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이 만난 미소의 나라, 태국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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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이 만난 미소의 나라, 태국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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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떠나는 것'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여행은 '만나는 것'이다.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풍습, 생김새와 생각들과의 만남이다. 그리고 사람들. 여행이 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은 바로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한비야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中에서...)


2년 전부터 벼르고 벼렸던 태국 여행을 떠난다. 처음엔 여행 후 글을 써야 했기 때문에 시작된 여행이지만, 나중에는 그 이유조차 머릿 속에서 점차 잊혀져가고 있음을 느낀다. 솔직히 난 여행을 떠나기 전이나, 막상 여행이 시작된 후에도 여행의 이유에 대해선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한다. 아니, 생각하지 않는다. 여행은 그저 여행일 뿐이니까, 그리고 여행이 끝날 때쯤엔 무언가 생각이 정리되는 순간이 있겠지. 라며 내 스스로를 믿으니까.


* 2003년 5월 20일 화요일 - 여행 이틀 전.


막상 여행이 코앞에 닥치니, 준비할 것이 이것저것 많다. 며칠 전 구입한 [헬로우 태국 - 많은 선배 여행자들의 말처럼, 태국 여행의 바이블답다. ^^] 가이드북을 지겹게 보고 또 봤음에도 서서히 겁이 밀려온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혼자만의 여행이 아닌 동행자가 있는 여행이라는 것이다. 스포츠 타월이 아무래도 필요할 듯 해서 인터넷으로 가격을 검색해보니, 의외로 싸게 구입할 수는 있겠는데 배달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이 문제다. 나에겐 고작 이틀 밖에 시간이 없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마트에 들려보니,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거 보다는 비싸지만, 그래도 9,1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다행이다.

스포츠 타월에 대한 고민이 끝나니 이제는 배낭을 가져갈까, 트렁크를 가져갈까 고민을 하게 된다. 등에 무언가 지고 메는 것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듯 해서 과감히 배낭을 포기하고 트렁크를 가져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나와 동행자 눈팅에겐 트렁크가 없다. 새로 사게 되면 경비가 늘어나는데라는 걱정을 함과 동시에 가방을 빌려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어찌나 고맙던지..^^ 가방을 가져다주기로 한 후배 녀석은 새벽 1시가 다 되서야 우리 집 앞으로 왔다. 자그만치 2개의 트렁크를 빌리고는 내가 고작 할 수 있는 말은 '고맙다' 와 '선물 사올게' 뿐이었다.


* 2003년 5월 21일 수요일 - 환전 그리고 축구.


동행하는 후배 눈팅이의 여권과 새로 갱신한 내 여권을 찾는 날이다. 정오가 다 되어서 영등포 구청에 도착해서 여권을 찾고 서둘러 우리은행 본점으로 향했다. 그냥 편하게 동네 은행으로 가야지 생각했는데, 태국 바트 현찰은 본점 같은데 가야 구하기가 쉽단다. 총 21,500바트 (@28.85=620,275원)와 200달러 토마스쿡 T/C (@$1,202.54=240,508원)로, 환전을 마쳤다. 물론 20% 우대쿠폰을 들고 갔다. 500달러 이상 환전시 (원화 약 602,000원) 무료로 여행자 보험을 들어준다고 해서 문의를 했더니, 달러만 적용이 된단다. 바트는 돈도 아니냐..젠장 ㅡㅡ;;

회현역 근방의 우리 은행 본점에서부터 남대문을 지나 을지로를 지나 광화문까지 걸었다. 엄청난 교통체증 때문에 무엇인가를 탈 엄두가 나지 않아서 걷는 것을 택했지만, 여행 준비하면서 어느새 우리들의 아지트가 되어버린 광화문의 카페를 가기 위해선 교통편이 그다지 좋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카페에서 서로 준비하기로 한 준비물을 마지막으로 체크하고, 나는 축구장으로 눈팅이는 동대문으로 향했다.

난 지독스런 축구 팬이다. 우리동네에 프로축구팀이 있기에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남들은 모두 꼴찌 팀인 부천 FC (남들은 부천SK라고 부른다)에 목메는 날 이해하지 못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팀이기에 꼴지든, 1위든 상관없다. 언젠가 우리 팀도 1위하는 날이 있겠지 뭐.) 작년 정규시즌부터 올해까지 우리 팀 경기를 한번도 놓친 적이 없는데, 이번 태국 여행으로 5/24 경기를 놓치게 되었으니 아무리 여행 하루 전이라고 해도 우리 팀 경기를 건너뛸 수는 없지 않겠는가. 올 시즌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우리 팀이 혹시나 오늘 1승을 거둘지도 모르고...^^ 그러나 경기는 무승부고, 한술 더 떠 며칠 전부터 나랑 티격태격 했던, 친한 선수가 눈 위가 찢어지는 중상을 당했다. 붕대를 메고 뛰는 그 녀석 모습을 보니 태국 행을 취소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ㅠ.ㅠ


* 2003년 5월 22일 목요일. AM 10:15 TG659.


전날 밤새도록 싼 짐과, 태국 카오산에 계시는 분이 부탁하셨던 미역 한 상자를 챙겨들고, 그 분에게 전달할 것이 있다는 XX님을 만나러 부천 역으로 향했다. 아침 일찍 인천 공항 까지 가는 것이 참 난감했는데 (부천에서 인천공항 그리 멀지 않지만 한번에 가는 버스 잡아타기가 힘들어서 제일 빠른 방법이 김포공항에서 갈아타는 것임) XX님 덕분에 공항까지 편하게 올 수 있었다. 더구나, 인천공항이 처음이었던지라 XX님은 참 많은 도움이 되어 주셨다.

처음이다. 인천공항은... 그 위용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며, TV로만 잠깐씩 보던 그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김포공항은 사실 너무 작아서 예전에 스리랑카 다녀올 때 공항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는데, 인천 공항은 왠지 두렵기까지 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기도 하다. 우리 나라에도 이렇게 멋진 공항이 있다는 것이.

드디어 비행기 티켓을 받아 들고, 입국 수속을 하고 짐을 부치고 XX님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면세 구역으로 들어섰다. 눈팅이가 패션 쪽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역시 관심은 갖가지 브랜드의 화장품과 옷에 쏠린다. 나야 뭐 브랜드에도 별 관심도 없을뿐더러 아는 것도 그닥 없어서 관심 밖이었지만...

XX님이 부탁하신대로 방콕 현지에 전달 할 국산 담배 2보루와 우리가 소화할 이름 모를 담배 1보루 (면세점 언니가 추천해서 구입했는데, 케이스도 예쁘고 무엇보다 순해서 좋았다)를 구입하고, 미처 구입하지 못한 필름을 사고, 볼펜도 한 개 사고 이것저것 쇼핑을 했는데도 시간이 아직 여유롭다. 예전에 김포공항 면세점 들어가서는 식당 같은 것은 못 봤던 것 같은데, 어라? 장터국수집도 있네. 국수 한 그릇을 최대한 여유롭게 해치우고 이윽고 비행기를 타러 해당 게이트로 이동한다.

이번 여행에 동행한 눈팅이가 외국 여행이 첨이기에 그녀에게 창가 자리를 양보했다. 분명히 내 보딩 패스의 좌석 표에 찍힌 좌석 번호가 창가임에도 불구하고. 복도 쪽의 자리가 비행기 이륙시간이 다 되도록 비어있다. 올타꾸나∼ 빈자리인가보다. 내심 환호성을 지르려고 하는데, 조금은 육중한 몸매의 한 외국인 여자가 내 옆자리에 앉는다. 차라리 멋진 남자가 앉지...췌∼

비행기는 이륙하고 딱히 할 것도 없어서 다시금 가이드북을 보고 있는데, 옆자리 외국 여자가 말을 시킨다. 아뿔싸!!! 나 영어 절라 못하는데..ㅠㅠ. 아니나 다를까, 어찌나 빨리 말하는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다. 좀 천천히 말해달라고 하니,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준다. 그러니 조금 알아듣겠다..^^ 여행가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어디로 가냔다. 그래서 대충 우리 일정을 알려주니 내 가이드북을 뺏어 들더니 이것저것 알려준다.(주로 푸켓에 대한 정보를 주었는데, 빠똥비치는 노굿을 외치면서 절대 가지 말란다. 그리고는 까론이나 까따에 가면 파라다이스가 어떤지 체험할 수 있을꺼라나 뭐라나.) 그런데 내가 하두 영어를 못 알아듣자 답답했는지 갑자기 한국어로 말한다. 아니!!! 한국어를 할 줄 알면 처음부터 한국어로 하든지..ㅡㅡ;; 어떻게 한국어를 할 줄 아냐고 했더니, 한국에서 영어 강의를 하고 있단다. 그리고 자기는 방콕 쑤쿰빗에 있는 남편을 만나러 간단다. 여하튼 비행기안에서 이 여자 때문에 그닥 심심하진 않았다. 물론 눈팅은 세상 모르고 자고 있고...^^


* 2003년 5월 22일 목요일 - 태국과의 첫 만남.


- 돈므앙 공항.

오후 1시 30분, 한국시간으론 3시 30분이니 약 5시간이 걸려서 돈므앙 공항에 도착했다. 내 옆에 앉았던 캐나다 여인(이름을 안 물어봤다 ㅡㅡ;;)은 후다닥 일어나더니, 우리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성큼 성큼 나간다. 눈팅은 어수선한 기내의 분위기를 틈타 포장도 뜯지 않고 보관하고 있던 담요를 면세점에서 샀던 담배가 들어있는 쇼핑백에 쑤셔 넣는다. 그리고는 내가 들고있는 긴팔 남방을 뺏더니 담요를 살짝 가리기까지 한다. 첫 해외여행에 담요까지 챙기는 눈팅이의 모습이 재미있기까지 하다.

태국 여행 준비를 하면서 수없이 들었던 말 중의 하나가 태국은 미소의 나라라는 것이었다. 물론 타이 항공 스튜어디스 언니들을 통해서 이미 반정도 확인을 하긴 했지만, 스튜어디스들이야 직업이니 만큼 그걸로 평가할 수는 없다. 입국 심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기다리면서 세관 아저씨의 표정을 보니 심상치가 않다. 좀 무섭게 생긴 아저씨였던 거다. 눈팅이가 먼저 입국 심사를 마치고 이윽고 내 차례다. 내 여권을 받아든 아저씨는 이것저것 살펴보고는 사진을 대조한다. 그리고는 도장을 꽝∼ 찍어준다. 입국 심사대 앞에 있었던 사탕을 한 개 집어들고는 처음으로 "컵쿤카" 라고 태국 말로 인사를 하고 빠져 나오는데, 세관 아저씨는 여전히 무표정이다. 지네 나라 말로 인사까지 하는데 좀 웃어주면 어디 덧나나? 여하튼, 드디어 태국이다.

이제 세관 검사 차례다. 짐을 부랴부랴 찾고 세관 검사를 받으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줄 옆에 서있던 세관 아줌마가 사람들을 살펴보더니 우리 보러 그냥 가란다. 가만히 살펴보니 여자들은 죄다 그냥 가란다. 주로 짐 많은 남자들만 골라서 세관 검사를 하는 것 같았다. 뭐, 시간 굳어서 좋긴 하다..^^ 드디어 입국장 문이 열리고, 난 태국에 발을 들여놓았다. 입국장 오른쪽으로 나갔더니 많은 사람들이 따닥따닥 모여서서 나오는 사람들을 살핀다. 우리를 마중 나온 사람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는데, 바로 정면에 내 이름이 보인다. 허걱... 태국에서 내 이름을 보게 될 줄이야..^^ 태국 청년이 A4 용지에 프린터 되어있는 내 이름 피켓을 들고 서있다. 물론 내가 물건 전달자 역할을 했기에 마중을 나온 것이다. 여하튼, 미니 버스를 타고 공항을 빠져 나왔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태국 공항부터 카오산까지 내 의지 대로 가보고 싶었다. 이번 여행이 패키지도 아니고 비록 배낭을 둘러메지는 않았지만 엄연한 배낭여행이니까. 그런데 미니버스를 타고 도로를 달리면서 '다행' 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복잡한 길을 혼자 찾아간다는 것. 보기보다는 쉽지 않았을 테니까. 내가 가져온 짐을 택배로 어딘가로 보내야 한다고 해서, 잠깐 택배 회사를 들렀다가 드디어 카오산으로 향한다.

- 카오산.

정말 와보고 싶었던 곳. 사진으로만 수없이 만나봤던 그 곳에 내가 서 있다. 이런 기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골백번 죽어도 그 기분 모를 것이다. 우선, 첫 숙소인 만남의 광장에서 하대장님과 처음으로 인사하고 (후훗∼ 2년만의 첫 만남. 처음 만난 분인데도, 그 동안 인터넷을 통해 자주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인지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옆집 오빠 같다.) 방을 잡으려고 하는데 꼭 만남에서 묵지 않아도 되니, 바로 결정하지 말고 방을 보고 결정하라고 하신다. 물론 방을 보고 나서는 한숨부터 흘러나오긴 했다. 그러나 삐까번쩍한 호텔에만 묵으면서 여행하려고 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기에, 또 꼭 한번은 만남에서 묵어보고 싶었기에 다른 데로 옮길 마음은 없었다. - 사실 다른 곳으로 옮길 만한 용기도 없었다. - 이층침대가 있었던 트윈룸은 너무 비좁게 느껴져 차라리 공간 활용이 가능한 더블룸으로 결정했다. 숙박료는 광장 회원가 140밧이다.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쌀국수를 사준다는 만남의 광장 대성 오빠를 따라서 태국에서의 첫 식사를 하러 나갔다. 얇은 면발에 기름기가 약간 섞인 국물, 한국에선 접해보지 못했던 특유의 향, 그리고 여러 가지 야채들, 특히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숙주나물까지!!! 팍치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마이싸이팍치'를 외친 후 너무나 맛있게 쌀국수를 시식(?) 했다. 아마도 쌀국수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나와, 눈팅, 그리고 만남에서 일하는 태국 언니 (이름을 안 물어봤다 ㅡㅡ;;), 대성오빠 이렇게 4명이서 간이 탁자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국수를 먹고 있는데, 어떤 배불뚝이 외국 아저씨가 지나가면서 눈이 딱∼ 마주쳤다. 아니나 다를까, 가던 길 그냥 가면 좋을 텐데 멈춰 서서는 열심히 국수를 먹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것저것 말을 시킨다. 당연히 말 안 통하는 우리는 입다물고 열심히 국수만 먹고 있고, 대성오빠가 뭐라뭐라 대답하더니, 이 여인들이 지금 방금 태국에 도착했다고 설명한다. 그러자 그 외국인 아저씨 좋은 여행하라면서 갈길 간다.

카오산은 신기하다. 우선은 이렇게 많은 외국 여행자들이 있는 것이 신기했고, 그 사람들의 자유분방함이 신기했으며, 또 그 사람들의 남 눈치 안보는 옷차림과 행동들이 신기했다. 한국에도 이런 곳이 하나쯤 있으면 참 좋겠다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다면 굳이 외국 나와서 느낄 수 있는 일탈감 같은 것도 한국 내에서 살짝이라도 느껴 볼 수 있을 텐데...

눈팅이는 카오산 거리에 즐비한 쇼핑 꺼리에 탄성을 자아낸다. 갖가지 알록달록한 옷가지며 그 밖의 등등. 한비야씨 책에서 이미 읽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이지 카오산에는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별 신기한게 죄다 모여있다. 말로만 듣던 가짜 국제 학생증, 가짜 프레스 카드 만들어주는 사람들까지...^^ 정말 없는게 없나보다. 내가 탄성을 자아낸 부분은 단연 먹거리다. 사진으로만 봤던 그 먹거리들이 지금 내 눈앞에 있지 않는가. 워낙에 먹는 것에 관심 많은 나로서는 정말 천국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이제 처음으로 태국 돈을 써봐야 할 시간. 과연 우리가 처음 쓰는 바트는 무엇을 사는데 쓰일까 했는데, 어라? 갑자기 눈팅이의 슬리퍼가 끊어졌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눈팅이는 신발을 손에 들고 맨발로 걸으면서 신발 가게를 찾아야만 했다. 이런 상황이 한국에서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아마 힐끔거리면서 쳐다보는 사람들이 즐비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는 카오산! 첫판에 알아봤지만, 아무도 쳐다보는 사람이 없다. 아예 관심이 없다고 하는 것이 맞을 듯. 여하튼, 눈팅이는 꽤 예쁜 슬리퍼를 골라잡았다. 가격은 150밧. 우리 돈으로 약 4,500원...우아. 나도 태국 와서 살걸. 이쁜거 엄청 많은데, 난 왜 하루전날 한국에서 슬리퍼를 샀을까. 후회 막심이다.

열심히 카오산을 탐험한다. 아니 어쩌면 미친 듯이 라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런 분위기에 우리가 흥분하지 않을 수는 없었으니까. 길거리에서 담배도 펴보고, (우아. 너무 좋다...드디어 내 꿈이 이루어졌다. 아직까지 담력이 없어서 한국의 길거리에선 담배를 펴보지 못했다. 뭐 물론 새벽녘에 술 퍼마시고 남자 일행들에 둘러 쌓여 이따금씩 펴보긴 했지만...^^) 너무 더워서 (스리랑카도 더운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거긴 습기가 없어서 견딜만 했는데..ㅠㅠ) 노천카페에 자리 잡고 앉아서 그렇게 사람들이 칭찬했던 슈박쥬스도 마시고, 여유롭게 지나치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정말 천국이 따로 없다. 왁자지껄 정신없는 듯 하면서도 여행자들간의 무언가 질서가 잡혀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들만의 언어와 그들만의 몸짓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그 모습들이 생동감 넘쳐 보인다. 외국은 외국인가보다. 난 아무래도 카오산이 너무나 좋아질 것 같다.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금 길을 나선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거리면서 노천카페가 즐비하다는 람부뜨리로 접어들었다. 사람들이 먹는 것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아무래도 첫날 저녁인데 밥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반찬집(?) 처럼 보이는 곳에 멈췄다. 접시에 밥을 가득 담더니, 원하는 2가지의 요리(?)를 고르란다. 족발처럼 보이는 것과 마늘쫑처럼 보이는 야채를 손으로 가리켰더니, 척척 밥 위에 담아준다. 가격은 30밧,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 집이 원래 장사가 잘 되는 집인지 몰라도 길거리에 놓은 탁자가 빈 것이 없어서 잠깐 기다리니 그나마 다행인 것이, 바로 자리가 난다. 시골 장터에 온 듯한 느낌이다. 음. 새롭다 정말 새로워...

카오산의 밤은 낮과는 또 다르다. 영업을 철수하는 리어커가 보이는 반면, 밤늦게 서야 영업을 시작하기 위해 리어커를 끌고 와 자리를 잡는 사람들, 더더욱 많아진 여행자들, 맥주병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 더위를 피해 쉴새 없이 편의점에 드나드는 사람들, 문신 & 헤나를 하기 위해 윗도리를 벗은 남자들, 아무 거리낌없이 윗도리를 벗고 거리를 활보하는 남자들, 머리를 땋고 있는 여자,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머리를 땋아주는 태국 여자들,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잊지 않고 곤니찌와를 외쳐주는 태국 상인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카오산로드 중간쯤의 어느 레스토랑 2층에 자리 잡고 앉아 처음 맛보았던 태국 맥주 싱하와 창의 오묘한 맛. 그 어찌 잊으랴.


그렇게 태국의 첫날밤은 깊어간다. 비록 더위와의 사투를 벌여야 했지만, 더위가 대수인가. 이제부터가 시작인걸.

3 Comments
L 2003.06.20 23:59  
  저녁.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복작거리는 사람과 같이 복작거리면서 카오산 대로를 산책 할 때 얼마나 즐거웠던지요..  냐하~ 나도 좀만 이씀 간닷!! ;)
토끼발 2003.06.24 18:36  
  아.. 부천 사시나봐요? <br>
부천사시는 분 만나뵙게 힘든데..^^ <br>
즐거운 여행 되셨어요? 저는 이번주 금요일밤에 <br>
출발한답니다. <br>
<br>
싸바이 2003.06.25 11:00  
  저는 카오산에서 훼이셜 트리트먼트 받았는데 한 이틀가더구만요 촉촉허니 아주 조터만.카오산 음~~~~~~~ 그립구만 빨랑 다시 가고 싶네요.. 근데 왜 뒷글이 없어요 좀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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