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만난사람4 - 20밧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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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만난사람4 - 20밧의 미소

스따꽁 3 946
매홍손.. 이곳에서 나는, 나이소이에 있는 카렌족마을(롱넥마을)을 찾기로 했다.

프렌드GH 에 딸린 여행사 직원이, 체크인을 하자마자,
숨도 돌리지 못한 나를 붙잡고 앉아, 유창한 영어로 각종 투어를 설명한다.

"나는 나이소이만 갈꺼야."
"다른데도 좋은데 많아.투어로 같이 다니면 가격도 저렴하고"
"딴데는 관심없어. 그리고 혼자 갈꺼야"
"그러면 기사딸린 오토바이를 대절하면 돼. 왕복 400밧이야"
"내 친구가 200밧이면 된다던데"
"말도 안돼. 매홍손 어딜 가도 요금은 똑같아. 내가 100% 보장해. 오늘 하루종일 다니면서 찾아봐. 다 400밧이야. 오늘중으로 나를 찾아오면 특별히 300밧에 해줄께. 내일 찾아오면 400밧 받을꺼야."

그녀가 강조한 "100%보장" 이라는 말에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다.
나는 200밧에 "100%보장" 을 못했다. 내가 직접 알아본게 아니니까...

하지만 그날, 다른곳을 알아보지 않았다.
상냥하고 예의바르던 프렌드의 여행사직원을 찾지도 않았다.
정 가격이 안맞으면, 안가도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늦은 저녁, 마사지 가게를 찾았다.
마사지를 받으며 노닥거리다가,
"나이소이까지 오토바이택시로 왕복 얼마나 할까?"
 슬쩍 물어봤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는 좀 있다가 태국어억양이 강한 영어 잘하는 사람을 데려왔다. 분명 여행사직원이다.
350밧이라고 했다.

"내 친구가 200밧이라던데"
"그 친구는 1,2년 전에 왔겠지"
"1주일 전에 왔었는데"
"오토바이 빌려서 직접 몰고 다닌거야"
내가 바보로 보였나.
몇년전 오토바이 직접 몰고 다니는 요금을 갖고 어거지를 쓰는 사람으로 몰렸다.

그는 계속 많은 말들을 했다.
오토바이기사 수고비 얼마, 기름값 얼마, 거리가 멀어서 왕복하면 시간이 얼마.....
"200밧에 가고 싶으면, 직접 몰고가"
나는 오토바이 몰줄 모른다고 이미 말했었다.
그리고는.. 마사지받는동안 생각해보고, 결정되면 주인에게 말해놓으라 그러고 가버렸다.
나는 그냥 나왔다.

다음날,
시장 뒷길에 아침 8시경 나이소이로 출발하는 썽태우를 찾았다.
아무도 호객을 하지 않는다. 썽태우들은 주차되어있는것들 뿐이다.
썽태우를 타게되면, 여행자가 없어서 매홍손으로 다시 나오기 힘들꺼라는 말도 마음에 걸렸다.

"Where are you going? Taxi! "
작은 목소리로, 듬직하고 순박해 보이는 오토바이기사가 수줍게 말을 건다.
"나이소이 카렌마을 왕복, 2시간 대기, 얼마?"
"250밧"
"내 친구가 150밧이라던데?"
"200밧"
"150밧"
"나이소이는 멀어. 다른 카렌마을은 150밧에 갈수 있어"
"나는 나이소이 갈꺼야. 150밧"
"180밧"
"좋아"

매홍손 시내를 빠져나가 시골길을 달렸다. 나이소이까지는 잘 포장된 도로다.
적당한 속도에 조심스레 운전을 한다. 1시간 정도 걸린것 같다.
나이소이에서 카렌족마을까지는 비포장이다. 하지만 먼거리는 아니었다.

오토바이를 세우고,
입장료를 내는 곳까지 따라와서, 내가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것까지 봐주고는,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오토바이택시로 왕복으로 온건 잘한거였다.
그 마을에 내가 들어가서 나올때까지 외부인은 나밖에 없었다.

나는 마을 안에서 만난 청년과 얘기를 나누다가 1시간은 넘게 지나서 청년과 밖으로 나왔다. 그 청년은 사무실에 일하러 가야했는데, 같이 가서 얘기를 더 나누기로 했다.
청년은 걸어가고, 나는 오토바이기사와 같이 가기로 했다.

오토바이는 나이소이의 한 가정집 마당으로 들어갔다.
여기가 사무실인가?
오토바이기사는 이곳에서 기다리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는 그집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기다리다가,
집주인이 발코니의자에 편히 앉으라는 친절을 베풀어,
물도 얻어마시고 주인아저씨와 수다를 떨게 되었다.
오토바이 기사는 오토바이옆에서 기다렸다.

주인아저씨가 물었다.
"너는 태국어 못하고, 오토바이기사는 영어 못하는데 어떻게 의사소통을 해?"
"우리는 바디랭귀지를 할수 있어. ㅋㅋㅋ"

주인아저씨와의 대화는 재밌었다.
오래 기다렸다.
시간을 보니, 내가 말한 대기2시간은 지났다.
오토바이 기사를 흘낏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치면, 아무말 없이 미소를 짓는다.
가자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주인아저씨가 정말 여기서 기다리기로 한게 맞냐고 묻는다.
오토바이기사가 청년이 일러준 곳이 여기라고 했다.
이곳까지 걸어올 시간이 훨씬 지났다고 했다.

영어를 잘 못하는 나, 태국어를 잘 못하는 카레니청년, 오로지 태국말밖에 못하는 오토바이 기사... 어디서 소통이 틀어졌는지는 알수가 없다.

아저씨는 오토바이기사와 나의 의사소통이 궁금한가보다.
통역해줄수 있는데도 나보고 직접 말하라고 했다.
10분만 더 기다렸다가 가자고 했다.(씹 나히... 시계두드리면서 손짓발짓 - -;;)
오토바이기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랑 수다떨다가 20분도 훨씬 지나서 일어섰다.

우리는 왔던길로, 적당한 속도로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왔다.

200밧을 건냈다. 20밧을 거슬러주려고 주머니를 뒤적인다.
그냥 가지라는 제스츄어를 하고 돌아섰다.
그는 우리가 약속한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웃으면서 기다렸다.

큰 목소리로 "컵쿤캅!" 하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신나게 오토바이를 몰고 일어서서 쌩하니 달려갔다.

20밧에 그런 훌륭한 미소를 볼수 있는건 정말 기분좋은 일이다.
태국의 매력중 하나는 20밧의 환상적인 미소다.
3 Comments
마프라오 2003.06.19 19:49  
  태국사람 다 됐구려....아는사람은 무조건 친구 캬캬캬캬캬
스따꽁 2003.06.19 23:51  
  친구님 사진은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꺼 같아여~
마프라오 2003.06.20 01:14  
  흑~보고시포.꽁님아...그넘의 번개가 사람을 이지경으로 만들었다우 캬캬캬캬캬캬캬캬....내사랑이 태사랑인지...태사랑이 내사랑인지,,,아~어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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