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마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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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마닐라

Soohwan 0 862
마닐라에 도착했을땐 새벽1시가량 되었던 것 같다.

공항밖을 나가보니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고

택시 승강장에서는 에어콘이 나오는 '닛산' 택시라고 강조하며

입국장에서 나오는 손님들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일단 택시를 타고 배낭 여행 숙소가 많다는 Malate지역으로 갔다.

내가 잡은 숙소는 하루에 200페소로 방이

꼭 우리나라 고시원 같았다. 화장실이 공동 사용이였지만 따듯한

물이 잘나와서 좋았었다.

보통 먼저 도착하면 맥주를 마시는게 습관이라 근처에 있는

'하바나'에 가서 산미겔 맥주를 마셨다.

하바나 카페는 다음에 있는 필리핀관련 카페에서 알게 되었는데

시간이 늦어서인지 손님이 별로 없었다. 바에 앉았던 나는 그 곳 종업원

들과 얘기를 했다. 확실히 다른 동남아 지역-인도보다도- 과는 달리

영어가 유창했다. 한명은 내가 한국에 왔다고 하자 계속 '성도여 일어

나..' 라는 찬송가를 불러댔는데 한국 선교사가 가르쳐 주었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아닌가?^^)

다음날은 시내 구경을 했는데 왠 비가 그리 내리고 바람은 또 어찌나

세게 불던지 가지고 갔던 우산 대가 3군데나 부러졌다.(그래도

이걸 여행 끝날때까지 갖고 다녔다) 전화로 보라카이행 비행기 예약을

하고 근처에 있는 바 몇군데에서 라이브를 들었는데 정말 노래를

잘부른다. 독일에서 왔다는 사람말을 빌리자면 '일본이 자동차를

흉내내서 만들어 파는데-독일 자동차 보다 더 잘팔리니까 배가

아팠나보다-뛰어나다면 필리핀은 팝을 흉내내는데 따를 나라가 없다'

고 한다. 약간 우월의식이 들어 있는 말이었지만 그냥 노래 잘부르는

건 맞다고 하며 넘어갔다. (필리핀인들의 가창력에 대해선 나중에

쓰겠다..)

다음날 공항으로 갔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항공사를 가니 내 예약이 안됐다는 것이었다. 예약번호를 확인 안한

것이 실수였다. 항공사측에선 아마도 날짜를 착오했을것 같다며

일단은 대기자 명단에라도 올리겠냐고 물어본다.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말과 함께.

무슨 상관이랴. 어차피 내가 확인을 안 한 것인데. 내가 웃으면서

일단은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고 다른 항공사를 알아보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오후내내 너희(젊은 20대초반 여성 3명이 있었다)들과 얘기하면

지내면 된다고 하니까 까르르 웃더니 여자친구가 없냐고 물어본다.

아무튼 한 30분간 그렇게 수다를 떨고 밖에 나가서 다른 항공권을 알아

보려는데 왠 아저씨 2명이 오더니 보라카이행 비행기 표를 구하느냐고

물어보더니 원래 가격에 돈을 좀 주면 표를 구해주겠단다.

"(순진한척하고) 어떻게요?"

"이건 비밀인데, 우리 친구가 사실 그 항공사에 일하는데 원래 표 몇장은

이렇게 빼돌려"

"아.근데 확실히 구할 수는 있나요?"

이때 부터 이들의 쇼가 시작되었는데 입에 침을 튀기며 표는 확실히

구할 수 있고 빨리 서둘러야지 니가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는 사이에

다른 사람이 표를 살 수 도 있다고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우리끼리만 아는 걸로 해야 돼. 어서 돈주고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우리가 표를 가져다 줄께"

"아, 같이 가서 사는게 아니구요?"

"같이 가긴.그 친구도 이거 몰래 하는..(이때 공항 경찰인지 군인인지

순찰하느라 우리쪽으로 왔는데), 쉿! "

그러더니 신발끈을 묶는척하며 순찰대가 오자 필리핀말로 무슨말을

하며 껄껄 웃는다.

"저 순찰대로 우리가 아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빨리 서두르라고"

참고로 이들 인상은 순박하게 생겼고 얘기는 한명만 계속하고 한명은

그냥 옆에 서 있었는데 하는 짓이 너무 어리숙해서 이렇게 해서

누가 속아 넘어가겠는가 싶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어차피 마닐라 구경도 많이 못했는데 안돼면 마닐라 구경이나 하죠."

결국은 담배를 같이 피우곤 헤어졌다.

한편 다른 항공사도 당일(토요일)은 표가 없다고 한다.

다시 되돌아가서 결국은 그 아가씨들과 얘기하면서 시간을 때웠는데

그 중에 한명이

'당신 같은 한국사람은 처음봐요'라고 한다.

왜 그러냐고 하니까 다른 아가씨들도 다른 한국 사람하곤 틀리다고

한다. 그 순간 한 신혼부부로 보이는 커플이 들어왔는데 예약을 안하고

왔는데 그날 표는 없다고 하니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예약을 왜 안했냐고 하면서 말다툼을 하나보다. 결국 이들도 대기자

신세. 그렇게 한 20여분을 더 기다렸을까 무슨 전화를 받더니

나보고 출국장으로 가보란다.

"어?그러면 자리가 난 거야?"

"가 보면 알아요"

잽싸게 출국장에 가니 자리가 났다고 수속을 밟으란다.

난 잠깐만 기다리라고 한 후 다시 항공사로 가서 이들 3명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너희들이 앞으로 필리핀 여행의 행운의 부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한뒤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산호바다로 출발!!!

참 비행기를 타니 그 한국 커플도 탑승에 성공.

그걸 보면서 생각했다.

어차피 자리가 나고 안나고는 내 손을 떠난일. 항공사 직원에게

짜증 팍팍 내며 시스템이 왜 이모양야라고 따질 수도 있겠지만

그냥 웃으면서 넘기자.

(그런 인간을 상대하는 것이-우린 우리 이러이러할 권리가 있어,

따질건 따지고 넘어가야지하면서 시작한다-얼마나 힘들고 더러운 일인지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

나도 예전에 이렇게 당했으니까  되돌려줘야지 하는 '본전' 생각, 철저히

합리적으로 행동하겠다는 생각. 제발 여행하는 동안은 접어두자.

그냥 허허 웃으면서 넘어가자.

적어도 여행하는 동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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