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만난사람 7-수공예품을 파는 리수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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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만난사람 7-수공예품을 파는 리수족

스따꽁 6 939
매홍손의 쫑깜호수가에는, 리수족 여자 몇명이 자리를 펴고 직접 만든 수공품들을 판다.
어슬렁거리며, 그쪽으로 갔다.
심심해서 구경했다.
재미난걸 보여준다.
작은 도시락가방 같은 주머니의 지퍼를 열면, 커다란 신발주머니같이 변한다.
100밧이란다.  재밌는 물건이지만 내겐 필요 없다.

작고 색깔이 이쁜, 목에 거는 주머니가 얼마냐고 물었다.
"30밧"
"비싸"
"안비싸"
"너가 직접 만든거야?"
"응"
"비싸"
"화랑한테는 50밧에 파는데 너한테는 30밧에 주는거야"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졌다. 일단 후퇴..

다시 돌아와보니 호수가운데로 뻗어있는 정자에 다들 모여있다.
그쪽으로 쭈뼛거리며 갔다.

솝퐁, 리수마을에 사는 사람들이다.
너댓살 꼬마와 엄마, 할머니, 40대 걸걸한 아줌마, 만삭의여자, 한껏 멋을 부린 아가씨, 수줍음 많은16살의 태국여자아이, 그리고 나와 흥정했던 30살의 아스마.

사실 그날, 그들은 내게 장난을 쳤다. 태국사람이라고 했던 아이는 리수족이었다.
다들 리수전통복장을 하고 있는데 그 아이만 아니었다.
그 다음날 리수복장을 하고 있었다.
"태국사람! 뭐야?"
"어제는 태국사람, 오늘은 리수~" 라면서 깔깔거렸다.

참치&크래커를 풀었다. 하나씩 듬뿍 발라서 건냈다. 그 중 반은 고개를 설래설래 저었다.
그 중 반은 받아들기는 했으나 먹지않고 난감해 했다.  결국 꼬마만 먹었다. 그랬더니 들고 난감해하던 과자들이 꼬마에게로 몰렸다. 꼬마도 더이상 먹지 않고, 물고기밥으로 던져줬다. ㅠ.ㅠ 이 비싼 것을.. 나도 아껴 먹는건데..
"이거 맛있는거야"
"이게 뭔데?"
"참치, 물고기"
"싫어해"
"리수는 물고기 싫어해? 안먹어?"
"물고기는 좋아하지만, 참치는 싫어해"

망했다. 환심을 사려고 뿌린 비싼 과자는 실패했다.

다음날, 나는 약간 더위먹은 상태여서 하루동안 암것도 안하고 쉬기로 했다.
리수족에게 놀러가려고, 큰맘먹고 시장에 가서 작은 두리안을 한통샀다. 
어제의 실패를 만회하고 싶었다.

또 실패다. 3명만 먹었다.
"먹어. 85밧이나 주고 사왔는데"
"싫어해"
"왜?"
"냄새나"
"맛있어"
"태국사람은 두리안 좋아하지만, 리수는 싫어해"
16살의 여자아이가 맛있게 먹는것을 보면서
"저봐. 쟤 태국사람이야. 두리안 좋아하잖아" 라면서 깔깔댔다.

그래도 두리안은 물고기밥의 신세는 겨우 면했다.

그들 얼굴에 칠한게 뭐냐고 물었다.
"이거 바르면 안더워"
"그래?"
"해볼래?"
"응"
아스마가 통에 들은 가루를 물에 개어서 온 얼굴에 발라줬다.
바를때는 정말 시원했다. 조금 지나니 그냥 얼굴에서 가루가 떨어질 뿐이었지만...

리수는 리수말로 이야기한다. 태국과 조금 다른 종교를 갖고 있다.
리수는 태국학교에 다닌다.
그리고 리수는 치앙마이도 갈수 있고, 방콕도 갈수 있다. 그들은 주민증이 있다.
태국국민이다. 오래전 중국에서 왔다고 했다.

나는 이들이 물건 파는 것을 보지 못했다. 흥정할 사람조차 없다.
서양커플이 지나가는것이 보였다.
"화랑이야. 장사해"
"화랑은 안 사"  한번 흘낏 쳐다보더니, 가보지도 않는다.

같이 멍하니 앉아, 노닥거리다가, 아스마가 놀러가자고 한다.
"우리 놀러가는데 너도 갈래?"
"소풍? 가서 밥도 먹어?"
"밥은 안먹어. 그냥 놀러가는거야"
"좋아. 근데 오토바이 하나밖에 없잖아"
"하나에 4명이 타고갈꺼야.ㅋㅋㅋ"
"위험해"
"괜찮아. 4명 탈수 있어 ㅋㅋㅋ"

또 장난에 넘어갔다. 정말 걱정했는데..
물고기모이파는 아줌마에게 빌려서 2대에 4명이 타고 갔다.
매홍손 공항을 지나 들판으로 갔다.
오토바이를 그늘에 세워놓고, 논두렁들을 지나 산기슭으로 갔다.
햇볕이 따가웠다.

당당해 보이는 40대의 아줌마는 줄곧 내게 공손한 태국말을 가르치려고 했다.
"빠이 딸랏 짜우. 따라해"
젊은 아가씨는 마치 남자친구라도 있는듯, 한껏 멋을 부렸고 전화가 자주 왔다.
젊은 엄마는 건강한 아들이 있었고, 임신한 여자도 아이가 곧 생길꺼다.
16살의 여자아이는 아직 세상이 재밌기만 한 나이다.

리수족의 30살, 결혼한 여자가 아이가 없다는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아스마는 이쁘지도 않고, 정규교육도 받지 못한듯 했다.
오토바이를 달릴때, 바람에 날리는 아스마의 머리에서는 쉰내가 났다.

그들은 준비해온 비닐봉지를 꺼내 나물을 뜯어담았다.
내가보기엔 다 똑같은 풀인데 잘도 골라서 담는다.
나도 몇개를 뜯어서 주었더니, 몇개는 버리고 몇개는 담는다.
음식에 들어가는 내가 싫어하는 냄새의 열매같은것이 보이길래,
그것도 뜯어주었더니, 버리란다. 틀린건가보다.

한보따리씩 가득 채우고 돌아왔다.
시원한 과일쉐이크가 먹고 싶은데, 호숫가식당은 30밧이나 한다.
아스마랑 아가씨가 밥먹으러 시장에 간다고 하는것 같다.
나도 가겠다고 따라나섰다.
오토바이를 또 빌릴수가 없었나보다. 아스마랑 둘이 시장에 갔다.
과일쉐이크를 파는곳을 찾지 못하고, 망고 10밧어치를 샀다. 한무더기다.

아스마는 나를 호숫가로 데려다준 후 밥을 먹으러 갔다.
아기랑 엄마가 점심으로 사온 카우소이를 얻어먹었다. 맛이 괜찮았다.
망고를 나눠먹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망고3개를 아스마에게 주라고 부탁하고는 GH로 돌아왔다.

다음날, 매홍손을 떠나는 날이다.

아스마와 몇명은 왓쫑깜 안의 나무그늘 아래로 자리를 옮겼다.
그들의 과일을 얻어먹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
사진 보내준다고 주소 적어달랬더니 아스마가 주민증을 꺼낸다.
16살의 아이가 큰글씨로 태국어를 그대로 적어줬다.

아스마가 직접 만든 작은주머니를 샀다.
"얼마야?"
"30밧"
" ^__^ "
"화랑한테는 50밧에 파는데 너는 30밧에 주는거야"
" ^__^ "  씨~익 웃음이 나왔다.
나는 깎지 않았다.

아스마가 다른 주머니 하나를 더 가져왔다.
"이건 선물이야"
그러면서 내 목에 걸어주고는,
여기저기 쑤셔넣은 내 잡동사니들을 직접 꺼내서 그 주머니에 넣어줬다.
아스마에게 배운 유일한 리수말, "아크비아~" 라고 얘기해주었다.

처음 주머니는 생업이었고, 나중 주머니는 우정이었다.

아스마는 버스터미널까지 오토바이로 데려다주었다.
젖은눈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촉디" 라고 말하면서 그대로 가버렸다.

내게 매홍손에 언제 또 올꺼냐고 물었을때,
"모른다" 고 대답했다. 모른다.

<쫑깜호수의 정자에서 리수족들과>

<소풍가서 나물뜯는 리수>
6 Comments
2003.06.20 17:08  
  재밌게 읽고 있어요. <br>
근데 왜 눈을???  ㅋㅋㅋ
스따꽁 2003.06.20 17:10  
  흠... 범죄자같다는 제보가  들어와서 다른 사진으로 바꿨슴다...
Moon 2003.06.21 09:00  
  저도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요술왕자 2003.06.21 09:13  
  스따꽁님 사진 저한테 주세요 갖다 줄께요...
2003.06.21 11:03  
  우왕 왕자님 여행가세요? 우째 다들 가는 분위깁니다. <br>
축하할 일이지만... 난 언제 가지ㅠㅠ
스따꽁 2003.06.21 11:50  
  요왕님! 접수했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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