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만난사람1-실력없는 마사지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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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만난사람1-실력없는 마사지아줌마

스따꽁 6 4398
난 태국에 가면 항상 마사지를 받는다. 싼곳을 이용하기때문에 운이 나쁘면 실력없는 사람도 만나게 된다. 이곳 빠이에서 만난 마사지 아줌마는 지금껏 내가 만난 사람중 가장 형편없었다.
나이 50~60정도 되어보이는 작고 통통한 아줌마다. 영어는 거의 못한다.

버스로 단번에 방콕에서 치앙마이, 빠이로 이동해온 터라 타이마사지 2시간으로 몸을 풀고 싶었다. 가게는 에어콘 없는, 거의 개방된 곳이었다. 해질무렵이었는데, 모기가 물어뜯었다.

아줌마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기도를 했다. 전에도 한번 본적 있다. 마사지를 하기전에 정성스레 기도하는 모습. 이 아줌마를 만나기 전, 내가 만난 가장 형편없는 실력의 아저씨였다. 아니 실력이 없었다기 보다는, 나와 노닥거리는데 정신이 팔려, 마사지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여튼, 나는 일하기전 기도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불심이 깊을 뿐 아니라 자기 일에도 아주 열심인 사람일꺼라는 생각이 든다. 열심이라는것과 잘한다는건 틀리다.

이 아줌마도 다른사람과 수다를 떨기도 하고, 나와 노닥거리기도 했지만, 자기 일에 열심이었다. 표정이, 아주 집중해서 신경쓰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서 그런건지, 힘이 하나도 없었다. 다리를 들거나 옮길때, 자꾸 아줌마 옷에 걸리고, 무릎을 세워서 마사지할때 미끄러져서 내가 다리에 힘을 주고 있어야만 했다. 몸통 휘두르기는 성공하지 못했다. 아니 성공하지 못할것 같아서 하는 도중 내가 그만하라고 했다.

나는 2시간 받기로 한것을 후회하면서, 팁을 주어야 할것인가 말것인가를 고민했다. 나는 일하기전 기도를 하는 사람에게는 팁을 주고싶다. 자기일에 충실한 사람에게 팁을 주고 싶다. 하지만, 이렇게 엉성하고, 하나도 시원하지 않은 마사지를 받고도 팁을 주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했다. 열심히 하면서도 전혀 실력이 없는 아줌마가 불쌍해보였다. 이런 아줌마에게 지친몸을 맡긴 나도 불쌍했다.

계속 팁에 대해 고민하면서, 아줌마와 노닥거리기 시작했다. 아줌마는 영어를 거의 못한다. 내가 아는 태국어 몇마디를 했더니, 계속 태국말로 하려고 한다. 내가 알아들을턱이 없다. 벽에 태국어,영어, 태국어로쓴 영어발음을 나란히 적어놓은 걸 한참 보더니, 내 다리를 톡톡 치면서 묻는다.
"medium? medium?"  대체 무슨 ..... 내 다리가 medium이냐니....
그말이 아니니까, 딴 단어를 찾아보라고 얘기했지만, 알아들을 턱이 없다.

아줌마는 내가 "융 깟 콘까올리, 융 마이 깟 콘타이" 라고 얘기한걸 아주 재밌어했다. 나는 웃기라고 한 얘기가 아니었다. 내가 아는 단어로 만든 문장이 그거였다. 아줌마는 그날이후 날 볼때마다, 같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융 깟 콘까올리, 융 마이 깟 콘타이"라고 얘기해주면서 허리가 휘도록 웃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재밌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은, 아줌마와 내가 소통할수 있는 가장 긴 문장이었다.

아줌마는 모기가 물어뜯은 내 다리에 안티푸라민 냄새나는 약을 발라주었다. 감기기운이 있어 재채기를 했더니 코에도 발라주었다. 감기가 낫지는 않겠지만, 코가 시원해진것 같기는 했다. 모기가 더이상 물지 말라고, 온 팔과 다리에 그 약을 발라주었다. 화끈거려서 혼났다. 모기는 상관않고 달려들었다. 여튼 아줌마는 내가 모기물린데를 긁으면, 마사지를 하다말고, 그 약을 몇번이고 발라주곤 했다.

길게만 느껴지던 2시간이 다 가고, 나는 2시간요금과 20밧을 아줌마손에 쥐어주고 일어섰다. 몸은 더 피곤한것 같았다. 아줌마는 받아든 돈을 보고 잠깐 멈칫하더니, 내쪽을 보면서 큰소리로 말했다.
"뗀띠밧 땡뀨"
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하고 나왔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마사지가게를 지나가게 되었다. 아줌마가 반갑게 인사하더니, 오라고 손짓한다. 어디가? 태국에 언제 왔어? 언제 빠이를 떠날꺼야? 머 그런 얘기들을 했다. 내일 또 마사지 받으러 올꺼냐고 물었다. 차마 "No"라고는 말 못하고 "모른다"며 눈을 피했다.
아줌마와의 대화는 힘들었다. 아줌마의 몇마디 영어와 나의 몇마디 태국어로만 소통되는 대화는 바디랭귀지와 눈빛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날 숙소에서 나오는데, 마주보이는 식당에 아줌마가 앉아있다. 기다렸다는듯 반갑게 인사하며 오라고 손짓한다. 친구가 하는 식당이라고 했다.
마사지받을때 들리던 코란읽는 소리를 찾아가려고 했다. 이슬람사원이 어디냐고 물었다. 아줌마는 시계를 가리키면서 얘기를 했지만, 알아들을수가 없다. 다행히 그 식당에 놀러온 중국계태국인이 통역해 주었다. 1시간후에 아줌마가 밥먹고 일하러 가는데, 그때 오토바이로 데려다 줄테니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중국계태국인과 수다를 떨었다. 영어도 잘 못하는 내가 영어하는 사람과 대화하는게 마치 한국사람이라도 만난것마냥 편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식사준비를 하고 밥을 먹었다. 내게 여러번 권했지만, 나는 이미 아침을 배불리 먹은 상태였다. 맛있어보였다.

아줌마는 마사지나 영어뿐 아니라 오토바이실력도 형편없었다. 오토바이는 사람이 걷는 속도로  달렸다. 둔덕이 있어 오토바이가 덜컹할때 내가 "쿵~쿵~"하면서 입소리를 냈는데, 아줌마가 또 뒤집어지면서 웃는것이다. 나는 운전못하는 아줌마의 오토바이가 넘어지기라도 할까봐 그다음부터는 조용히 있었지만, 이번에는 덜컹할때마다 아줌마가 나를 흉내내면서 "꿍~꿍~"그러면서 웃느라 멈추곤 했다. 마치 3살박이들의 대화같다.

분명 사원이 어딨는지는 잘 알텐데, 아줌마는 지나가는 무슬림여자들에게 무언가를 한참 물었다. 그리고, 사원앞의 커다란 상점으로 들어갔다. 무슬림아줌마가 주인이었고, 그에게 내가 사원을 보고싶어한다고 설명하는듯 했다. 무슬림아줌마의 몇마디 질문이 있은후 가게에 심부름온 학생을 따라 사원을 둘러보도록 해주었다. 마사지아줌마는 또 내게 태국어로 얘기한다. 천천히 여러번 반복해서. 그래도 알아들을수는 없다. 무슬림아줌마가 통역해주었다. 내가 사원을 둘러보고 이 상점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데리러 온다는 것이었다.
사원을 둘러보고, 아이들과 사진도 찍고 그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고 상점으로 돌아왔다. 무슬림아줌마와 수다를 떨면서 한참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남의 가게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폐끼치는것 같았다. 무슬림아줌마에게 먼저 갔다고 얘기해달라고 부탁하고는 그곳을 떠났다. 오토바이가 필요없는 너무나 가까운 거리였다.

그날 오후, 식당에서 마사지아줌마를 또 만났다. 왜 기다리지 않고 가버렸냐고 하는것 같다.
밥을 먹으면서 카메라를 꺼내보니, 건전지가 다 됐다. 건너편 상점에서 건전지를 사왔는데, 작동이 안된다. 밥을 다 먹은후 해결하려고 옆에 놓아두었는데, 아줌마가 건전지가 안된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부산을 떤다. 식당아줌마와 건전지에 대해서 공방을 벌이는것 같다. 결론을 내렸는지 내게 뭐라고 얘기한다. 못알아듣겠다. 손짓발짓을 보니 어디를 가자는것 같다. 중국계태국인 아저씨도 없었다. 모르겠다 그러고 계속 밥을 먹었다.

아줌마가 내 일에 너무 관심이 많아서 부담스러웠다. 마사지 받으러 오라고 조르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마사지 받은 후로 몸이 더 무거웠다. 내가 준 20밧에 대한 고마움때문인지, 또 한번 20밧을 받고 싶어서 그러는것인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아줌마는 건전지를 들고 밖으로 나가더니 왠 젊은 아가씨를 데리고 들어왔다. 통역할 사람이었다. 사진관에 가보라는 말이었다. 사진관에서 비싼 건전지를 사서 넣었더니, 작동이 된다. 아줌마가 흐뭇해했다.

다음날 빠이를 떠나기전 마사지가게에 인사를 하러 갔지만, 아줌마는 집에 가고 없었다.

아줌마는 한번도 내게 마사지 받으러 또 오라고 하지 않았다.


<마사지아줌마, 그친구 중국계식당아줌마, 또 그친구 방콕사는 중국계아저씨>
6 Comments
2003.06.17 13:17  
  융 깟 콘 까올리, 융 마이 깍 콘 타이 <br>
이게 몬 말이래유?
요술왕자 2003.06.17 13:30  
  융=모기/깟=물다/콘=사람/까올리=한국/마이=아니다 <br>
융 깟 콘 까올리=한국사람 모기 물리다 <br>
융 마이 깟 콘타이(마이 융 깟 이 맞을듯한데...)=태국사람 모기 안물리다
2003.06.17 15:51  
  모시키토 베리베리럽미 라는 말도 있쥐여 <br>
제가 애용하는 표현. <br>
Moon 2003.06.17 21:53  
  팁 주신 일은 잘 하신 것 같아요~ ^^*
야자열매 2003.06.17 21:57  
  ผม ไม่ อยาก ซื้อ ใจ ของ เธอ และ ไม่ อยาก บังคับ ด้วย <br>
<br>
ผม แค่ อยาก รูว่า เธอ คิด อย่างไร กับ ผม <br>
<br>
미디엄 2003.06.18 21:20  
  보통 마사지사들이 세게 받을래, 아님 보통으로 받을래? 라고 할때 strong??  medium?? 이라고 합니다만...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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