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만난사람 2-무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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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만난사람 2-무슬림

스따꽁 4 949
이번 태국여행은 어쩌다보니 미얀마국경과 가까운 곳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래서인지 미얀마에서 쫓겨난 혹은 도망친 무슬림들을 많이 만날수 있었다. 작은 도시라도 이슬람사원-모스크가 하나씩은 있었고, 새벽시장에서는 난과 짜이를 파는 무슬림들을 볼수 있었다.

빠이에서 모스크를 찾았다.
마사지아줌마가 모스크앞의 무슬림상점으로 데려다 주었다. 무슬림아줌마는 약간 경계하는 듯 했다. 내가 어느나라사람인지, 무슬림인지, 아니면 관심이 있는건지, 왜 모스크가 보고싶은 건지 질문을 했다.

무슬림아줌마의 경계가, 단순히 무슬림 아닌 사람이 모스크에 발을 들여 더럽혀질까봐 인지, 세상이 무슬림을 보는 눈이 차가워 움츠려들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세상이 나를 볼때마다 오사마 빈 라덴과 사담 후세인을 떠올린다면, 차라리 세상을 떠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무슬림친구들끼리만 모여서, 조용히 신만을 섬기며 살고 싶을 꺼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의 몇가지 질문을 한후 그의 표정은 부드러워졌다. 무슬림아줌마는 온화하고 곧아보였다.
마침 가게에 심부름온 무슬림학생에게 구경시켜주도록 해주었다. 아줌마는 학생에게 몇가지 당부를 하는듯 했다. 학생의 오토바이를 타고 모스크로 향했다. 20미터도 안되는 바로 길건너 거리를 오토바이로 데려다주고는, 심부름온 것이니 물건을 집에 놓고 오겠다고 했다.

모스크 앞 건물에는 학생들이 여럿 있었다. 그들은 내게 수줍게 혹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모스크 안에는 들어갈수 없어, 그냥 주변을 빙 돌아보았다. 하얀 페인트로 칠해 깔끔하고 아담했다.

집에 다녀온 학생이 모스크를 구경시켜주었다. 내가 가도 되는 곳과 신발을 벗어야 하는 곳과 금지된 곳을 친절히 일러주고, 밖에서나마 모스크 안을 구경할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는, 안으로 들어가 접혀진 카페트를 이쁘게 펼쳐주었다. 사진속에 안들어오는 각도였지만, 나는 말하지 않았다.
모스크 안은 깔끔했다. 학생들이 아침저녁으로 깨끗이 청소한다고 했다. 그들의 정성과 애정이 느껴졌다. 내가 들어갈수 없는 영역이라 그런지 신비로운 기분까지 들었다.

전날 내귀에 울린 코란 읽는 소리의 근원지도 보여주었다. 본당 양쪽에 작은 창고가 있는데 그중 한곳에 마이크와 기계가 있었다. 그 곳을 통해 기도시간에 방송을 하는 것이었다. 창고의 다른 한곳에는 코란을 보관하고 있었다. 나는 코란을 본적이 없다. 그가 코란을 펼쳐서 내게 보여줄때, 가까이서 보고싶어 손을 뻗쳤다. 그가 당황했다. 무슬림이 아니면, 만지면 안되는 거였다. 사진은 찍어도 된다고 했다. 그는 이쁜 색깔과 모양이 있는 페이지를 찾아서 펼쳐주었다.

모스크옆 학생들이 있던 건물은 이슬람학교라고 했다. 정규학교는 따로 다니고, 이슬람을 공부하는 곳이었다. 모스크를 배경으로 아이들과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은 디지탈카메라에 나온 자기들의 모습을 보고 좋아했다.
그 아이들과 아침에 산 린찌를 같이 먹고싶었다. 안내해준 학생이 한사코 "No" 라고 했다. 약간 당황하는듯 했다. 배가 불러서 혼자 먹을수가 없으니 같이 먹자고 했더니, 내키지 않아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에게 한줄기씩 나눠주려는데, 받지 않고, 영 표정이 어색하다. 순간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 아주 어린 아기들에게만 한줄기씩 주었다.

상점으로 돌아가 학생은 무슬림아줌마에게 보고하는 듯했다. 그들의 대화중 내가 알아들은 말은 "임(배부르다)""베이비" 였다. 내가 한말이다. 배부르니 같이 먹자 그랬고, 아이들이 꺼려해서 베이비들에게는 린찌를 줘도 되냐고 물어보고 주었었다.

어쩌면, 낯선이에게 친절을 베풀고 그 댓가를 받지 말라고 코란에 적혀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안내해준 학생도 집으로 돌아가고 무슬림 아줌마와 단둘이 한산한 상점에서 수다를 떨었다.

나는 서울에 있는 모스크안에 들어가봤다고 얘기했다. 무슬림이 아니라도 들어갈수 있다고..그는 아마도 나를 들여보낸 사람이 잘 몰라서 그런거라고 했다. 모스크는 신성하기때문에 무슬림만이 들어갈수 있다고 했다.

그는 내게 선물을 주겠다고 하면서 책갈피 몇개를 들고 와서는 맘에 드는것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이집트 문자가 적혀있었다. 그의 손에는 얼핏 보기에 코란이 적혀 있는 듯한 것이 보였다. 나는 그게 맘에 든다고 손을 뻗었다. 그는 황급히 피했다. 코란이었다. 나는 또 아무 생각없이 코란에 손을 댔다.

코란은 집에서도 높고, 좋은 장소에 보관해야 하는데, 그걸 지키지 않는 게 싫다고 했다. 그래서 무슬림이 아니면 코란이 적힌 책갈피는 주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무슬림에게서 이집트문자가 적힌 책갈피따위는 받고 싶지 않았다.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은가..
그는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높고 좋은 곳에 보관하기로 약속하면 코란이 적힌것을 주겠다고 했다. 약속했다.  코란에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가 적혀 있다고 했다. 그리고 덤으로 이집트문자가 적힌 책갈피도 주었다.

나는 답례로 인삼차 두봉을 주었다. 하나는 아줌마꺼, 하나는 남편꺼..
남편은 작년에 죽었다고 했다. 딸이랑 둘이 살고 있다고 했다. 몸에 좋은거니까 그 딸과 한잔씩 마시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고맙다고 했다. 딸이 4명 있는데, 한명은 이집트에서 이슬람공부를 한다고 했다. 그 딸이 보내온듯한 사우디아라비아산 말린대추같은 과일을 내왔다. 너무 달고, 목이 메었다. 상점이라 물을 한병 사려고 했더니, 웃으면서 미안하다며, 물을 한잔 내줬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 가까운 거리라 그냥 걸어가겠다고 하고, 상점을 나섰다.
빠이를 떠나던날 인사를 하러 갔다. 딸인듯 보이는 아이와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의 얼핏 당황해하는 듯한 표정으로 보아, 분명 코란을 공부하고 있었을꺼다. 나는 코란을 만진  전적이 두번이나 있으니, 경계할만 하다.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서울사는 파키스탄사람이 앉았는데, 그는 모스크에 무슬림이 아니면 들어갈수 없다는 것에 반대했다. 모스크는 깨끗해야 하지만, 알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가르쳐 주어야지, 못들어가게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같은 무슬림이라도 나라마다, 지역마다, 아니면 각각의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아주 당연한 것을...

무슬림이 아닌 나로써는 어찌되었든 상관이 없다. 단지 그들에게 종교적인 결례를 하지 않는것 만으로도 성공한 거다. 이미 두번 실수를 했고, 거기다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실수를 했을지도 모른다.

<무슬림학생들과 모스크를 배경으로>
<코란>
4 Comments
레아공주 2003.06.18 10:56  
  언니..혹시 라마단아니었쑤? 먹으면안된다는 금식기간마리우.....그럼 언니 실수한거징...
2003.06.18 11:14  
  다가오는 라마단은 2003년 10월 27일 부터 11월 25일까지입니다. <br>
라마단은 아니었던 듯....
요술왕자 2003.06.18 15:58  
  음.... 태국에서 이슬람 사원을 들어간 적은 없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가봤던 사원들은 모두 들어갈수 있더군요. 여자도.... 단 뚜동(머리에 쓰는 천)을 쓰고 맨발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배부런넘 2003.06.19 12:37  
  다들,, 배가 불럿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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