놀았던 것 가탕 신기하다.
그랬다.
발이 닳아가는지 신발 뒷창이 날아가는지 상관 없었고,
그냥 마냥 맑은 치앙마이 하늘과 콧속을 향긋하게 울려주는
아름다운 나무와 풀 냄새들만으로도 난 즐겁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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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가기 위해 걷는 산 속 길목에 자리잡고 있는 태국어로 뭐라뭐라 쓰여 있는
길 안내판.

그리고 일박이일동안 함께할 우리의 가이드.
마이크는 상당한 재담꾼이었다.
피곤해하는 우리들에게 쉴 새 없이 귀여운 농담과 유치한 장난으로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해 주었다.

숙소까지 걸어가는 도중에, 가장 많이 본 것은 소똥.
가장 많이 맡은 냄새도 동물의 냄새.
양의 털, 염소의 뿔, 뭐 등등. 방목하는 고산족 마을의 특징을
온 몸으로 겪으며 숙소를 향해 걸어가는 길이었다.

그렇게 한 두시간쯤 걸었나.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우린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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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가 보인다! 찰칵!

기쁨에 달려 갔다.

그 곳은 생각보다, 화장실도 깨끗하게 자리잡혀 있고,
세수하고 머리 감을 계곡물도 있는, 생각보다 덜 원시적인 모습을 한 곳이었다.
우리는 안도 반, 실망 반을 하며, 가이드가 직접 해주는 저녁 밥을 기다렸다.

<여행기 <2>편에 나오는 사람들 소개를 참조해 읽으시면 잏가 쉬울 것 입니다.>

기다리는 사이에 우리 일행은 제법 서로들 자기 소개를 하며,
배고픔을 공감대로! 친해지기 시작했다.
일본인 다까,나쓰꼬,히로시
네덜란드 부부.
그리고 태국인 아누샤 까지.
축구 얘기부터 이 나라 저 나라 연예인 얘기까지,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게 구비된 나무로 만들어진
테이블 위에 도란 도란 앉아 수다의 꽃을 피워 나갔다.

마이크가 직접 요리한 밥을 먹으며,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그곳 탁자 위에 촛불을 올려 놓았다.
촛불에 비춰지는 밥알을 보며, 하늘 위로 셀 수 없이 총총 떠 있는 별들을 보며,
그렇게 트래킹 첫날 밤은 다가오고 있었다.

너무나도 배가 고팠던 우리들은, 맛있게 남김없이 소스와 밥을
몽땅 헤치웠다.
(사방이 어두웠고,
촛불만이 있었던 그 저녁 테이블 모습을 카메라에 못담은게 너무 아쉽다.)

저녁밥을 먹은 우리들은, 맥주와 콜라 각자 취향에 맞는 후식거리를 들고,
모닥불 주위에 둘러 앉았다.

난 그때 느꼈다.
아무리 피부색이 다르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하고도,
밥 한끼 같이 먹고, 어두운 저녁때 술 한잔 기울이면,
곧 마음의 문을 열고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란 것 말이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그렇게 쉴새없이 난 다까와 되지도 않는 영어로,
온갖 것들을 소재로 재미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태극기의 문양의 숨은 뜻을 묻기도 하였고,
북한에 대하여 어떻게 남한 사람들은 느끼는지 듣고 싶어 하기도 했다.
질문은 참 좋지만, 그런 것들에 대답하기란 나의 문장력이
너무 딸려서=_= 깊은 대화로 이어지진 못했다. >.<아아.

그리고, 다까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며, 대학 교수였기에,
여러 저러한 그림 얘기들과 작가들 얘기.
그리고 한국에서 열렸던 아라키에 관한 이야기들을 내가 꺼내서,
서로 아라키에 관한 이야기도 충분히 나누어 보았다.
나중에는 서로 언어로 설명이 안되니까.
땅바닥에 나뭇가지로 그림까지 그려가며*_* 참 대단했다.
소통을 위한 인간의 몸부림이란,
난 그때 사람들은 얼마나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고,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 욕망이 대단한 동물인지 깨달았다.

그렇게 그렇게 분위기도 무르익고, 서로의 웃음도 만발할 때.
마이크가 어디선가 리코더를 꺼내 들었다.
돌아가며, 각자 자기 나라의 노래를 연주 했는대.
마이크는 이미 한국 민요인 아리랑의 가락을 알고 있었으며,
태국인 아누샤는 아리랑을 부르는 우리 네명의 목소리에
맞춰 즉석에서 리코더로 연주를 해 주었다.
다른 나라에서 불러 재끼는 아리랑의 묘미란 참,
한국 가요를 불러 주려다가 졸지에 우리 넷은 민요 부르는
어화둥둥~! 아가씨들이 되어 버렸다.
하핫.

그래도 좋더라, 씽씽- 화장실 갈 때에는 무서우니 짝지어
후레쉬 들고 가는 기분이 마치 극기훈련때 생각 나기도 했고,
하늘에 총총 떠 있는 하늘 보고 이국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의신비로움이란,
현실적이고도 정말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

마이크는 계속해서 노래들을 불렀고,
대부분이 태국 노래들이었다. 팝송도 있었고,
상당히 음주가무에 능한 듯 보이는 우리의 가이드 마이크.
많은 여행자들을 매번 대했을 가이드의 삶이 궁금했다.
그러나 그는 자기 나이조차 끝까지 밝히지 않았던 대단히
신비주의 컨셉으로 일관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후훗,

네덜란드 부부가 피곤하다며, 먼저 자러 숙소로 돌아갔고,
밤을 새우고 싶은 마음은 역력하였으나,
다들 피곤했던 탓에 곧 모닥불의 꺼짐을 핑계로, 숙소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숙소는 정말 깜깜하였다.
모기장을 내리고 안경을 머리맡에 두고는 난 곧바로 잠이 들어 버렸다.
침낭속에 들어가 있는대도, 고산마을의 선선하다 못해 차가워진
공기가 나를 애워싸고 밤새 놓아 주질 않았다.
차가운 기운 속에 따뜻한 별들을 꿈꾸며, 그렇게 첫날 트래킹의 밤을 보냈다.



지출내역.

아침으로 먹은 쌀국수 (2)-40밧.
트래킹때 필요한 장 본 것.(간식거리+두루마기 휴지)-36.4밧.

합계-76.4밧.
4 Comments
요술왕자 2003.05.13 14:02  
  얼라리요~? 여기 작년에 고구마랑 갔던 루트네.... 헐헐...
요술왕자 2003.05.13 14:07  
  맨 밑에 있는 사진 화장실 앞에서 찍은거죠? ㅋㅋㅋㅋ
요술왕자 2003.05.13 14:09  
  맨 왼쪽에 있는게 식당, 큰 건물이 숙소 그앞에 관리자 사는 곳, 오른쪽에 따로 떨어져 있는건 모닥불 피우는 곳....
Hong G. 2003.05.14 01:00  
  얼라리요|~? 진짜 다 맞추셨네용. ^*^ <br>
오오 같은 루트로 트래킹 갔다올 확률은 얼만큼인가요? <br>
하하- 신기하다*_*!! 가이드분도 혹시 같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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