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만난사람 9 - 유쾌한 썽태우기사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태국에서 만난사람 9 - 유쾌한 썽태우기사

스따꽁 10 965
아침을 인도식당에서 먹었다. 오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남기면 주인아저씨가 싫어한다.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더운 치앙마이를 걷고 있었다.

서있는 썽태우 기사가 부른다. 안간다고 고개를 휘저었다.
그래도 말을 건다. "너 이거 읽을줄 알아?"
이건 호객이 아니라 질문이다. 모르는걸 물어보는 사람에게는 친절하게 아는걸 대답해주는 착한 한국인...
나는 그가 내미는걸 봤다.
걸려들었다. 이건 호객이다. 그가 내민건 이전 한국손님이 한글로 그에 대해 써놓은 글이다.
"뭐라고 써있어?"
"웅, 너 좋은 기사고, 좋은 가이드래.."
배도 부르고, 날도 덥고, 딱히 정해놓은데도 없어서, 썽태우기사와 담벼락에 앉아서 노닥거렸다.

그는 이곳저곳 안가겠냐고 계속 물었다.
"작년에 다 가봤어"
"오늘도 가지그래?"
"싫어. 아무데도 안갈꺼야"
"그럼 뭐할건데?"
"아무것도 안해. 어슬렁거릴꺼야. 지금은 더워서 앉아 있는거야"

그 옆에는 그의 늙은삼촌이 리어카에서 불상을 팔고 있었다. 판다기 보다는 불상을 늘어놓은 리어카 옆 그늘에 누워서 쉬고 있었다. 그는 그의 삼촌에게 간간히 나와의 대화내용을 얘기해주는듯 했다.
"그러면 불상하나 살래? 행운을 가져다 줘"
"싫어. 난 불교도 아냐"
"난 불상이 좋아. 이거봐"
그는 그의 불상 목걸이를 꺼내서 보여줬다.

그는 짜증나게 더운 날씨와는 어울리지 않게 유쾌했다. 그의 유창한 영어로 보아 그런 가이드생활을 최소한 몇년째 하고 있는것 같았다. 닳고 닳은 썽태우 기사였다. 하지만 그는 유쾌했고, 솔직해보였다. 과장된 헐리우드식 제스츄어는 실소를 자아냈다.
그는 나와 같은 나이였다. 친구라면서 악수를 했다.

결국 나는 그가 원하는곳 어디에도 갈 생각이 없었고, 그의 호객은 실패했다.
"그러면, 나랑 놀러갈래?"
"어디?"
"factory"
"싫어. 더워서 아무데도 안가"

그는 드디어 게으른 여행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냈다.
"뚝뚝이는 덥지만, 내 썽태우는 에어콘이 있어서 시원해. factory몇군데만 들르면 개솔린쿠폰 얻을수 있어. 아무것도 안사고 10분만 있다가 나오면 돼. 넌 시원하구, 난 쿠폰 얻구. 오케이?"
난 에어콘에 흔들렸다.
"저기 구름좀 봐. 치앙마이는 이제 비가 올꺼야. 하지만, 우리는 썽태우안에서 에어콘 켜고, 창문만 닫으면 돼. 내가 태국말도 가르쳐줄께"
비구름이었다. 더운것도 싫지만, 더운데 젖는것도 싫다.
나는 따라나섰다.

이 factory라는 곳은 아마도 방콕의 유명한 보석사기꾼과 유사한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factory라고 부르는 이유는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수있게 해주기 때문인것 같다. 공장견학이라는 그럴싸한 명목을 붙여서 데려가고, 고급스런 상점이미지로 믿음을 주어, 비싸게 팔아먹는...

실제로 가보니, 방콕의 말로만 듣던 구멍가게같은 허접한 보석가게가 아니었다. 보석가게만이 아니었다. 그 factory 라는 것들은 한 거리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내가 간 곳만도 보석, 은, 가죽, 나무공예, 우산공예, 카페트등등 종류도 다양하고, 한 가게가 웬만한 쇼핑센터만했다. 우리가 도착하면, 보통 예닐곱명이 벌떡 일어나서 차문을 열어주고, 비가오면 우산을 받쳐주고, 가게문 열어주고, 양옆에서 인사하고.. 가난한 여행자로써는 누리기 힘든 대접이었다. 더군다나 손님이 없어서, 부담스러웠다. 내가 간곳중 손님이 나혼자인경우가 여럿 있었는데, 그들은 팔고싶어했다. 어딜가든 한명이 붙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주면서 따라다녔다. 썽태우기사에게 개솔린쿠폰을 주면, 그 돈을 내가 바가지를 써서 충당해야 하는데, 이 없어보이는 손님은 아무것도 사지 않으니....

태국에서 듣기 힘든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말을 이 factory라는 곳에서는 쉽게 들을수 있었다. 그중 두곳의 직원들은 한국말을 배우는 중이라면서 어설픈 한국어로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는 모양이다. 한 factory의 가게 한켠에서 한국어도 볼수 있었다. "진주크림"" 벌꿀" 등등을 깨끗한 한글로 설명해 놓았다. 그 한글들이 반갑지 않은것은 왜인지...
 
카페트가게에서 나는 쫓겨났다. 가게안으로 들어가자,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다짜고짜
"너 살꺼야?" 라고 물어본다.
"일단 보고...." 나는 얼버무렸다.
"너 살꺼야? 아니면 나가"
난 그렇게 쫓겨났다. 썽태우기사는 개솔린쿠폰을 얻지 못했다.
내가 봐도 카페트를 살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난 기세가 꺾였다.
"나 이제 안할래. 내가 돈 없어보이니까 쫓겨났어. 사실 돈도 없어."
"아냐. 그주인이 제정신이 아닌거야. 넌 '여행자'야. 여행자는 문제없어."
그는 내게, 점원이 집요하게 사라고 할때, 좋게 거절하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맘에 드는데, 좀 생각해봐야겠으니, 내일 다시 오겠다고 얘기해"

카페트 가게에서 쫓겨난 후로도 몇군데를 더 들렸다.
재미가 없어졌다. 사지도 않을 물건들을 보는건 애초부터 재미없는 일이다.
"쿠폰은 많이 얻었어?"
"넌 나 쿠폰 얻어주려고 온거야?"
"물론이지. 난 보석살 돈도 없어."
"오~나를 위해서~정말 고마워(헐리우드식의 오버액션 - -;;)"
"넌 더 다니고 싶어? 가게 몇개정도 더 가고싶어?"
"난 많이 가면 갈수록 좋아. 갈래?"
"싫어. 재미없어"
그는 더 다니고 싶어했지만, 우린 치앙마이로 돌아왔다. 비는 그쳐있었고, 배도 꺼졌다.

그는 마지막까지 직업정신을 놓지 않았다.
"꽃구경 갈래?"
"싫어. 쉴꺼야"
"너는 왜 돈을 아끼니?"
"돈이 없어"
"넌 여행자야. 돈 많자너"
"난 가난하고, 여행 마지막이라 돈 다 썼어."
그는 내가 돈이 없다는 말을 끝까지 믿지 않았다. 내게서 얻은거라곤 개솔린쿠폰 몇개밖에 없었지만, 마지막 인사할때까지 그는 유쾌했다.

factory 순례는 두번 하고 싶지 않지만, 처음해보는 낯선 경험이었다.

<factory>
10 Comments
걸리버 2003.06.24 17:45  
  그 쿠폰,, 얼마짜린지 ,, 몇 리터주는지 문득궁금하오,,, <br>
담에 알아봐 주실수 없소? 그냥,, 문득 궁금하오
스따꽁 2003.06.24 18:08  
  - -;; <br>
<br>
한마디 2003.06.25 03:51  
  왜 계속 안올려여 기다리는데여....^^::
2003.06.25 08:14  
  끝났답니다.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에필로그라도 쓰라고 권했으나.... <br>
기다리는 팬들 같은 건 없다고 걍 끝낸답니다.... 쩌비~
요술왕자 2003.06.25 11:58  
  얼레....? 얼렁 올려주셍~!!
마프라오 2003.06.25 19:11  
  꽁님이 안된다면 안되는거지,말들이 많이시군 캬캬캬캬
엑~~ 2003.06.26 08:40  
  재미있었는데... 아쉽다오,.
한마디 2003.06.26 17:36  
  정말 안올릴 작정이시군여...--;;
스따꽁 2003.06.26 20:17  
  밑천 다 떨어졌어여 ^^
2003.06.29 23:43  
  아우~~~~~~~~~~~~~~~~~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