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동남아 3개국 기행 20일차 (말레이시아 - 말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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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동남아 3개국 기행 20일차 (말레이시아 - 말라카)

광팔이 0 924
2002년 10월 1일 (화)

 이날은 전날 카운터에 모닝콜을 부탁했던 터라 일찍 일어날 수 있었다. 전날 충분한 휴식을 취한 덕분에 몸이 개운했고, 피로와 숙취가 싸악 가셨다. 체크아웃 하면서 방값을 치르고, 짐을 주인한테 맡겨두고, 오후에 KL로 떠날 때 찾아가기로 하고, 숙소를 나섰다. 일본인 주인 아저씨가 KL로 가거든, 사기도박을 조심하라고 했다. KL에 가면, 외국인을 상대로 한 사기도박에 걸려서 거액의 피해를 보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한다. 또 그 주인 아저씨는 푸두라야 터미널에서 내리면 그 맞은편에 있는 푸두호스텔에 가면 좋을 거라고 추천해 줬다. 나도 그 곳을 알고 있다고 가봤다고 했다. 싱가포르로 내려가기 전에 들렀었던 곳이다. 숙소를 나와서 어제 오후에 둘러봤던 코스를 돌아보기로 햇다. 근처의 허름한 호커센터에서 나시레막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나시레막은 나뭇잎에 밥을 싸서 계란, 땅콩, 멸치 등과 같이 나오는 말레이의 대중 아침식사다. 그냥 배도 고프고, 나시레막이 어떤건지 맛을 보고 싶어서 먹어 봤는데, 내입에는 별로다. 좀 싱겁다. 아침먹고 마코다 호텔을 지나, TMR 광장 앞으로 들어섰다. 들어서면, 독립선언기념관, 그 바로 옆에 파모사 요새와 세인트 폴 언덕과 교회가 있다. 근처의 노점에서 36방짜리 1회용 카메라를 샀다. 나는 태국에 와서 3일째 돼는 날에 카메라를 잃어버려서, 두주불사가 가지고 온 카메라로 여태껏 여행한 사진을 찍어왔다.  하지만, 이제 그가 한국으로 돌아가버렸기 때문에 여행 사진을 남기려면, 일회용 카메라를 찍는 방법 밖에 없다. 여행 다녀오면, 남는건 여권에 찍힌 스탬프와 사진 뿐이다. 해외여행을 다닐 기회가 그리 많지 않고, 한번 나오기 힘든 나에게는 사진이라도 남겨야 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더구나, 이번 여행이 끝나면, 군에가서 2년 2개월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나에겐 이번 여행이 더 없이 소중했다. 이 때문에 일회용 카메라를 많이 사서, 카메라 값으로 돈을 제법 썼다. 동남아는 일회용 카메라 가격이 우리나라보다 더 비싼 편이다. 1차산업, 3차산업 가격이 싸고, 2차 산업은 비싸다고 보면 된다.

선빵으로 독립선언기념관 앞에서, 파모사 요새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박았다. 중국계인 노점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친절하게 찍어주셨다. 카메라 가격은 제법 비쌌다. 36방에 플래시 기능까지 있어서 58RM이나 줬다. 맨 첫코스로 독립선언기념관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말레이시아의 역사를 한 눈에 알 수가 있고, 말라카가 수마트라 왕국, 중국 명나라, 포르투칼, 네덜란드, 영국, 일본에 차례대로 점령 당했었던 시대의 역사자료, 사진 서적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 역대 말라카를 지배했던 술탄들의 계보도 나와 있다. 술탄은 이슬람 세계에서 최고의 통치자를 일컫는 말로 왕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잠시 점령당했다가 독립하기 까지..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역사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과 같은 곳이다. 하지만, 여기가 규모면에서는 비교도 안될 만큼 훨씬 작다. 입장료 없이 거저 들어가서 에어컨 바람도 쐬고, 말레이시아 역사 공부도 할겸 해서 들어가서 보면 좋다. 이 건물은 영국식민지 시대에 영국 귀족들의 모임 장소 였다고 한다.

  말라카는 말라카 해협을 끼고 있는 해양도시로, 유리한 교통여건, 지리적 위치 때문에 수마트라 왕국, 중국 명나라, 포르투칼, 네덜란드, 영국, 또 20세기 들어서는 일시적으로 일본까지 외세의 침략과 지배를 끊임없이 받아왔다. 그래서 중국계 문화, 포르투칼, 네덜란드 양식의 유적지가 공존해서 역사적인 볼거리들이 많다. 그것들이 거의 다 TMR 거리와 항투아 거리를 따라 몰려 있다.

다음 코스로 바로 옆에 있는 파모사 요새와 세인트 교회를 둘러봤다. 파모사 요새는 포르투칼이 만든 요새로 그 앞에 옛날에 쓰던 몇 개의 대포가 장식용으로 놓여져 있다. 여기도 배경사진 찍어두면 괜찮다. 네덜란드 침략기에 심하게 파손된 것을 영국의 래플즈경이 복원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다른 지역에서 놀러 온 까무잡잡하고, 헤잡을 두른 말레이인 여학생들이 사진촬영을 부탁해서, 그 요새를 배경으로 몇장 찍어주고, 나도 그 장식용 대포를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부탁했다. 별로 이쁜 애들이 없어서 그다지 작업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여자들은 말레이보다 태국이 훨씬 낫다. 바로 그 옆에는 세인트 폴 언덕이 있고, 그 언덕위에 낡은 교회가 있다. 그 언덕 위에 올라가면, 말라카 해협의 멋진, 탁트인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푸른 말라카 해협, 바다위에 떠있는 큰 배들, 흰색 바탕과 빨간색의 예쁜 지붕으로 된 가옥들... 여기서 일출이나, 석양을 보면 더욱 장관일 것이다. 망망한 대해를 바라보니까, 가슴이 탁 트이고,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세인트 폴 교회는 낡은 벽돌들이고, 포르투칼 시대에 지어진 것이다. 언덕을 따라 올라가는 길에 세인트 폴 동상이 있다. 산책 코스로 괜찮아 보인다. 포르투칼 선장이 세운 교회 인데, 네덜란드 강점 이후 네덜란드 귀족들의 묘소로 바뀌었다. 세인트 폴 언덕을 내려와서 스타듀이스, 크라이스트 교회가 붙어 있는 큰 길가로 나왔다.

 그앞에 나오면 광장 한 가운데 있는 시계탑이 가장 인상적이다. 스타듀이스는 네덜란드 지배 시대에 관청으로 쓰이던 곳이다. 동남아에 남아 있는 네덜란드 양식을 대표하는 건물이다. 그 안에 역사 박물관과 민족 박물관이 있다. Hello에는 2RM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볼 수 있다고 나와 있는데, 정작 내가 갔을때는 내부 수리중이어서 들어가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와 본 기념으로 사진만 박아 뒀다. 사실 이런데는 들어가서 유물이나 역사같은거 보는거 보다, 폼으로 사진 박는게 내 스타일에 더 맞는다. 그 옆에 있는 크라이스트 교회도 네덜란드 지배시대에 지어진 곳이다. 바깥은 온통 빨간색 빛깔이고, 내부에는 스테인드 글라스 장식이 되어 있고, 중앙에 십자가가 걸려 있다.  네덜란드 건축 양식의 독창성이 돋보인다.몇 몇 사람들이 그 십자가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난 기독교 신자도, 천주교 신자도 아니라서 그냥 가만히 구경만 했다. 스타듀이스, 크라이스트 교회, 앞의 시계탑이 한데 묶어서 공원을 만들고 있다. 보기도 괜찮고, 기념사진 박아두기 괜찮은 곳이다. 여기까지의 코스는 포르투칼, 네덜란드 점령시기에 세워진 유적지들이어서 유럽에 놀러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수도 있겠다. 남부 유럽을 여행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 한테는 여기가 친숙할 수도 있겠다. 아니면 시시하다고, 별로라고 느끼거나... 여기 파모사 요새, 세인트폴 교회, 스타듀이스, 크라이스트 교회 배경 사진 내밀고서 해외여행에 문외한 들 한테, 나 유럽 갔다왔다고 구라쳐도 되겠다.

 다리를 건너서 항제밧 거리쪽으로 갔다. 여기저기 중국인들 상점, 한자 간판, 중국의 전통 공예품(도자기, 향, 서예도구등..)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거의가 중국인들이다. 여기는 차이나 타운이다. 여기저기서 중국 특유의 향냄세가 난다. 여기서는 깜퐁끌링 모스크와 중국식 절인 쳉훈텡 사원을 둘러 보았다. 깜퐁끌링 모스크는 이 동네에 있는 작은 이슬람 사원이다. 현지인들 몇 명이서 발을 벗고, 들어가서 기도드리고, 마루에 누워서 낮잠을 청하고 있다. 절 사원이 자그마해서 별로 볼건 없다.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모스크 중의 하나로 수마트라 건축양식에 따라 전통적인 돔 대신 피라미드처럼 삼각형의 지붕을 올렸다.

다음에 둘러본 쳉훈텡 사원은 중국식 불교사원이다. 1646년 중국에서 배로 운반된 재료로 세워진 절이다. 절 들어가는 입구에 향을 파는 노점상들이 많다. 안에 들어가면 특유의 향냄세가 코를 찌른다. 경내는 평일이라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다소 조용한 분위기다. 나도 현지인들처럼, 이번 여행 무사히 마치고 귀국할 수 있도록, 또 군에 가서 사고 안당하고, 잘 생활하게 해달라고 절하고, 기도를 드렸다. '나무 관세음 보살, 아미타불, 옴마니 밤매옴..'

쳉훈텡 사원을 둘러보고, 항제밧 거리를 한참 돌다가, 바바-논야 유물 박물관을 보려고 했는데, 계속헤매다가 못찾아서 그냥 강을 건너서 TMR 쪽으로 돌아왔다. 말라카강을 따라서 조금 걸어가니까 강변에 커다란 배가 있었다. 옛날에 서양사람들이 영화에서 해외 원정때 타고 다니던 범선 같은거 였다. 그것이 해양박물관 이었다. 외관이 상당히 멋있고 인상적이다. 이 커다란 배안에 박물관이 있는 것이다. 'Flor De La Mar' 라는 포르투칼의 배를 재현했다. 이 배는 포르투칼로 돌아가는 길에 말라카 해변에서 좌초되었다.  이날이 정기 휴관일이라 들어가서 볼 수가 없었다. 이곳도 밖에서 배경사진만 찍었다. 하지만 여기 가본 사람들 말에 의하면, 안에 들어가면, 에어컨도 안나오고, 볼거리도 별로여서 돈만 아깝다고 한다. 입장료가 2RM 이다. 겉만 멋있다. 오히려 잘된 거다. 만약에 문을 열었다면, 호기심에 들어갔을지도 모르는데... 스타듀이스와 해양박물관이 문을 닫은 덕분에 4RM을 아낄 수 있었다. 해양박물관의 외관은 커다란 배모양이어서 보기는 상당히 좋다.

 다시 다리가 있는 쪽으로 와서 말라카강 투어 선착장에 갔다. 배를 타고 말라카 강변을 약 한시간 정도 둘러보는 코스다. 요금은 8RM 이다. 피부가 시꺼먼 말레이인 가이드가 유창한 영어발음으로 안내를 해준다. 배를 타고, 말라카 시내의 서민들이 사는 누추한 가옥들, 강변 바위에서 쉬고 있는 이구아나들을 볼 수 있다. 항투아 거리의 고속버스 터미널, 항투아 플라자를 지나, 아세안 빌리지도 볼 수 있다. 말라카강은 흙탕물이다. 물은 더러워서 보기 안좋다. 방콕의 짜오프라야강, 치앙마이의 삥강, 트레킹 코스의 계곡물, 그리고 여기 말라카강...
내가 가본 동남아시아의 계곡과 강물은 왜 하나같이 다들 흙탕물일까? 다들 전날 폭우가 쏟아지고, 홍수가 났던 것처럼 말이다. 싱가폴강만 말고 깨끗했다. 강과 계곡은 우리나라가 훨씬 비교도 안될 만큼 맑고 깨끗한 것 같다. 여기서 가장 인상적인 광경은 강가에 서식하는 이구아나 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원이나 가야 볼 수 있는 파충류들이 아닌가.
도마뱀 비슷하게 생긴 것들인데, 여기 말라카 강에는 이것들이 많이 서식하는 모양이다. 여기 주인 아저씨의 영어발음은 상당히 괜찮지만, 나는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영어듣기 실력이 딸려서 이 아저씨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통 모르겠다. 유람선은 다시 TRM쪽으로 되돌아와서 해양박물관 앞에까지 갔다가 원래의 위치로 돌아온다. 마지막에 가이드 아저씨가 수십개국어로 인사말을 한다. 그중에서 한국어로 ' 안녕하세요'라고 한게 가장 인상적이다.
역시 외국나가서 현지인이 우리나라 말 하니까 그렇게 반갑고 친근감이 들 수가 없다.
 유람선의 승객들은 전부다 서양인들 이었다. 동양인은 나 뿐이었다. 여기 말라카는 외국 관광객 대부분이 서양애들이고 동양인들은 가끔씩 일본인들 뿐이다. 한국사람은 한 명도 못봤다. 말레이시아는 태국, 싱가포르와는 달리 한국인 여행자들 보기가 정말 힘들다. 우리랑 비슷하게 생긴 관광객들은 다 일본인들 이라고 보면 될 정도이다. 말라카강 보트 투어를 마치고 나서, 걸어서 마코다 퍼레이드 백화점으로 갔다. 이 동네에서 가장 큰 백화점이다. 오전 내내 돌아다니다 보니까 몹시 배가 고팠다. 여기서 딤섬을 한번 먹어 보려고, 중국 음식점만 찾아 다녔다. 그중에 하나 들어가서 딤섬세트를 더 시켜먹었더니, 총 10RM 나왔다. 한 세트에 5개씩 들어가 있다. 딤섬은 밀가루 반죽 피속에 고기, 야채, 새우, 조개등을 넣어서 만든 만두 비슷하게 생긴 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급호텔에 가야 먹을 수 있는 비싼음식이다.
동남아에 가거든 꼭 먹어보기 바란다. 우리나라보다 당연히 싼값에 먹을 수 있다. 딤섬을 주문하면 쟈스민 차도 같이 나온다. 그것을 마셔주면 중국요리 특유의 느끼함이 싹 가신다.

딤섬으로 대충 끼니를 떼우고 디저트는 말레이식으로 먹어보기로 했다. 중국식당을 나와서 말레이 특유의 푸드센터가 있는 곳으로 갔다. Hello에 소개됐던 '논야꾸이'라는 떡 비슷하게 생긴거 하고, 빙수 비슷한 아이스까장을 먹어봤다.

 논야꾸이는 코코넛을 만든 말레이 전통과자다. 말랑말랑해서 과자라기 보다는 떡같다. 코코넛으로 만든 떡이라고 보면 된다. 아이스까장은 빙수처럼 얼음을 쪼개넣고, 그안에 젤리, 여기저기 달콤한 시럽을 넣어서 먹는 말레이시아판 빙수라고 보면 된다. 그거 먹으면 엄청 시원하다. 말라카 길거리 노점에는 '첸돌'이라는 인도식 아이스까장 파는데는 많은데, 위의 두 개 파는 노점은 찾기 힘들었다. 밥대신 간식 비슷한 것들로 끼니를 대신했지만, 제법 양이 찼다.

Guardian에 가서 기침약, 연고, 밴드등을 사서 24.4RM을 썼다. 이번 여행에서는 약값을 정말 많이 썼다. 백화점 음반가게를 지나가는데, '겨울연가' 의 주제가 류의 '처음부터 지금까지'가 흘러 나왔다. 정말 인기가 좋은가 보다. 나는 한국에서 겨울연가를 한번도 안봤다. 겨울연가 OST 앨범이 불티나게 팔리는 모양이었다. 백화점에는 외국축구선수들이 입고 다니는 유니폼 파는 매장, 스포츠 용품점, 전자제품 매장등 다양했다. 하지만 여기도 화장실은 돈내고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별로 깨끗하지 않다. 백화점 화장실인데도 말이다. 정말 구리다. 말레이시아는 별로 깨끗하지도 않고, 악취가 풍기고 우리나라보다 시설도 더 안좋은 화장실을 얼마 안되지만, 돈내고 이용해야 한다. 좀 손해보는 느낌도 든다. 마코다 퍼레이드 백화점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쏘이고 나름대로 잘 쉬었다.

오후 1시 30분 경에 마코다 퍼레이드에서 나와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짐을 가지고, 마코다 퍼레이드 백화점 앞에서 17번 타운 버스를 타고 항투어 고속터미널로 이동했다. 이 버스의 종점이 항투아 터미널이다. 오후 시간대라 버스안에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교복입은 현지인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타고 있었다. 무거운 짐이 많아 불편했지만, 경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택시대신 타운버스를 탔다. 하지만, 자리에 앉아서 가고, 내리는 곳이 종점이라 그렇게 불편할 건 없었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길에 말라카 해협이 보였다. 부두쪽으로 들어가는 여객선들이 보였다. 여기 말라카 항구에서는 인도네시아로 가는 배를 탈 수가 있다고 한다. 종점에서 내린뒤, 항투아 플라자를 지나바로 옆에 고속버스 터미널로 걸어 갔다. 고속터미널에는 여러 회사별로 매표소 창구가 있었는데, 삐끼들이 다 자기한테 오라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주위에 있는 버스들을 몇 대 둘러보다가, 그냥 KL로 가는 버스 찾냐고 어떤 현지인 아저씨가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자기한테 오라고 해서, 그냥 그 사람한테 표를 끊었다. 요금은 헬로 가이드북에 나온데로 8RM. 여기서 KL까지 가는 고속버스 요금은 어느 회사나 다 똑같이 8RM으로 정해졌고, 좌석도 전부 SC다. 말라카 - KL 구간은 우등석이 없다. 3시간 밖에 안가니까 그런가 보다. 내가 탔던 회사는 Pertiwi Express다. 버스 기종은 싱가폴에서 말라카에 올 때 탔던 것 보다는 조금 나았지만, 별로다. 태국에 조인트티켓 vip 버스보다 안좋다.

오후 3시에 말라카를 출발한 고속버스는 휴게소에 들러서 10분 쉬는 시간 포함해 3시간 후인 6시에 kl에 도착했다. 고속도로변에 깔린 야자수들로 뒤덮인 정글숲이 굉장히 인상적이고 멋있다. 말레이시아는 고속도로 주변이 대부분 야자수들이 우거진 정글이다. 한국에서 그런걸 보기 힘든 나한테는 신선한 풍경이었다. 야자수가 깔려 있지 않은가. 고속버스는 푸두라야 터미널 가기 바로 전에 나를 비롯한 손님 몇 명을 내려주고, 터미널로 들어가 버렸다. 걸어서 5분정도 직진하니까 전방에 세븐 일레븐과 푸두호스텔 건물이 보였다. 이번에 갔을때도 한국인 주인은 없고,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대머리인 현지인 직원만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 한국인 주인 데이비드 임은 또 다른곳으로 출장간 모양이었다. 지난번에 싱가폴 가기 직전에 왔을때는 인도네시아 출장 중이었다. 이번에는 30RM 주고 싱글룸에 투숙했다. 싱글룸이 없어서 2층 침대가 있는 더블룸을 줬는데 그 객실을 나혼자만 쓰기로 했다. 컨디션이 아직도 안좋아서 혼자서 편히 쉬고 싶었다. 여전히 목에 가래가 끓고, 기침을 해댔다. 여기서 오늘 저녁은 하루 쉬고, 다음날 KL 시내를(지난번에 왔을 때 안가본데) 하루종일 관광하고, 밤에 고속버스를 타고 태국으로 넘어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저녁에 휴게실에서 혼자 영어사전을 뒤적이며, 공부하고 있던 지난번에 만났던 어학 연수생 아저씨를 또 만났다. 영어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그 분은 그해 연말에 랭귀지 스쿨 친구들이랑 차를 렌트해서 국경넘어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를 여행할 계획이란다. 다 서양인들 뿐이었고, 거실의 TV에서 부산아시안게임은 틀어주지도 않았다. 다들 영화만 보고 있었다. 확실히 태국에 있는 홍익인간, 헬로 다이브 하우스, 노네임 방갈로, 만남의 광장 같은 한인 숙소하고는 분위기 자체가 틀리다. 이날 저녁, 전날과 마찬가지로 같이 술마시고 놀 사람도 없고, 몸도 안좋아서 일찌감치 취침했다.

* 이날 쓴돈 : 200 RM
아침식사(나시레막) :3RM
점심식사 : 딤섬 5세트 10RM+ 논야꾸이 5조각 1.2RM+ 아이스 까장 1그릇 2RM=13.2RM
간식, 음료수 : 8.3RM
Travellers Lodge(방값, 빨래, 음료수 등등 이용요금) : 30RM
말라카강 유람선 투어 : 8RM
Fudu Hostel 숙박비(싱글룸) : 30RM
1회용 카메라(36방짜리, 플래시 기능) : 58RM
약값(Guardian) : 24.40RM
저녁식사(브리야니, 나시 빠당) : 12.5RM
인터넷 사용 : 3RM
고속버스 (Pretiwi Express) :8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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