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간의 태국 여행-다이버들의 멤버쉽 클럽, 꼬 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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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간의 태국 여행-다이버들의 멤버쉽 클럽, 꼬 따오

필리핀 6 1586
  우리가 살고 있는 별 지구는 70%가 물(바다, 강, 호수 등)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의 몸도 반 이상이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을 모르는 사람은 이 세상의 절반만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이빙은 바로 그 물의 세계로 가는 입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 하이라이트 중 하나(하이라이트가 여러 개였던 것은 아니고, 두 개였는데 나머지 하나는 다음번에 소개할 풀문 파티이다.)는 다이빙이었다. 다이빙은 호흡기와 산소통을 메고 수중 활동을 하는 행위이다. 스쿠버 다이빙이라고도 하는데 줄여서 다이빙이라고 한다.
  스노클링과 다이빙의 차이는 수면 활동과 수중 활동의 차이이다. 스노클링은 수면에 떠서 물속을 관찰하는 행위이고 다이빙은 수심 10미터 이하로 들어가서 관찰하는 행위이다.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스노클링 만으로도 수중을 관찰할 수 있지만, 본격적인 수중 세계는 수심 10미터 이하에서 펼쳐진다. 다이빙이야말로 진정한 수중 세계를 탐험하는 행위이다. 
  태국의 꼬 따오는 아마 세계에서 다이빙 수강료가 싼 곳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오픈 워터 자격증 코스가 미화 200불 정도 하는데 꼬 따오는 6,800밧(미화 170불) 정도이다.(이번 여행 중에 꼬 따오에서 4,800밧 하는 곳도 발견했다.)
  꼬 피피나 푸켓은 9,000밧 정도 한다. 말레이시아의 쁘렌띠안 섬이 태국 돈으로 환산하면 7,000밧 정도 한다. 그러나 꼬 따오는 방콕-꼬 따오 편도 교통편과 4박의 숙박료가 포함된 가격이므로 실제 다이빙 수강료는 5,000밧 정도인 셈이다.
  다이빙 자격증 코스는 오픈워터-어드벤스-레스큐-마스터의 순이다. 아마츄어는 오픈워터 면 충분하다. 다이빙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사람은 어드벤스까지 하는 게 좋다. 어드벤스 자격증이 있는 사람은 수심 30미터까지 잠수할 수 있고(오픈워터는 20미터까지) 야간 다이빙을 할 수 있다. 레스큐와 마스터는 다이빙을 직업적으로 할 사람, 일테면 다이빙 강사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코스이다.(일단 오픈워터를 하고 나중에 어드벤스를 해도 된다.)
  자격증이 없어도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강사가 함께 다이빙해야 하기 때문에 값이 비싸다. 1회에 미화 40~50불. 그러나 자격증이 있으면 장비 대여료만 내면 된다.(미화 15~20불.)
  여행 중에 만난 장기 여행자들은 꼬 따오에서 오픈 워터 자격증을 따서 말레이 반도를 따라 내려가면서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이 많았고,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호주까지 가서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꼬 따오는 확실히 다이버를 위한 섬이다. 해변은 자갈이 많아서 수영을 하기에 좋지 않다. 잘못하면 다칠 수가 있다. 실지로 많은 사람들이 발을 헛디디거나 넘어져서 자갈에 긁힌다. 해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자리 깔고 누워서 일광욕을 하는 것이다.
  수영이나 스노클링을 하려면 꼬 낭유안에 가야 한다. 갈 때마다 꼬박꼬박 보트 택시를 타야 한다. 식당의 음식들은 근처의 다른 섬(팡안, 싸무이)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맛도 별로다. 선택할 수 있는 식당의 수도 아주 적다. 꼬 싸무이 차웽 해변에서 축복처럼 쏟아지는 별빛 아래 인어들의 아리아 같은 파도 소리를 음악 삼아 촛불 밝힌 테이블에서 하는 낭만적인 저녁식사 따위는 절대 기대할 수 없다. 
  물론 나이트 라이프도 기대할 수 없다. 당구대 한 대 놓인 바가 전부이다. 혼자서 꼬 따오를 찾은 사람은 밤마다 게스트 하우스 벽을 긁다가 잠들기 일쑤이다. 다이빙을 하지 않는다면, 이틀 이상 꼬 따오에서 버티기가 힘들다. 
  그러나 다이버들에게는 꼬 따오가 천국임에 틀림없다. 꼬 따오가 다이빙 사이트로 태국 최고의 섬은 아닌 것 같다. 직접 확인해 보지는 못했지만, 많은 다이버들이 끄라비, 꼬 피피, 시밀란 군도의 바다가 꼬 따오 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했다.
  꼬 따오는 다른 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세울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다이빙’을 섬의 관광 컨셉으로 내세운 게 아닌가 싶다. 꼬 따오에 오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다이빙을 즐기거나 배우기 위해서이다. 다이버만 투숙할 수 있는 숙박업소도 꽤 된다. 식당이나 바에서 마주친 여행객들끼리 나누는 대화도 거의 다이빙에 관한 것이다. 꼬 따오는 다이버들만의 멤버쉽 클럽 같은 섬이다.
  나는 싸이리 비치에 위치한 반스 다이빙에서 오픈워터 코스를 수강했다. 도착한 날은 오리엔테이션 내용이 담긴 비디오를 시청했다. 다음날은 수영장에서의 실습, 그리고 3일째와 4일째는 바다에서 각각 2번, 총 4번의 다이빙을 했다. 나흘 간 틈틈이 한글로 된 책으로 이론 공부를 했다.(마지막 날에 필기시험이 있다.) 빡빡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한가하지도 않은 일정이었다.
  나 혼자 배워서 약간 심심하긴 했지만 내용은 알찬 것 같았다. 당시 반스 다이빙엔 2명의 한국인 강사와 2명의 보조(대부분 마스터 코스 수강자)가 있었다. 보조 중 1명은 대학 재학 중인 여학생으로 4개월째 꼬 따오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초콜릿 빛깔을 닮은 그 여학생의 건강한 얼굴이 떠오른다.(필리핀 보라카이 섬에도 7년째 머물면서 2,000회 이상의 다이빙을 한 한국인 처녀 다이빙 강사가 있다.)
  꼬 따오 최고의 다이빙 사이트는 sail rock이다. 꼬 사무이에서도 이곳으로 다이빙하러 온다.(꼬 사무이에서는 무척 비싸다.) 9월에는 고래 상어가 나타난다고 해서 다이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나는 예전에 뉴질랜드를 여행할 때 배를 타고 가다가 3~4미터 앞에서 돌고래 떼들이 헤엄치는 걸 목격한 적이 있는데, 오! 그때의 감동이란. 수족관이나 동물원에 갇힌 생물이 아니라 야생으로 활동하고 있는 생물을 봤을 때 느껴지는 그 야성의 힘과 생명의 힘! 그때 나는 ‘돌고래 몇 마리 보고도 이 정도인데 아프리카 초원에서 수많은 야생 동물들이 달리는모습을 본다면 그 감동은 과연 어떠할까? 죽기 전에 꼭 한번 아프리카에 가봐야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4번의 다이빙 중 chumphon 사이트에서 했던 다이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춤폰은 수심이 깊어서 학생은 데리고 가지 않는 곳인데 혼자이다 보니 다른 팀에 묻어서 가게 되었다. 마침 보름달 즈음이라 조류의 흐름이 빨라서 시야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중에도 지상과는 확실히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지상의 나무처럼 자라 있는 수많은 산호와 수중 생물, 거대 도시의 자동차 무리처럼 도도하게 헤엄치고 있는 온갖 물고기 떼. 그곳에도 생명이 있고 질서가 있고 이야기가 있었다. 
  환상적인 수중 세계에 홀려 있다가 문득 몸을 뒤집어 수면을 바라보았을 때, 수면에서 찰랑거리던 보석 입자 같은 햇빛, 신이 내리는 사랑의 손길처럼 따스하고 포근하게 보이던 그 빛의 기둥들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다이빙을 마치고 돌아오는 배 위에서 동료들과 따뜻한 차 한 잔과 비스킷을 나누는 그 기분. 그때만큼은 세상의 그 어느 부자도 부럽지 않을 만큼 내 가슴은 성취감으로 부풀어 있었다.   
  다이빙은 절대 위험하지 않다. 다이빙하다 죽을 확률은 길을 가다가 차에 치어 죽을 확률보다도 훨씬 낮다. 수영을 전혀 하지 못해도 다이빙은 할 수 있다. 다이빙은 상당히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규칙을 가지고 있다. 이론 공부를 하다보면 온갖 자연과학 상식들을 접하게 된다.
  다이빙은 자신의 체력이 허락하는 한 언제까지나 할 수 있다. 얼마 전에 사망한 독일의 여자 다큐멘타리 감독은 90살까지 다이빙을 즐겼다고 한다.(그러나 다이빙 강사는 40살이 넘으면 힘이 부친다고 한다.)
  마지막 날 저녁, 임시 자격증(정식 자격증은 호주의 본부에서 발행하기 때문에 발급되는데 90일 정도 걸린다.)을 받아들었을 때 나는 약간 흥분했다. 뭔가를 해냈다는 것, 새로운 세계에 갈 수 있는 패스를 얻었다는 것, 그것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야릇한 느낌이었다. 
  자, 이제 당신도 다이버들의 세계에 동참하고 싶지 않으신가요?



6 Comments
와우.. 2003.09.16 12:02  
  좋은경험하셨군요~ <br>
앞으로도 다이빙 잊지말고 계속하시길... <br>
그리고 오픈워터 수심한계는 18미터랍니다..^^;; <br>
L 2003.09.16 22:31  
  저도 스쿠버다이브하고싶었는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lucia 2003.09.18 09:11  
  필리핀님! 정보 감사합니다. 저도 다이빙을 몇 번 해 보았는데, 태국에서는 못해봤습니다. 꼬따오, 꼭 가보고 싶은데, 필리핀님께 문의할 방법이 없네요...
필리핀 2003.09.19 09:02  
  lucia님, 문의사항 있으시면 메일 주세요. <br>
<a href=mailto:bazulla@empal.com>bazulla@empal.com</a>
아리잠 2006.06.07 19:24  
  문득 몸을 뒤집어 수면을 바라보았을 때,

제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입니다.
할리 2012.05.23 02:25  
수중세계는 정말 또 다른 세상이자 또다른 즐거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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