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태국 단체자유여행-1,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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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태국 단체자유여행-1,2일차

시나브로 1 770
어제 한 시간 넘게 글을 썼는데 올리는 도중에 에러가 나 허탈지경에 빠졌었다. 오늘은 제대로 올려야 할 건데 걱정이 앞선다. 이것도 기우려나.

작년 중국을 패키지로 다녀온 뒤 갑자기 해외여행 바람이 불어 이번에는 태국으로 가기로 정해졌다. 그런데 애초에 같은 직장 동료들끼리, 그것도 부부끼리 해서 단 7명만 출발하려고 했는데, 너도나도 붙더니 이내 가족까지 동원해 버려 7가족 17명이 되어 버렸다.

여행을 기획했던 나로선 무지 부담 생기는 일이 되어 버렸다. 정말 몇 명 안 되면 먹는 것이라든지, 이동하는 것이라든지, 숙소도 적당하게 정하고 현장에서 수정하면 될 일이지만, 17명이라는 숫자 앞에는 그것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었다.

버스를 타고 움직이려 해도 17명이 졸졸 따라 붙어 이동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고, 택시를 타도 5대가 동시에 움직여 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숙소도 방 9개가 필요한지라 9개의 방이 동시에 나와준다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척척 맞아 떨어져야 했다.

두 달 전부터 비행기 예약에서부터 시작해서 봉고 2대 예약, 호텔 및 게스트 하우스 예약, 각종 투어 예약. 정말 피 마르는 시간들이었다. 한정된 예산인 105만원으로 그 모든 것을 조정해야 했으니 어디 한 군데 가격이라도 오르면 식비를 조정하든지 호텔격을 낮추든지 해서 늘 가격동향에 힘쓸 수 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그렇게 이야기 할 지 모른다. 왜 버스 한 대로 하지 봉고 두 대로 하느냐고. 물론 캄보디아에서는 미니버스 한 대로 해결했다. 그러나 태국에서는 도저히 우리가 가진 예산으로는 불가능했다. 미니버스를 빌리면 공항에서부터 인원수에 따라 돈을 내야 했고, 가격 또한 단순히 산술적으로 곱하기 2의 가격이 아니라 3-4배 정도 비싼 가격이었다.

모든 준비는 마쳐졌다. 서울가든에 부탁받은 짐들도 다섯 꾸러미 준비하고, 내 가방도 완전히 챙겨졌다. 그런데 아뿔사 이게 웬말이냐. 하루 전날 오후에 걸려온 전화 한 통 '저 비행기표 잃어 버렸어요.' 모녀끼리 가기로 했던 분이 면세점으로 쇼핑갔다가 그만 소매치기를 당해 버린 것이었다. 정말 눈앞이 캄캄해졌다.  일단 상대방을 진정시켜 놓고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비행기표를 미리 잃어버렸으면 여행사에서 재발급 받거나,  타이항공 발권부에서 재발급 받으면 될 일이어서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일이 꼬일려면 그러한가 보다. 우리가 출발하려는 날이 일요일이었는데 토요일 오후에 전화가 와 버린 것이다. 여행사는 이미 주말 휴일에 들어가 버렸고, 타이항공 역시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결국 인천공항 타이항공 부스에까지 전화를 걸어 절차를 물어봤다. 들려오는 대답을 들으니 결론은 처리 방법이 없다는 대답. 단 비행기표 분실 신고를 하고, 티켓을 재구입해서 갈 수는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주말이라 여행사들이 다 쉬어버리고, 어쩌다 한 군데 연락이 되었는데, 우리가 단체라는 이유때문에 발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두 분은 눈물을 머금고 출국 포기. 난 다시 황급히 국제전화를 돌려야 했다. 모든 예약이 잘못되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출발하는 날. 일요일 6시 모두들 부산 김해공항에 집결했고, 티켓도 줄을 일찍 선 이유로 가장 먼저 발매받았다. 그러나 일이 꼬일려면 또 그렇게 꼬이나 보다.

아무 생각 없이 여행자보험을 공항에서 들려고 생각했는데, 아뿔사 그날이 마침 일요일이어서 보험 담당하시는 분이 6시에 퇴근을 해 버렸다는 것이다. 나감했다.

그 때 우리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인터넷. 다행히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가 네 대 보였다. 황급히 다들 인터넷으로 여행자 보험 가입을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런 운도 다 했는지, 인터넷으로 마지막 결재가 되질 않는다. 눈물을 머금고 여행자 보험은 포기. 다들 아무 사고 없이 편히 잘 있다 오게 해 주십사 마음으로 기원하는 수 밖에 없었다.

출굴 수속을 하고 비행기에 탑승해서 이륙하니, 그 사이의 언잖은 마음이 조금은 가라 앉았다. 이내 나오는 기내식. 타이항공 기내식이야 별 먹을 게 없다. 나야 꾸역꾸역 입에 쳐넣지만, 일부 여자분들은 떠는 둥 마는 둥이다.

그런데 아시아나 항공과 같은 비행기를 이용해서인지 예전과 다르게 술을 자꾸 준다. 예전 타이항공을 이용할 때는 술도 거의 주질 않더니, 포도주와 꼬냑, 위스키를 계속 돌면서 마시라고 권한다. 그 때문인지 술 잘하는 우리 일부 회원들, 7잔씩이나 마시고, 나중엔 잠들어 버렸다. 하긴 5시간 30분 동안 비행기 안에서 뭘 하랴. 술 마시고 잠들 수 있으면 최고인데. 참고로 난 술을 거의 못한다. 아니 안 한다. 맥주 한 병 정도만 마시고 더 이상은 피한다.

들고간 MP3(시디도 된다. 시디에는 170곡 정도 담긴다. 그래서 여행할 때 시디 2장 정도 구워간다) 음악이나 들으며 오니 잠깐만에 방콕에 와 닿는 느낌이다.

방콕 돈므앙 공항의 입국수속을 마치고 나와, 또 다시 한바탕의 회오리. 우리 짐을 못 찾은 것이다. 안내대로 적힌 물품대에서 기다리니 도저히 우리 짐이 보이질 않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물품대에서 우리 짐이 나온다. 안내대와 물품대 앞의 안내가 서로 틀렸다.

어렵게 짐을 찾아 나오니 드디어 내 이름이 적힌 사람 발견. 굿모닝트러블에 미리 예약해둔 봉고 기사들이었다. 서로 두 대의 봉고에 나눠타고 아란 야프라텟으로 이동. 그런데 이게 웬일. 나는 잠이 와 비몽사몽간인데, 다들 비행기 안에서 잠만 잤는지 말뚱말뚱이다. 게다가 내게 무슨 말을 계속 하는데, 막내인 내가 대답을 안 하기는 좀 그렇구. 미칠 지경이었다. 첫 휴게소를 지나고 나서는 나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잠에 빠져들었다.

드디어. 아란 도착. 그런데 아란에 너무 일찍 도착해 버렸다. 국경이 8시에 열리는데, 5시30분에 도착해 버린 것이다. 하긴 버스를 타면 첫차가 3시 30분이고, 그 차가 아란에 도착하면 8시경인데, 우린 봉고를 대절해서 바로 왔으니 그럴 수 밖에.

쉴 곳을 찾아보니 시장 옆에 주차장이 하나 있는데, 앉는 자리가 스무개 남짓 있었다. 그곳에 짐을 부려 놓고, 시장 구경이나 하라구 하니 부부 또는 가족끼리 다들 구경이다.

시장은 새벽 5시 30분인데도 불구하고 활기가 넘쳤다. 우리로 따지면 농산물 도매시장쯤 되었다. 차들이 쉴새 없이 들어오고 물건을 부리고 하는 모습들. 그 와중에 람부탄과 망고스틴을 샀다. 도매 시장이라 그런지 조금은 안 판다. 물론 낮에는 소매시장이 되어 버리지만. 결국 1미터짜리 비닐봉지에 든 람부탄을 70밧에 샀다. 물론 다 먹지 못할 양이었지만, 단위가 그러니 어쩔 수 없는데다가 방콕에서 사 먹던 가격하고는 천양지차였다.

결국 망고스틴은 다 처리했지만 람부탄은 2/3가 남아서, 우리 주위에 몰려 있던 캄보디아 애들에게 다 줘버렸다. 그런데 그네들은 그것 고맙게 받아서는 먹질 않고 한 곳에 따로 챙겨 두었다. 아마 그것으로 장사를 하려나 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주위에 있던 캄보디아 애들이랑 놀았다. 준비해간 사탕을 나눠주고, 디카로 사진 찍고, 찍은 모습을 보여주니 다들 즐거워한다. 주위의 청년들에게도 담배를 나눠주고 있으니, 손수레 청년이 와서 우리 짐을 자기가 국경 너머까지 옮겨 주겠다고 한다. 얼마냐고 물으니 1$이라고 한다. 너무나 이상해 다시 물으니 1$이라는 대답이 거푸 들려왔다. 그래서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아침 7시 50분 즈음이 되자 국경이 열리고, 캄보디아에서 먼저 사람들이 넘어오기 시작한다. 아침 국경의 모습을 본 사람은 조금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대략 눈대중으로 약 5,000명 정도의 사람이 국경을 넘어 태국 땅으로 오는데 그야말로 장관이다. 그 사람들이 태국에 넘어와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몰라도 엄청난 숫자이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어느 정도 다 넘어오자 8시 10분경에 태국에서 사람들이 넘어가기 시작한다. 먼저 빈 몸의 사람, 다음에는 손에 든 사람, 어깨에 짊어진 사람, 작은 수레, 큰 수레, 자동차 순으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캄보디아 국경의 비자 발급 받는 곳에 이르니 서울가든에서 파견된 사람이 우릴 반긴다. 미리 이야기가 되어 있었던 터라 우릴 먼저 알아본다. 그런데 난데 없이 한 사람이 오더니 자기에게 여권과 비자발급비를 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서울가든 사람이라고 한다. 웬지 의심이 갔다. 심심찮게 인터넷에서 국경 사기꾼을 조심하라고 하던데. 결국 서울가든에 전화를 하라고 해서 확인을 하니 직원이 맞다. 직원에게 모든 것을 맡기니 일이 순조롭다.

 그 사이에 우리는 카지노호텔 부페를 먹으러 갔다. 사실 국경에서 먹을만한 곳이 없어서 아침을 해결할 길이 조금 막막했었다. 그런데 서울가든에서 국경에 있는 카지노호텔 부페를 권하셔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카지노호텔 부페 가격은 1인당 100밧이었다. 물론 단체로 가서 그럴 것이다. 부페 내용은 호텔 조식 수준은 충분히 되었다.

식사 후 캄보디아 입국수속을 하고 짐을 찾아(당연히 손수레 청년에게는 기다리는 시간도 있어 웃돈을 주었었다) 4대의 택시에 분승하고 씨엠립을 향하여 출발. 길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지난 1월과 비교해서 그렇게까지 좋아진 느낌은 없다. 중간에 울퉁불퉁, 엉덩이 찧고, 목이 뻐근한 것은 여전했다.

3시간 30분을 달려서 서울가든에 도착하니 최부자님이 정겹게 맞이한다. 서울가든은 지난 1월에 캄보디아를 여행할 때 이용했었다. 서울가든 초창기라서 손님들이 그렇게까지 많이 없었는데, 너무나 친절하고, 잘해주셔서 이번에도 이용하게 된 것이었다.

식사 후 방배정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첫날 일정인 톤레쌉으로 25인승 미니버스를 이용하여 출발. 톤레삽에 가면 늘 우울해진다. 국경과 톤레쌉에서 볼 수 있는 가난의 모습.자그마한 수상가옥에 전 식구가 다 살면서, 그 흙탕물을 이용해 목욕도 하고 여러 가지 일상생활도 이뤄지는 곳. 하지만 그곳에 사는 그네들의 모습에는 밝음이 넘쳐흐른다.

지난 1월에 처음 방문하였을 때에는 지독한 시궁창 냄새 때문에 역겨워하며, 코를 잡았었는데, 지금은 우기라서 그런지 냄새는 많이 가셨다. 하지만 그 속에서 가축도 기르고, 설겆이하고, 목욕하고 하는 것은 여전했다.

우기라서 그런지 드넓은 톤레쌉 호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일몰은 포기하고 근처 수상상점에 내리니, 초등학교 3학년 즈음의 어린 아이 하나가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이곳은 한국 사람이 전용인가 보다. 조금 있으니 새우를 두 접시 올려 놓으며 '콜라 원달라, 비어 투달라'라고 한다.다들 흙탕물을 보아서인지 먹기에 주저한다. 내가 먼저 앉아서 새우를 까먹으며 맛 있다고 하니 그제서야 다들 새우를 먹고 맥주나 음료를 시켜 먹는다.

학교에 다닐 나이인데도 장사하는 아이를 보니 어린 시절 생각이 난다. 나 역시도 어린 시절 가난을 경험했다. 집이 가난해서 용돈 한 번 받아본 적이 없고, 대학교는 꿈도 못 꾸었던 시절. 공고나 졸업해서 빨리 직장 얻어 돈이나 벌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시절. 어찌하다보니 융자 받아 대학교까지 나오게 되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을 하는 나. 이들도 빨리 가난을 벗어났으면 하는 맘이 강하게 일었다.

서울가든으로 돌아오니 통돼지 바베큐가 우릴 반겼다. 한국에서 미리 주문한 것이었는데, 아침부터 숯불에 구워서 그런지 먹음직하게 보였다. 다들 기념으로 통돼지바베큐 앞에서 한 컷. 통돼지 바베큐는 마치 잘 구워진 과자처럼 바싹바싹한 것이 입에 맞았다. 게다가 기름기까지 다 빠져버려 우리의 식욕을 더욱 부채질 하였다. 그렇게 해서 캄보디아에서의 하루가 저물어 갔다.

1 Comments
Moon 2003.08.28 08:20  
  저도 바베큐 파티에 참가하려 했는데, 씻고 늦게 나왔더니만 뼈다귀만 남았다는... ㅋㅋㅋ <br>
그래도 사진 찍어와서 친구들에게는 먹고 왔다고 뻥을 쳤지요. 홍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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