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나의 태국여행 - 주책 다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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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나의 태국여행 - 주책 다이빙

wanna go again 0 798
다이빙 간날

97년에 수영도 할 줄 모르는 내가 미국서 Open Water Certificate 를 땄다. 기나긴 뒷 이야기는 가족간의 비리로 얼룩져 있으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 ) 거의 4년만에 물 속으로 들어 간다고 생각하니 너무 신났다. 보트에서 물로 들어 가기 전에 멀리 보이는 푸른 물과 쿵쾅쿵쾅 심장 박동소리.. 파도소리.. 그리고 뛰어내리면 뽀글뽀글 소리 말곤 암 것도 안들리는 그 느낌... 참 특별하다.

푸켓에서 이틀째날 아침에 숙소 밖에서 픽업을 기다리며.. 나같은 처지의 여행자들과 잠시 이야기도 나누고.. 특별히 기억나는 사람은 스웨덴에서 왔다는 한쪽 다리가 없는 어떤 남자. 자기는 연금을 받아서 생활 한다면서 오늘은 스노클링간다고... 하던 그 남자.. 왼쪽 다리가 의족이었다. 다리처럼 보이는 의족이 아니라 보물섬의 그 에꾸눈의 다리 같은 다리.. 금속으로 된 것은 달랐지만.. 하여튼 그런 다리 였다.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 누구든 인생을 즐길 자유는 있는 것이다. 아마 장애인이 상당히 배려되는 사회의 사람이라서 그런건 같았다. 다른 차들은 와서 이웃들을 다 실어 가는데 내 차만 안온다.. 사기 당한거나 아닌지.. 돈 꽤 많이 줬는데... 쩝....

드뎌 차가 왔다. 어떤 차였냐면.... 파란색 픽업트럭의 짐칸에 썽태우 처럼 널빤지로 양쪽에 의자를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앞에 앉은 사람이랑 무릎을 맞대고 갈 만큼 좁았다. 날 태우고도 한참을 헤매고 다니더니 롱테일 보트들이 서 있는 곳에서 내려 주었다. 롱테일 보트를 사람들과 정답게 타고 큰 보트로 이동했다. 그 보트에서 만난 사람들은 참 다양했다. 태국여행의 특별한 점은 세계각국에서 온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아빠랑 다이빙하러 나온 독일에서 온 9살 짜리 꼬마 영국에서 온 나보다 등빨좋은 아가씨, 홍콩에서 온 커플 일본에 사는 미국아가씨. 그 미국아가씨는 불법복제 CD가 싸다고 넘 좋아 했다. 독일에서 온 꼬마는 쿠바에도 가 봤다고.. 내가 되게 부러워 했다. 독일 사람들은 여행을 참 많이 한단다.

미국(Key Largo)에서 외삼촌 따라 다이빙 갔을때랑 다른 점은 그 집은 보트를 하루에 두번 띄웠다. 그니까 꼭두새벽에 배가 출발해서 오전에 다이빙 두번하고 다시 사람들 내려 주고 오후에 또 다이빙이 있었다. 먹을건 자기가 다 챙겨가고 가격은 잘 모르겠다. 외삼촌은 단골이라 공짜였고 나는 삼촌 장비로 보트fee만 냈다. 그에 비해 푸켓에서 내가 한 다이빙은 좀 여유가 있었다. 아침에 출발해서 물에 한번 들어 갔다 나오고 점심 먹고 (fee에 포함) 글고 다시한번 잠수 하고.

다이빙 한다고 일은 저질러 놨는데 슬슬 겁이 난다.  남한테 피해를 줄까도 겁나고.. 체험 다이빙을 할껄 하는 후회도 생겼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3사람 당 1명의 Dive Master가 배정이 되었다. dive master들 중 가장 잘 생긴, 내가 내심 바라던 가이가 우리의 dive master로 배정이 되었다. 음 근데 그날 완전히 스타일 구겼따. 그 잘 생긴 나의 가이(Marci, 마치)는 물속에서 나에게 잔소리 하느라 정신 없었다. 내 기억에 가장 쪽팔린 하루였다. 참 무책임한 짓을 하기도 한 것이 4년동안 수영한번 안하고 다이빙 한다고 물에 들어 갔으니 내 몸이 말을 들을리 없었다. 숨을 내쉬고 들어 쉼에 따라 바다 속에서 나의 위치가 위로 붕 떴다가 바닥으로 푹 가라 앉았다가 한다. 내가 좀 빨리 가거나 위로 뜨면 마치가 사정없이 나의 벨트를 나꿔챘다. 쪽팔리기도 쪽팔리지만 불쌍한 산호들.. 나의 무심한 발길질에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 꼬. 이렇게 정신없이 다이빙을 했으니 바다속 풍경이 기억 날 리가 없다. 나랑 같이 물에 들어간 두 아저씨들 한테도 너무 면목이 없었다. 보트에 올라 와서 연신 쏘리쏘리 했으니.. 마치가 위로라고 해 주는데 물속에서 하도 구박 받아서 망신스럽기만 했다. 외삼촌이 경고 했었다. 절대로 자기 말고 다른 사람이랑 다이빙 한다고 까불지 말라고.. 다이빙 자체가 위험한건 아니지만 나같은 어리버리는 좀 위험하다고..

점심은 배 위에 부페로 음식들이 차려졌다. 이름도 모르는 맛난 태국음식들... 오후 다이빙을 끝내고 돌아 오는 길에 점점 날씨가 흐려졌다. 육지에 토착하니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태국에서 비오는걸 첨 봤다. 낼은 피피로 가는데.. 걱정하며 숙소에 들어 갔다. 보트에서 만나 덴마크 아자씨랑 저녁을 먹기로 약속을 했다. 시간이 지나니 비가 잦아 들고 맞긴 빨래를 찾았다. 계산법은.. 양말은 얼마, 바지, 티셔츠 얼마.. 옷을 찾아 왔는데 냄새가 좋다. 그 아저씨랑 랍스터랑 새우튀김을 먹고 외로워 보인다는 둥의 수작을 듣다가 숙소로 돌아 왔다. 그 아저씨 가끔 생각난다.. ㅎㅎㅎ.

하여간 그 날도 친구 만드는 일은 실패였다. 모든 사람들이 가족이랑 친구랑 와서 나만큼 외로워 하지 않아서 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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