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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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채식주의자 0 829
나에게 세 번째 여행이지만 보름을 훌쩍 넘겨서 가보기는 처음이다.    이렇게 많은 한국 사람을 만난 것도 처음이고.....
근 1년 동안 태사랑을 들락날락 하면서 내 허파에는 바람만 들어찬 것 같다.    태사랑보면 맛난 음식과 멋진 장소를 보면서 입가에 미소만 흘리고 있었는데.....
여행은 아무리 길게 갔다와도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짦게 느껴지는 꿈같다.
나에게 있어서 여행가서 제일 불편했던 점은 아뒤를 보고 짐작하면 알겠지만 내가 채식주의자라는 것이다.    여행다니면서 무지 불편했다.    고기를 안먹는다고 하면 사람들은 눈이 동그레지면서 그럼 뭘 먹고 사는냐고 하는데 자세히 보면 하루 3식은 거의 밥과  김치 정도가 아닐까?  우리 집은 그다지 럭셔리한 집이 못되서 남들의 표현을 빈다면 ‘저 푸른 초원위에’다.  하지만 여행가서 유명한 물국수를 친구가 먹는 것을 구경만 할 때는 내 까다로운 성향이 원망스러웠고 그 맛있다는 수끼를 나 때문에 고기를 못넣고 먹은 친구들에게는 정말 미안했다.    그래서 친구들이 나보다 먼저 갈때는 뇌물 공세로 입을 막아서 후환을 없애버렸다. 
어쨋든 03년 2월 28일 나는 떠났다.
중학교 1학년때 만났던 나의 친구들과 함께.... 만난지 거의 20년된 것 같다.
셋다 태국은 처음이라서 공항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흥분부터하고 말았다.
아니 사실은 기내식이 나올때부터라고 말해야 진실일것이다.  기내에서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는 것을 신봉하는 우리기에 다이어트며 그런건 신경도 안썼다.  비행날짜 3일 전에 타이항공에 전화해서 베지테리언으로 기내식을 주문했다.  장점이라면 이코노미석 중에 제일 먼저 밥이 나온다.  사람들의 이목이 나에게 와서 꽂힌다.(‘저 사람은 뭔데 젤 먼저 나와’ 하는 시선)단점은 맛이 별로다.    기내식 잘 먹는 편인데도 맛은 그냥 그랬다.    비행기타면 제일 먼저 블러디 메리 주문하고 (이건 웬만한 항공사는 거의다 서브된다.  간단한 것이므로 비위가 안맞으면 케찹에 보드카섞은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무조건 와인 두 종류 마시고 자버렸다.    얼마 후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여행가서 목적지의 공항에 도착하면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설레이면서 흥분된다.  이때도 참 행복하다.  어찌보면 제일 순수한 기쁨인것도 같다.  이제 앞으로 모든 것은 내가 선택하는 대로 된다는 즐거움이 있으니까.    무조건 3층으로 가서 택시를 잡아타고 (사실은 가격을 흥정하고)카오산을 외쳤다. 
이럴수가!  난 12시가 넘었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고 정신이 없을 거라곤 상상을 못했다.  동남아라기보다는 유럽의 길거리 축제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수업시간에 말로만 배웠던 컬쳐쇼크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 많던 사람들,  정신없는 패션스타일, 여자들의 야시시한 패션까지  환상적이라기 보다는 그때는 혼란스럽고 두렵기까지 했다.  사람들의 눈빛이 살짝 맛이 가보였다.  지금 생각하니 매트릭스 리로디드에서 시온에서 벌이는 축제랑 비슷한 분위기이다.  이때부터 나는 여행내내 길을 헤고 고생한 기억이 더 많다.  카오산에 도착했을 때가 새벽 한시정도였는데 우리는 두시까지도 숙소를 구하지 못했다.  카오산을 몇바퀴 돌고 강건너가서 나컨 핑크 호텔을 잡은건 두시 삼십분을 넘어서였다.  처음 와본 나라에서 새벽에 한두 시간 길을 헤매면서 숙소를 구하고 익숙치 않은 카오산 분위기(갠적으로 카오산이 나에겐 매력으로 다가오진 못했다.  먹거리가 많다는 장점을 빼놓구)에 적응을 못했더니 그래도 오기 전에 매일 태사랑들락거리며 얻은게 뭐 있나 싶었다.  태사랑의  내용이 허접한게 아니라 내가 너무 흥미거리로만 읽어댔나보다.    태국에 개가 길거리에 많다고 봐서 은근히 걱정을 하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많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덩치도 크고 피부병까지 걸린 개가 어찌나 많던지.  게다가 전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국이 태국처럼만 매일 더웠으면 아마도 ‘개’란 동물을 동물이 아닌 할인마트에서 파는 먹거리로만 알지 않았을까 싶다.  몇 년전 동네에서 골목길을 걷다 갑자기 뛰쳐나온 개한테 황당하게 물린 뒤로 개가 두려워졌는데 돌아갈 날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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