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동남아 3개국 기행 32일차 (마지막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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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동남아 3개국 기행 32일차 (마지막날)

광팔이 0 828
2002년 10월 13일 (귀국- 마지막날)

 밤새 비행하던, 타이항공 여객기는 아침 7시. 가랑비가 내리는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10월 중순. 시기가 시기인 만큼, 가기전 보다 날씨가 다소 서늘해 졌다. 또 내가 싱가폴에서 말레이시아로 넘어갈 때 개막했던 부산 아시안게임도 거의 다 끝나, 폐막을 하루 앞두고 있다. 입국심사대를 통과해서 대한민국 입국 도장 쾅! 찍히는 순간. 이제 한 달간의 동남아 3개국 기행도 여기서 모두 끝이 났다. 이제 이 여권은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됐다. 내가 병역미필자라서 단수여권밖에 쓸수가 없다. 대한민국,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도장. 2001년때보다 한 페이지를 더 채웠다. 다들 짐을 찾아가지고, 내국인들은 세관에서 탐지견까지 동원된 채 엄격하고, 정밀하게 짐검사, 수색을 받는다. 나도 으레히 검색대에 가야하는 줄 알고, 검색대 쪽으로 찾은 짐을 들고 가야 하는 줄 알고, 검색대 쪽으로 찾은 짐을 들고 발길을 옮기는데... 공항 여직원들이 그쪽이 아니라며, 나한테 영어로 이런다. 'Sorry, Excuse me. This way for forgrieners' 다른 한국인들은 다 줄서서 짐검사 받는데, 나는 그냥 보내준다. 내가 여행기간 동안 얼굴이 새까맣게 타서, 나를 동남아시아에서 온 관광객으로 착각한 모양이다. 하하하... 뭐 세관검사를 빡시게 FM으로 한다고 해도, 특별히 걸릴 것도 없지만... 만약에 자신이 좀 비싼 양주, 신고안한 물건, 세금을 물 것 같은 고가품을 가지고 귀국하게 되면, 피부를 새까맣게 태우고, 외국인처럼 우리나라 처음 오는 사람처럼 좀 어리버리 한 모습을 보이면 동남아시아 사람으로 보여서, 무사히 세관을 통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번 시도해 보시길...

내가 친구들, 친척들, 가족들한테 이 얘기를 하더니, 다들 박장대소 한다. 내가 집에 들어가니까, 웬 동남아 노숙자가 왔냐구 놀려댄다. 입국하자마자 공항병무신고소에 가서 여권을 보여주고, 귀국신고를 했다. 이제 입영통지서를 받고, 논산훈련소로 들어가는 일만 남았다. 이것으로 즐거웠던, 그리고 감동적이었던 총 32일간의 동남아 3개국 여행은 여기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막상 끝나고 나니까 정말이지, 허무하고 아쉬웠다. 또 이제 한달 후면, 군에가서 내 인생의 자유가 없다고 생각하니 정말 착찹했다. 여권에 뒷 표지에 찍힌 '완전귀국' 이라는 귀국 도장을 보니, 정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한 달동안 내 나라를 떠나 있었는데, 모든게 낯설다. 쌀쌀해진 한국의 가을 날씨,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와는 정반대로 우측 통행, 좌회전 신호 대기하는 자동차들, 좌측에 붙은 운전석, 모두 똑같은 피부와 똑같은 언어만 쓰는 사람들... 나의 고국이지만 다른 나라에 온 것 같다.
아침에 비가 내려서, 길거리의 먼지들이 다 씻겨서 그런지, 상당히 깨끗하다. 분당의 서현 사거리, 수내 사거리가 싱가폴을 연상케 한다.

10월의 가을 날씨가, 한달 내내, 아니, 떠나기 직전에도 9월초의 늦더위 때문에 5월달부터 5개월동안 더운 여름 날씨에만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는 상당히 춥게 느껴졌다. 간만에 보는, 부모님, 동생의 얼굴이 무척 반가웠다. 집에 가서 TV를 틀어보니까 SBS쇼 프로에서 해외의 교통수단 '태국 - 방콕 편'을 방영하고 있었다. 뚝뚝, 르안 두언, 르안 캄팍이 소개 됐다. 내가 태국 갔다 귀국한 날 공교롭게도 그걸 방송하다니... 또 이날 오후 에는 아시안 게임 축구 3,4위전이 태국하고 한국이 붙은 게임 이었다. 3일전 준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우리나라는 이란한테 아깝게 패해서, 결승에 못올라가고, 3,4위전으로 밀려났다고 한다. 이영표가 어이없는 실축으로 골대를 맞혀서 패했다는 것이다. 시종일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우리나라가 3-0으로 태국을 꺽고, 동메달을 차지. 4년전 98년 방콕 대회 연장전 끝에 어이 없게 역전패 당한 것을 통쾌하게 설욕했다. 전력상 당연히 이겨야 돼는 게임이지만, 그래도 동메달이라도 따고, 지난 대회때 역전패 당한 것을 되 갚았으니, 본전은 뽑은 것 같다. 내가 귀국한날 태국과의 경기라... 흠흠...

나는 2001년에 태국을 다녀온 이후로 스포츠 뉴스에서, 아니면 신문이나 뉴스에서 조금이라도 태국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눈이 커지고, 귀가 쫑긋 세워진다.  또 우리나라가 어떤 스포츠 경기에서 상대팀이 태국이라고만 해도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된다. 왜 그렇게 됐을까?

군에 가서도 2001년과 2002년의 태국 그리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의 즐거웠던 일들이 계속 머릿속에 떠오를 것 같다. 2년 2개월후, 군복무를 마치면, 전역해서 자유의 몸이 된 기념으로 다시 그곳에 갈 것이다. 아직은 아득하고, 끝이 안보이지만, 열심히 군생활 하다보면, 그날이 꼭 올 것이다. 군생활 하면서 너무 힘들고, 죽고 싶을 때 마다 그때를 생각하며, 힘든 순간을 잘 참고 견디면, 다시 태국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텨낼 것이다.
지난번에 20일간 태국을 여행하고 돌아왔을때도 한국 생활에 잘 적응이 안돼고, 몇 주 동안 우울했었다. 이번에는 독감에 걸려서 몸까지 안좋다. 쌀쌀해진 한국날씨, 낯설게 느껴지는 한국생활에 다시 적응하기 위해서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다행히도 군 입대 전까지는 약 한달 정도 휴식 기간이 남아있으니 말이다. 11월의 추운 날씨에 훈련받고, 고생하려면, 아픈 데 다 치료하고, 몸조리 잘하고, 푹 쉬어 둬야 겠다.

 광팔이의 2002 동남아 3개국 기행편도 여기서 마쳐야 겠다. 군복무를 당당하게 마치고, 해외여행 결격 사유가 없어져서 부모님 및 제3자의 인감증명서와 재산세 및 토지세 과세 증명서 없이, 그냥 무조건 신청만 하면 여권이 나오는 그날,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되는 그날. 나는 그곳에 다시 갈 것이다. 반드시!

* 지출 내역 : 20000원
경기고속 공항버스(우등석) : 12000원
아침식사(맥도날드 - 치킨버거 세트, 아이스크림, 음료수) : 4500원
택시비(서현역에서 집으로 올 때) :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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