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간의 태국 여행-빠이(수정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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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간의 태국 여행-빠이(수정본)

필리핀 3 1432
  치앙마이에서 메홍손까지는 버스로 8시간이 걸린다. 그 여정의 중간에 빠이가 있다. 치앙마이-빠이를 운행하는 버스는 내가 태국에서 타본 버스 중에서 가장 낡은 버스였다. 버스도 약간 작아서 2인용 좌석은 비좁았다.
  치앙마이-빠이 간 거리는 150km 남짓인데 도로가 설악산 가는 고갯길처럼 구불구불하여 4시간 정도 걸린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경치는 정말 설악산 한 자락을 보는 듯 하다. 중간에 휴게소에 30분 정도 쉬는데, 그때 빠이에서 출발한 버스도 만난다. 일반 버스보다 3배 정도 비싼 에어컨 버스(사실은 봉고)가 가끔 다니는데 1시간 정도 빠르다. 
  빠이는 사방으로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분지 마을이다. 특별한 볼거리도 유적도 없는 곳이어서 찾는 여행객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서 번잡함을 싫어하고 싼 물가에 만족하는 장기 체류자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아침마다 시장 근처에서 커피를 팔고 있는 수레 부근에 히피 풍 장기 체류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담소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천천히 걸어 다녀도 30분이면 중심가를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빠이는 작은 마을이다.  그나마 볼거리인 야외 온천과 폭포를 가기 위해서는 오토바이를 대여하거나 오토바이 택시를 타야 한다. 오토바이 대여료는 보험을 포함하여 24시간에 100밧. 태국 전역을 통틀어서 가장 싼 가격이 아닌가 싶다. 오토바이 택시는 편도에 50밧이다. 오토바이를 대여하면 온천과 폭포를 다녀와도 30밧 어치의 연료면 충분하다.
  나는 빠이에서 4박을 했다. 찰리 게스트하우스와 팜 게스트하우스에서 각각 2박을 했다. 요술왕자님의 추천으로 팜 게스트하우스에 먼저 갔었는데 방이 없어서 찰리에서 2박을 하고 팜으로 옮겼다. 팜은 지은 지 얼마 안 된 곳으로 방이 총 5개밖에 없는 깨끗하고 아담한 분위기다. 찰리는 한 때 명성을 날렸던 곳인데 지금은 약간 낡긴 했지만 머물기엔 큰 무리가 없었다. 점수를 매기자면 팜은 80점, 찰리는 70점 정도이다.
  이 두 게스트하우스는 위치가 좋다. 버스정류장, 시장, 식당, 인터넷 카페 등 주요 편의시설과 가깝다. 그러나 선풍기 더블 룸이 1박에 200밧으로 마을 수준에 비해 숙박료는 약간 비싼 편이다. 내 생각엔 150밧 정도가 적절하지 싶다. 장기로 머물 사람은 중심가에서 약간 벗어난 곳(그래봤자 도보로 5~10분 이내)을 살펴보면 분위기가 괜찮은 게스트하우스가 몇 있다.
  빠이의 음식은 싼 편이다. 20밧이면 현지인이 애용하는 식당에서 맛있고 푸짐한 국수를 먹을 수 있다. 여행객을 상대로 한 레스토랑도 몇 있는데, 차이 쏭크람 거리와 랑티야논 거리가 만나는 모퉁이에 있는 반 사바이 레스토랑이 음식 맛도 괜찮고 가격도 저렴하다. 아직 여행객의 손을 덜 탄 곳이어서 식당이나 게스트하우스 사람들이 친절하고 순박하다.
  중심가에 라이브 빠가 하나 있었는데 주민들의 시끄럽다는 원성이 높아서 변두리로 옮겼다고 한다.(가보지는 못했다.) 혼자 놀기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은 밤 시간이 조금 심심할 수도 있는 곳이 빠이다.
  나는 빠이에 머물면서 오랜만에 느긋한 독서를 즐겼다. 지금까지 나는 태양이 뜨거운 빛의 화살을 사정없이 쏘아대는 해변에서 온몸에 썬 크림을 잔뜩 바르고 싸롱 위에 누워서 하는 독서가 가장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빠이의 숙소 베란다에 놓인 대나무 의자에 앉아 먼 산의 경치를 마주하며 하는 독서도 나쁘지는 않았다. 
  빠이에 있는 동안 하루는 오토바이를 대여해서 온천과 폭포를 갔었다. 온천은 꽤 만족스러웠다. 일단 입장료가 없다는 것이 좋았다.(요 몇 년 사이에 태국의 국립공원 입장료가 엄청나게 올랐다. 예전에 20밧~50밧 수준이던 것이 지금은 200밧이다! 돈독 오른 태국 관광청!)
  온천은 마을에서 치앙아미쪽으로 10여km 떨어진 산 속에 있다. 오토바이로 가면 15분 정도 가야 한다. 산 입구부터는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데 길이 깔끔하게 조성되어 있었다. 10여 분 올라가면 본탕-여기는 물 워낙 뜨거워서(약 80도) 온천욕을 할 수 없다. 날계란을 삶아 먹기도 하는데 상당히 오랫동안 물속에 넣어두지 않으면 제대로 익지 않는다.-이 있다. 이곳부터 온천물이 개울을 이루며 아래로 흘러가면서 군데군데 온천욕을 할 수 있는 웅덩이가 있다. 혼자 들어가기에 알맞은 크기의 웅덩이도 있고 여럿이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있다. 주변에 탈의실이 없으므로 수영복을 속에 입고 가거나 옷을 입은 채로 들어가야 한다. 숲 속에서 하는 노천 온천욕! 색다른 묘미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술 마신 다음 날 가면 끝내준다.
  폭포는 마을에서 메홍손쪽으로 역시 비슷한 거리에 있다. 큰길에서 폭포까지 2km 정도  산길을 들어가야 하는데 도로 상태가 안 좋아서 오토바이 운전이 서툰 사람은 다칠 위험이 있다. 자신이 없으면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걸어가는 게 좋다. 폭포 가는 길 주변 풍경은 우리나라 시골처럼 정겹다. 폭포는 아담한 규모로 수영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물에 석회 성분이 많아서 마르면 피부에 하얗게 석회가루 자국이 남고 냄새도 약간 난다.
  나는 빠이에 있는 동안 모두 7명의 한국 사람을 만났다. 그중 2팀은 커플이고 나머지는 솔로 여행자였다. 외진 여행지치곤 상당히 많은 한국인을 만난 것이었다. 일주일 동안 있으면서 한국인을 1명도 못 본 사람도 있었다.
  태국의 다른 여행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스라엘 여행자는 별로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이스라엘 여행자가 무척 많이 늘었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도 많았지만 내 눈에 안 띄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확실히 많다고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이스라엘 여행자는 떼거리로 몰려 다녀서 금방 표시가 났다. 마치 중국인 단체 여행객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좀 시끄럽고 예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게스트 하우스 식당에서 서너 명이 모여서 옆 사람에게 방해될 정도로 큰소리로 떠들고 있는 사람은 십중팔구는 이스라엘 인이다.) 그리고 이스라엘 음식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이 상당히 많이 늘었다. 여행사나 인터넷 카페 등에도 이스라엘 어로 안내문을 써 붙여놓은 곳이 많았다.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 우스개처럼 이야기되는 최악의 여행자를 국적별로 보면 항상 이스라엘, 일본, 한국이 상위권이다. 그중 이스라엘 여행자는 항상 톱 순위를 지키고 있다. 전해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이스라엘 인들은 남녀 모두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야 하는데, 제대하면 수고했다고 정부에서 꽤 많은 돈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그 돈으로 배낭여행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건 우리나라 군대도 좀 배웠으면 좋겠다.
  -사족: 그런데 나는 한국인이 최악의 여행자 리스트에 든다는 것이 의아하다. 예전에 비해 꽤 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한국인 여행자는 표본에 들만큼 많지가 않다. 아마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만든 리스트임에 분명하다. 나는 한국인 대신 영국인을 넣고 싶다. 독일 속담에  이런 게 있다. ‘해변에서 대낮에 돌아다니는 것은 개하고 영국인밖에 없다.’)






3 Comments
훈이아빠 2003.09.15 21:02  
  동감합니다. 영국인 중에서도 잉글랜드인... 말많고 거만하고... 게다가 술 마시고 시끄럽기까지...
bandido 2011.02.22 03:37  
국적보다는 사람에 따라 다를듯...그리고 여행지에 따라 다를듯....

많은 나라를 다녀보고 많은곳을 가봐도..빠이는 항상 3손가락 안입니다..

진짜 멋있는곳입니다.

여행기 잘 읽었어요....늦었지만..
할리 2012.05.23 01:55  
빠이도 지금은 많이 번잡해졌겠죠???
저는 아직 빠이는 안가봤습니다.
요즘은 전세계 어디를 가도 예의없이 떠들고 다니는 인간들이 중국인들과 러시아인들이 인것 같습니다.  요즘은 중국과 러시아에 돈이 많이 모이니까 그에 따른 현상들이겠지요???
암튼 중국애들이 자유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이제 전세계 좋았던 여행지가 안 남어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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