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신비스러운 섬 시퀴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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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신비스러운 섬 시퀴홀(1)

Soohwan 0 1291
시퀴홀은 보홀에서 조금 떨어진 아주 작은 섬이다.

보라카이에서 내가 사람이 없고 한적한데를 찾는다고 하니까 한결같이

시퀴홀섬에 가보라고 말했다. 한 이삼일 지내기 좋은곳이라고.


일단은 무조건 사람이 없는곳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기에

주저없이 시퀴홀로 향했다.

예전 은행의 지점에서 일할때 일에 채여 살던 때가 있었다.

출근 8시반까지, 퇴근 기약없음.

'허준'이 끝날때쯤 갔으니까 한 11시경에 퇴근 했던것 같다.

하루종일 사람들과 말하는것도 진력이 났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자기이익 앺에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 모습에 허탈해했던 기억이 난다.

대출받는 사람들도 어차피 직장인이라 가끔은 7시, 심지어는 9시넘어서

오는 사람이 있다. 더한 놈은 부탁이라며 일요일날 온다고 해서-올

시간은 안되고 이거 안되면 거리에 나가 앉는다는둥-일요일날 친구와

함께 출근한 적도 있었다.(불쌍한 넘, 옆에서 호치키스만 한시간 정도

박아댔다) 그런다가...변동금리라 이자가 올랐는데 고지가 안됐다며

아니면 이자가 올라 다른 요금이 자동이체가 안되서 연체가 됐다며

(자기는 십원단위까지 맞춰서 잔고에 넣어둔다나..에라이 쫀쫀한 놈아)

입에 거품물때는 정말 인간이 돈 앞에 그리고 자기 이익을 위해서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일수 있는지 실감했다.

그리고 '고객'의 '말씀'에 순응을 하지 않으면 날아오는 '고객불편신고

엽서'. 그래서 늘 일요일 저녁만 되면 불안해지고(정말이다!)제발 좋은

손님들만 오라고 얼마나 빌었는지.


그러나.

이제 그런것들은 모두 과거이고 추억일뿐.

페리호의 창밖너머로 보이는건 바다, 망망대해의 바다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도 잠시 접어두고 현재에만, 여행에만 몰두하기로 했다.

시퀴홀에 도착한 시간이 약밤 9시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고 다음날 아침 일찍 스쿠터를 빌려

서 섬을 한바퀴 돌기로 했다.


도착한 다음날 아침이었다.

내가 묶은 방갈로의 주인은 독일여자와 필리핀 여성이 공동으로

경영하고 있는 곳이었는데 주인의 남동생이라는사람과 우연치 않게

얘기를 하게 됐는데, 내가 스쿠터로 섬을 한바퀴 돌 것이라고 얘기하자

"그런데, 섬중앙에는 절대로 가면 안돼"

"왜?"

"마녀가 살고 있거든"

"마녀는 무슨..." 대출 천만원 더해달라며 생떼를 쓰던 아줌마들이

생각나 피식 웃었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다 안믿지.."

남동생의 말은 이렇다.

하루는 주인인 독일인이 바닷가를 산책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자신의

다리를 차는 느낌이 들고 곧이어 넘어졌는데 이후로 다리가 마비되었

다고 한다. 병원을 찾아다녀도 원인을 모른다는 말 뿐.

공동경영자인 필리핀 아줌마가 혹시 섬의 성역에 가서 마녀의 노여움을

사서 마녀가 그렇게 한 것일지 모른다며 주술을 불러 굿을 한 판 벌이고

났더니 다리가 거짓말처럼 나앗다며 자기말이 미심쩍거든 직접 물어보

라고 한다.

내가 알겠다며 섬중앙에 가지 않겠다고 약속한후 섬일주에 나섰다.

하기사 내가 정글로 우거진 섬중앙에 무슨수로 간단 말인가.

오토바이도 머리털 나고 오늘 처음 타보는 건데.


섬은 한가로운 모습의 목가적인 모습이었다.

작열하는 태양, 느긋한 사람들, 낚시를 하며 산호빛 바다에서 물장구치는

아이들. 학교를 파하고 나오는 아이들 몇몇이 나를 보더니 손을 흔든다.

원래 필리핀인들의 신장이 작은편인데 초등학생들은 더 작게 느껴졌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 4~5살의 아이들 같다고나 할까. 어떤 여자아이는

가방이 너무 커서 메지를 못하는지 바퀴가 달린 여행용 가방을 끌고

다녔는데 가방높이가 아이의 키와 비슷해서 멀리서 보면 가방이 저절로

가는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돌아보고 다시 시내로 향하는데 왠 걸.

앞바퀴에 펑크가 나있다.

시퀴홀은 마을과 마을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늘 오토바이에 충분한

기름을 채우고 다녀야 했고 이렇게 펑크가 나면 정말 낭패인데 다행히도

마을이 그리 멀지 않았다.

조그마한 마을이라 오토바이를 고치는 곳이 없었고 길을 물어 보았던

가게 아저씨가 고쳐 주겠다고 한다. 펑크가 한 6~7군데는 난 것 같다며

좀 시간이 걸릴거란다.

내가 목이 말라하자 고등학생이었던 둘째 딸에게 가게까지 태워주라고

한다. 눈이 크고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소녀였다.

내가 학교가 벌써 끝났냐니까 그런건 아니구 점심시간인데 밥을 먹으려

고 집에 잠시 들렸단다. 많은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가는 대신 집에가서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에 따르면 필리핀에서는 방학이 1년중 4월

한달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마닐라에서도 7월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교복

을 입은 대학생들이 거리에 눈에 많이 띄었나보다.

가게에는 몇몇 아저씨들이 있었는데 나보고 여자친구 있느냐고 하길래

없다고 하자 둘째딸과의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데 꽤 진지하게

묻는다.내가 저애가 날 좋아한다면야 나로서는 바랄게 없는데 내가 너무

부족한게 많아서 날 안좋아할거라고-좀 상심한 듯이 말함-하자 모두들

웃는다. 내가 둘째 딸에게 나랑 결혼해 줄 수 있느냐고 물으니까 좀

부끄러웠는지 웃더니 아예 가게밖에 나가서 지켜본다.

내가 역시 날 좋아하지 않는다며 죽고싶다는둥 하고 있는데 어떤 젊은이

가 오더니 혹시 스캐너를 가지고 있느냐고 묻는다.

"스캐너? 글쎄, 살까 말까 생각중인데..별로 필요가 없는듯해서 안샀는

데"

"스캐너가 있으면 정말 좋을텐데. 나중에 스캐너를 갖고 필리핀에

다시와"

"(컴퓨터를 전공하나,이친구)근데 왠 스캐너?"

"금을 찾으려고. 스캐너만, 성능좋은 스캐너만 있으면 되는데"

아. 컴퓨터에 쓰는 스캐너가 아니라 탐지기를 말하는거구나.

근데 무슨 금? 여기에 금광이 있어?

"사실말야..."

그 젊은이가 들려준 얘기는 한 흥미진진했다. 중간중간에 아저씨들도

고개를 끄덕거리고 '거 누구집도 있잖아' 하는걸(느낌에) 보면 아주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닌가 보다.

시퀴홀의 보물 얘기의 첫 기원은 몇백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아마도 중국이 명나라였을 때라고 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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